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오디세이는 그리스의 고대 작가인 호메로스의 대표작으로 유명하지요.


오디세이는 저 유명한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사건인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미의 대결을 다룬 파리스의 심판(트로리의 왕자)후 아프로디테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파리스에 줌으로써 일어난 그리스연합과 트로이의 전쟁이 끝난후 오디세이가 자신의 왕국으로 가는 고난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지요.


그런데 놀란 감독은 신작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에서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미녀 '헬레네' 역에 흑인 여배우 루피타 뇽오를 캐스팅되면서 발생한 문화적·정치적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주된 비판 이유는 호메로스의 원전 등 그리스 신화 속에서 헬레네는 전통적으로 백인 혹은 '금발', '하얀 팔' 등으로 묘사되어 왔는데 이에 반대론자들은 그리스 신화의 고유성과 역사적 맥락을 훼손한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 주의 캐스팅'이라며 비판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역대 영화나 드라마속 헬레네의 모습은 전형적인 백인이라 그 비판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실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헬레네의 경우 아버지가 제우스 신이고 어머니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입니다.즉 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가 흑인이 아니라면 그리고 스파르타의 여왕이 흑인이 아니라면 헬레네가 흑인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럼 역대 영화나 드라마속의 트로이의 헬레나를 어느 여배우들이 맡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마리아 코르다 (María Corda) | <트로이 헬렌의 사생활> (1927)

트로이 헬렌의 사생활은 할리우드 초창기 무성 영화 시절의 코미디풍 영화입니다. 헝가리 출신의 미녀 배우 마리아 코르다가 최초로 대중에게 각인된 은막의 헬레네를 연기했습니다.


2,로사나 포데스타 (Rossana Podestà) <트로이의 헬렌> (1956)

로잔나 포데스타는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로, 고전 할리우드 대형 서사극의 전성기를 이끈 '원조 헬레네'로 꼽힙니다. 신화 속 비주얼을 가장 고전적이고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조연으로 대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도 출연했습니다)


3.아이린 파파스 (Irene Papas) <트로이의 여인들> (1971)

아이린 피파스는 그리스의 국민 배우로,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활약했습니다. 화려한 외모보다는 전쟁의 비극 속에서 고뇌하고 원망받는 헬레네의 입체적이고 무거운 심리를 가장 탁월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4.시에나 길로리 (Sienna Guillory) USA 네트워크 미니시리즈 <트로이의 헬렌> (2003)

<레지던트 이블>의 '질 발렌타인'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시에나 길로리가 헬레네 역을 맡았는데  영화 <트로이>가 개봉하기 1년 전 방영되었으며, 전쟁 자체보다 헬레네의 유년 시절부터 사랑과 후회까지 그녀의 일대기 시점으로 밀도 있게 다루어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금발의 수려한 외모로 신화적 싱크로율이 매우 높았던 작품입니다.


5.다이앤 크루거 (Diane Kruger)  <트로이> (2004)

대중에게 가장 익숙하고 널리 알려진 영화 트로이의 헬레네입니다. 다이앤 크로거는 독일 출신의 모델 겸 무명 배우였으나,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대작에 파격 발탁되며 단숨에 할리우드 스타가 되었습니다. 차갑고 우아한 엘프 같은 비주얼로 '천 척의 배를 움직인 미모'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6.루피타 뇽오 (Lupita Nyong'o)  <오디세이> (2026)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에서 캐스팅되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멕시코 출생이자 케냐 국적의 흑인 배우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연기파입니다. 기존의 백인 미녀 프레임을 깨고 신화적이고 영성 있는 헬레네를 완벽히 소화하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놀란 감독은  "창작자는 강력한 방식으로 원작을 재해석할 권리가 있다"며, 영화가 공개되면 논란은 가라앉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실제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서 헬레나가 흑인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리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일부 그리스 고전 학자들은 원전 속 '하얀 팔(white-armed)'이나 '금발(xanthe)' 같은 표현은 인종적 피부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사회에서 노동을 하지 않는 '높은 신분과 미의 특권'을 상징하는 문학적 수사라며 흑인 캐스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탰 놀런 감독의 흑인 헬레나를 지지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오디세이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에서도 개봉전에는 그리스의 문화대작을 영화화하면서 그리스인들을 철저히 배제한 사실과 흑인이 그리스 지배계층(여왕)이란 역사왜곡을 들면서 격력히 반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후 영화가 다큐가 아닌 놀런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으로 판타지 서사시란 점을 인식했고 10억 달러가 넘는 전 세계적인 글로벌 흥행으로 그리스에 관광객이 폭증하고 그리스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알려지게 되면서 비난은 쏙 들어갔다고 하네요.(ㅎㅎ 결국 그리스인의 정체성보다는 돈이 더 중요한듯....)


이처럼 일종의 헐리우드 PC주의라고 할 수 있는 놀런 감독의 흑인 헬레나 논란은 뛰어난 놀런 감독의 연출력과 흑인 헬레나 역의 루피타 뇽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논란을 극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헐리우드의 무분별한 PC주의(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집니다.영화상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찬성하는 바이지만 그것이 꼭 오디세이나 백설공주 인어공주와 같이 굳이 흑인 배우를 끼어 넣는 것은 원작 및 역사적 고증 파괴라고 할  수 있으며 흑인들 유색인종 배우의 기용은 헐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의 스튜디오의 기업적 이미지 쇄신이나 시상식 노미네이트를 위한 '보여주기식 도구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놀런 감독의 창작적 자유를 존중하고 PC주의를 존중하고 루피타 뇽오의 뛰어난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지만 실제 백인(여기서 백인이란 전형적인 금발,파란눈의 북유럽 백인을 의미)을 배제하고 싶었다면 트로이가 현재 터키인근의 소아시아에 위치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중동 출신의 여성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실제 헐리우드 PC캐스팅의 문제는 주로 원작과 달리 흑인이나 남미 배우를 캐스팅 한다는 점인데 결론적으로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면피성 캐스팅이 아닌가 생각됨)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이러한 무리한 PC 주의로 인해 수천억 원대 대작들이 잇달아 흥행에 참패하자, 무조건적인 인종 교체보다는 독창적인 서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녹여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될 것 같습니다.

놀런 감독의 오디세아 흥행 성공으로 꺼져가던 헐리우드의 PC주의가 다시 되살아 날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것이 기우가 되질 않기를 바랍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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