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과 변희재의 <사망유희> 배틀 1차전이 방금 곰TV에서 있었다. 스트리밍 자주 끊겨서 왠만한 인내심으론 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끝까지 보긴 봤다. 난 진중권이나 변희재나 나와서 얘기하는 거 첨 봤는데, 기실 그들의 토론이라는 것에 그닥 관심도 없었고 말장난 같기도 하고 해서 말이다. 이번에는...여러가지 정치적 현안도 거론되는 것 같아 내가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 알 수 있으려나 하는 관심 반, 토론에 대한 흥미 반 해서 시간 체크해가며 보게 되었다.

 

느낀 점은... 사실 누가 이겼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토론이라기보다는 그냥 말싸움 비스므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토론 문화가 정착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논쟁도 의미가 없다고 보진 않지만. 두분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은...

 

변희재. 준비 엄청 해봤다. 말빨도 좋다. 근데 뭐랄까. 소설을 쓰고 있는 느낌이랄까. 본인이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에 대해서 중간중간 상상력을 발휘하는 부분이 있었고. 일단, 좀 미안한 얘기지만 스타일 자체가 주는 것 없이 미운, 밉상 스타일이라 토론할 때 불리할 듯.. 말은 다 옳으나 그래도 당신이 하는 말은 싫다는 얘길 듣던 유시민이 생각나는 대목. 물론 변아저씨는 그닥 말이 다 맞는 것 같지도 않았다. 특히 박근혜 얘기할 때는..흠..

진중권. 가끔씩 미학적 단어를 쓰고 흥분하지 않은 채 논리를 풀어나가려는 자세는 좋았다. 근데 왠지 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 그러니까 변아저씨가 뭔 얘기를 해도 난 논리로 부술 수 있다는 자세였던 것 같은데 변아저씨가 처음 들어본 내용을 들고 와서 얘길 하니까 좀 당황한 기색. 그래서 좀 상식적인 대응을 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론 진아저씨는 책이 더 좋은 듯.


여담이지만, 그래도 토론배틀의 제목이 <사망유희>라.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무슨무슨 토론이라는 딱딱한 타이틀보다 <사망유희>라고 이름 붙이니 더 있어보인다고나 할까. 문득 이소룡이 그립네. 이 영화나 다운로드 받아서 봐야겠다 싶다.

그나저나, 이 토론이 매주 열리고 무려 9번이나 더 남았다니. 진아저씨 기력 다 소진하겠다 싶다. 토론자로서 바닥을 다 보여주겠다 싶다는.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 아니면 하기 어려운 도전이었을텐데. 앞으론 준비를 좀더 열심히 해 와야 하지 않을까. 변아저씨는 소설 그만 써야 할 것 같고. '듣보잡'이라고 하더니만, 왜 그렇게 불리는 지 이유도 좀 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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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기회나 시간이 되면 <인간의 벽>이라는 교육소설을 읽어 보셔요. 3권짜리이고 권마다 거의 500쪽에 이르는 책이지만, 차분히 시간을 들여 읽어 보시면, 삶을 꿰뚫는 슬기란 무엇이고, 삶을 아끼는 사랑을 어떻게 건사하느냐 하는 대목을 배우실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저는 <인간의 벽>이라든지 <지로 이야기> 같은 일본소설을 읽지 않고서 다른 소설만 읽는 분들을 보면, 그분들도 그분 나름대로 얻는 게 있겠지만, 더 넓고 깊으며 많이 얻으면서 누릴 아름다움은 못 보겠구나 하고 느껴요...

비연 2012-11-19 18:35   좋아요 0 | URL
된장님. 추천 감사해요. 지금 들어가서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었어요.
시간이 날 때 사서 찬찬히 읽어보고 싶네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21108190052§ion=03&t1=n

 

 

프레시안에서 이 글을 읽는데, 그냥 가슴이 찡해서 링크해본다. 소설가를 꿈꾸던 젊은 청년이 '창자로 이어진 듯 가까왔던' 동생을 잃고 인권운동 노동운동의 길로 들어선 이야기가,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던 그 시대가 왜 이리 아릿한지. 요즘처럼 세상이 바뀌고 예전같은 인권운동 노동운동의 양태는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시절에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다수의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그런 걸까.

 

 

프랑스 철학자 자끄 랑시에르가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 진짜 정치지 주류가 하는 것은 지배'라고 얘기를 했는데 참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진짜 정치란 누군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갈등들을 조절하고 자기 권리를 못 찾고 있는 사람들로 주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하는 인권운동은 아주 훌륭한 정치라고 생각한다. 이런 훌륭한 정치를 30년 이상 해온 것이니까 정치에 미련이 있겠는가. (글에서 일부 인용)

 

 

유독 불행한 시대에 살았던 내 위의 세대, 내 세대.... 오늘같이 안개가 자욱한, 그래서 더 정적이고 더 고즈넉한 날엔 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그렇다.. 난 가슴이 아프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밖에 못 사는데, 누군가는 시대의 아픔에 공감해서 분신자살을 하고 그에 동하여 끝없는 탄압 속에 운동을 하고... 또 어느 한편에서는 그런 것에 전혀 무관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어떤 것이 옳은 건지..는 정말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 삶의 부조리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뭐 하나 제대로 대항해본 적도, 치열하게 몸담아 본 적도 없는 내가 부끄러워서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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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심란해서, 11월 7일 카뮈가 태어난 날 페이퍼 올려야지 했는데 그냥 지나가버렸다는.. 한 사람의 작가가 태어난 날까지 기억할 건 뭐냐..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우리 식구 이외 사람의 생일이나 등등의 날이 있는데, 하나는 카뮈가 태어난 날, 그리고 또 하나는 김광석이 죽은 날(1월 6일)이다. 그만큼 나한텐 영향을 많이 준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카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고 전기와 평전을 접하면서 난 그 작가에게 늘 고마움을 느껴왔다. 사실 고마움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난 '구원'을 느낀다. 물론 여러가지 정치적인 혹은 대외적인 행보는 썩 내키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알제리에 대한 발언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

그의 글에서는, 희망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그것이 천박하고 노골적이지 않기 때문. 그래서 읽고 있노라면 마음에 뭔가가 저미는 느낌이 들기 때문. 그리고 말하기 힘든 무엇무엇들. 내가 고3 때 김화영교수의 번역으로 처음 접했던 카뮈에서부터 오늘까지의 카뮈까지, 내 인생의 많은 부분들에서 힘이 되어줬다고나 할까. 어려울 때마다 펼쳐본다고나 할까.

