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으면 이 책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본 다음 독후감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책이 좋으니까 글도 잘 쓰고 싶다. 그러면 시작이 안 된다. 조금만 묵히기로 하고 다른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 책도 좋다. 좋은 책을 읽으면 이 책에 대해서....

 

어머 그러다 보니 그런 책이 여섯 권이나 되었네! 이러다 나는 망하는 걸까? 그럴 수는 없어서 일단 여기에 적어둔다. 모조리 독후감을 쓰겠다! 꼭 쓰겠다!

 

*

 

 

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영국 날씨가 지겨워 그리스의 작은 섬으로 떠난 엄마와 네 남매. 동물에 푹 빠진 막내 제리가 그곳에서 보고 겪은 동물 일화와, 날마다 소동을 벌이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얼마나 재밌는지, 네꼬남이 TV를 보는 동안 나는 옆에서 이걸 읽었다. 폭풍 검색도 했다. 원서 표지도 다 찾아봤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결국 샀다.

 

 

책으로 가는 문

 

"아이들이 책에 몰두할 때는 어처구니 없는 자세를 취합니다. 한 가지 자세로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아이 모습을 그려 이 책 앞부분에 실어 놓았는데, 사실은 훨씬 더 굉장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 겁니다."

 

 

 

 

 

 

 

문제아 보고서

 

일 때문에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 남자 아이 둘의 밀당이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멀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캄캄한 버스 안 희미한 조명에 의지해서 읽어야만 했다. 다만 결말이 너무 가파른 느낌이었고(그러나 이건 좀더 생각해볼 일),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맞춤법 틀린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러나 재밌다 진짜!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

 

이 책은 '관심 신간' 페이퍼에도 적었고, 이 페이퍼에 적고, 신간평가단 리뷰도 쓸 거니까 내 서재에 3번이나 올라온다. (두 번 올라온 책도 거의 없다) 그런데 요즘 본 신간 그림책 중 단연 눈에 띄는 데다 실제로 읽어 보니 정말이지 좋아서 이렇게 써두지 않을 수 없다.

 

 

*

 

 

요렇게 구분을 하는 건, 역시 또 너무나 좋은 책들에 대해서 숨고르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술사의 코끼리

생쥐 기사 데스페로

 

 

 

 

 

둘 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작품이다. 오래 전 읽은 <<내 친구 윈딕시>>는 따뜻한 동화다,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에 <<마술사의 코끼리>>를 읽고 깜짝 놀라서 <<생쥐 기사 데스페로>>도 읽어 보니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두 작품 모두, 아름답고 강렬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마술사의 코끼리>>를 읽으면서는 그만 징징 엉엉 울고 말았다. 이 얘긴 다른 페이퍼로 꼭 쓰겠다. (그냥 쓰면 되지 뭘 다짐씩이나 하냐 -_-)

 

 

*

 

좋은 책들 얘기를 하다 보니 기분도 좋다. 게다가 아침엔 알라딘님이 이달의 리뷰 뽑아주셔서 알사탕도 받았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런 사진도 올려 본다. (물론 연관성은 없어요.)

 

 

 

아침 일찍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또 빌려서 오는 길, 집 앞 가게에서 얼갈이를 한 단에 1950원으로 세일한다는 걸 보고는 냉큼 샀다. 집에 들어와 현관 거울을 보니, 마침 가방도 뭔가 있어 보이고 내가 어딘가 친환경적인 것 같고 왠지 좀 그런 것처럼 보이고 해서 찍어 두었다. (원래는 다리도 찍혔지만 편집.)

 

 

그래서 이런 걸 담갔다.

 

 

 

 

 

- 어머니께 들은 대로 절인 물을 잘 뺐는데도 왜 자꾸 모든 김치가 물김치가 되는지 알 수가 없네.

 

- 이 페이퍼는 뒤죽박죽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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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어어엇 초흥분. 처음엔 네꼬님이 꽃다발 들고 있나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배추네!! 얼갈이 얼갈이 갈이갈이 얼갈이. 게다가 에코백이고 말야. 완전 짱멋져! 아 완전 사랑합니다 네꼬님. 네꼬님은 어쩜 사람이 이래요? 사랑을 막 불러일으켜요! ♡.♡

네꼬 2013-10-11 11:03   좋아요 0 | URL
나는 다락님의 하트를 받고 역시 흥분해서 그만 '댓글달기'를 누른다는 게 '삭제'를 누를 뻔했다오. ㅎㅎㅎ 갈이갈이 얼갈이 깔깔깔. 배추김치보다 얼갈이배추김치가 어쩐지 더 쉬워요. 너무 많다 싶으면 바로 무쳐서 먹어도 되니까... 아니아니 내가 김치 얘길 하려던 게 아니지. 헤헤. 사랑과 하트 감사합니다. 정중히 받고 뒤돌아 날뜀.

