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룬 알 라시드, 그는 좋은 민폐 캐릭터였습니다

cyrus님이 아라비안 나이트에 대한 글을 올리셨더군요.저도 책을 읽으면서 하룬 알 라시드란 술탄에 대한 기억이 나는데 cyrus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알라딘에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책을 올려주셨더군요.



맨처음에는 그냥 스치듯 책을 봤는데 아무래도 한개의 삽화가 눈에 상당히 익습니다.5권의 삽화가 상당히 눈에 띠는데 바로 제가 가지고 있던 69년에 동서에서 간행된 무삭제 비장본 천일야화에 수록된 삽화입니다.

<ㅎㅎ 똑같은 그림이지요.69년 동서 삽화를 고대로 베꼈다는것을 알수 있지요.>


동서출판사 간행 무삭제 비장본 천일야화에 대해 알고 싶으며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blog.aladin.co.kr/caspi/3593871


동서출판사가 아직까지 있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월드북에서 같은 삽화를 썼을까 궁금해졌는데 알라딘을 살펴보니 월드북(동서출판사)로 되어있네요.뭐 같은 출판사니 과거에 쓴 삽화를 쓸수 있단 생각이 듭니다.


근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과연 동서출판사는 69년에 간행된 아라비아 나이트를 2010년에 그대로 썼을까하는 점입니다.제 기억에 90년대 이전에 저작권 계약을 맺지않은 책의 경우 이후에도 책 내용의 변경이 없으면 그대로 출판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해문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은 80년대 초판책과 2016년 나오는 책의 내용이 변화가 없다고 하지요(혹 제가 잘못 알고 있으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일단 월드북 아라비안 나이트는 2010년 12월 12일 간행된것으로 나옵니다.즉 69년판의 재간이 아니라 새롭게 번역한 초판본이란 뜻이겠죠.근데 월드북 아라비안 나이트는 권당 천페이지가 넘는 책입니다.5권을 합치면 5천 페이지가 넘는 책이죠.근데 페이지수에 비하면 책 가격이 16,0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합니다.

요즘 일반 영문 번역 소설의 경우 3~4백 페이지의 책도 가격이 한 15,000원정도 합니다.인문학 서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천페이지가 넘는 소설의 경우 16,000원은 저렴한 편이죠.일반적으로 이정도라면 최소 25,000~30,000원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리처드 버튼판을 번역한 범우사 아라비안 나이트(전 10권)의 경우 권당 450페이자 안쪽으로 가격은 12,000원입니다.

그리고 앙투앙 갈랑판을 번역한 열린책들의 천일야화(전 6권)의 경우 권당 3백페이지 안쪽으로 가격이 10,800원입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야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대부분 부분 번역 혹은 아동용)했지만 원작을 모두 번역한 것은 현 시점에서 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이 두 출판사의 책과 비교해 보자면 월드북이 권당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한권의 분량이 범우사의 두배,열린책들의 세배라고 본다면 역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요.

게다가 어떤 출판사처럼 괜시리 글자 포인트만 크게해서 책의 부피를 늘린것이 아니니 더더욱 그렇습니다(읽은 분들에 의하면 글자가 너무 작아 읽기 지루하단 의견도 있습니다^^;;;)


이정도의 책을 다시 번역하려면 영어 번역에 아주 능통한 분들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할것으로 여겨집니다.그렇다면 번역비도 상당히 들어갔을 테고 아마 책 가격에도 일부분 반영되었겠지요.

자 그럼 1969년 동서판과 2010년 월드북(동서출판사)의 아라비안 나이트 번역자를 확인해 볼까요.69년 동서판의 번역자는 오정환이고 2010년 월드북의 번역자는 고정일입니다.두 책의 번역자가 전혀 다르네요.그럼 역시 2010년 월드북 아라비안 나이트는 새로 번역된 책일까요?

근데 번역자 고정일이란 분의 이름이 어쩐지 낯이 익네요.

<69년판 동서 아라비안 나이트의 책 뒤페이지 입니다.잘 보일지 모르지만 번역 오정환이라고 나와있고 발행인 고정일로 나와있습니다>


동서출판사를 세운 고정일은 실제 많은 고전 작품을 번역했다고 하는데(단 번역의 질은 문제가 있어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동서에서 번역한 책을 다시 번역한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아무튼 69년에는 오정환이 번역한 것으로 나오는군요.그런데 2010년에는 고정일이 번역자로 나오네요.

이것으로 추론해 볼때 2010년 아라비안 나이트는 1969년 아라비안 나이트를 그대로 다시 간행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대략 두 전집의 페이지수를 비교해봐도 그런것 같고 가격을 생각해도 그런것 같네요.


그리고 69년 당시 번역자 오정환 역시 90년대 초반 명문당 출판사를 통해 다시 아라비안 나이트를 번역 출간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알라딘에서 명문당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면 출간일이 모두 제가각 입니다. 1~2권(2002.10),3~6권및 10권(1993.4),7~9권(1969.11) 시리즈 넘버가 뒤로 갈수록 간행년도도 뒤로 갑니다^^

즉 이 책 역시 69년판 동서 아라비안 나이트를 그냥 출판사만 바꿔서 재간한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결국 69년판 동서 아라비안 나이트는 93년(명문당)과 2010년(동서 월드북)에 번역자 오정환과 발행인 고정일이 나란히 재간한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한가지 알고 싶은 점은 출판 관행을 알지 못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69년에 간행된 동서 아라비안 나이트의 판권은 과연 누구에게 있나 하는 점입니다.번역자 발행인 모두 시기는 다르지만 나중에 다시 간행하게 되는데 이런일이 비일 비재 하는지 궁금해 지네요.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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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0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권 앞표지는 삽화 일부를 살짝 고친 거네요. 매번 동서문화사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데. 표지가 정말 구립니다. ㅎㅎㅎ 동서미스터리문고도 그렇고, 월드북 시리즈 중에는 선정적인 그림의 표지의 책이 몇 권 있어요.

고정일 씨는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저는 고정일 씨가 아라비안나이트 번역을 직접 맡은 건지 조금 의심이 듭니다. 방대한 주석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번역했는데, 범우사 판본이 초라해질 정도입니다. 도서관이나 헌책방에 가면 범우사 아라비안나이트를 많이 봅니다. 명문당 판본을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카스피 2016-07-07 15:2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과거에 쓰던 삽화를 이용해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어요.뭐 비용 부담도 없고..
저도 발행인이 전부 번역했다고는 믿질 않습니다.출판사 경영도 힘든판에 번역까지는 좀 무리가 아닌가 싶어요.역시 오정환씨가 번역한것을 그냥 이름만 바꾸어서 낸것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