 

 

 


 

 

 

 

 

 

 

 

 

 

 

 

 

 

 

 

 

 


 

 

 

 

 

 

 

 

 

 

 

 

 

 

 

 

 

 

 

 

참 많구나. 대부분 김화영 교수의 번역들. 카뮈를 대중화시킨 큰 공로자. 오늘은 집에 가서 다 읽진 못해도 카뮈의 글을 아무거나 하나 훑어봐야겠다.

 

... 그리고 오늘은 나의 생일. 내가 나의 생일에 단 하나 맘에 드는 건, 카뮈와 같은 달에 태어났다는 것. 같은 별자리라는 것. 11월이라는 것. 오늘 아침,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연세드신 어머니가 나이든 딸을 위해 손수 미역국이라니. 오늘은 모든 일정을 접고, 저녁에 부모님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케잌과 맥주를 들고..오손도손. 사는 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나이먹을수록 이런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 아는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생일을 지내기보다 내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그러고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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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1-0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드려요!
저녁에 있을 그 소중한 시간, 소중한만큼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비연 2012-11-09 11:39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다락방님^^

hnine 2012-11-0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까뮈도 전갈자리군요~~ ^^
'난 참 행복한 사람 아닌가'로 맺는 글도 참 좋고요.

비연 2012-11-09 11:44   좋아요 0 | URL
hnine님~ ㅋㅋ 감사해요^^ 생일이라고 온동네 얘기한 것 같아 좀 부끄~
카뮈.. 11월 7일생이니 전갈자리. 넘 뿌듯해요~ 혼자 뿌듯~

프레이야 2012-11-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 드려요♥ 어머니와 딸의 온기가 뜨끈한 미역국 먹은 것처럼 느껴져요. 오붓한 시간 보내세요. 그리고 놀랐어요. 비연님 완전 까뮈 진심팬이시군요. 소설에 에세이, 전기와 평전까지요. 대단해요! 이렇게나 많군요.

비연 2012-11-09 22:0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사해요^^ 엄마 아빠랑 저녁에 맥주 한잔 하며 축하했어요 ㅎ
카뮈는 볼수록 매력적인 작가에요. 읽어도 읽어도 좋은.. 아직 멀었지만요..^^

이진 2012-11-10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늦었어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늦어서 죄송해요 ㅎㅎ
저는 카뮈를 한번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표지에서 뿜어나오는 그 카리스마가 대단한걸요.
카뮈 같은 나날들 보내시길 바래요 ㅎㅎ

비연 2012-11-10 19:55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감사감사~ 카뮈는 꼭 읽어보시길.
사진의 카리스마 만한 감동을 줄 거에요~

실비 2012-11-1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욤 ^^
저랑 4일밖에 차이안나시는 멋진 비연님!!
올핸 저는 미역국 먹진 못했네요 ㅠ

비연 2012-11-12 00:20   좋아요 0 | URL
웅.. 실비님 감사해요~ 그나저나 4일밖에 차이가 안난다면 11월 5일?
늦었지만 실비님 생일도 축하드려요^^
 


오늘 아침에 비보를 들었다. 예전 직장에서 아시던 분이 어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병원에서 암치료 전 검사받다가 심장쇼크로 돌아가셨다는데. 쇼크 나고 30분만에 그냥 돌아가셨다고 한다..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참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60도 안된... 한창 일할 나이의 분인데.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기억나는 것은 그와 있었던 추억(?)이 아니라 그 분의 목소리와 웃던 얼굴이다.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한장 한장 들춰지는 것이 더 슬프게 느껴진다. 칼칼한 목소리에, 일을 할 때는 깔끔하고 열정적으로 하던 분이었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오늘따라 약속이 잡혀 있어서 저녁 늦게나 문상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온종일 허무함에 일도 손에 안 잡힐 것 같고. 사람들에게 잘 하고 살아야지, 화내고 미워하고 이런 것들이 무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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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2-11-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쑥 댓글 달아서 미안합니다만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2주전에 제 동생이 전화로 친한 친구가 자살을 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많은 시간 제 동생과 붙어서 다니던 친구였는데 , 저도 알던 놈이였는데. 이제 겨우 20대 후반인데 말이죠 .. 한 줌도 안되더라면서.. 허무하고 허무하다고 말하던 기억이나서 눈물이 납니다.

모쪼록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비연 2012-11-08 09:2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일이... 정말 사는 게 너무 허무하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사는 동안 스트레스 없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따뜻한 정종이나...


 

금방 구운 지지미에...막걸리 한사발...이 좋은데.

근래에 막걸리를 하도 안 먹었더니... 사진도 없네 그려.

 

누구 저랑 동동주에 파전 같이 먹어주실 분?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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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2-11-0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밤은 깊어가고. 하루는 저물어가네..ㅜ

Mephistopheles 2012-11-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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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의 재활용....

비연 2012-11-06 09:06   좋아요 0 | URL
저를 이 아침에....넘 고문하시는 메피님..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