Mephistopheles 2013-10-11 13:22   좋아요 0 | URL
전 여기서...왠지 배추를 버터에 절이면??? 이란 생각이 문뜩 들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락방 2013-10-11 13:51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정말 이러시기에욧!!!!!!!!!!!!!!!!!!!!! ㅡㅡ^

네꼬 2013-10-12 14:11   좋아요 0 | URL
메피님, 이상하게 또 삭제 누를 뻔했네요? ㅋㅋㅋ
일단 저는 느끼한 걸 좋아하고, 그러니 (다락님이 하신 거라면) 버터 냄새 나는 된장찌개도 (한 번은)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요. ㅋㅋ

... 다락님 화이팅!

2013-10-11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1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3-10-1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도 궁금하고 다리도 궁금하고(ㅎㅎㅎㅎ) 막 궁금합니다. 네꼬님!!
저 얼갈이 김치에 밥넣고 슥슥 비벼 먹고 싶어요. 아고 침나와..ㅎ

네꼬 2013-10-11 11:06   좋아요 0 | URL
레와님이 궁금해하는 건 모두 공개하고 싶지 않아요.... 레와님을 잃고 싶지 않아요.... 진짜예요.... ㅠㅠ 얼갈이김치 + 고추장 + 매실액 + 참기름 + 깨 + 밥을 썩썩 비벼서 먹는 날들입니다요. 으하하.

잘잘라 2013-10-1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얼갈이 배추를 강원도 고랭지에서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자란 배추를 일컫는 말로 알고 있는, 낼모레 쉬흔인 남자에게 얼갈이 배추란, ......(막상 설명하려니 저도 잘 모르겠기에) 차라리 어린 배추 정도로 이해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하며 얼갈이배추된장국을 먹었습니다.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자라다니 무슨 황태 말리기도 아니고 말이지요. ㅎㅎㅎ

네꼬 2013-10-12 14:1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메리포핀스님, 얼었다 녹았다 황태라니 너무 웃겨요. 그렇지만 얼갈이배추김치를 어떻게 잘 해서 북엇국에 넣어도 맛있을 것 같군요. (이건 또 무슨 결론...) 저 메리포핀스님 100자 평 덕분에 갈등하던 "다시, 그림이다" 샀는데. 물론 땡스투도 하고요. (^^) 아직 못 읽었지만, 읽고 또 말씀 드릴게요. 미리 감사해요!

웽스북스 2013-10-1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코백에 얼갈이라니.....!!!!
뭔가 채식하는 여자같아요. ㅎㅎㅎㅎ

에코백 넘 귀엽당. 네꼬님 패션도 좋아. 힝힝.

네꼬 2013-10-12 14:1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채식이란 말보다 웬디님의 ㅎㅎㅎㅎ가 왜 더 크게 보이는 걸까요? 왜죠? 채식이라... 하하하하하... 채식... 하하하하... (고기 반찬이 없으면 소시지라도 볶아 먹어야 한끼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웃음입니다.)

저 가방은 대림미술관 슈타이들 전시에서 산 거예요. 사실은 어깨 거는 부분이 너무 길고 천도 얇아서 좀 불편한데 예뻐서 참고 있어요. 나란 여자. -_-

BRINY 2013-10-1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주의' 그런 잡지에 실린 사진 같네요!

네꼬 2013-10-12 14:17   좋아요 0 | URL
그런 잡지에는 배추만 또는 가방만 실리는 건가요! 크하하. 사진의 편집된 부분은 저만 고이 간직하겠어요. 브라이니님. (^^)

마노아 2013-10-1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 사진은 레옹에서 화분 들고 있는 마틸다를 연상시켜요. 막 안아주고 싶은 네꼬님! 맛보기로 보여준 책들도 눈 번쩍!하면서 봤어요. 이 페이퍼 조으다, 조으다~

네꼬 2013-10-12 14:18   좋아요 0 | URL
마틸다 화분..에 비해서 얼갈이 배추는 어딘가 좀 속 없는 느낌이지만, 대신 실속이 있으니까. 헤헤. 마노아님, "문제아 보고서" 읽어봐요. 엄청 재밌어요! 마노아님도 좋아할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3-10-1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서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저도 윗분처럼, 편집되지 않은 네꼬님이 궁금합니다. ^^ (다시 봐도 사진찍는 손이 예뻐요.)

네꼬 2013-10-12 14:20   좋아요 0 | URL
사진은 저희집 현관의 노란 센서 등과 아이폰의 "따뜻함" 필터의 합작입니다 :) 으음, 그리고 위에 썼다시피, 편집된 부분은 저만 간직.... (이상하게 눈물이 나네요?) 서니데이님, 저희 거대한 손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달콤한책2 2013-10-1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배추를 든 아름다운 모습과... 언급된 모든 책을 따라 읽게 만들고 싶은 페이퍼 되겠습니당^^

네꼬 2013-10-12 14:21   좋아요 0 | URL
달콤한책2님 안녕하세요? 사진은 사실 좀 폼 잡는 거고 책도 겉핥기 소개이지만 덕분에 인사 나누게 되었으니 좋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3-10-1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밥에 저 김치를 먹고 싶군요.냠냠냠...

