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람이 오늘 퇴사를 한다고 알려왔다. 그동안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쑥 이야길 하니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물론 곧 정신(?)을 차리고 축하를 해주었지만. 이직하게 되는 이유를 말하는데 하나도 동감되지 않는 내용이 없었다. 하긴 얼마 전부터 난 그 사람에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계속 얘기해왔었던 게 기억났다. 이 곳은 겉보기로는 좋지만, 그 사람의 커리어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잘 된 거다. 판단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결단에 박수.

그러나, 헤어진다는 것은 늘 스산함을 동반한다. 더군다나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런 것 같다..가 아니라 그렇다. 어디를 가든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법이다. 마음이라는 게 억지로 한다고 맞아지는 게 아니니까... 사람과 사람이 무언가로 연결되지 않고서는 마음 맞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 사람과 나는 회사에서 '톰과 제리' 커플이었다. 항상 서로 무안주고 놀리고 그러나 늘상 같이 다니는... 유머가 통한다고 해야 하나. 말이 통한다고 해야 하나. 암튼, 이렇게 또 한사람을 보낸다.

나이를 먹으면 헤어짐에 둔감해질 만도 한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섭섭함이 남는 걸 보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건지. 그런 감정마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완전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 사람에겐 개인적으로 힘든 세월이고 그래서 이직까지 겹쳐서 심란한 시간들이겠기에 나의 섭섭함 정도는 묻고 지나가야 하는 거지. 어딜 가든지 잘 지내리라 믿기 때문에 걱정은 안한다. 워낙 뛰어난 사람이고 워낙 성격이 좋은 사람이고 워낙 착한 사람이다.

 

이런 날엔 딱 한잔의 소주가 먹고 싶어진다. 집에는 소주가 없으니 시원한 물이나 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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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1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그렇죠? 헤어짐이란 참 서늘한 단어이자 현실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마음을 나누는 상대라면 서늘한 강도가 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섭섭함을 잊을 정도로 멋지게 보내주세요! 헤헤

비연 2013-01-16 13:15   좋아요 0 | URL
서늘한 단어이자 현실. 참 들어맞는 말이네요^^
멋지게 보내주려구요, 환송회 거나하게(!) 해서..ㅎㅎ

숲노래 2013-01-16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 아닌 좋은 마음을 품어 주면
서로서로 좋은 일이 찾아오리라 생각해요.
시원한 물 한 모금
그분도 들이켰으리라 생각해요.

비연 2013-01-16 13:15   좋아요 0 | URL
당연히 좋은 마음이죠~^^
앞으로도 계속 이 인연 이어지리라 생각해요. 지금 좀 섭섭은 하지만.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의 하나가, 한번 사람한테 정이 떨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아예 안 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같은 직장에 근무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참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대체로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나만의 착각일 지도 모른다) 한두명 정말 싫은 사람이 생기곤 한다. 뭐랄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경우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어찌 보면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는. 그래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그런 것이라 난감하다.

지금도 그렇다. 회사에 있는 M양하고는 말도 섞기 싫어진 상태이다. 이유는.. 매무 소소하지만 매일 쌓이다 보니 그 감정의 손상된 결이 회복이 안 될 상태에 도달했다고나 할까. 뭐든 말할 때마다 자기는 다 알고 있다는 미소를 띄우고 - 그러나 사실 내가 봐선 아는 게 그닥 없다 - 말 시작이 항상 '내가' 로 시작한다는 점. 본인이 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권유하는 점. 예를 들어, 오늘 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좀 해야겠는데 잠깐만 비켜주세요 그러면 다른 방이 더 넓어서 좋지 않나요 라는 식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이게 거의 매번이라는 점. 회의를 할 때 의견을 말하지 않는 점. 자기 의견은 없고 항상 남의 말에 예스/노만 말한다는 점. 그러면서도 뭐든지 자기가 했다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점. 무슨 전화 한통을 걸었어도 , "제가 전화를 했거든요" 라든가 자료 정리를 한다손 치면 "제가 자료를 정리했거든요" 라든가. 내가 봐선 본인 직급에서 할 일이 아닌데도 해놓고서는 꼭 자기가 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 무엇보다 작년 플젝할 때 날 전혀 안 도와준 점. 그게 가장 클 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사람은 자기 이해관계에 가장 약하니까.

