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지난주 수요일부터 네꼬남 휴가였다. 같이 실컷 바닷가를 누비고 놀고 먹는 휴가를 보내고 어제는 마무리로 "설국열차"까지 봤다. 그러자 어젯밤부터 약간 우울하다. 휴가가 끝났는데 나는 갈 데가 없어. 남편은 출근했는데, 나는 뭐 하지? 뭐하긴, 관심 신간 페이퍼 쓰지.

 

*

 

어린이책 중 관심 가는 신간.

 

 

김선정 작가의 "최기봉을 찾아라!"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엔 이 작가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한다. 우왕. 때도 적절하게 방학에 읽는 "방학 탐구 생활", 재밌을 것 같다. 제목과 표지, 책 소개 등에서 기대하게 하는 대로(목차 봐라 ㅎㅎ),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어린이들을 재밌게 놀게 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게, 나도 그게 참 궁금했다. 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 학교 다닐 때 배운 역사 속에서 세 나라는 싸운 얘기, 아니면 우리가 문물을 전해준 얘기밖에 없었다. 어디 멀리 가기도 어려운 조건에서 가까운 나라들과는 아기자기한 교류도 있었을 법한데. 목차를 보니 나한테도 공부가 꽤(보다 많이) 될 것 같아 궁금하다.

 

 

 

 

 

 

김기정 작가가 백석의 시「박각시 오는 저녁」을 모티프로 한 동화를 냈단다. 시를 찾아 보니 시작이 이렇다.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박각시와 주락시는 곤충 이름이란다. 이상하지 백석이 당콩밥 가지 냉국, 이런 말을 하면 어째서 금방 서늘해지는지. 김기정 작가의 오랜 사랑도 궁금하고, 장경혜 화가의 그림도 궁금하다.

 

 

 

 

 

 

 

가정/요리/뷰티에서도 한 권 골라 봤다.

 

술과 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왜 과일 책을 골랐느냐... 하면, 이 시리즈로 나온 "고기 수첩"이라는 책에 깊이 감명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살펴본 바 이 시리즈(구르메 수첩)의 필자들은 대개 믿음이 간다. 그리고 "고기 수첩"은 본문 편집도 보기 좋고 설명도 간결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미리보기로 보니 이 책도 좋을 것 같다.

 

 

 

 

 

 

 

 

이어서 여행 분야에서 또 한 권.

 

한겨레 신문에서 이 책 소개를 보고 좀 궁금했다. 기사에도 제인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을 카피로 뽑았던 것 같은데, 아시다시피 이 구절은 백석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나도 통영 여행 때 그 시를 떠올렸으니, 어쩌면 이젠 일상적인 표현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왠지 백석이 한 말이라는 게 표지 어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그냥 나의 좁은 속 때문이겠지? 책이 궁금해서, 처음 느꼈던 어딘가 삐딱했던 마음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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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수-순천은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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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8-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가를 즐기고 오셨군요. 부러워라~~~@@
저는 고3 엄마고, 인천으로 간 남편이 뭘 가지러 다시 내와서 그냥 방콕했습니다~ ㅠㅠ
그래도 '우왕~ 추천신간 2권이 겹쳐~헤헤~ ' 웃고 갑니다!

네꼬 2013-08-09 15:44   좋아요 0 | URL
네! 휴가 완전 잘 먹고 잘 놀고 왔어요. 으왓, 누구랑 겹칠까 봐 일부러 남의 페이퍼는 안 보고 썼는데 두 권이나 겹치는군요. ㅎㅎㅎ 화이팅(응?)

BRINY 2013-08-0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가 끝나고 갈데가 없어서 서운하신가요?
전 부럽기만 한걸요. 딱3일 여행 다녀오고나서는, 그냥 3일간 집에서 먹고 자고 할걸 그랬나하고 후회했다죠.