네꼬 2013-10-15 17:22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 오래간만에 뵈어요! (저는 그렇게 먹고 있답니다. 크하하하핳)

moonnight 2013-10-13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너무 예뻐요!!! (근데 왜 다리를 편집하는 겁니까. 음흉한 목소리로;;) 책이 가득 든 예쁜 에코백과 얼갈이배추. 깜찍한 새댁 네꼬님>.< 말씀해주신 책들 다 읽고 싶어요! 네꼬님은 지름여신^^

네꼬 2013-10-15 17:2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안녕? 다리를 왜 편집했겠습니까? 네? 몰라서 물으십니까? (화난 목소리로) 쑥..쑥스러우니까 지름여신 말고 지름신으로 해주세요. (긁적긁적) 자자 우리 같이 지릅시다! 같이 망합시다!
 
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약간 침울한 월요일 아침. 관심신간 페이퍼 써야 된다는 걸 까맣게 잊고는 새로 발견한 맛집에 대한 흥분만 간직한 채 잠자리에 들었던 데 대해 엄숙히 반성하면서 책상 앞에 앉았다. 이미 늦은 주제에 페이퍼 쓰기 전에 다른 분들 걸 엿보았더니, 나는 왜 자꾸 헛다리인 거죠.. 왜죠.. 비록 서평대상도서 고르는 데는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이런 책도 있습디다, 친구들과 공유하는 마음으로 적어 봅니다. (침울...)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정은숙 작가는 줄곧 어린이추리물을 써왔는데, 나는 그게 다 재미있었다. 항간에 소문이 자자한 '봉봉 초콜릿의 비밀'도 그렇지만 '명탐견 오드리'가 특별히 재밌었다. 이번엔 시대활극인 모양인데(!) 기대가 된다. 읽어보고 싶다. 표지도 맘에 든다!

 

 

 

우리들의 비밀 놀이터

 

영국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세 명의 아이들이 떠돌이 개 피에로를 돌보기 위해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니, 19세기 글을 무려 발리 토허티 여사가 새로 쓰셨다니, 여보세요 이거 저 읽으라고 만든 책인가요? 못 참고 미리보기로 보니 그림이 느끼하지 않아서 더 좋다.

 

 

잘되는 집안의 10cm 비밀

 

잘 모르지만 풍수라는 게 허황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치워야 할 곳을 치운다는 것, 어떤 일에 적절한 자리와 배치가 있다는 것은 사실 일상에서도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언젠가 잡지에서 '풍수 인테리어'에 관한 짧은 글을 읽은 뒤 관심을 두고 있던 테마다. 궁금한 책.

 

 

친절한 인테리어

 

독특한 집을 소개하는 일본 TV 프로그램들을 좋아한다(세 편 이상 알고 있다...). 거기서 소개하는 집들은 번쩍이거나 실험적인 공간이라기보다 '내 몸에 맞춘' 공간이었다. 이 책도 비슷한 컨셉인 것 같다. 얼핏 보니 다 좋은 집이라서;;; 보면 좀 약오를 것 같긴 한데, 영감을 얻고 참고하기에 좋을 것 같다.

 

 

전주 여행 레시피

 

지난여름 순천-여수 여행을 가는 길에 '칼국수 먹자'고 들른 전주. 몇해 만에 갔는데 골목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베테랑 칼국수 역시 그대로 푸짐했다. 조만간 또 가고 싶은데 참고가 될 것 같다. 아니아니, 블로그에 소개하는 어디 맛집, 어디 멋집 그런 거 말고 책으로 말이죠.

 

 

*

 

하루가 늦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잠자리 들기 직전에 번쩍 떠올랐을 때, 그때라도 썼어야 하지만 예의 그 맛집에 대한 흥분이 남이 있어서 그럴 수도 없었어요. 태국 음식점이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던지.... 태국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사실은 이틀 연속으로 가고 말았어요(네꼬남의 적극 협조 및 동조 고맙습니다). 그런데도 또 가고 싶어요. 엉엉. 연남동 툭툭누들타이. 서울 친구들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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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3-10-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흥, 소문 자자한 툭툭누들타이!! 나도 담에 서울 가면 가볼테얏..
(책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댓글 ㅋㅋㅋ )

네꼬 2013-10-07 12:04   좋아요 0 | URL
언니 진짜 맛있더라고요. 분위기도 흥성흥성. 식당도 그렇고 근처 골목도 그렇고. 한 시간의 웨이팅 보상하고 남더이다.

