사람이란 역시, 처지에 따라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빈둥대면서 읽으니까 책이 다 재밌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도 대체로 좋기만 하다. 일할 때처럼 긴장하지 않은 덕,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보니 정한 시간 내에 읽으려고 애쓰는 덕, 그러면서도 읽다 재미없으면 덮으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한 덕, 논다는 사실 때문에 느끼는 불안을 달래는 데 책만 한 게 없는 덕. 여전히 책 읽는 속도는 느리고 읽는 장르는 편협하지만, 읽는 게 다시 재밌어진 게 어디야.

 

원대한 꿈으로야 읽는 책마다 기록을 남기고 싶지만 당분간은 그것조차 미루기로 하고 즐겁게 읽고 있다. 다만 너무 엉키지 않게 중간 결산(?) 같은 걸 해보기로 했다. 새로 읽은 책, 다시 읽은 책들 중 각별히 좋았던 책들이 이랬다.

 

 

<곰 인형 일요일>

나는 이토록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왜 말이 없니. 너도 날 좋아하는 게 맞니? 과묵한 곰인형 때문에 애태우던 주인공이 어느 밤, 제가 인형이 되어 본다.

갖고 싶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이 절판이라니, 비룡소 너무해. ㅠㅠ

 

 

 

<부루퉁한 스핑키>

윌리엄 스타이그라고 하면 "슈렉!"이나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같은 작품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요번에 다시 쭉 읽어 보니 이 책이 제일 마음에 남았다. 어른들이 보기엔 '하나도 골낼 일이 아닌 걸 가지고' 골이 난 스핑키는 마음껏 화를 내고, 충분히 보상 받고, 떠들썩하게 식구들과 화해한다. 화끈해!

 

 

<고맙습니다, 선생님>

패트리샤 폴라코의 이야기나 그림은 전통의 계승, 시대 변화, 인간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왠지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데(죄송해요) 이 책은 한번씩 다시 생각이 났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시 보니 사야겠단 생각이 든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난독증을 이겨내고, 꿀처럼 달콤한 지식을 맛보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괴물 쫓는 방구 탐정>

강마루를 중심으로 한 탐정단의 활약을 그린 책. 앞의 책 "귀신 잡는 방구 탐정"도 완전 재미있어서 다음 편을 기대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다. 편마다 화자가 달라 지루하지 않고, 범인이 뻔하다 해도 숨은 사연을 알아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재밌어요!

 

 

 

<내가 나인 것>

나는 왜 유명한 책을 이렇게 늦게야 읽을까. -_-;; 명성만큼이나 훌륭한 책이었다. 걸핏하면 야단만 치고 다른 형제와 자기를 비교하는 엄마한테 나는 바로 나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히데카즈의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이 싸움은 대강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면서 끝나는 싱거운 것이 아니다. 끝까지 간다. 미리 말하자면 히데카즈가 이겼다.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팔 물건 또는 서비스, 고객, 결제 수단만 있으면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마이크로 비즈니스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인데, 주장이 분명하고 성공 사례가 많아 읽고 있노라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볼 용기가 생긴다. 다만 그 사례들은 미국의 경우라는 것. 이래서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하는 것이냐.

 

 

 

<관엽식물 가이드 155>

지난 몇 달, 우리집에 있었던 제일 큰 변화는 화분이 늘었다는 것인데 나는 이 변화가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그 영광을 네꼬남과 이 책에게 돌립니다. 실용서란 무엇인가! 실용서에는 어떻게 장인 정신이 담기는가! 이 책이 그걸 몸소 보여준다. 화분 키울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이 책을 보면 키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심리의 책>

어쩌다 보니 읽게 된 책. 하여간 뭔가가 궁굼할 때 시작은 일단 DK가 최고란 걸 새삼 깨달았다. 1) 큰 흐름을 잡아준다 2) 핵심을 표나게 알려준다 3) 다 알려주진 않는다(더 알고 싶으면 알아서 공부하렴) 4) 디자인이 예쁘다(호기심 지속 효과).

 

 

 

 

*

 

그리고 한동안 읽지 않았던 소설도 몇 편 읽었다. 소문 많이 났는데 안 읽었던 것, 요즘 많이 얘기되는 것, 오래 전 읽었는데 잊어버린 것... 그러나 어쨌든 올해 봄여름 묶어 제일 마음에 오래 머문 책은 이 책이 될 것 같다.

 

 

 

 

 

 

 

 

 

 

<백의 그림자>

 

"무책임하지 않게 착하다. 질척이지 않고 따뜻하다. 요란하지 않게 슬프다."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는 사실을 부끄럽지만 밝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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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3-07-1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다요! 네꼬 님은 어쩜 요렇게 짧은 요약 감상도 재미나게 쓰는 재주를 지녔을까.

네꼬 2013-07-10 16:52   좋아요 0 | URL
치니님! (덥석) 아녜요, 저 헛다리 잘 짚는데 그나마 요새 하도 뭘 안 써서 쓰면서도 뭐라는 거니, 했어요. 치니님의 편애에 늘 감사드립니다..?

Mephistopheles 2013-07-1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는..??? 강아지는..??

