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인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풍습들이 많은 편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 중으 하나가 바로 마비키(間引き, まびき)로 본래 농업 용어로 솎아내기(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빽빽하게 자란 싹을 뽑아내는 일)를 뜻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일본 에도 시대(1603~1867년)에 성행했던 영아 살해(인구 조절) 관습을 가리키는 비극적인 용어이지요.
일본에서 마비키가 성행한 이유는 에도 시대 영주(다이묘)들은 농민들에게 수확량의 40~50%, 심하면 70%가 넘는 가혹한 세금(연공)을 징수(당시 조선은 10%,군역등을 포함시 최대 25%)해서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농민들은 부양가족을 늘릴 여력이 없었고 18세기들어 대기근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상황에서 신생아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해서 주로 둘째나 셋째 이하의 아이, 혹은 노동력이 되기 어려운 여아가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비키는 메이지 유신이후 노동력저하를 막기위해 강력한 법적 처벌과 근대적 가치관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사라지게 되었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1930년대까지 몰래 행해졌다고 하네요.
이처럼 음습한 풍습인 마비키는 파비안 드릭슬러(Fabian Drixler) 예일대학교 교수가 에도시대 인구조사서류 조사과정에서 790년 이전 동일본(오늘날의 간토 북동부 및 도호쿠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태어난 아이 10명 중 무려 4명 이상(40% 이상)이 마비키나 낙태로 목숨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수치를 밝혀냈고 그 결과를 Mabiki: Infanticide and Population Growth in Eastern Japan, 1660-1950라 책으로 간행하게 됩니다.
이 책의 의의는 기존 일본 역사학계는 마비키를 단순히 '가혹한 흉작과 빈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비극'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 하지만 마비키는 부모들이 남은 자녀들을 더 풍족하고 책임감 있게 키우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인구 조절 방식(가족 계획)이었다는 문화적 배경을 함께 짚어냅기 떄문입니다.
마비키가 세계 역사학계와 인구학계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에도 막부시대가 아닌 메이지유신이후에도 일부 지역의 인구 통계에는 20세기 초반까지 수십만 건에 달하는 마비키의 암묵적인 흔적이 통계적 왜곡(예: 신생아 사망률 조작 등) 형태로 남아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지요.
파비안 드릭슬러의 Mabiki: Infanticide and Population Growth in Eastern Japan, 1660-1950는 인간이 생존과 가문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국가와 종교의 통제를 넘어 도덕적 기준까지 스스로 재정의해가며 인구를 조절했던 '지극히 주체적이고 냉혹한 존재'였음을 방대한 통계로 증명한데 있다가 보여집니다.
국내에서는 번역이 안되어 있는데 일반인 읽는 대중 교양서가 아니라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전문 학술 서적(역사 인구학)이기에 이 책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주요 소비층은 대학의 역사학, 인구학, 일본학 전공자 및 연구자들여서 원서를 읽는 경향이 강하고 출판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판권 계약비, 번역료, 편집 비용 등 초기 투자 비용대비 판매량이 적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들어 출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일본 추리소설을 보면 마비키와 같은 음습한 일본의 전통 관습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아서 검색해 보는 과정에서 뭐 이런 종류의 책도 있다고 알게되어 정보 차원에서 알려드립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