웽스북스 2013-10-0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툭툭 누들타이 나도 가보고 싶었어요. 같이 갑시다. 같이 또 가요.

네꼬 2013-10-07 12:05   좋아요 0 | URL
추릅추릅. 채식하는 웬디님도 먹을 것 풍성 (공심채 볶음... 아아... 어질)

꿀꿀페파 2013-10-07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확인하고 갑니닷!!

네꼬 2013-10-11 09:35   좋아요 0 | URL
꿀꿀페파님 안녕하세요. 숙제 늦어서 죄송합니다. (꾸벅)

moonnight 2013-10-13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가는 네꼬님의 관심신간^^ 툭툭누들타이 저도 가보고 싶네요. 지방녀는 슬퍼-_-;

네꼬 2013-10-15 17:2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서울 빨리 와서 거기 가 봐요. 돈 많이 갖고 와야 돼요. 그렇게 비싼 건 아니지만 많이 먹게 된다구요. ㅠㅠ
 

예상대로 역시, 가을이 왔네.

 

*

 

 

바늘땀

 

'따뜻한 유머'라는 표현을 다섯 사람에게만 쓸 수 있다면 나는 절대로 데이비드 스몰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리디아의 정원』의 그림이, 이토록 삭막한 어린시절을 견딘 사람에게서 나왔다니. 불행을 이겨냈다는 사실만큼 강력한 자부는 없는 것. 좋아했던 이 작가를 이제 존경하게 되었다. 굿바이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무래도 싫은 사람

 

그래요, 저도 이 책을 읽었습니다. 우선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나한테 할 일은 다 했다는 마음으로(ㅠㅠ) 별 기대는 없이 읽었는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보다 좋았다. 글도 그림도 범범하니 싱겁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로가 되냔 말이지. (아우, 나 진짜 그런 사람 있었어요. 나도나도.)

 

 

에밀은 사고뭉치

 

'사고뭉치'라는 고전적인 표현이 딱 맞는 에밀. 읽으면 하여간 세 번 이상 큰 소리로 웃게 된다. 그중 동네 사람들이 돈을 모아 에밀 엄마한테 주면서 애를 미국으로 보내는 게 어떠냐고 진지하게 권하는 대목이 제일 웃겼다. 린드그렌 여사님은 어쩌다 이런 유머 감각을 갖게 됐을까? 개정판이 나왔다니 반갑다. 개정판으로 사야지!

 

 

어떤 아이가

 

읽고 나면 기분이 좀 이상해지는 동화책이다. 웃긴 것도 같고 무서운 것도 같고 절망뿐인 것도 같고 희망이 있는 것도 같고. 그러라고 만들어진 책 같다. 알쏭달쏭하지만 웃기거나 슬픈 것만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니까. 독후감을 쓰려면 더 오래 생각해야 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어떤 아이가」와 「어른 동생」이, 그리고 그림들이 좋았다.  

 

 

밤이 지나간다

 

다른 분들의 감상을 보니 작가의 예전 작품에 비해 강렬하지 않다고 서운한 기색들도 있던데, 나는 예전 작품들이 좀 무서워서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책에서 비로소 작가가 하려는 말을 똑바로 듣게 되었다. 세상은 고통스럽다. 그런데 어떤 통증은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케 한다. 통증은 비밀스럽고, 비밀은 또 나를 나로 완성시킨다. 그리고 어둠은 '지나간다'. 하지만 긴장해야 한다. 우리 제목은 '밤은 지나간다'가 아니고 '밤이 지나간다'다. 지금 밤인 것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어휴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빠르고 웃긴 것.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것. 심각하지 않은 것. 길어도 후딱 읽게 되는 것. 무엇보다 할아버지 나오는 것!

 

 

 

 

*

그때그때 메모하지 않았더니 읽은 책 몇 권이 벌써 날아간 것 같다. 반성하고 부지런히 써놔야겠다. 결국 그러지도 못하면서 괜히 잘 쓰고 싶어가지고.. 미루다가 이렇게 되곤 한다. ㅠㅠ

 

 

*

집에 시집이 많다. 이 책 저 책 사이에 무심히 두었는데 문득 그렇게 두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고 얇아서 눈에 안 띈다. 잘 읽지도 않는데. 시인들은 열심히 썼을 텐데. 그래서 목장갑을 끼고 먼지를 털어가며 시집들을 한데 모아보았다. 창비시선과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많으니까 번호대로 모으고, 오래 간직하고 있는 것이나 헌책방에서 구한 것 등은 따로 모았다. 백석 김수영 김규동(♡) 전집과 진은영 기형도 시집은 명예의 전당에. 그러고 보니 이거 좋잖아! 시를 잘 모르지만, 심지어 요새 너무 안 읽기까지 한 듯해서 최근의 시집들은 거실에 꽂았다. 그리고 뒷번호부터 읽기로 했다. 가장 신선한 언어들과 함께 가을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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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9-2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진짜 네꼬님이 내 친구라는게 막 자랑스러워요. 난 이런 사람하고 멸치똥도 빼고 쥐포도 뜯고 돈까스도 먹고 그러네. 나는 어쩌자고 이런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고 친구하자고 했을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째려보고만 있었는데, 좋단 말이죠? 알았어요. [바늘땀] 과 [에밀은 사고뭉치] 도 담아가야지. 히히. 물론 나는 [리디아의 정원] 읽고 무슨말인지 몰라 멍때렸지만 그래도 열심히 시도해봐야지. 동화도 그러니까 훈련하면 잘 읽을 수 있게 되는거죠?