네꼬 2013-08-09 15:45   좋아요 0 | URL
BRINY님 근데 저도요, 막 놀고 왔는데 그래도 집이 좋더라고요. 놀 때도 좋았는데.. 아.. 나는 집에서도 노니까 그런 건가..? (저는 요사 날마다 집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예요. ㅠㅠ)

moonnight 2013-08-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소녀는 여행 중에도 시를 떠올리시는군요. 오오. 멋지다. +_+; (그 구절이 백석시인의 시에서 따온 거로군요. 평전까지 읽었는데 생소한 일인. 시무룩. -_-;)

참, 네꼬님이 추천해주신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샀어요. 오늘 도착했는데, 와, 생각이상으로 좋았어요. 내용도 충실하고, 게다가 그림도 예쁘구요! >.< 잠깐 살펴보면서도 침이 꼴깍꼴깍 @_@;;;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

네꼬 2013-08-09 15:46   좋아요 0 | URL
허허허. 소녀일 땐 아니었지만. 허허허. 얘기가 어떻게 그렇게.. 허허.

오 그쵸,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그림이 고전적이고 예뻐요. 심지어 면지도 예쁘죠.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에헴, 저 잘했네요. 에헴.

서니데이 2013-08-06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다녀오셨군요. (아~~ 부러워라.)
첫번째, 두번째 책은 제목만 보고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요. ^^ (댓글쓰다 궁금해서 미리보기 빨리 보고 왔어요.)

네꼬 2013-08-09 15:47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안녕하세요? 저도 찾다 보니 다 궁금했어요. 리뷰 대상 도서로 안 주면 결국 사야 될지도. ㅠㅠ 신간평가단이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앞으로 책만 더 많이 사게 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어른들의 현실 인식이 지나치게 단층적이고 상투적일 때 아이들의 눈은 어른들이 보는 것과 다른 진실을 본다. 어른의 눈은 상식으로 흐려져 있지만 아이들의 투명한 눈은 다른 진실을 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아이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언어라는 표현 수단을 포기하고 이른바 '문제 행동'이라는 표현 수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어린이 문학의 존재 의의가 있다. 어린이 눈으로 사물을 보고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린이 문학의 과제이다. 이 과제는 어른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고, 어린이의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그 사이의 갈등을 극복함으로써 달성된다. 이 책에서 다룬 작품들을 읽어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책'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는 '어린이를 위해서' 어른이 쓴 책도 있다. 그러한 책의 존재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흥미를 가지는 것은 앞에서 말한 의미에서의 '어린이책'이다. 그것은 '어린이의 눈빛'을 잃지 않은 어른이 쓴 책이며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책이다. 현대 사회의 특성을 생각할 때 이러한 책의 존재 의의는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12-13쪽)

 

『어린이책을 읽는다』를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심리학자가 읽어 주는 어린이 문학'이고, 뒷표지에서는 이 책을 "융 심리학의 권위자가 분석한 어린이 문학의 대표작 12편에 담긴 어린이 심리 세계와 삶의 진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심리학(특히 정신분석학)으로 어린이책을 분석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 것이 1996년,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도 벌써 2006년의 일이니까 그간 내가 듣거나 읽은 이야기 중에 알게 모르게 영향받은 것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와 눈이 번쩍 뜨이네!" 할 정도로 신선하지는 않다. 책에서 분석한 작품들도 일부는 국내에 아예 소개되지 않은 것들도 있고 심지어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어서 살짝 건너뛰어가며 읽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책이지만.

 

그런데 정작 내가 이 책에 충격(?)받은 것은, 저자 가와이 하야오가 2002년 일본 문화청 장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2007년 작고한 그는 생전에 일본 사상계에서 존경받는 지성이었고, 그 영향력도 무척 컸다고 한다. 검색해 보니 지난 5월 무라카미 하루키가 18년만에 독자와의 만남을 가진 것이 가와이 하야오 재단의 초청에 의한 거라고 한다. 가와이 하야오와의 각별했던 교분 때문이라고.

 

이웃나라에서는 "아이들은 언어라는 표현 수단을 포기하고 이른바 '문제 행동'이라는 표현 수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어린이 문학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현대 사회의 특성을 생각할 때 이러한 책의 존재 의의는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쓴 할아버지가 문화청 장관을 지냈다니.... 어딘가 아득한 기분이 든다. (...이거 눈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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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아쉽다고 느꼈는데, 번역이 한결 잘 되었으면 '따분'한 대목은 없었으리라 생각해요. 가와이 하야오라고 하는 분이 쓴 책이 한국말로 꽤 많이 나왔답니다. 절판된 책도 퍽 많지만, 하나하나 찾아서 읽어 보시면, 생각깊이와 마음씀씀이를 잘 헤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네꼬 2013-07-29 11:03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안녕하세요? 전 번역에는 불편함을 못 느꼈어요. 내용중에 공감 안 가는 부분이 더러 있어서 건너뛰었지요. 그러고 보니 저자의 책이 제게도 또 있더군요. 늘 그랬듯 읽다 말다 했던 게 문제였던 거죠 ㅎㅎ

moonnight 2013-07-28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엉 눈물 맞나봐요. 이 괴리감은 뭐죠? 저역시 아득한 기분.ㅠ_ㅠ (오늘 축구도 졌어요. 라고 얼토당토않은 징징;;;)

