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알다딘에 진행했던 다시 뽑는 3대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서 많은 추리 소설 애독자들이 일본 추리 소설을 추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사실 일본 추리 소설의 역사는 이미 19세기부터 영미 추리소설을 번역한 대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이천년대 들어서 많은 일본 추리 소설 작가들 특히 히가시노 게이노나 미미 여사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가히 한국내에서 일본 추리 소설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과거로 돌려 한국 독서계에서 추리 소설의 위치가 매우 미약했던 7~80년데를 본다면 일본 추리 소설의 대표 작가라고 한다면 거의 대부부분 마쓰모토 세이초와 모리무라 세이치 두명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이 둘은 전전의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본격 추리 소설과 달리 전후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 내면의 어둠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들을 다수 남긴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90세의 나이로 2023년에 타계한 모리무라 세이치는 호텔리어 출신이란 특이한 경력을 가진 작가로 1969년 호텔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 《고층의 사각지대》로 일본 최고 권위의 추리소설상인 제15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그는 수 많은 추리소설을 썼지만 그 중 가장 큰 대표작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과 인간의 윤리적 고뇌를 다루는 데 탁월한 사회파 추리소설의 걸작 ‘증명(証明) 시리즈 3부작’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복절을 맞이해서 우리가 일본의 추리 소설가 모리무라 세이치를 생각해야 되는 이유는 그가 바로 지금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일본 관도군 731부대의 만행을 세상에 최초로 본격 폭로한 추리 소설가이기 때문입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1981년에《악마의 포식》책을 출판하는데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철저한 취재와 전직 부대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집필된 추적 르포르타주(논픽션)으로 당시 일본에서는 731부대의 존재 자체는 전후 재판 과정 등에서 파편적으로 언급된 적이 있었으나, 일본 대중과 국제사회에 '마루타(통나무)'라고 불린 인간 생체 실험의 실상을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은 이 책이 최초라고 합니다.

악마의 포식은 출간 당시 일본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던지며 3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는데 그 결과 평생 일본 극우 세력으로부터 수많은 협박과 살해 위협을 받았음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모리무라 세이치를 단순한 일본의 추리 소설가로만 기억하지 말아야 될 이유는 일본 문학이 '전쟁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다룰 때, 그는 '타국에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로서의 일본'을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였고 말년에도 아베 신조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에 직접 참여할 정도였는데 이는 어린 시절 도쿄 대공습을 직접 겪으며 반전·평화주의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추리 소설계의 거장이자 목숨을 걸고 일본 군구주의의 만행을 폭로한 모리무라 세이치를 한국인들은 잊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되는데 이제는 한국의 추리 소설 애독자들 하테서도 서서히 잊혀져가는 그의 작품을 많은 분들이 다시 읽고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731부대의 만행을 폭로한 악마의 포식은 80년대 한국에서 출간되었는데 절판된 이후 국내에서 다시 재간되지 않았습니다.혹 악마의 포식을 읽으실 분들이라면 헌책방등에서 구매해야 될 듯 싶습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