네꼬 2013-09-26 23:55   좋아요 0 | URL
다락님, 내 페이퍼 읽고 하는 말 맞아요? 남의 거 읽고 그러는 거 같아; 어느 순간 아차 하는 거 아니죠? ㅠㅠ

글쎄, 다락님도 좋아할진 사실 잘 모르겠지만 ㅎㅎ '창문 넘어... 노인'은 나한텐 아주 재밌는 책이었어요. (다락님 지금 티비에 하정우 광고 나온다. 나 하정우 보면 자꾸 다락님 생각나요. '두번째 사랑'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3-09-2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스몰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저도 늙어서 양로원을 탈출할 힘과 의지가 남아있는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잇태리라는 책속 사진에 이탈리아 할아버지들을 찍은 사진을 봤는데 참 좋더군요. 가서 이 동네 맛집이 어디예요?라고 물어보면서 같이 맥주한잔 하고 싶은 분들이셨어요 ㅎㅎㅎ

저는 어제 율리시스를 읽어볼까 하고 빼들었는데, (네, 조이스의 그 책입니다... 신랑이 sf인줄 알고 착오로 사들인 거대한 두께의 책)책 날개와 서문에 계속 '당신은 읽어낼 수 있다'며 겪려하는 문구가 있길래 겁먹고 다시 책장에 넣어버렸어요 ㅋㄷㅋㄷ

네꼬 2013-09-26 23:5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데이비드 스몰 좋아하실 거예요!

어우, 할아버지 어찌나 왕성하신지, 트렁크 끌고 버스 타시는 데부터 완전 신났지 뭐예요. 만나는 친구들도 죄다 아저씨고 막.. ㅋㅋㅋ 율리시스라니! 도전한 것만도 장한데 아니 그런 격려 뭐야. 어딘가 너 진짜 읽을 수 있니? 라고 조심스레 묻는 것 같은 격려네요!

치니 2013-09-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읽어주는 남자, 요새 잘 안 읽어줘요? 오늘 이쁘게 재정비했으니 함 읽어달라고 하시면서 오붓한 밤을 ~ :)

네꼬 님은 늘 겸손하지만 네꼬 님의 동화책 리뷰를 요렇게 짧게만 읽어도 냉큼 저기 있는 책 다 사고 싶게 만든다고요.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실까나. '바늘땀'이 그중 젤로 읽어보고 싶어요.

네꼬 2013-09-27 00:01   좋아요 0 | URL
치니님, 시 읽어주는 남자 아니고, 시 읽어주는 여자였죠! 제가 또 시 낭송이라면 일가견... 이라고 하지만 그러니까 네, 외칩니다. 시 웅변? 오붓한 밤 좋지만, 북콘서트에 이어 오늘은 출간 모임... 아우우우~ (늑대가 되어 보았어요.)

치니님, 저 좋아하시는 마음 그 마음 그 사랑 변치 마세요. ㅠㅠ 저... 저 제가 잘할게요! (뭐래)

레와 2013-09-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문 넘어 도망친 할아버지는 미리 읽기로 쫌 맛보고 깜빡 잊어버렸던 책인데, 네꼬님 재미있단 말이죠?! 알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 내 당장 읽어볼게요!! (회사 창문 넘어 뛰어가는중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누구에게나 한명씩은 있다니.. 아휴.
오늘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맛이 써요. 잉..

다락방 2013-09-27 13:43   좋아요 0 | URL
일단 나한테는 아닙니다.

네꼬 2013-09-30 20:57   좋아요 0 | URL
응 재밌어요. 나한테는 그랬어요.