네꼬 2013-07-29 11:0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한테도 보였어요 내 눈물? ㅠㅠ 이런 생각하면 못난 건 줄 알면서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죠;; 크앙. 나 이 댓글 다는데 괜히 라떼 먹고 싶어서 외출하기로 결정. (나도 얼도당토않은 징징;; )

서니데이 2013-07-29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이름 어디서 봤는지, 찾는 중입니다. 아직 못 찾았습니다. ;; 책 소개 찾아봤는데, 어쩌면 아는 책도 있겠다 싶어요. 전에 집에 에리히케스트너 동화책이 있었거든요. 시간이 흘러 기억도 찾아야 할 지도... ^^;


네꼬 2013-07-29 11:05   좋아요 0 | URL
어휴 서니데이님, 캐스트너는 짱이죠. 저도 이 책에서 맨처음 "하늘을 나는 교실" 분석을 했기에 읽기 시작했거든요. 그나저나 가와이 하야오는 임상심리학자로 더 이름이 높나 봐요. 게다가 어린이책까지! (기사 검색해 보니 막 예술가 필이..)

밤의숲 2013-07-2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아아앙! 네꼬님의 글에는 댓글을 안 달래야 안 달 수가 없군요. 진지한 씨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둘 다 저 역시 좋아하는 책! 의외로? 저는 네꼬님과 취향이 비슷하군요. >_< 가와이 하야오 센세 글은 확실히 뭉클, 울컥할 때가 있어요. <그림책의 힘>도 좋고요.(다른 분들이 쓴 글도 좋지요.) <콤플렉스 까페>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헤헷.

네꼬 2013-07-29 11:07   좋아요 0 | URL
밤의숲님 안녕하세요? 어째서 의외입니까! 제가 취향이라 할 만한 게 없어서.... 그렇지만 밤의숲님이 고르신 책들 보면서 저도 어머! 할 때 있어요. ㅎㅎ 그러게 그러고 보니까 저한테 "그림책의 힘"이 있더라고요. 무려 구입씩이나 해놓고 읽다 말다 했지 뭐예요.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이제 "그림책의 힘" 마저 읽어보려구요. "콤플렉스 까페" 찜하겠어요!
 

아기들은 처음에 눈앞에서 엄마가 안 보이면 당황한다고 한다. 엄마가 완전히 없어진 줄 아는 것이다. 그러다 엄마가 나타나면 안심한다. 그러다 엄마가 안 보이면 또 가슴이 미어진다. 엄마가 보이면 안심한다. 엄마는 있는 엄마(=좋은 엄마) Vs 없는 엄마(=나쁜 엄마)로 나뉜다. 그러다 눈앞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엄마는 늘 엄마라는 걸 알고 나면 마음 놓고 제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성장의 한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나는 아기가 아니기 때문에 진짜로 아기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이론이 대략 맞는 것 같다. 더 자라서 똑같은 일이 이번엔 자기 자신에게 일어났을 때, 그러니까 나 자신이 어떤 때는 좋은 사람이고 어떤 때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당혹감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럼 나는 둘인가? 아니다. 좋은 나도 나고 나쁜 나도 나다. 나를 좋은 사람으로만 여기거나 나쁜 사람으로만 여기면 성장할 수 없다(병에 걸리기 쉽다). 성장을 위해서는 분열도 통합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

 

 