그렇게 마음 속에 미움이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고운 눈으로 보지 못하게 되었고 같이 회의하기 싫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말도 안 하게 되었다. 난 사실 인사도 잘 안 하는데, M양은 다른 상사가 있을 때는 아주 뻔뻔하게 "안녕하세요~오"를 외치고 그냥 사원들만 있을 때는 그냥 쓱 지나쳐버린다. 행동거지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이것도 내가 싫어하는 거구나...

그렇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꼭 좋은 사람만 있으란 법도 없는데, 이 나이가 되어도 사람 싫은 거에 관리를 잘 못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냥 무덤덤하게 지내면 될텐데, 꼭 티를 내는 내가 말이다. 감정적으로 전혀 안되니까 굳이 노력하는 것으로 나를 지치게 하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본다.

뭐 이런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 걸까. 싫은 사람과 잘 사귀는 기술. 어쩌면 M양이 내 인생에 그다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나도, 그녀가 내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대하지는 못 할지도. 나도 같은 사람인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네.

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좋고, 책을 읽는 사람이 좋고, 많은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유머러스한 사람이 좋고, 표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람이 좋다. 일을 잘 하면서 성질 부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일을 못 하면서 성질 좋은 척 하는 건 참지 못할 일이다.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 아닌가. M양은 후자에 속하는데, 사실 성질이 좋지 않은 것을 간파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미워해도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올해 계획 중 하나가 '짜증내지 않기' 와 '다른 사람 미워하지 않기', 그리고 '사람들 잘 관리하기'인데, 미워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스트레스라고나 할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되 처음부터 사람들에 대한 미움을 가지지 않도록 내 마음관리를 해야겠다 싶다.

오늘은 수요일. 일주일 중에 가장 고단한 날이다. 주중의 딱 반에 해당해서인 것 같은데..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 지도 모르겠다. 에잇.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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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0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좋고, 책을 읽는 사람이 좋고, 많은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유머러스한 사람이 좋고, 표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람이 좋다"

딱 저군요.=3=3=3=3

비연 2013-01-09 13:48   좋아요 0 | URL
홋!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3-01-0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초부터 마음 시끄럽게 버럭 M양 등장이군요. 여기 또 다른 M양 있어요~ 요 위 댓글도 M군이군요. 으하하핫, 시덥잖은 농담으로 릴렉스~ 점심 맛난 것 먹어요. 커피 진하게요~ ^^

Mephistopheles 2013-01-09 12:5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군"이라고 해줘서.. "영감"이 아닌게 어디....ㅋㅋㅋ

비연 2013-01-09 13:49   좋아요 0 | URL
릴랙스 릴랙스..ㅎㅎ 또 다른 M양은 제가 느무나 좋아하는 M양..ㅎ
글고 댓글 M'군'도 제가 느무나 좋아하는 M군. 같은 M이라도 다르네요..ㅋ

비연 2013-01-09 13:53   좋아요 0 | URL
메피님... 영감이라뇨..ㅎㅎㅎ 메피님은 언제나 청춘으로 느껴져요~

숲노래 2013-01-0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 사람이 싫다면,
그 사람이 거울이 되어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그 이야기를 잘 새기고 찾아서
슬기롭게 생각해 보셔요.

비연 2013-01-09 13:49   좋아요 0 | URL
흠... 함께살기님. 감사해요.
좀 더 어른스럽게 생각해볼께요^^

세실 2013-01-1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남한테 책임 전가하는 사람 싫어요.
옆 사무실 과장님인데 분명 그 과에서 잘못한 일을
제 핑계를 대더라구요. 공문으로 안보내줬다나...
어찌나 화가 나던지 간부회의 시간에
강하게 말했어요.
그 다음부턴 저에게 냉랭! 저도 무시!
근데 맘은 편하지 않아요.ㅠ

비연 2013-01-12 22:49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저도 그런 사람 정말 싫어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왜 올바르게 인정하지 못하는 지.
세상은 제가 좋아라 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때마다 참 속상하거든요. 근데 세실님처럼 저도 막 무시하고 그러면서 맘은 편치 않은 듯.
 