네꼬 2013-07-17 09:50   좋아요 0 | URL
메피님, 강아지 사진은 백 장 있어요! 아껴서 올릴게요. ㅎㅎ

레와 2013-07-1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좋아예~ ㅎㅎㅎㅎ

네꼬 2013-07-17 09:51   좋아요 0 | URL
레, 레와님, 이러지 마세요.. 이런 사투리.. 아아 어질 @_@

뚜유 2013-07-1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의 그림자 감상평 딱이네요 ^^b

네꼬 2013-07-17 09:51   좋아요 0 | URL
뚜유님, 좋다고 계속 말하는 게 군소리 같아요. 근데 참 좋은 소설이더라고요. (그나저나 전 뚜유님 덕에 장바구니가 천 톤이에요. ㅠㅠ)

moonnight 2013-07-1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어볼래요. +_+ 네꼬님 짧은 평들에 맘이 혹해요. 특히 백의 그림자. >.<

네꼬 2013-07-17 09:52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아직 안 읽으셨으면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 "파씨의 입문"도 좋고요.

순남이 2013-07-1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인형 일요일이라니요! 엉엉 나도 사고 싶다

네꼬 2013-07-17 09:53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순남이 생각하면서 읽었엉. 내가 구할 때 두 권 구하도록 애써볼게. ㅠㅠ (당신 읽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고 싶네. 여럿이서 ㅋㅋ)

BRINY 2013-07-1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아지 사진 보고 싶어요~~~

네꼬 2013-07-17 14:26   좋아요 0 | URL
어허 이거 참, 강아지연구소가 이렇게 인기라니, 제가 또 조만간 사진 좀 풀어야겠군요. 허허. (..초연히 말했지만 속으론 방정맞게 웃고 있어요.)
 

대모님은 구멍가게를 하셨다. 대모님은 '성당 엄마'라고 배웠기 때문에 나는 대모님도 "엄마"라고 불렀다(이상도 하지.) 아들 딸이 나보다 훨씬 컸던 대모님은 그런 나를 귀여워하시면서 가끔 가게도 맡기시고, 가게 잘 봤다고 사탕도 주시고 했다. 언니가 학교 가고 동네에 놀 사람이 없을 때 나는 가게 뒷방에서 배 깔고 누워 놀았다. 한번은 그 방에 갔더니 난생 처음 보는 과일이 있었다. 조금 못생겼는데 향은 끝내주게 좋았다. 

"엄마, 이거 뭐야?"

"모과."

"이거, 이거 뭐냐고."

"모과."

"???"

이거 뭐냐니까 뭐가 뭐냐니? '모과'를 '뭐가'로 듣고 당황한 나를 보고 대모님은 빙긋 웃으셨다. 그러곤 내 눈을 똑바로 보시면서 "모, 과."라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씀해주셨다. 아직도 모과를 보면 이제는 연락이 끊긴 대모님의 다정한 눈빛이 생생히 떠오른다. (얼마나 웃겼을까!)

 

*

주말에 대구에서 올라온 아주버님, 형님, 조카 둘과 함께 강화도의 펜션에 놀러 갔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둘은 30년 가까이 묵혀 온 어색함을 조금 깼고,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예쁘고 나보다 날씬하고 나보다 상냥하고 나보다 어른스러운 형님(ㅜㅜ 게다가 경상도 사투리)과 나는 고기를 처음 먹는 사람들처럼 쉴 새 없이 먹고 또 먹었다. "숙모~" 하고 부를 때마다 애간장을 녹이는 일곱살 대구 소녀 S와, 이제는 제법 말이 통하지만 가끔 내 말을 못 알아듣고 "뭐라카노?" 하고 혼잣말을 하는 세살 경상도 남자 K는 기력이 다할 때까지 물놀이를 하고 잔디를 뛰고 불꽃놀이를 했다. 형님 말씀따나 "즐겁다, 맛있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주말이었다. 대구로 내려가면서 형님은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세살 K가 차 출발하자 (역시 혼잣말로) "재밌었어." 하더란 얘길 전해주셨다. 하지만 압권은 일곱살 S의 질문. "숙모는 왜 자꾸 아빠한테 아주머니라 하지?"

 

*

절친의 아들 여덟살 H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긴 멋진 소년. 자기가 다 큰 줄 알고 아저씨처럼 구는데, 얼마 전 제 엄마가 "우리 H, 학교 가 있는 동안 보고 싶어서 혼났네." 했더니 어리둥절한 얼굴로 "누구한테 혼나?" 하더란다.

 

*

어린이들은 바보 같다. 그래서 정말 좋다.

 

 

 

 

 

 

 

 

 

 

 

 

 

 

 

 

 

 

 

 

 

 

 

올랴가 병아리에게 양배추 잎을 뜯어 먹인다.

"병아리는 양배추 안 먹어."

엄마가 알려 주었다.

"갖고 있다가 나중에 토끼가 되면 먹으라고 주는 거야."

 

_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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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7-0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에 관한 에피소드는 저랑도 통해요. 저도 꼭 그랬어요. 이 과일 이름이 뭐냐니까????