<몬스터 콜스>에서 코너의 엄마는 암투병 중이다. 코너는 다른 여자와 결혼해 떠난 아빠 대신 엄마 곁을 지킨다. 아직 어리므로, 그 자리에 착하게 있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해 간병하는 것이 된다. 학교 선생들은 그런 코너를 과도하게 배려하고, 못된 아이들은 코너의 엄마가 대머리라고 놀린다. 심지어 밤이면 몬스터의 방문을 받는다. 동네 묘지의 커다란 나무가 몬스터가 되어 코너를 찾아오는 것이다. 몬스터는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면서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해야 한다고 한다. 몬스터의 말에 의하면 그 네번째 이야기는 "네가 감추는 것,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에 뿌리를 박고 살았던 몬스터는 저 먼 옛날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마을에서 일어난 모순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랑하는 여인을 스스로 살해하고 마녀의 소행으로 몰아 왕국을 지킨 왕손 이야기, 착했던 목사가 자신의 딸들을 살리기 위해 그토록 강고했던 신념을 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벌을 받는 이야기, 보이지 않아 외로웠던 사람이 자신을 보이게 한 다음 더욱 외로워진 이야기.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며 코너는 혼란에 빠진다.

 

'코너 자신이 부른' 몬스터는 그러니까 코너의 다른 이름이다. 거부하고 싶은 나의 다른 면. 몬스터를 대면한 뒤 엄마를 걱정시킬 만큼 '착한 아이'였던 코너는 몬스터조차 '제대로 된 파괴'라 인정할 정도로 분노를 폭발시킨 다음 비로소 균형을 찾는다. 그리고 진실을 고백해야 할 순간을 맞는다. 그것은 바로 자기 안에 엄마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엄마가 죽어서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254면) 코너는 그 사실을 인정한 뒤에야 마음 깊은 곳에서 "엄마를 보내기 싫어요." 라는 완전한 진실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코너는 힘든 길을 걸었다. 두 개의 나를 마주하기 위해 걷는 길. 둘러서 갈 방법조차 없는 혹독한 성장의 길이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길이었다.

 

*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은 좀 다른 면에서, 아주 많이 다른 방식으로 두 개의 나를 이야기 한다. "그 이름에 걸맞게 더없이 진지하고 성실한 신사" 진지한 씨는 자기 집에 사는 유령과 우연히 맞닥뜨린다. 진지한 씨가 대대로(할아버지 진지함 아버지 진지해) 살고 있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주인의 모습을 하고 살아왔다는 유령은 집주인이 자고 있는 동안 집안 공기를 휘젓고 다니면서 공기가 너무 굳어 버리지 않도록 풀어준다는 것이다. "진지한 성격이 자꾸만 뒤틀리고 비꼬여, 결국에는 뒤틀린 화석 같은 고집불통이 되어"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유령도 진지한 씨도 이 문제에 대해 사뭇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웃음을 참을 도리가 없다.

 

서로 얼굴을 튼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은 쪽지와 선물을 주고받다가 때로 함께 체스를 두는 사이까지 된다. 덕분에 회사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던 진지한 씨는 지각을 하고 허둥대는 등 빈구석이 노출된다. 그러자 그간 진지한 씨와 거리를 두었던 회사 사람들이 그에게 호감을 갖고 말을 붙이며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한다. 나중에는 아예 유령 선생이 진지한 씨로 가장해 출근을 하고(몸이 자꾸 둥둥 뜨기 때문에 신발에 바둑알을 넣어야 했지만), 진지한 씨는 집에서 빈둥대며 시간을 보낸다. 이제 진지한 씨는 '적당히 진지한 신사'가 되었지만 역시 세상에는 한 발 한 발 조금씩 내딛기로 한다. 여전히 함께 영화를 보고 춤을 추면서 진지한 씨와 유령 씨는 즐겁게 산다.

 

정색을 하고 나누는 대화와 묘하게 긴장되는 전개, 거기 걸맞게 진지해서 더 웃긴 그림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데, 책장을 덮고 나면 아닌게 아니라 꽤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코너에게 몬스터가 그랬듯이 진지한 씨에게 유령 선생은 빈틈 없는 자신의 빈틈이다. (악, 이말 제가 지어냈는데 멋있는 것 같아요! 약간 겉멋..) 낮이 아니라 밤에 나오는 나, 따박따박 걷지 않고 둥둥 떠 있는 나, 필요한 말만 하지 않고 허술한 농담을 하는 나. 그런 나 덕분에 질서 있는 삶이 자칫 경직된 삶으로 변질되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친구를 사귀고 세상과 가까워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씨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그 유령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진지한 씨는 어디까지나 진지한 씨인 것이다.