용인에서 프로젝트를 하다가 12월에 종료 땡 하고... 서울 본사로 복귀하나 안 하나 노심초사했었는데 결국 어제부로 복귀를 했다. 용인에서의 프로젝트가 2차로 넘어가는 관계로 아마 다음달 즈음에는 다시 돌아가야 겠지만 - 물론, 여기 계속 있으면 눈치 보이니까 한 달 정도면 적당하다 - 지금 이순간 서울 라이프를 즐기는 이 맛이란.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이 짧으니, 일찍 회사에 나와서 스타벅스든 커피빈이든 봉다리커피든 한 잔 따악 들고 자리에 앉아 메일 체크하며 홀짝거리는 맛은, ... 그 어디에도 비길 데가 없는. 말하자면 이 맛에 회사라는 곳에 나오나 싶을 정도로. 아침에 이런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며칠 정말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자율출근제가 있어서 나는 어제 8시에 출근하여 5시에 퇴근하는 호사를 누렸다. 용인에서는 아무리 일찍 나와도 집에 오면 8시였는데, 여기에서 5시에 퇴근하고 룰루랄라 어디 들러 맛난 저녁 먹고 듣고 싶었던 강좌 하나 수강하고 집에 갔더니 10시 조금 안되는 시각. 몸이 이리 가뿐할 수가 없다.

 

어제 들은 강의는 <영화와 클래식의 만남> 뭐 이정도의 제목이 되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8회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영화도 좋아하고 클래식도 좋아하고 해서 선듯 신청이란 걸 해버린.

 

첫 날은 임팩트 있는 걸 하겠다며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영화 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특히 <나비부인>은 서양인(특히 남자)의 관점에서 동양여자에 대해 가진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낸, 가사도 아주 웃기는 짬뽕인 오페라라 그닥 흥미가 없었다. 덕분에 빵빵하게 먹은 저녁 비빔밥과 어우러져 막 졸아버린..;;;;

그러나 이 영화는 ... 좋았다. 푸치니 오페라의 <어느 갠 날>이 계속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그야말로 서양인이 가지는 편견을 역발상으로 친, 매우 잘 된 영화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도 훌륭하고(근데 이 아저씨는 맨날 왜 이런 배역만 맡는 건지..)... 결국 사랑한 것은 실체가 아니라 환상이었다는... 아 너무나 놀라운 반전이고 게다가 실화에 근거했다고 하니 더더욱 가슴이 저릿한 내용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머리가 아뜩할 정도의 놀라움이랄까. 아... 이 부분은 스포일이 되니까 안 본 분들을 위해서 남겨두기로 하겠다... (아이고. 입 간지러워라) 암튼 실제로 일어난 얘길, 동양인인 시나리오작가가 상당히 깊이있는 시선으로, 무엇보다 동양인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로 감동적... 이라기보다는 마음에 팍 꽂히는 내용이었다.

 

(동영상 올리고 싶었는데, 회사라 그런가 잘 안되네.. 뒤에서 일 안한다고 째리는 눈들이 있어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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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2013-01-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비부인>은 같은 이유로 좋아하지 않지만,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봤다가 좋아하게 된 영화라 반가운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비슷한 배역을 거듭 맡긴 했지요, 아마 이 분 말고 그런 배역이 잘 어울리는 멋진 중년 배우가 드물어서인 것 같아요^^;

비연 2013-01-08 12:42   좋아요 0 | URL
행인님..ㅎㅎ 제레미 아이언스는 그런 배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멋진 배우이기도 하고 그런 배역마저도 충실할 수 있는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다들 회피할 수 있는 배역일지라도 멋지게 소화해내는 그가, 어젠 정말 더없이 좋은 배우라고 느꼈답니다..
 