ㅎㅎㅎ
아아, 아해들은 이렇게 순진무구할 때 그야말로 천사지요.
병아리가 커서 토끼가 되는 마법이 믿겨지던 그 즈음 말이에요.^^

네꼬 2013-07-08 09:22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래, 내가 분명히 어딘가 또 있을 줄 알았어. ㅎㅎㅎ 세상에 무슨 과일 이름이 뭐가랍니까! 전 그때 그 엄마가 날 놀리는 줄 알았지 뭐예요. (그 말 듣고 진짜 엄마한테 가서 이르듯 얘기한 기억도 나네요. ㅋㅋ)

카스피 2013-07-0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 모과를 덥썩 물었다고 맛이 없어 배튼 기억이 나네요^^

네꼬 2013-07-08 09:23   좋아요 0 | URL
차로 마시면 맛있는데 왜 그냥 먹으면 맛이 없을까요! (차는 너무 맛있죠!)

순오기 2013-07-0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가의 나무를 가르치며
"저건 뭔나무야?"
"먼나무"
"뭔 나무냐니까?"
"그래. 그 나무 이름이 먼나무라니까!"
ㅋㅋ
이런 이야기도 들어보셨죠?^^

사랑스런 아이들~~~정화되는 느낌이에요!

네꼬 2013-07-08 09:24   좋아요 0 | URL
응? 먼나무가 있어요 그래? 먼나무람. ㅎㅎㅎㅎ 이 얘기 재밌는데요! 어디 가서 써먹어야겠네요. 순오기님 반가워요!

paviana 2013-07-0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힐링되네요. 저 오늘 기분 더럽거든요. 고마워요.네꼬님 와락 꼭..

네꼬 2013-07-08 09:24   좋아요 0 | URL
아니 어떤 *식이 파비님 기분을 더럽게 했단 말입니까. 데려와요! (주먹)

다락방 2013-07-0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동생 식구들이 다같이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 날따라 유독 예쁜짓을 많이 하는 딸이 예뻤는지 제부가 제 조카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아이구 이쁜 내새끼 넌 대체 어디서 왔니' 했대요. 그런데 조카가 '타미? 타미 소파에서 놀다왔는데?' 라고 했다더라고요. ㅎㅎㅎㅎㅎ 아 이뻐 미치겠어요. 내일 조카 보러 가려고요. 희희.

네꼬 2013-07-08 09:26   좋아요 0 | URL
깔깔깔. 이런 귀요미들 ㅎㅎㅎ 그 타미가 보자기 두르고 찍은 사진 저한테도 있지요. 그 사진 보고 여러 귀요미들이 누구냐고 궁금해했어요. (어린이들끼리는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요?) 소파에서 온 타미, 계속 계속 예뻐라!

아른 2013-07-0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한테 혼나? 푸히힛~
저희 집에도 몸개그의 달인 바보들이 있는데 나날이 똘똘해지고 있어서ㅠㅠ 가는 날을 붙잡고 싶은 요즘입니다 흑흑....

네꼬 2013-07-08 09:27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바보들이 정신 차리기 시작하면 왠지 저는 늙는 기분. ㅠㅠ 어디다 좀 써놓고 두고두고 놀려주세요. ㅠㅠ (우린 왜 우는 거죠?)

moonnight 2013-07-0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글을 읽으니 눈물이 핑~~ ㅠ_ㅠ 아이들은 정말로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에요. ㅠ_ㅠ
세살난 남자아기의 "뭐라카노?"는 진짜... ㅋㅋㅋ
요즘 어쩐지 우울증 모드여서(너무도 한참 가는 우울증 ㅠ_ㅠ), 알라딘에 들어와도 댓글 썼다가 지우고 나가곤 했었는데, 네꼬님 글이 저를 불러내셨어요. 감사드려요. 앞으론 자주 인사드리도록 할께요. ^^

네꼬 2013-07-08 09:30   좋아요 0 | URL
혼잣말이라서 "뭐라카노?"를 직접 듣지 못했는데, 그걸 전해주는 형님 말씀에 의하면 옆에 계시던 아주버님이 "아가 와 자꾸 사투리를 쓰노."라며 걱정(?)하시더랍니다. (저희 아주버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애들이 어린이집 다니면서 사투리가 늘었다고 불평하시는 스타일입니다. 아주버님의 사투리는 어쩔...)

문나잇님, 이리 와요! 엉덩이 좀 맞읍시다!

moonnight 2013-07-09 15:18   좋아요 0 | URL
앗 네꼬님께 엉덩이 맞는 건가요? ;; (괜히 혼자 얼굴 빨개지며 웃고 있다. ^///^)

네꼬 2013-07-10 16:25   좋아요 0 | URL
어멋! 대체 왜!! >.<

2013-07-05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8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icia 2013-07-0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과가 후숙과일인 줄 알고 익지도 않은 파란모과 따왔다가 벌레가 생겨서 버린 적 있어요. 방에다 놔뒀는데 한 달이 지나도 안익는 거예요.ㅠㅠ 인터넷만 찾아봐도 알수 있었을텐데ㅠㅠ 모과와 바보 맞네요 크크
^------^

네꼬 2013-07-08 09:33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저는 "후숙과일"이란 말을 지금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이거 원 이렇게 무식할 수가 있나, 허허허...(괜히 도사풍으로 웃어 보았어요.) 모과가 참 여럿 바보 만드는군요. 허허허...(동굴 에코...)
 

 

어린 네꼬의 코 묻은 돈을 털어 가던 니꼴라. (내 인생 최초로 용돈을 모아 사 모은 시리즈가 <꼬마 니꼴라> 해적판이었다.)

