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심란해서, 11월 7일 카뮈가 태어난 날 페이퍼 올려야지 했는데 그냥 지나가버렸다는.. 한 사람의 작가가 태어난 날까지 기억할 건 뭐냐..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우리 식구 이외 사람의 생일이나 등등의 날이 있는데, 하나는 카뮈가 태어난 날, 그리고 또 하나는 김광석이 죽은 날(1월 6일)이다. 그만큼 나한텐 영향을 많이 준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카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고 전기와 평전을 접하면서 난 그 작가에게 늘 고마움을 느껴왔다. 사실 고마움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난 '구원'을 느낀다. 물론 여러가지 정치적인 혹은 대외적인 행보는 썩 내키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알제리에 대한 발언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
그의 글에서는, 희망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그것이 천박하고 노골적이지 않기 때문. 그래서 읽고 있노라면 마음에 뭔가가 저미는 느낌이 들기 때문. 그리고 말하기 힘든 무엇무엇들. 내가 고3 때 김화영교수의 번역으로 처음 접했던 카뮈에서부터 오늘까지의 카뮈까지, 내 인생의 많은 부분들에서 힘이 되어줬다고나 할까. 어려울 때마다 펼쳐본다고나 할까.
참 많구나. 대부분 김화영 교수의 번역들. 카뮈를 대중화시킨 큰 공로자. 오늘은 집에 가서 다 읽진 못해도 카뮈의 글을 아무거나 하나 훑어봐야겠다.
... 그리고 오늘은 나의 생일. 내가 나의 생일에 단 하나 맘에 드는 건, 카뮈와 같은 달에 태어났다는 것. 같은 별자리라는 것. 11월이라는 것. 오늘 아침,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연세드신 어머니가 나이든 딸을 위해 손수 미역국이라니. 오늘은 모든 일정을 접고, 저녁에 부모님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케잌과 맥주를 들고..오손도손. 사는 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나이먹을수록 이런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 아는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생일을 지내기보다 내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그러고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