 

 

*

 

묵직한 외형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던 <몬스터 콜스>를 뒤늦게 읽으면서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이 떠올라 다시 읽어 보았다. 나는 무엇보다 유머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조그마한 감동에도 예민하게 대응한다. 두 개의 나 모두 나다. 덕분에 친구들에게 두 권을 함께 소개할 수 있으니, 지금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자화자찬으로 서둘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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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7-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몬스터 콜스 읽다가 눈물을 줄줄 흘렸었는데, 네꼬님의 페이퍼 읽으니 그 때 생각이 나면서 또 울컥해요. ㅠㅠ
저는 할머니가 소년에게 그러잖아요. 열네살 아이가 학교 끝나고 돌아와서 설거지 하고 그러는 게 정상은 아니라고(뭐 이런 뉘앙스). 그 때 아주 그냥 폭발할 것 같았어요. 아 이 말 쓰는데 또 코끝이 찡해져요. ㅠㅠ 울것 같다 ㅠㅠㅠ 그리고 몬스터에게 자신의 진심을 인정하는 부분이요. 그거 인정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나쁜 자식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렇지만, 이 고통이, 이 괴로운 생활이 끝나기를 바라는 게, 그게 나쁜건 아니잖아요. 그쵸? 어휴.

네꼬님이 이런 페이퍼를 써줘서 너무 좋아요. 앞으로 이런 페이퍼를 자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막 신나기도 하고요. (은근한 협박)

네꼬 2013-07-26 17:35   좋아요 0 | URL
전에 다락님이 '몬스터 콜스' 읽고 나보고 분명 울 거라고 했잖아요. 응, 진짜 울었어요. ㅜㅜ 저도 다락님처럼, 코너가 너무 어른스러워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몬스터가 반가웠을지도 몰라요. 고통의 끝을 기다리는 게 어떻게 나쁜 일이겠습니까. 읽으면서 다락님 생각 많이 했다오.

은근한 거 아니고 대놓고인 거 같은데 왜죠!

moonnight 2013-07-2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스터 콜스는 네꼬님 글만 읽어도 막 마음이 아파요. ㅠ_ㅠ; 그나저나 네꼬님 글 정말 잘 쓰세요. (새삼스레 감탄;;;) 저도 은근한 협박 2 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읽게 해 주세요. 헤헤 ^^

다락방 2013-07-26 17:07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도 페이퍼 써줘요! 꽥!!

네꼬 2013-07-26 17:36   좋아요 0 | URL
내 말이 그 말이라고요. 문나잇님은 우리 마음을 모르십니까! 꽥꽥!

2013-07-27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8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8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8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9 0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9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3-07-2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100번 누를 수 없게 해둔 알라딘은 각성하라!

네꼬 2013-07-28 16:56   좋아요 0 | URL
으헤헤. 댓글에 공감 버튼 없는 알라딘은 각성하라! (낄낄)
 

아침에 이불을 빨아 널고 책을 읽다가 베란다 순시를 갔다. 날씨가 계속 눅눅하던 차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언니한테 얻은 제습기 덕인가, 몇 시간 만에 이불들이 마... 말랐어!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창밖을 보니 술보다 안주보다 귀한 햇볕이 짱짱하다! 창을 열어 보니 심지어 바람이 살랑 들어온다. 온집안의 창문이란 창문을 활짝 열어 실컷 햇볕과 바람을 받았다. (빛의 속도로 빨래도 한판 더 돌렸다.) 쨍하지 않아도 햇볕이 반갑다. 모처럼 청량한 바람에 마음까지 시원하다. 이런 날 빨래를 두 번 하다니. 역시 노니까 좋구나.

 

*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즈의 장광설(네꼬남은 허장성세라 표현했다)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정신 못 차리고 푹 빠져서 읽었다. 인상적인 구절이 많아 포스트잇을 여러 군데 붙였는데, 나중에 보니 요즘에 적용해도 이상하지 않은 구절들(못돼 처먹은 귀족들에 대한 묘사)이 대부분이다. -_- 뻔한 말이지만 고전은 그래서 죽지 않는 거였다. 그나저나 결국 사랑 이야기였잖아! 이야기 끝에 가서야 표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고는, 내가 가졌던 선입견에 혼자 놀랐다. '숭고하다.' 그의 선택에 평소에 쓰지 않던 이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곰브리치 세계사>

 