 

나오는 세트마다 족족 장만했건만.

<빨간 풍선>까지도 마련했건만.

 

그래, 기어이 이렇게 예쁜 양장판까지 나와야 한단 말이냐.

또 사, 사, 사...야 한단 말이냐...!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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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해피새해~ 올해는 더 행복하세요!
니콜라, 저도 빨간 풍선까지 있기에 격하게 공감합니다~~~~ㅋㅋ

네꼬 2013-01-10 09: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순오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빨간 풍선>으로 이제 다 이루었다, 했건만...끙 ㅠㅠ

moonnight 2013-01-09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 저는 하루키씨 책들에서 같은 맘 느꼈었어요. 고백하자면, 또 사고 또 샀어요. 흑흑. ㅠ_ㅠ;;;;;;;;;;;;;;;;

(눈물닦고;;;) 네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네꼬 2013-01-10 09:30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래요, 그런 거 아시죠? 우린 모두 노예야.. ㅠㅠ
문나잇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달밤과 고양이의 근사한 조합, 계속계속 우리 사이 좋게 지내요! 새해엔 휘영청 밝은 달 기대할게요!

마노아 2013-01-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감히 참겠어요. 끙!!(>_<)

네꼬 2013-01-10 09:30   좋아요 0 | URL
와! 대인배! (나 이거 사면 마노아님한테 찍어서 보내겠음 ㅋㅋ)

turnleft 2013-01-10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사...사란겁니까!!!

네꼬 2013-01-10 09:31   좋아요 0 | URL
좋아한다고 고백하려다가 자존심 지키기로 했어요.
그런데 어떡하죠. 사기도 전에... 좋아요. ㅠㅠ

조선인 2013-01-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사야죠. 전 집에 앤이 4질 있습니다. 움하하하핫

네꼬 2013-01-10 09:31   좋아요 0 | URL
야호! 힘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응?

Mephistopheles 2013-01-1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보니 참 "대단할껍니다."

네꼬 2013-01-10 10:31   좋아요 0 | URL
보고 말씀 드릴게요. ㅠㅠ (샀다는 거.)

조선인 2013-01-11 09:57   좋아요 0 | URL
참 잘 했어요. 도장 꽝꽝!!!

네꼬 2013-01-17 09:45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ㅎ 네 대단하더라구요. ㅠㅠ 으앙 너무 예뻐요 이 책.

굿바이 2013-01-1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 사! 사버려요!!!!

네꼬 2013-01-10 10:31   좋아요 0 | URL
방금 샀어요. 히이- (바보처럼 웃고 있다)

레와 2013-01-1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하오! (읭??ㅎ)

네꼬 2013-01-10 18:04   좋아요 0 | URL
고맙소... (응? ㅠㅠㅠㅠ) 책 왔다요. 으아.

Arch 2013-01-1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들이 격정적이에요. 네꼬님의 의식 흐름?
저도 이거 보고 옥찌들이 좋아하는데 사야하나, 그런데 조카들은 이 책 다 읽었는데, 양장본이면 너무 두껍지 않나, 애들은 금방 크는데 막 이랬어요. 800쪽이면 5권이 합쳐진거죠? 읽기 불편하지 않으려나 (뭔가 기울어지고 있어요)

GoldenSlumber 2013-01-10 16:46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부분이 많이 걱정됐는데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넌 이미 기울어져 있다' ^^

네꼬 2013-01-10 18:07   좋아요 0 | URL
(이미 책은 제 손에)

아치님, 아이들이 읽기에는 역시 원래 책이 좋고요, 이건 진짜 그냥 저 같은 사람 홀리는 용. ㅠㅠ (주변에 저 말고도 두 명이 샀습니다. 저한테 부채질을 선풍기 수준으로 하더군요.) 그나저나 예뻐요. 대체 저는 출판사를 다니면서도 왜 '초도 한정 박스' 이런 데 휘둘리는 걸까요! 왜!

매카트니님, 안녕하세요? 첫 인사를 이렇게... 웃을까요, 울까요. 하하하아아...ㅠ

무스탕 2013-01-1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 이런걸 고민하시남요?
전 애정해 마지않는 만화가의 만화책을 똑같은걸 네 가지 버전으로 갖고 있는것도 있는걸요, 뭐 ( ") (것도 한 권 짜리면 내가 말을 안해요...;;)
갖고 싶은건 가져야지요. 고양이는 그래야 하는거에요 :)

네꼬 2013-01-17 10:32   좋아요 0 | URL
헤헤 맞아요 책쯤이야.. 고양이는 갖고 싶은 건 가져야 돼요. 그 말씀 힘이 되어요. (이번 책만이 아니고요!)

그나저나 '한 권짜리면 내가 말을 안 해요'에서 이상하게 무스탕님 울고 계신 것 같네요 ㅎㅎㅎ
 

(내가 이런 유부녀가 될 줄은 몰랐지만, 자꾸만 남편 얘기를 하게 된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빼놓고는 이야기가 잘 안되어서.. 긁적..)


일요일 오후, 화분에 물을 주는 남편한테 나는 큰 소리로 시를 읽어 주었다. 


