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단절 돼 연고 없이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에 이른 경우 우리는 고독사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 시신도 오랜 시간 방치되다 부패로 냄새가 번져야 발견되는 경우가 다수다. 문제는 이러한 고독사가 향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개인주의 심화 등 현 사회가 직면한 상황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또 돌아가고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다른 누가 또 채운다. 이것을 돕는 사람이 이번 주 본지가 만난 길해용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 대표다. 그는 이름도 생소한 ‘유품정리사’로서 떠난 이들의 손길이 닿았던 모든 흔적들을 정리하고 있다. 극한직업이라며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특유의 시니컬한 웃음과 함께 “누구는 해야하는 일인데 뭘”이라고 대답하던 그를 통해 ‘특수청소업체’를 살펴본다.
日에서 건너온 ‘유품정리사’…전망 좋아 보여 시작
고물상·폐기물처리장까지…비전문업체만 500여곳
전문 vs 비전문, 가격차 2~3배 까지…“효과 달라”
목표 “대내인지도 높여 체계적 교육, 전문인 양성”
▲ 방역작업을 하는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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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현대=성혜미 기자] 1인 가구, 나홀로족, 무관심, 은둔형, 고령화, OECD 자살률·노인 빈곤률 1위…. 낯설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 사회상이다.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사회는 늙어가고, ‘정(情)많은 대한민국’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같이 느껴진다. OECD가입국 중 부정적인 일로 1위하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이러한 영향에서인지 최근 서점에서는 ‘존엄한 죽음’, ‘현명한 죽음’과 같은 책들이 인기도서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부쩍 ‘죽음’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무엇일까. 수많은 이유 중 한 가지는 아마 저녁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처참히 쓸쓸한 죽음을 나만은 피하고 싶다는 심리 때문이 아닐까.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EBS 다큐프라임 ‘가족쇼크’ 대학생 취재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정리한 ‘대한민국 고독사 현주소와 미래’에 따르면 2011~2013년 무연고 사망자 수는 682명에서 878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 중 남성의 비율은 약 79.17%에 이르며 이 중 40~5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이들은 경제적 빈곤층에 속했다. 아래는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장례분야에 수많은 카테고리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유품정리’라는 직업은 낯설다. 만나기전 스위퍼스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후기들을 읽어보니 단순히 정리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특수청소업체’라는 직업은 어떤 경로로, 어떻게 뛰어들게 되었나.
▲ 특별할 것 없다. 단순히 이 직업의 전망이 밝아보여서 시작했을 뿐이다. 그 전에는 요리를 배워서 조그마한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까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장사가 계속 잘될지, 파리를 날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유품정리사라는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았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틈새시장이랄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곧장 가게를 정리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까 막막했다. 유명하지 않다보니 정보는 한정되어있고 물어볼 곳도 마땅히 없었다. 그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유품정리업무를 시작한 곳을 발견해서 그곳에서 1년간 배우며 일들을 익혔다. 1년 정도 배운 후 독립해 지금의 ‘스위퍼스’를 창업했다.
‘스위퍼스’라는 이름으로 지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 없다. 일본 만화 중 <데스스위퍼>라는 작품이 있다. 이 만화 남자 주인공이 우연히 유품정리사로 취직하게 되는데 회사 이름이 ‘스위퍼스’였다. 어원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 단순하다. 하지만 요즘 인지도가 조금 높아져서 인지 이름에 가끔 신경 쓰인다. 특히, 고객들이 ‘스위퍼스’라는 이름이 입에 잘 안 붙는지 유명 여성용품 ‘위스퍼’라고 부를 때는 더욱.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한 가지가 돈이 된다고 하면 너도 나도 다 뛰어들어서 다 같이 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으니 본전은 찾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말씀하셨다시피 뛰어들 당시에도 심지어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해당 분야를 잘 모른다. 가게를 정리할 만큼 이 사업이 비전이 있을 것으로 보았는가.
▲ 그렇다.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유품정리사도 상주업체처럼 일본에서 시작돼 우리나라로 넘어온 직업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좀 더 앞서갈 뿐 상황은 매우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극심한 개인주의 등이 그 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고독사(무연고 사망) 발생률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 OECD가 최근 발표한 노인 빈곤율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14%정도 밖에 안 되지만 우리는 49%에 달한다. 일본의 4배인 셈이다.
또한 향후 1인 가구, 노인들이 늘어나면 늘었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현재 우리나라 하루 사망자 수는 약 700명으로 집계되지만 2050년에는 예상 사망자 수만 1500명에 달한다.
이 중 자살, 살인 이런 것 상관없이 집안에서 3일 이상 방치되면 우리 같은 업체가 출동하는 것이다. 이를 수익과 연관하면 다소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직업도 대상만 특수할 뿐 일종의 사업이라 생각한다면 수익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주로 출동하는 곳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가.
▲ 유형별로 나누자면 고독사(무연고 사망)가 60%로 가장 많다. 참고로 고독사는 범주가 애매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60%라고 생각하지 사실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어 자살이 30%, 살인사건이 10%이다. 아주 간혹 쓰레기집을 치워달라는 주문도 들어온다.
이어 연령별로 나누면 의외로 40-50대가 가장 많다. 기러기 아빠, 이혼한 후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 예다.
주거형태로는 주로 원룸, 단칸방, 고시원, 오피스텔 등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의 거주지를 많이 간다. 15평 이상의 주택, 아파트는 거의 문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비영리단체<한국유품정리사협회>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업체에 대해 설명한다면.
▲ 인지도를 위해 설립했다. 협회가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있는데 몇 년 전 동사무소 직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노인 한 분이 사망한 후 늦게 발견됐는데 시신은 경찰이 수습해갔지만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들어보니 사연도 안타깝기도 하고 비교적 청소할 범위도 적다고 생각해 도와준 적이 있다.