청소년을 위한 세계사 입문서. 어렸을 때 "이야기 한국사"를 무척 좋아했던 생각이 나서 (물론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디 믿을 만한 이야기 역사책 없나 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예술사조차 밑줄을 그어가며, 메모를 해가며, 낄낄대며 읽게 하는 곰브리치 할아버지이니 오죽하겠냐, 하는 기대로 샀는데 알고 보니 이건 그의 첫 책이고, 수십 년 지나 인생의 마지막 작업으로 직접 영역본을 준비했다 한다. 어쨌든 그 "말빨"은 젊을 때도 그랬나 보다. 읽다가 쉬는 시간을 정하기 어려울 만큼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역사 이야기 아닌가. 구도는 복잡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쉬지 않고 등장하며 극단적일 만큼 드라마틱한데 바로 오늘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 (마지막엔 가슴이 아프기까지 하다.)

 

 

<할아버지의 천사>

 

내가 학교 가는 걸을 때, 장난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어른이 되어 장난 치지 않았는데도 위험과 고통 속에 놓였을 때, 인생의 고비를 지날 때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했단다." 인생에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분명히 너를 지켜주고 있다. (그 누군가는 우정이기도 사랑이기도 가족이기도 신념이기도 하겠지.) 간결한 그림과 더 간결한 글이 웃음과 눈물을 함께 주는 책이다. 

 

 

 

<어기야 디야, 펭귄 탐험대>

 

사이토 히로시는 내가 엄청 좋아하는 책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있어와 루돌프>의 작가. 혹시 모르니까 기대하지 말자고 마음 단단히 먹고 읽었는데 또 반해버렸다. *_*  구령에 맞춰 걸으며 시종일관 진지하게 섬을 탐험하는 오십 마리 펭귄들이라니 일단 상상만 해도 귀엽잖아. 그러나 이 펭귄들을 지켜보던 맹수들은 결국...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마음에 들어서 샀다. (이 유명한 책을 이제야..) 이야기 + 지식 + 실용성이 골고루 어우러진 좋은 지식 그림책이다. 물론 달걀프라이 만들기, 감자 삶기 등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지금 따라할 만한 것은 많지 않지만 적어도 요리에 호감을 갖게 하고 음식 귀한 줄 알게 하고 배고프게 한다(?). 스웨덴에서 초판이 출간된 게 30년 전. 생각해보면 지식 그림책에 더 바랄 게 무엇이 있을까. 특이한 발상이나 요란한 구성으로 치장한 요즘 책들이랑 비교하게 된다. (어린이가 아닌 요리사 네꼬남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글짓기 시간>

 

군부독재로 시민들이 긴장한 채 살고 있는 칠레. 독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눈앞에서 아이 앞에서 부모가 잡혀가는 날들이 이어지지만, 주인공 페드로의 엄마 아빠도 다른 어른들처럼 밤이면 소리 죽여 라디오를 들으며 남몰래 세상의 소식을 접한다. 어느날 학교에 찾아온 군인은 아이들에게 '우리집에서 저녁에 하는 일'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게 한다. 페드로는 어떤 글을 썼을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

 

빈둥대다가 몸이 더 똥그래질까 봐 억지로 운동을 가듯, 노는 데 맛들려서 바보가 될까 봐 숙제를 받으려고 신간평가단 신청을 했는데 알라딘님이 뽑아주셨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읽고 쓸게요. 좋으면 좋다고 쓸게요!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쓸게요! 이제 후회하셔도 소용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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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7-2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 날씨가 넘 좋았어요 네꼬님
신간평가단 축하드려요 부러워요 님

네꼬 2013-07-25 00:21   좋아요 0 | URL
앗 하늘바람님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좋았죠? (^^)
노니까 좋아요!

서니데이 2013-07-25 0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서재에 오면, 전엔 몰랐던 그림책과 동화책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아요.^^
신간평가단 되신 거 저도 축하드려요. 자주 놀러와서 댓글 달게요.
오늘은 비 그쳐서 더울 거같은데요.^^

네꼬 2013-07-25 08:30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오늘 꽤 더울 것 같은데.. 벌써 해가 나네요. 눅눅할 때도 어차피 더웠으니까, 해 나는 게 반가운걸요! 어서어서 '서니데이'가 와야 될 텐데요!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3-07-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도시 이야기> 읽으면서 저도 처음엔 찰스 아저씨 참 수다스럽다 싶었네요 ㅎㅎ
그러다 확 빠져들어 읽고 나니....사랑 이야기더군요.
'당신의 그 사람을 위해'...이 문장을 쓰면서 또 소름이 쫙 돋았어요.