처음 여자랑 잤다

이우성



나는 감각을 내려놓고

기억 안 할 거야


우리 집에선 파출부조차 하얀색을 입어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머리 위에 화산재 같은 사과가 있는

나는

많아

반했니 

너도 사과 먹을래 

나는 

많다고 


도착하고 떨어지고 


남편이 물었다. "끝이에요?" "응 끝이에요. 웃겨. 아주 왕자님인가 봐." 나는 낄낄 웃은 다음, 시를 다시 한번 읽어준다. 그러고는 "아, 생각나는 시가 있어요." 하고 방에 들어가 아끼는, 사랑하는, 좋아하는, 손때 묻은 어떤 시집을 가지고 나온다. "뒤죽박죽으로 쓰려면 이렇게 써야지!" 하고 운을 뗀 다음에 천천히, 읽어준다.


푸른색 Reminiscence

진은영


진희영 생일             3월 15일

윤정숙 결혼 기념일   3월 16일

진은영 생일             3월 17일

 

그러니까 동생이 출생하고 나서

엄마가 결혼하고

나 태어나게 되었지


다트 화살을 힘껏 던지면

시간의 오색판이 빙그르르 돌아간다


시를 쓰고 나서 혁명에 실패하고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혁명에 실패하고 나서 한 남자를 사랑한 후

시를 쓰게 되었는지


추억은

커다란 뚜껑이 달린 푸른색 쓰레기통

열어보지 않으면, 산뜻하다

모든 것이 푹푹 썩어가도


읽기를 마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대체 왜?) 서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는다. 좋은 시네요, 응, 좋은 시예요. 하지만 이 젊은 미남? 시인도 재밌는 사람인가 봐. 자기에 대해서도 썼어. 


이우성

이우성

 



금요일 밤인데 외롭지가 않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집에 있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줄넘기를 하러 갈까

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다시 띄우는 순간엔 왠지 더 잘생겨지는 것 같다

얼굴은 이만하면 됐지만 어제는 애인이 떠났다

나는 원래 애인이 별로 안 좋았는데 싫은 티는 안 냈다

애인이 없으면 잘못 사는 것 같다

야한 동영상을 다운 받는 동안 시를 쓴다

불경한 마음이 자꾸 앞선다 근데 왜 내가 뭐

그래도 서른 한 살인데

머릿속에선 이렇게 되뇌지만 나는 인정 못 하겠다

열 시도 안 됐는데 야동을 본다 

금방 끈다

그래도 서른 한 살인데

침대에 눕는다

잔다 잔다 잔다

책을 읽다가 다시 모니터 앞으로 온다

그래도 시인인데

애인이랑 통화하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애인이랑 모텔 가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야동 보느라 회사 가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만두 먹어라 어른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행히 오늘은 바지를 입고 있다


깔깔 웃었다. 이 사람 재밌는 사람이네. 사실 대부분의 시들은 의미가 알쏭달쏭하다. 그런데 그게,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만들거나 우울한 포즈를 잡는 그런 '현대시'가 아니라, 시를 다 쓴 다음 몇 군데를 지우거나 몇 줄을 오려서 딴데 붙이거나 해서 암호를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작업 속에 과장된 자의식(어머 나 막 이런 말 쓴다)을 일부러 보여 줘서, 시와 시인 사이, 시와 독자 사이, 시인과 독자 사이에 얼마간의 거리를 두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시들은 애써 해석하지 않는 쿨한 독자이기 때문에(뭐?) 웃으면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이렇게 슬쩍, 약간은 신세한탄을 하는 시(깔깔), 개나리를 가리키면서 자꾸만 진달래라고 하는 네 살 조카에게 벚꽃을 가리키며 목련! 하고 가르쳐주는 시(언어가 뭐라고. 시가 뭐라고.)를 소리 내어 읽어 본다. 더위가 조금은 가신다. 











*


늦은 오후 남편과 함께 슬슬 놀러 인사동에 갔다가 인파에 깜짝 놀랐다. 다들 열심히 놀고 있었네! 남편의 바람 대로  책꽂이를 덮어 햇빛도 가리고 장식도 할 천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나는 길에서 파는 색 모시가 예뻐서 만지작거리다 그만 사버렸다. 그래서 모시 조각보를 만들게 됐다. 세 가지 색깔 천, 두 가지 색깔 실. 원가는 14,000원이지만 완성된 작품의 가격은 알 수 없다고 큰소리를 치자 남편은 착하게 웃으면서 "계약부터 합시다."라고 맞장구쳤다. 집에 와서 곧장 작업을 시작. 어머나 그랬더니 세상에 나 바느질 왜 이렇게 못하니. 내가 봐도 너무 웃겨서 바느질을 계속 할 수가 없다. 나는 꽥하고 남편한테 외쳤다. "여보, 내 손은 레고 손이야! 아니 돼지 손이야!" 그토록 착한 남편조차 "아까 본 건 이것보다 세 배는 촘촘하던데..." 하고 난감해한다. 난 내가 못하는 게 없어서 매력이 없을까 봐 고민했는데, 다행이다. 네꼬 씨의 주말이 잘 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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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8-13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또(!) 첫추천이에요!

예쁘다. 네꼬님 예뻐요.

네꼬 2012-08-13 09:08   좋아요 0 | URL
레고 손, 돼지 손 네꼬라도 예뻐해주시겠습니까? 엉터리 조각보는 뒷모습이 더 가관입니다만. =_= 다락님, 안녕? 난 잠들기 직전에 다락님 페이퍼를 읽었죠.