그리고 레와님. 물론 누구나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왜 그런 생각을 레와님이 해요? 돈 워리. 입맛 쓸 일 없어요! (안 그래요 다락님? ㅎㅎ)

레와 2013-10-01 09:4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신간평가단 '관심 신간' 페이퍼 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새로운 달이 빨리 온다...(이제 처음으로 한 달을 보냈는데 허허.).. 또 신간이 참 많기도 하다....(어렵습니까, 출판계, 정말입니까.).. 그리고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름대로 꽤 신중하게 책들을 살펴보고 페이퍼를 쓴다. 다른 분들도 그럴 텐데 굳이 이런 말을 쓰는 건, 처음엔 그럴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간을 쓱 훑어 보고 관심 가는 거 있으면 찜해서 쓰면 되지, 라고 태평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그게 아닌 거다. 은근히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보고 놀란다(일할 때도 그러지 않았는데!)... 말 그대로 내 나름대로일 뿐이지만, 정말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보고 싶은 책과 다른 분들도 보면 좋아할 것 같은 책을 구분해야 되고, 실용서라 해도 요즘 세상과 연결해서 할 애기가 많은 책이었으면 좋겠고, 안 그래도 인기 있을 책과 응원하고 싶은 책도 구분해야 되고, 그러면서도 어느 쪽이든 책을 쓰고 만든 사람들이 역차별을 안 받았으면 좋겠고(... 그만해!)

 

죄송해요. 마감 두 시간 전에야 이렇게 씁니다, 페이퍼.

 

*

 

자동차와 거짓말

 

지난달 페이퍼 쓸 때는 이 책을 보지 못했다. 서지정보를 보니 출간일이 7월 31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혹시 해당 도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책 소개를 봐서는 꼭 보고 싶다. 자동차 1900만 시대라는데 나만 해도 운전을 시작하지 십여 년이 되어 가지만 차와 운전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자동차 전문 기자가 업계의 비밀과 거짓말을 털어놓는 책이라니 관심이 간다. 읽고 좋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선물해 주고 싶은 그런 종류의 책이다. (좋으면!)

 

 

다정 선생님의 반찬 수업  

 

 사거나 선물받아서 갖고 있는 요리책이 몇 권 있는데, 어쩌다 보니 대부분 유명 블로거들의 요리책들이다. 그런 책들은 메뉴도 조리법도 어렵지 않은 것이 장점인데, 대신 가끔은 누가 차근차근 요리의 기본과 원리 같은 것들을 알려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미리보기를 보니 조리도구 선택, 장보는 요령, 재료별 염두 맞추는 비율 등이 바로 내가 바라는 대로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미리보기에선 못 봤지만 '재료 다듬기'까지 알려준다니, 실용적인 책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365 샐러드

 

나와 남편은 모두 술과 고기를 좋아한다. 과일은 맛있으면 먹는데, 채소는..... 죄책감에 먹는다. 우리 이 정돈 먹어야 돼, 하는 심정으로. 나물 반찬은 손이 너무 많이 가고 할 수 있다면 샐러들을 많이 해서 먹고 싶은데 아는 드레싱이 몇 개 없고, 재료도 늘 거기서 거기. 다양한 샐러드 구경도 하고 따라서 만들어 보면 좋겠다. 체질 개선을 위해 음식 조절을 하고 있는 ㅇ ㄷ ㅇ 님한테도 좋지 않을까요? ㅇ ㄷ ㅇ 님 보고 있어요?

 

 

어이없는 놈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1회 수상작이 책으로 나왔다. 기존 동시들과 다르다고, 아이들 눈에 맞추었다고,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책 소개에 나와 았다. 사실 이런 말들은 거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어서 다른 동시집 소개에서도 자주 쓰인다. 그런데 나는 김개미 시인의 시들을 다른 자리에서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저 소개들이 결코 거짓이 아닐 거라고 믿고 있다.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사는 곳도 생김도 다르고 또 비슷하다. 전세계 사람들이 그렇다. 달라서 동경하거나 무시할 것 없다. 다르다는 걸 알고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 요 단순한 진리를 어린이들과 함께 얘기해보고 싶다. 이 책이 그런 책인 것 같아서 보고 싶다. 어쩐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좋은 그림책일 것 같다.

 

*

 

8월에 출간된 유아 / 어린이 / 좋은 부모 / 가정 요리 뷰티 / 건강 취미 레저 / 여행 분야 책들을 살펴보다가 세 가지 생각이 났다.

 

1. 얼마 전 만난 독일 사는 어떤 분이(한국인) 딸에게 ㄱ,ㄴ,ㄷ을 알려줄 수 있는 포스터 예쁜 거 어디 가면 살 수 있냐고 물으셨다. 모 서점에 가니 A B C는 수입품으로 예쁜 것들이 있는데 한글용은 없다며... 마침 8월 신간중에 있는 '학습벽보'들을 보다가 우왕... 내가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by 네꼬, 단어 선택 by 네꼬. 아 아 아녜요.

 

2. 그 프로그램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착한 식당'이란 말이 싫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이나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깨끗하게 조리하며 손님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식당, 그러면서도 비싸지 않은 식당이 아닐까?(값에 대해서 직접 나오진 않지만, 고급식당은 찾아가지 않는다 =_=) 만일 그런 식당이 있다면 '정직한 식당' 정도로 부르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착한 식당'에 부합되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값에 반영되지 않거나 제대로 계산되지 않은 노동이 포함된다. 노동은 정직할 수 있지만 착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 볼 때마다 되새기는 우리 부부의 결론.)