네꼬 2013-07-26 15:29   좋아요 0 | URL
수다 ㅋㅋㅋ 맞아요 맞아요! 저랑 남편이랑은 사실 술 먹으면서 '디킨즈 식 대화' 놀이도 했어요.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그간 온 마음으로 아껴온 맥주를 기쁘고 벅차는 마음으로 한 잔 따라 드리고 싶습니다." 같은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요...)

치니 2013-07-25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곰브리치 세계사, 저거 내가 읽어야 하는 책인데. 전 어릴 때부터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냥 지금 일어나는 일이나 알면 그만이지 과거 일을 알아서 뭐해, 이런 건방진 생각이나 하고. ㅋㅋ

제주에 서울 비를 반만 옮겨다 주었으면 모두가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하늘에서 주관하는 일을 감히 이러쿵 저러쿵 못하죠. 힝, 여기는 가뭄이에요.

네꼬 님 같은 분을 신간평가단으로 얻은 알라딘 님에게 축하를! :)

다락방 2013-07-25 15:12   좋아요 0 | URL
ㅎㅎ 치니님.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관심이 없다는 핑계로 잘하지도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죠. ㅎㅎ

네꼬 2013-07-26 15:30   좋아요 0 | URL
언니들, 그러니까 이 책 읽으시면 좋아요. 저도 읽은 역사책이라곤 한국사 이야기가 전부였거든요 ㅎㅎㅎㅎㅎ 우앙, 근데 읽고 나면 한동안 머리 멍해요. 없던 지식이 너무 한꺼번에 들어와서.... ㅠㅠㅠㅠ 아냐, 웃자. ㅋㅋㅋㅋ

네꼬 2013-07-26 15:31   좋아요 0 | URL
참 치니님, 비! 파주 비 조금 갖다 드리고 싶네요. ㅠㅠ 여긴 책장이 다 흐물흐물해질 만큼 (<-과장 아님) 비와 눅눅한 날이 계속 되었어요.

잘잘라 2013-07-2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 연속 탈락이 몇번째인지 꼽기도 민망하여 살짝 알라딘님에게 삐짐 모드였다가 네꼬님을 뽑으시느라 그랬다면 할 수 없다는 심정이 되어버렸습니다요. 이젠 네꼬님 뽑은 알라딘님에게 감사 모드!!! ^^

네꼬 2013-07-26 15:32   좋아요 0 | URL
아니 말도 안 돼요. 메리포핀스님을 안 뽑은 건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말하다 보니 알겠어요.... 아니구나.... 메리포핀스님은 안 그래도 성실하니까 안 뽑아도 되지만... 저는 안 그러니까... 그런 거구나 알라딘..... ㅠㅠ

다락방 2013-07-2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자주 보니까 쫌 좋네요? 히히

곰브리치 세계사 나도 사야겠어요.

네꼬 2013-07-26 15:32   좋아요 0 | URL
나 나 나 또 썼어요. 나 잘했어요? 응? 응?

사시오!

moonnight 2013-07-2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네꼬님 신간평가단 되셨구나!!! 축하드려요. 그리고 왠지 저도 막 축하받아야 할 거 같아요. 네꼬님의 신간평가라니. 정말 미덥거든요!!! 헤헤^^

그나저나, 오늘도 막 담아가요. 저는 특히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에 막 땡기네요. >.<

네꼬 2013-07-26 15:33   좋아요 0 | URL
응 문나잇님, 근데 저 너무 솔직히 쓸 거예요. (응?) 알라딘님이 중간에 자를 수도.... 몰라몰라.

엘리엇 책 혹시 사셨어요? 문나잇님 읽고 어땠는지 말해주세요. 궁금해요.

paviana 2013-07-2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에이전시 다닐때 유타 바우어의 저책 보고 너무 좋아서 계약하려고 출판사들마다 메일 쓰고 했는데...막상 계약하려고 하자 판권이 이미 팔렸다고 했지요.저 책보니 십년전이 떠오르네요...

네꼬 2013-07-26 15:34   좋아요 0 | URL
파아비이니이이이임! (<-완전 큰 소리로 불러 보았습니다.) 제가 강아지였다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을 거예요. 파비님 댓글을 유도했으니 이 페이퍼 쓰길 잘했네요!