굿바이 2012-08-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끼는, 사랑하는, 좋아하는, 손때 묻은 어떤 시집"이 저랑 같아요!!! 신나요 ^___^

네꼬 2012-08-13 13:08   좋아요 0 | URL
동지! (덥석)
이 시집이 저랑 굿바이님을 만나게 해주는 암호로군요! 으하핫.

... 2012-08-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레고손, 왠지 친근하군요 하핫^^;;

네꼬 2012-08-13 13:09   좋아요 0 | URL
발로 하는지 손으로 하는지 알 수 없는 바느질이었어요. 아, 이게 남이 한 거면 내가 얼마나 놀릴까. 아깝다! (응?)

moonnight 2012-08-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너무 사랑스러워요. >.< 화분에 물을 주는 남편에게 큰소리로 시를 읽어주는 새댁아기씨!!! 예쁘다. 정말. ㅠ_ㅠ
조각보 잘 만드셨는걸요. 색깔이 참 좋아요. 요즘 조카아이가 닌자고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레고손이라고 하시니 굉장히 친근감이. ^^ 하여간에, 저보다는 솜씨가 좋으세요. 저는 발이 손에 붙었다는. -_-;;;;;;;;;;;;;;;;;;

네꼬 2012-08-13 13:11   좋아요 0 | URL
어머나, 문나잇님, 쑥스럽게. (실제로는 늙은 새댁이 부스스한 차림으로... =_= 여기까지 할게요.)
바느질한 부분을 보여드릴까 했다가 그건 너무 자학 같아서 (ㅠㅠ) 예뻐 보이게 했어요. 노란색, 사진보다 더 예쁜데. ^^ 혹시라도 완성을 정말 하게 되면 다시 보여드릴게요. (어제 제가 남편한테 한 첫 마디가 바로 "나 이거 발로 하고 있는 거야?"였어요.)

레와 2012-08-1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네꼬님 예뻐예뻐! ^^

저도 요즘 조각보나 홈패션(미싱?)에 관심이 가요.
직접 배우면 또 너무 잘할 것 같아서..ㅋㅋㅋㅋ 참고 있어요.ㅋㅋㅋ

다락방 2012-08-13 11:57   좋아요 0 | URL
너무 잘할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왜이렇게 웃겨요 레와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2-08-13 13:12   좋아요 0 | URL
레와님 웃곀ㅋㅋㅋㅋㅋ 잘 참아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웃겨

치니 2012-08-1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이고, 네꼬 씨는 왤케 글을 재미나게 씁니까요. ㅎㅎㅎ 시도 좋고 글도 좋고, 심지어 조각보도 이쁘지만! ㅋㅋ 저는 착하디 착한 남편 님 부분에 젤 많이 눈이 가네요. 화분에 물을 주며 아내가 낭송하는 시를 듣는 남편, 조각보를 만들어보겠노라고 큰소리 치는 아내에게 오냐오냐 맞장구를 쳐주는 남편, 아, 눙물이 날 정도로 멋져요.

네꼬 2012-08-13 13:14   좋아요 0 | URL
왜 '조각보' 부분에서 ㅋㅋ 이신 거죠?! 하하하하. 네 고작 네 장 붙였는데 저 모양이니 다 붙이면 어떻게 될지 앞이 캄캄해요. ㅋㅋㅋㅋ 남편은 처음부터 불규칙한 패턴으로 하라고 했는데 나름대로는 정갈하게 하겠다고 고집을.(<-이 부분 쓰면서 저 또 웃었어요. 기가 막혀서.) 착한 남편이 이 댓글 보면 막 부끄러워할 거예요. 좋아할 거예요. 으앙. 보고 싶은 치니님.

프레이야 2012-08-1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레고손!! 전에 조막만한 얼굴 가렸던 그 가녀린 손이 레고손이었던 거에요? ㅎㅎ
그래도 저보다 낫네요. 전 생각조차 안 해본 게 저런 거에요. 조각보 만들기라니요.
그래도 색색깔이 아주 예뻐요:)
예쁜 네꼬님 집에서 풍기는 깨소금 냄새가 여기까지 날아와요~~~

네꼬 2012-08-14 09:15   좋아요 0 | URL
조막만한 얼굴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굴 보신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충동적으로 시작한 조각보를, 어제 술을 먹었는데도 두 장 더 붙이고 잤습니다. 할수록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웃겨요. 저의 레고 손. ㅠ

하늘바람 2012-08-1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이 넘 행복해 보여요.
그런데 저 조각보 탐나고 넘 이쁘네요.
나도 하고 싶다

네꼬 2012-08-16 11: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조각보는 열심히 이어 붙이고 있어요. 언젠가, 완성할 수 있..다면 공개할게요. ㅎㅎ

미남 2012-08-20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여긴 다 미남미녀에 아름다운 공기!

네꼬 2012-08-20 09:22   좋아요 0 | URL
미남미녀만 있으니 공기도 아름다울 수밖에요. 크핫. (그나저나, 설마 혹시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혹시 오신 건가요!)

미남 2012-08-20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더불어, 고맙습니다.

네꼬 2012-08-20 09:16   좋아요 0 | URL
이것 참. 고맙습니다. 그런 말씀 들으니 영광이어요, 미남님! :)

네꼬 2012-08-20 13:28   좋아요 0 | URL
근데 실은 "어머!"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살짝 아닌 척하고 점잖게 써봤어요.