 

3. 북유럽! 북유럽! 그만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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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9-0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유럽, 북유럽이 왜요!! 완전 궁금해요!!

아무개 2013-09-09 12:21   좋아요 0 | URL
북유럽, 북유럽이 왜요!! 완전 궁금해요!! 2.

네꼬 2013-09-12 09:3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아무개님
저는 북유럽 디자인이 좋지만, 너무들 북유럽 북유럽 갖다 붙여서..... 지긋지긋해요. ㅠㅠ 여기 가도 북유럽 저기 가도 북유럽.

시...실망시켜 드렸나요. ㅠㅠ

또치 2013-09-0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나도 신간 살펴보면서 '그놈의 북유럽...!' 했어 ㅠㅠ
딱히 북유럽 것이라 주장할 수도 없는데 북유럽 자수라고 하고
인테리어 쪽으로는 북유럽 안 붙으면 장사도 안되나, 다들 왜...

네꼬 2013-09-12 09:37   좋아요 0 | URL
요새 예쁘고 쓸만하게 나오는 물건들은 이른바 북유럽 스타일 디자인 모양새잖아요. 북유럽 디자인이 예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서 다 끌어다 쓰는 건 좀 이상해요. 흑. 왠지 나도 유행 따라 좋아하는 것만 같아서(사실일 수도 있지만) 주저하게 돼요.
 

초등학생이 엄마한테 뺨을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고, 뉴스와 신문에서 알렸다. 내가 먼저 본 건 뉴스였는데 논조랄 건 없었지만 아이가 엄마한테 욕을 해서 엄마가 뺨을 때렸다며 이상하게도 살짝 한쪽을 편드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곤 지나가듯이, 경찰이 본 아이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코피를. 엄마한테 뺨을 맞아서 코피를. 신문에는 좀더 어조가 있었다. 어느 신문에서 보면 아이가 아주 함부로인 것 같았다. 게임하고 있는데 밥 먹으랬다고 엄마한테 욕을 하고 맞았다고 신고를 하다니. 그런데 다른 신문을 보니 엄마가 술 문제로 가족 안팎으로 갈등이 많았고, 아이도 자주 때렸다고 한다. 아이는 열 살. 초등학교 3학년. 열 살. 알콜중독과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열 살. 그래도 그렇지 엄마한테 욕을 한 건 잘못이다, 라고 말하는 건 비겁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두 번째 신문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아이의 사정을 알아줄까?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된, 커서 뭐가 될지 걱정스러운 '요즘 것'이 아니라, 지금 처지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어떤 꼬마로 그 아이를 기억해줄까.

 

*

 

공교롭게도, 미크의 아빠는 알콜중독자다. 언제나 숙취에 시달리거나 술에 취해 있거나 둘 다인 상태란 뜻이다. 미크에게는 지금 엄마가 없고 아주 멋지고 자상한 형이 있다. 수업이 끝나면 미크는 서둘러 집에 가는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집에 형이 먼저 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아주 천천히 걷는다. 미크에게는 형이 전부다. 그런데 그 형은 점점 더 자주 집을 비우고, 미크는 아빠 옆에서 더욱 혼자가 된다. 미크의 사정을 알게 된 사회복지국에서 미크와 아빠를 격리하면서 미크는 한동안 시골 마을에서 혼자 사는 고모와 지내게 된다. 그 마을에서 미크는 고모에게 사랑을 받고, 괴팍하고 꼭 그만큼 푸근한 이웃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곳을 사랑하게 된다.

 

절망에 늪에 있던 미크는 새 가족과 이웃을 얻었다. 어린이가 겪기에는 이미 충분한 절망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야기의 겨우 절반이다. 발버둥치며 거부했는데도 미크는 법에 의해서 위탁가정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은 상상 이상의 학대가 기다리고 있는 지옥이다. 탈출 계획은 좌절되고, 보복이 가미된 학대가 미크를 덮친다. 사회복지국 직원들은 미크의 말을 믿지 않는다. 마침내 탈출에서 성공했을 때 미크는 고모를 찾아가서 말한다. 무덤에서 나왔다고.

 

이제 고모도 있고 마을 사람들도 있으니, 미크를 학대한 사람들은 벌을 받고 미크는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사회복지국에서는 탈옥수를 찾듯 미크를 쫓고, 미크는 친구들과 함께 탈출 계획도 세우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저 홀로 오로지 홀로 법에 맞선다. 목숨을 걸고.

 

절망 다음에 희망이 왔는데, 어떻게 다시 절망이 찾아올까. 그것이 분해 운 날이 나에게도 많았다. 미크도 그랬을 것이다. 늪이 지났는데 왜 다시 늪이 나오는 거지. 무덤에서 나왔는데 왜 지옥이 있는 거지. 절망은 단순히 겹겹이 있지 않고, 절망 다음 희망 다음 절망 다음 희망으로 겹쳐 있다. 죽음 다시 삶 다시 죽음 다시 삶으로 겹쳐 있는 낭기열라, 낭길리마처럼.