1. 근황이랄까. 뭐 연말이 되면 항상 '송년회 폭탄'에 맞아 지내는 게 일상적인 연례행사인지라, 놀랍지도 않지만, 올해는 유난히 송년회가 많은 게 아닌가 싶다. 근 몇 년, 조용히게 지내다가 이제 여기저기 다녀서 그런 걸까. 암튼 이제까지도 여~러건이었으나 다음 주부터는 매일 아침 작심하고 나가야 한다. 매일이 송년회. 작은 모임 큰 모임. 중요한 모임 아닌 모임. 가고 싶은 모임 아닌 모임. 그래도 다 참석해야만 하는 모임들...쩝쩝. 술이나 자제하자.


2. 근 일년 석달 만에 다시 일어를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일어는 뭘까. 일본은 망해간다고 하고 게다가 땅까지 꺼져 간다고 하니 사실 일어를 한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하지만. 그냥 의미를 찾기 이전에 취미가 아닌가 싶다. 일어공부가 취미라니까 꽤 멋져 보이기도 하네(흠흠). 암튼 다시 시작하니 아... 다 잊었더라. 그동안 꾸준히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생각했는데... 당췌 그렇지 않았음을 깨달은 몇 주다. 매일 가고 싶지만, 이넘의 직장이 넘 바쁜 관계로 주말에만 다녀서 더 그런 지도. 언어란 매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선생님한테 맨날 구박받고 지진아 취급 받는 눈물겨운 토요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자학증세 아닐까.


 

 

 

 

 

 

 

 

 

우리 일어 선생님이 쓴 책이다. 예전에도 얘길 한번 했었던 것 같은데.. 계속 뭔가를 내고 계시네. 뚜렷한 철학이 있어서 내가 마음으로 따르는 선생님이라 다른 데 가서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라지만, 느무나 구박을 하시므로..흑흑흑. 담주부터는 복습 잘 해가야지..;;;;


3.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고,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2차까지 진행되었다. 토론이라는 문화가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참 유머라든가 웃음기라든가 그런 것이 없는 모습들이긴 하지만 1차보다는 2차가 나았지 않나 싶다. 물론 첨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재미난 장면들이 많았음은 인정한다. 내일 마지막 토론회가 있고, 국정원의 SNS 사건이 있다보니 대단히 날선 분위기가 아닐까 싶네. 나야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그걸 보고 마음이 바뀐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암튼... 토론이라는 건 잘하든 못하든 그사람의 역량이나 자질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앞으로는 좀더 자연스럽게, 좀더 내용있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지금은 아니라도.

 

 

4. 올해가 가기 전에 올 한해 못본 영화들을 극장에서 몰아다 봐야겠다 라는 결심 아닌 결심을 하고 있다. 도대체가 극장에 간 것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니. 이런 해가 있었나 싶다. 그건 아마도... 영화들이 요즘은 대부분 판타지류나 잔인한 내용들이 많아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뒤져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기도 했고 있다!고 좋아라 하면 하루에 한번, 그것도 2시쯤 극장에 걸리게 배치해두곤 해서 실망했었다... 영화보려고 휴가를 내야 할 판이다. 어쨌거나 이 해가 가기 전에 볼 영화들은.... <레미제라블>, <26년>, <원데이>, <리멤버> 등 4편이다. <타워>도 넣을까 망설이는 중. 이렇게 꼽고 있긴 한데, 다 볼 수 있을까... 웅. 열심히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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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낭만을 얘기하기보다 돌아갈 차편을 걱정하고 미끄러워질 길을 짜증내하는 내가 되어버렸지만.. 오늘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언제부터 이랬지? 싶다. 나이가 들면 감성도 무디어지고 현실적이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나, 해도해도 너무 한 것이 오늘 느닷없이 펑펑 내리는 눈발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갈 때 어떻게 가지 였다니. 문득 슬퍼졌다. 오늘은 이래저래 슬픈 마음이 기쁜 마음보다는 큰 날이어서 조금 감상적이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내리는 눈을 보면 가지고 있는 추억 한 가닥 쯤은 가지고 있는 법. 나도 있다. 하얗게 덮인 길을 보면서, 하늘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보면서, 그 옛날 어느날엔가 있었던 장면, 사람, 그 때 먹었던 음식... 등등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지곤 한다. 특히나 첫눈은 더더욱.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정말 낭만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나의 담임선생님이자 수학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말고 (가끔 런닝셔츠 바람으로도 수업하던 분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첫눈이다" 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완전 아저씨로 보였던 선생님이었지만, 큰 딸이 나보다 한 살 어린 아이었으니 아마도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정도였을 거고 그만하면 젊은 감성을 잃지 않고 살 만한 나이였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대학원 때...어쩌고 저쩌고 굽이굽이마다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는데 말이다... 어느 날 그런 게 딱 끊어져버렸다.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첫눈이랄까. 아니 적어도 눈내리는 날의 추억이랄까.. 이런 게 없어져 버렸다. 머리를 뜯으며 생각해내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는 눈 = 교통체증 = 짜증의 공식이 내 머릿 속에 박혀서 다른 게 들이닥칠 여유가 없었던 같다는 느낌. 슬프다..