킁킁 2012-08-2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각보 사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크크 웃음이.. 어서 조각보 완성하셔서 세상 모든 레고손과 돼지손에게 용기를 주세요!

네꼬 2012-08-22 09:13   좋아요 0 | URL
킁킁님 안녕하세요? ^^ 조각보 뒤를 보시면 크크 정도가 아닐 거예요.. "레고손도 할 수 있다_조각보 편" 기대해 주세요. 크하하.
 

거대한 들통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다같이 찐만두가 되어가는 날들. 누군가는 "끝을 알고 견디고 싶다. 멸망의 날짜를 알려 달라!"고 울부짖고, 누군가는 자동차 보닛에 계란후라이를 해보는 날들. 사람도 나뭇잎도 다같이 울적한 얼굴로 축 늘어져 고통을 견디는 날들. 그런데 나는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에어컨을 마구 틀어 대고 있다. 나는 절제도 모르고, 환경에 해를 끼치며, 거리를 더 덥게 하고.. 하여간 나밖에 모른다... 그래, 나밖에 모른다! 나란 여자 이기적인 여자.

 

에어컨의 자애로운 품에 안겨 밀렸던 책읽기를 몰아서 하고 보니 소설, 동화, 그림책, 에세이가 뒤죽박죽. 그래, 내가 언제는 질서정연했다고... 나란 여자 산만한 여자.

 

 

 <킁킁이가 간다 1, 2>라는 굉장한 책을 읽었다! 우리나라 야생동물의 생태를 알려주는 지식 그림책인데, 설명은 쉽고 그림이 엄청 좋다. 동물마다 심플한 그림 -> 호기심을 끄는 짤막한 만화 -> 아름다운 그림과 글 -> 생김새와 생태를 파헤쳐 보기 -> 마무리 만화 -> 그리기 순서로 알게 된다. 초등 1~2학년 아이들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너무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전학년이 봐도 좋고, 모든 좋은 어린이책이 그렇듯이 어른이 봐도 된다. 실은 나도 몇 번이나 여기 나오는 삵을 따라 그렸다. 엄청 잘 그린다, 나. (V)

 

'앵거스 시리즈'를 샀다. 오래 전에 보고 좋아했었는데, 요새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불타오르고 있어서, 리퍼브도서 매장에 간 김에 확 사버렸다. 집에 와서는 그동안 이 책을 안 보고 어떻게 살아나 싶게 읽고 또 읽었다. 조그만 강아지 앵거스는 호기심에 오리들을 쫓아다니다 된통 혼나지만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시간은 딱 삼 분. 늘 제것을 빼앗는 고양이를 미워하지만 막상 안 보이면 찾고, 때로는 세상이 궁금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 그렇다, 바로 어린이의 상징. 그림은 딱 앵거스의 키 높이에서 그려져, 강아지 특유의 자세와 행동이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이 책이 1930년대에 나왔다는 거....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런 책 읽고 자랐다는 거....

 

*엇, 짧게 써야 되는데

 

<꿈꾸는 징검돌>은 화가 박수근의 어린시절 어느 날을 그림책 작가 김용철이 이야기로 복원한 그림책이다. 징검돌에 그림을 그리느라 삼매경에 빠진 소년 수근의 이마 위 물그림자가 얼마나 예쁜지, 나는 우리집 거실에 그 장면을 펼쳐 며칠동안 전시(?)해 두었다.

 

최나미 단편동화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에는 삐딱한(?) 동화들이 실려 있다. 보통'동화'에서는 조연으로 나오거나 안 나올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보통 동화에서는 살짝 문제제기가 되거나 안 될 (응?) 이야깃감이 주제가 된다. 이를테면 표제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의 주인공은 지각도 하고 가끔 선생님한테 말대꾸도 하고 친구랑 다투기도 하는 보통 아이인데, '천사표' 친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쁜 애가 되는 곤경에 처한다. (이거, 제 얘기예요?) 작가가 아이들한테 "너 이런 적 있었지?" "너도 이런 적 있었지?" 하면서 "그런 꽁한 마음 원래 다 드는 거야. 괜찮아. 그리고 (비밀인데) 꼭 착한 아이 안 돼도 돼. ㅋㅋ"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완전 좋다 이 책.

 

* 앗, 짧게 짧게.

 

<놀기 과외>는 사실 쓸 말이 없는데.. 이건 그냥 내 기분인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동화들이 과대평가되어 소개된 것 같다. 일부의 어떤 동경 때문은 아닐까? 근거는 없고 진짜 그냥 기분.

 

 

 

 

 

 

이 유명한(!) 책을 그래, 엄청 뒤늦게 읽었는데 엄청 이상했다! 1988년에 서양 사람들은 막 이런 야한 책 읽으면서 막 좋아했던 거야? 음흉한 사람들!