 

*

 

미크가 절망을 견딜 때 가슴에 새긴 이야기는『사자왕 형제의 모험』이었다. 미크 자신은 스코르빤이었고, 형은 요나탄이었다. 그를 품어준 시골 마을은 낭기열라, 벚나무 골짜기였을 것이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병약한 스코르빤과 근사한 형 요나탄이 죽음 뒤에 도착한 낭기열라에서 겪는 모험 이야기다. 죽음은 절망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낭기열라는 거대한 절망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런데 이 세계는 오히려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해, 스코르빤의 병은 치유되어 있고 요나탄은 영웅이 되어 있다. 여기서 펼치는 그들의 모험은 다시 한번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두렵고 절박한 것이다. 이들은 슬프거나 두려워서 또는 절망 때문에 미치지 않으려고 모험의 한가운데서 직진으로 달리고 마침내 또 한번의 죽음 끝에 더욱 빛나는 다음 세계, 낭길리마의 문을 연다. 물론 다음에는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죽음이 한 번이 아니라는 것은 삶이 한 번이 아니라는 뜻이다. 절망과 희망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 있는 것, 목숨을 걸고 나아가는 것이다.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바쳐진 작품이면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준 아름다고 위대한 판타지를 현실에서 격렬하게, 처절하게 실현해낸 이야기다. 두 작품은 공히 말한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두려울 때 피하지 않는 것이 용기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된다고.

 

*

 

그 열 살이 언젠가 이런 작품들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속 편한 먹물의 소리가 될 것이다. 다만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그 열 살이, 이 사실만은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팩트를 전한답시고 "엄마 욕하다 뺨 맞은 초등학생, 경찰에 신고" 같은 헤드를 뽑은 기사들, 싹수가 어떻다는 댓글들은 용기와 상관 없이 그냥 쓰레기다. 구겨서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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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8-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읽을래요. 네꼬님이 써준 저 글만으로도 어쩐지 울 것 같아. ㅠㅠ

네꼬 2013-08-09 15:37   좋아요 0 | URL
다락님 울 텐데. ㅠㅠ 책 소개에는 유머도 있다고 하는데, 유머도 약간 슬퍼요. ㅠㅠ 그렇지만 훌륭한 소설.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복사해서 붙인 거 아니에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왕창 축하해요!

다락방 2013-08-09 15:53   좋아요 0 | URL
어므낫. 고마워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아 네꼬님이 이렇게 페이퍼 써주니까 난 진짜 넘흐 좋아!! >.<

moonnight 2013-08-10 12:59   좋아요 0 | URL
어멋 다락방님 생일이구나. 축하드려요. ^^ (울다가 웃었어요. ㅠ_ㅠ;;;)

네꼬 2013-08-13 12:22   좋아요 0 | URL
다락님 아직 생일 주간이죠? ㅎㅎ

moonnight 2013-08-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어쩌나. 마음이 너무 아파요. ㅠ_ㅠ;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데 그 귀한 아이를... 네꼬님 말씀대로 그런 처지가 된 건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ㅠ_ㅠ;;;; 두 권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눈물바다 될 것 같아요. 우엉. ㅠ_ㅠ;;

네꼬 2013-08-13 12:22   좋아요 0 | URL
우엉. 눈물바다 보증하죠. 그런데 읽고 나면 이상하게 기운이 좀 나요. 문나잇님은 착해서 더 울지도..? =_=

moonnight 2013-08-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글 너무 좋아요. 훌쩍. -_ㅠ;

네꼬 2013-08-13 12:23   좋아요 0 | URL
꽥꽥. 부끄러워서 오늘은 오리 소리를 내 보았어요.

아른 2013-08-1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용기가 안나서 못 읽고 있어요 ㅠㅠ

먹물 하시니 찰스 부코스키가 생각나요^^

네꼬 2013-08-13 12:26   좋아요 0 | URL
아른님, 저 찰스 부코스키 찾아봤잖아요. ㅎㅎ 진짜 먹물인 거잖아요. ㅎㅎㅎ

"얼어도 멀어도 비틀거려도"는 저도 어쩐지 미루다가 읽었어요. 엄두가 안 났거든요. 근데 걱정만큼 슬프지 않고(?) 따뜻하고 유머도 있어요. 아른님 독후감도 기대 되어요!

서니데이 2013-08-14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왕 형제의 모험>, 저 샀어요.^^ 두 권 중에서는 그 책부터 읽어야 할 것 같아서요.

네꼬 2013-08-22 20:14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제가 댓글을 늦게 봤네요! 재밌게 읽으셨나 모르겠네요. 울지 말고 끝까지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