순남이 2013-07-3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신간평가단 되신 것은 우리가 축하받을 일 ㅎㅎ 싱난다.

네꼬 2013-08-05 14:14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ㅎㅎ 기대에 부응해보겠습니다. 흐헤.
 

 

 

 

 

 

 

 

 

황현산 선생님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있다. 지금껏 각별히 사랑해온 책들에 대해서 그랬듯이 이 책에 대해서도 리뷰를 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독후감이 책에 누가 될 것 같아서다. 그러니 결국 독후감은 글렀고, 여기 써두기라도 하고 싶다. 끝까지 읽지 않고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좋다. 침대맡에 두고 밤마다 아껴서 아껴서 읽고 있다. 두 편만 읽자 했다가도 결국 서너 편을 읽게 된다. 듣자니 친구도 그렇다 한다. 알라딘에 달린 리뷰를 보니 남들도 그렇게 말한다. 아껴서 읽고 있는데 못 참고 다 읽고 말았다고. 이런 책이야말로 양장으로 나와야 하지 않나. 몇 장 안 되는 사진들 더 좋은 질로 쓸 순 없었나. 책날개에 작가 소개는 좀더 잘 보이게 써주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아쉬움을 표지가 달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도 '어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동할 수 있으니, 이런 책이 나와준 것이 감사하다.

 

단정하고도 수려한 문장, 글마다 소박한 일화로 독자를 불러 앉힌 다음 끝내 통렬한 깨침을 주며 마치는 전개, 인간과 문학과 나라와 강산을 사랑한 어른의 보람과 슬픔. 그러고 싶지 않지만 결국 다 읽어야 한다면 읽고 또 읽으리라. 사실은 나 혼자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기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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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7-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요? 저는 관심 없었는데 읽어봐야겠어요. 불끈.
(땡투할게요!)

네꼬 2013-07-17 14:49   좋아요 0 | URL
존경 받는 분이라고 들었어요. 학자로 일하시는 동안은 평론을 더 많이 쓰셨고, 점차 산문을 쓰신다고요. 뒤늦게 알게 되어 아쉽지만 한편으로 이게 첫 산문집이라는 점이 안심이 되더라고요. (땡투 감사)

아무개 2013-07-1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탱투! 투!

네꼬 2013-07-17 14:25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저 이제 부자 되는 겁니까!

잘잘라 2013-07-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 읽지 않곤 못배길 책소개, 감사합니다.

네꼬 2013-07-17 14:49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오래간만이에요. 읽어보시길 (강)권합니다. ^^

hnine 2013-07-1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정하고도 수려할 수 있다니,소박한 일화로 통렬한 깨침을 줄 수 있다니! 바로 진정한 에세이가 어떠해야 한다는 묵언의 가르침이 되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네꼬 2013-07-18 13:29   좋아요 0 | URL
집에 존경하는 어른 모신 것 같아요. hnine님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같이 읽어요!

밤의숲 2013-07-1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는 혼자 읽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지만... 이런 저는 욕심쟁이인가요. ㅎㅎ

네꼬 2013-07-18 13:30   좋아요 0 | URL
욕심쟁이 밤의숲님 ㅎㅎ 안녕하세요? 서재 가 보고 놀랐어요. 저랑 책 많이 겹치셔서요! (^^)

웽스북스 2013-07-2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네꼬님 저도 이 책 샀지롱요. 좀 더 늦게 샀으면 네꼬님한테 땡스투할 수 있었을텐데.
어제 저녁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좋아요, 울컥 울컥.

네꼬 2013-07-23 14:52   좋아요 0 | URL
웬디님, 안 그래도 요새 가끔 생각했어요. (꺄.) 저도 장 넘길 때마다 하아 하고 한숨 쉬곤 해요. 울컥해서. (이제 쪼금밖에 안 남았어요. ㅠㅠ)

moonnight 2013-07-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마워요. 네꼬님. +_+ 신문에서 읽고 사야지. 했는데 까먹고 있었어요. ㅠ_ㅠ 네꼬님 덕분에 저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

네꼬 2013-07-23 17:32   좋아요 0 | URL
안 까먹고 읽게 되셨다니 다행이에요. 정말 좋은 책이네요.

** 그나저나 책 정리는 대체 언제 하실 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