 

 

 

 

 

성석제라면, '고수가 돌아왔다'는 담백한 한 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입담계의 아트이자 재담계의 클래식'이라는 광고문구가 싫었는데, 그게 책을 사서 보니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의 표현이어서 저으기 놀랐다. 일개 독자이자 성석제의 오랜 팬으로서는 그런 표현이 이 작품을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이 쓴 글'처럼 느끼게 하는 듯해 못내 못마땅하다. 오히려 표지에 인용된 그림(띠지에 가려서 잘 안 보이는!)이 작품의 성격을 더 잘 보여준다. 장편소설답게, 진경산수화처럼 기품있게 그려진 풍경, 물밖과 물속, 강과 산에서 펼쳐지는 크고작은 전투들, 여럿의 욕망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찰진 서사와 대사. 그래서 웃길 때 진짜 빵 터지는 거다, 성석제 소설은.

 

 다 읽고 나서 혼잣말을 해봤다. "어떡하지, 다들." 크고 작은 비극, 오래됐거나 새것인 비극, 혼자의 것이거나 가족의 것인 비극. 한숨을 쉬며 읽어가면서 주인공들에게 마음 속으로 계속 잔소리를 했다. 그런 남자라면 귀싸대기를 때려야지, 왜 곱게 돌아서! 그러게 만삭의 몸이면서, 그 반지 잃어버리고 말지 거기가 어디라고 내려가! 어쩌겠어 그냥 짐 챙겨서 나오지, 왜 버티다가 집에 물이 차도록 있어.... 하지만 마지막 작품 '서른'에서만큼은 나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불행의 피라미드.

 

 

<1945, 철원>은 보기 드문 청소년역사소설. 십대는 제 삶만도 언제나 격랑 속에 있는 법인데, 해방의 그날은 어땠을까. 양반집 종으로 살던 경애, 공산주의 사상을 갖고 있으나 양반집 막내 도련님인 기수, 양반의 자부심으로 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집안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은혜.. 아이들이 몸으로 겪은 해방과 이후의 혼란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충격적인 것이었다. 읽노라면 중간에 그만 두기 어렵고 몇 번쯤 놀라게 된다. 극중 어떻게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기회주의자이자 사기꾼 나쁜 자식이 하나 나오는데 그 이름은 기영박. 나쁜 자식 기영박..... 다분히 누군가 연상되는 이름이잖아.

 

 

 

*

 

 

 

 

 

 

 

힐링 캠프에 안철수가 나온 날 밤, 나는 남편한테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물었다. 문재인은 어떻게 해? 안철수는 대선 나오려면 당 만들어야 될 텐데, 지금부터 해도 될까? 만약에 안철수 쪽으로 단일화되면 민주통합당은 후보 없이 선거운동 하는 셈인데 시장 선거도 아니고 대선인데... 그러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노무현 보고 싶네." 그렇게 말하니 왈칵 그런 마음이 올라왔다. 그가 그렇게 떠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이런 이야길 하게 됐을까? 어찌 됐든 노무현의 명예는 많이 다쳤을 거고, 우린 계속 그를 욕했을 거고, 누가 돼도 똑같다고 쓰게 웃었겠지. 지금처럼 사람 귀한 줄 모르고 내 일처럼 걱정하진 않았겠지. 그러고 보면 그 사람, 너무 불쌍해. 어떻게 한 사람한테 그런 운명이 주어졌을까? 너무 불쌍하고, 너무 미안해.

 

안철수에겐 생각이라는 말이, 문재인에겐 운명이라는 말이 마침 더 어울린다. <안철수의 생각>은 대답하는 책이라기보다 묻는 책이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무얼 짚어야 하는지, 이 대목에서 나(안철수)의 생각은 이런데 너(독자)의 생각은 어떤지.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인데 그런 나를 지지한다는 건지. 그런 걸 미리 밝혀주어 고맙고, 덕분에 나도 몇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가 정말 대통령이 된다 해도,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떻게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어서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미 진흙탕 싸움을 시작한 문재인 쪽에 더 마음이 간다. <안철수의 생각>에 비하면 <문재인의 운명>은 개인적인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그가 살아온 길이 결국 그의 생각을 말해주는 것이니 그것으로 되었다. '대한민국 남자'니 하는 카피로 사람들을 걱정시키기도 했지만, 그는 남의 말을 들었고 고쳤다. 이후로도 그의 팀은 사실 미덥지 않다.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노무현에게는 문재인이 있었지만, 지금 문재인에게는 그런 문재인이 없으니까. 이 가을이 어떻게 지나갈지 모르겠지만, 두 분 모두 파이팅이에요. 나도, 내 친구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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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8-0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왈왈! ㅎㅎ 나도 따라해봐요. 우리 두리 너무 보고싶어요. 엉엉.

네꼬 2012-08-06 10:08   좋아요 0 | URL
헤헤, 치니님이 왈왈 하시니까 완전 그럴듯해요 (응?) 으헝. 저도 그 두리가 보고 싶군요. ㅠㅠ

레와 2012-08-0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없이 살수가 없어요. 엉엉 ㅠ ㅠ

네꼬 2012-08-06 10:09   좋아요 0 | URL
맞아 맞아, 누구 말마따나 원래 인류는 멸망해야 하는데, 에어컨 덕에 살아 남은 것 같아요. ㅠㅠ

moonnight 2012-08-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짧게 짧게. 는 안 돼요. 네꼬님은 길게 길게 글을 써 달라. ^^

네꼬 2012-08-09 11:23   좋아요 0 | URL
재밌게 길게 써야 되는데 나는 꼭 페이퍼를 쓰면 잔소리가 많아지더라고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