 

나의 추억 뿐 아니라 영화 속 장면들도 떠오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Love Letter'를 떠올리는 건 상당히 기계적이긴 하지만,  내 마음 속엔 하얀 눈으로 덮인 산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이 눈과 함께 항상 떠오르곤 한다.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싶었었는데.  이와이 슈니 감독은 지금 뭐하며 지낼까.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은 몇 십년 지나 뭐 하며 지내고 있을까.

 

 

 

 

 

 

 

 

닥터 지바고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가 배경이니 끊임없이 눈이 내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말해도 젊은 사람들은 눈만 뎅그렇게 뜨고 그게 누구지 할 오마 샤리프라는 배우가 너무나 인상적인 영화였다. 라라로 나왔던 줄리 크리스티도 매력적이었고. 그리워 그리워 늘 목메이던 라라를 전차 차창 밖으로 발견한 지바고가 황급히 뒤쫗아갔으나 심장발작을 일으켜 죽어가고, 그것도 모른 채 자기 갈 길을 총총히 가던 라라의 뒷모습은.. 참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는 눈처럼 내리던 것들이 사실은 포탄에 날린 옥수수 알갱이.. 참 웃긴 장면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 장면은 눈이 오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런 동화같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썩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왜냐하면 현실을 망각하게 하니까 ... 이 영화만큼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억된다. 이념이 뭔지. 그런 게 사는 데 그리 중요한 거 아니쟎아.. 라는 생각, 영화 내내 했었다. 그래서 옥수수 알갱이가 팝콘이 되어 눈처럼 내리던 그 장면이 더욱 아릿하게 다가온다.

 

 

 

 

 


 

일본 영화는... 참 무미건조하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하고..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는 하지만... 난 왠지 그 색깔없는 무색무취의 영화들이 좋다. '철도원'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인데... 소설도 좋지만,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다. 홋카이도의 외로운 철도역에서 아내도 딸도 잃은 채, 정년퇴직을 앞둔 철도원의 모습. 눈이 내리고 기차가 지나가고 거기에 제복을 입은 채 끝까지 꼿꼿하게 서있던 모습이 슬픔으로 스며들던 영화... 눈이 그렇게 아름답게 내리는데, 사람의 마음은 쓸쓸하게 자리하고... 아. 눈물.

 


 

아 이 밖에도 많은데... '러브 스토리'도 있고, '러브 액츄얼리'... 아. '8월의 크리스마스'.



 

 

 

 

 

 

 

 

 

 

 

 

 

 

 

 

다들.. 이런 추억의 영화 하나 둘 쯤은 가지고 계시죠..? 괜스레 아련..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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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내리면 천천히 걸어가면 돼요. 신도 바지도 치마도 다 젖겠지만, 즐겁게 빨면 되지요. 이렇게 내리는 눈을 누릴 수 있는 삶이기에 즐거워요.

다만... 전남 고흥에서는 눈을 못 본답니다 ^^;; 날씨도 영상인걸요 @,.@

비연 2012-12-06 11:09   좋아요 0 | URL
아 고흥은 영상의 날씨...
눈은 내리는 걸 보는 건 참 좋은데 사실 젖으면 좀 귀챦...^^;;;;
그래도 그걸 기쁘게 생각하며 지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