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를 켜지 않고 바짝 붙어서 끼어드는 차 때문에 아침부터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다. 그런 차는 타이어를 빼서 물어뜯고 싶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어젯밤에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예는 아니지만, 서프라이즈 파티에서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불을 켜버린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은 다섯 걸음 뒤에서 이걸 보고 있었네.) 나라는 사람은 왜 이렇게 허술한지, 너무 한심스럽다. 거기다가 아침엔..... (눈물이 앞을 가려 생략.)

*

엄마는 식당일을 하다 팁으로 받은 잔돈들을
나는 그 옆에서 거들고 주인 아주머니께 받는 돈의 절반을
할머니는 장을 싸게 보고 남은 돈을 유리병에 넣는다.
엄마가 받은 팁은 꽤 많은 날도 있고 아주 조금밖에 없는 날도 있다.
아무튼 매일저녁 반짝이는 동전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다. 그건 의자를 사기 위해서다.
엄마가 온종일 일해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는 의자.


"그래요, 의자요. 멋있고, 아름답고, 푹신하고, 아늑한 안락 의자 말이에요.
우린 벨벳 바탕에 장미꽃 무늬가 가득한 의자를 사려고 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자를요." 

-베라 B. 윌리엄스, 『엄마의 의자』 중에서 

 
따뜻하다, 사랑스럽다, 눈물이 핑 돈다, 소중하다...
너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나에게 이 그림책이 그런 것 중 하나다.
오늘 아침 다시 꺼내보고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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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무슨일이야, 무슨일이에요!! 왜그러는건데요!! ㅠㅠ

네꼬 2010-01-19 11:11   좋아요 0 | URL
내가 타이어 물어뜯을 때 운전자 협박은 다락님이 해줘요. ㅠㅠ

하이드 2010-01-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 네꼬, 지지, 타이어 물어뜯지마, 지지!
이걸 우리 말로에 대입시키면,
말로, 지지, 봉지 먹지마, 지지, 말로, 지지!

ㅎ 네꼬님, 아무리 화가나도 타이어 같은거 물어뜯지 말아요, 차라리 그 운전자 머리통을 물어뜯어요.

네꼬 2010-01-19 15:04   좋아요 0 | URL
음.. 그런 차의 운전자라면, 머리통이라고 뭐 꼭 타이어보다 깨끗할까요...? (구체적으로 상상해버린 나.) 말로랑 저랑 일정 부분 비슷한 동지로군요. (응?)

Mephistopheles 2010-01-1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인생을 보면 이런 장면이 있죠.
이병헌이 차를 몬다. 왠 양아치 호로쌉사구리한 놈팽이 3명이 탄 차가 옆에 나란히 달린다. 클락숀을 울리며 까분다. 담배까지 던진다. 이병헌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악셀을 밟는다. 한강다리에서 그들을 막아선다. 3명 죽도록 패버리고 자동차키 뽑아 한강에 던져 버린다.

여기서 이병헌이 실수한 건 자기 차 번호판을 미리 가렸어야 한다. 입니다.

깜빡이도 안켜고 폭력적인 운전으로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핸들잡은 이들에게 가장 효과만점인 처리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네꼬 2010-01-19 15: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장면 명장면이져. 운전할 때는 풀어둔 재킷 단추를 싸울 때 채우는 이병헌의 단호한 자세가 매력적.... 이면 뭐해요. ㅠㅠ 오늘 아침엔 정말 저도 차에서 내려 한마디 해주고 싶었어요. 아저씨, 깜빡이 잃어버리셨어요? 하고. -_-

Mephistopheles 2010-01-19 20:04   좋아요 0 | URL
"아저씨, 깜빡이 잃어버리셨어요?"(X)]
"아저씨, 뇌세포와 개념이 깜빡깜빡 하시나 봐요?"(O)

(참 좋은 거 가르쳐 준다~~~으흐.)

네꼬 2010-01-19 20: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 말 하려면 아무래도 주머니에 껌을 한 통 휴대해야 될 듯. (트렁크에는 가죽잠바 필수.)

치니 2010-01-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디 착한 고양이를 누가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요. 에공. 토닥토닥. 맛있는 거 드세요, 그럼 괜찮아질 거여요.

네꼬 2010-01-19 15:02   좋아요 0 | URL
제가 착하지가 않을 뿐더러, 속상하게 한 것도 저 자신이에요. 어흑. 맛있는 거 먹어야겠어요, 정말. 뭐 먹을까요? 카레? 불고기? 치킨? 딸기? 새우?

레와 2010-01-1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전 핸들을 뽑아서 쿵쾅쿵쾅 밟아 버린 후 강물에 던져버릴께요!!!!

개념 상실한 운전자들은 면허증을 압수해야해욧!!!

네꼬 2010-01-19 15:05   좋아요 0 | URL
어으 맞아요, 맞아. 운전을 못하게 해야 돼. (제 선배 중 누군가는 "언젠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 깜빡이 안 켜는 운전자들의 손목을 자르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적이...)

무스탕 2010-01-1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생각해요. 자동차 깜빡이를 아예 옵션으로 판매해서 차 값을 내리는게 어떨까..
어차피 사용하지도 않는거 뭐하러 생산단가만 높이나.. 에혀..
그렇게 무례한 차들을 보면 레이저총을 쏘고싶어요.
(가끔 성직 와락 났을땐 똑같이 보복응징을 하는 무식한 무스탕..;;;)

네꼬 2010-01-19 20:25   좋아요 0 | URL
ㅠㅠ 정말 그래요. 깜빡이를 최대한 안 켜야 운전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나봐요. 오늘 같은 날은 정말 (과격한 표현 쓰자면) 성질이 뻗쳐서 원!

... 2010-01-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어 빼서 물어뜯는 고양이는 곱게 자란 집고양이가 아닌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나 삵의 필이 오는걸요?

네꼬 2010-01-19 20:25   좋아요 0 | URL
어머, 브론테님, 저 원래 배회하는 고양이예요. 아니 제가 어딜 봐서 곱게 자란 집고양이....? (서운할라고 함.)

섬사이 2010-01-20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이 운전할 때, 제가 조수석에 앉는 거예요. 그래서 깜빡이도 안켜고 밀고 들어오는 차가 있으면 창문을 열고 확성기를 입에 대고 소리치는 거죠.
"야!거기!OOXX넘버!!깜빡이도 안켜고 어디다 들이대!!빨리 비켜!!"하고.. 뭐,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심한 말도 해줄 수 있고.
아니면 말이죠, 제가 비둘기들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서, 네꼬님이 매너없이 끼여드는 차량을 신고만 해주시면, 비둘기를 몽땅 보내서 그 차를 비둘기 화장실로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순식간에 비둘기 응가로 도배해 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기다려요. 내가 비둘기를 조종할 수 있을 때까지만!!

네꼬 2010-01-20 09:3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섬사이님. 하하, 그거 참 좋은 방법이에요. (조수석에 타시는 것보다 비둘기 조종하는 거요.) 그 차를 비둘기 화장실로 만들어버린다니, 아아 생각만해도 개운해요. (개운?) 자자 어서 조종 연습을 시작해주세요. 제가 뭘 지원해드릴까요? 어떻게, 비둘기 모이로 새우깡이라도...?

2010-02-23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0-05-2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ㄴㅔ꼬님 서재는 글보다 댓글이 더 길 때가 많네요. 댓글 읽다가 날 샐라 그래요. (댓글 읽지 말란 말이야!-누군가 그러진 않겠죠?) 잘 지내시지요? 저도 안부차 일촌 순례하는 맘으로 서재 마실 중이에요. 그냥... 흔적 남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