그러다 문뜩 든 생각이 이왕 봉사활동할거 인지도를 높이면서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협회를 만들었다.
이후 살인사건, 범죄현장이 발생하면 경찰청으로부터 현장청소 의뢰를 받는데 ‘스위퍼스’라는 이름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협회이름으로 받고 있다.
문제는 회원사를 모집하는 일인데 전국에 유품정리 전문업체가 10곳 정도밖에 안돼서 회원모집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우리끼리 의뢰가 들어오면 각각 연락해서 업무를 나누면서 협업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임시단체 상태다. 일본 같은 경우 유품정리사인정협회라는 유품정리사 단체가 있다. 일본의 후생성,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복지부 산하에 속해있는 곳인데 유품정리사 양성 교육, 홍보 등을 한다.
우리도 정식(사단법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보건복지부, 환경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있어 보이는 곳은 모두 연락해 봤지만 모든 공무원들이 하나같이 모른다고 하더라. 아예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기들은 산 사람까지만 관리하고, 죽은 사람들은 관리 안 한다고 까지 했다.
나중에 보건복지위원회 보좌관들이 말해준건데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이나 절차, 하다못해 전례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특수청소업체’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 이것(유품정리)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거의 없다. 특수청소전문업체가 우리나라에 10곳 정도가 있다면 사실상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5곳에 불과하다. 모두들 본업이 따로 있다. 의뢰가 일정하게 들어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부양의무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 이것만 붙들고 있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고물상, 폐기물업체, 일반청소업체 등 비전문업체는 약 500곳에 달한다. 사실상 인구 대비 포화상태라고 본다.
‘특수청소업체’에 비전문이라고 해도 고물상, 폐기물업체가 포함되는 것이 의아하다.
▲ 특수청소업체라고 하지만 단순히 청소라고 하기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인테리어에 더 가깝다.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사람이 죽으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하고 싶다.
사람의 몸 중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장기가 폐와 위다. 신체활동을 계속할 적에는 문제가 없지만 활동이 멈추면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번식을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점점 가스가 차서 그 부분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는 사이 시취를 맡은 파리들이 날아와서 상처, 구멍 이런 곳에 알을 까고 구더기가 생긴다. 즉, 시체 내부에서는 계속 박테리아가 번식하고 외부에서는 구더기가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선에 이르면 몸이 터지면서 몸 안에 있던 기름, 수분들이 나온다.
그래서 바닥에서 죽을 경우 시체가 누워있던 그 모습 그대로 노폐물들이 굳어있다. 피부도 시커멓게 녹는다. 찔러 죽던 목 메달아 죽던 사망원인과 상관없이 말이다. 그럼 이것들이 방 틈새 사이사이에 들어간다.
비전문업체의 문제점이 이 점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만 치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장판 밑, 벽지 뒤 등은 처리하지 않고 철수한다. 그렇게 되면 방은 깨끗한 것같이 보여도 시체 썩는 냄새는 계속 난다.
아까 단순히 닦는 개념이 아니라 인테리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노폐물들이 콘크리트까지 흡수됐으면 아예 깨부수고 새로 깔아야한다.
개인적으로 비전문업체가 먼저 작업한 후 뒤에 우리에게 A/S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로 거절한다. 비전문업체는 전문업체에 비해 가격이 2~3배는 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유가족, 건물주들이 비전문업체에 의뢰를 한다. 어차피 치워버리면 그만인 일 괜히 비싼 돈 들일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전문업체들은 냄새의 근본 원인은 놔두고 눈에 보이는 노폐물들만 치우고 철수한다.
오염 제거 순서라는 것이 있는데 막무가내로 치우다 보니 오히려 오염 부분이 확산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건물주의 경우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수 있게 일부러 비싼 돈 들여서 시취 제거 요구했는데 효과를 못 봤으니 다음에 온 우리에게 까탈스럽게 군다. 그래서 가기 싫어한다.
현장을 치우면서 주로 어떤 생각이 드는가.
▲ 일 하는 중간에 고인들이 힘들어한 흔적들을 보면 물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예를 들어 어떤 젊은 여성이 자기가 죽은 뒤 반려견을 보살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지만 그 유서를 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성이 아꼈던 반려견은 홀로 몇 개월 방치돼 살아오다가 얼마되지 않아 숨졌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현장에 가면 욕부터 하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처참하다. 포털에 특수청소업체를 검색하면 몇 군데 사이트가 나오는데 그 쪽 메인화면과 우리 메인화면은 상당히 다르다.
다른 사이트들의 경우 첫 화면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던지 “당신의 마지막을 함께 합니다”같은 문구가 적혀있지만 우리(스위퍼스) 홈페이지 첫 화면은 모자이크 처리된 현장사진이다. ‘감성팔이’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하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찌됐든 이 일이 내 직업인데 365일 우울하고, 가라앉은 기분으로 일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에서 바라는 것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일본에 ‘요시다 타이치’라는 사람이 설립한 ‘키퍼스’라는 특수청소업체가 있다. 지사를 6개나 가지고 있을 만큼 유명한 기업인데 이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엔딩노트’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싶다. 일종의 유서 형태인데 살아있을 때 사후 계획을 미리 쫘두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치매가 왔을 경우 대비는 이렇게 해달라, 유산은 어떻게 나누고, 어디에 기부하겠다. 어느 곳에 묻어달라 등이다. 이런 문화가 일본은 활성화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잠깐 움직임이 있는 듯 했으나 제대로 하는 곳도, 받아들일 준비도 아직 덜 된 것 같다.
출판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유품정리사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담은 책과 유가족들을 위한 유품정리 매뉴얼, 작업 중 에피소드 묶음 등 3가지 주제를 주력으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