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올해의 송년회 1탄을 열었다. 내가 금주를 두 달정도 했는데 - 이건 평생 없던 일이었다 - 어제는 반가운 마음에 이제 봉인을 풀자 라는 마음으로 필스너 맥주 2잔을 벌컥 해버렸다. 역시나 술이란 안 먹다가 먹으면 몸이 반응을 해서.. 속이 좀 불편하다. 그래도 자리가 좋았던 지라 맥주는 먹었어야 했다. 다들 많이 웃고 많이 놀라고 많이 얘기하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심정이었다. 모임이란 이래야 하는 거지. 그런 거다.

 

심지어 어제는 눈도 왔고... 나는 올해 처음 본 눈이니까 이게 나의 첫눈이고. 다른 곳에는 마구 쌓였다고 하던데, 서울에는 나풀나풀 날리다가 그쳐서.. 첫눈이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첫눈에 대한 몇 안되는 기억들을 떠올리며 귀가. 생각해보니 첫눈. 하면 생각나는 추억들이 나는 크게 많지 않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몇 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기억 몇 개.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정말 싫었었는데, 그 해 12월 12일인가 눈이 왔다. 창문 밖을 내다보며 첫눈이다. 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고. 이게 누군가의 이야기로 덮어씌운 기억인지는 잘 모르겠고.. 어쩄든 첫눈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선생님의 첫눈이다. 는 썩 유쾌한 추억은 아님을 밝혀 둔다. 왜 싫었느냐. 잘 때렸고 (남녀 구분없이, 빰따귀 날리기) 런닝셔츠 바람으로 수업을 했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사람 취급을 안 했고 (1년 내내 이름을 못 외웠다) 나는 잘났는데 너네는 왜 이모양이냐 늘 이 기조였고... 기분에 따라 그날그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느냐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느냐가 결정되어서 아침 조회 시간에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내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절대 되지 말아야 할 타입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렇고.

 

좋았던 기억은.. 흠. 묘하게 그냥 동작이 생각난다. 첫눈 오던 날 종로에서 데이트를 했는데, 극장 앞에 서 있던 그가 초록색 코트 위에 떨어지는 눈발을 장갑낀 손으로 살짝 털던 모습.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다가가는 내 심장소리가 귀에까지 전해졌었다. 쿵쾅쿵쾅. 그리고는 머리 위에 떨어진 눈발도 살짝 털고... 그날 그가 입었던 초록색 코트는, 늘 잊혀지지 않는다. 덩치가 큰 사람이었는데 (180이 넘는 키에 90키로 이상의 몸무게?) 그 코트를 입은 모습이 너무 귀여웠었다. 원래 사랑이란 걸 하면 상대가 고릴라에 더 가까운 모양새라도 귀여움이 느껴지는 법.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다고 그 사람이 고릴라같았다는 건 아니다. 내눈에는 이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멋진 사람이었고... 사실 지금도 그 때 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였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걸 깨기 싫어서 절대 다시 만나긴 싫고. 허허.

 

시간이 너무나 빨라서 벌써 11월하고도 24일이고. 오늘 나는 업무 일찍 파하고 1박 2일 워크샵을 다녀올 계획이다. 사실 회의를 빙자한 워크샵인데 예쁘다는 화담숲에 가는 거라 조금 기대된다. 카메라를 가져왔어야 하나 살짝 후회도 되는 시점이고. 근데 왜 1박 2일인데도 짐이 이리 많은 건지. 아침에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더 들고 나올 손이 없었다. 나 이상? ㅜ 이제 송년회가 시작되어 - 오늘 워크샵도 일종의 송년회려나 - 매주 2~3번씩은 늦을텐데, 매년 이런 의식과 같은 행동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바빠서 소원했다고 해도, 연말만큼은 자 이제까지 건강하게 잘 버텨오신 것, 장하십니다, 내년에도 잘 버텨봅시다 우리.. 라는 심정으로 자리를 함께 하는 건, 괜챦은 일이 아닐까 싶다. (송년회의 변명 ㅎ)

 

요즘 정말 책을 읽지않고 있어서 마음에 부담이 있는데... 지금 현재 쥐고 있는 책은 두 권이다.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정신이라는 것들 중의 많은 것들이 예전에 이미 나왔던 아이디어에 조각 하나 얹어져 다시금 나온 경우가 많다 라는 주제. 처음 알았지만, 전기 자동차가 자동차가 나오기 전에 이미 나왔었고 곧 유행할 거라고 했다가 전기 배터리의 성능이 좋지 않아 기름 쓰는 자동차로 대체되었다는 것은 놀라움의 극치다. 이제 현대에 와서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를 성공하게 된 건 전기 배터리의 성능이 월등해져서 운행이 가능해진 덕분이라는 것도 놀랍고 재미있고. 다른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어서 술술 넘어간다. 하드커버라는 게 에러인데..ㅜ 저녁에 이거 읽다가 얼굴 망가질 것 같아 들고 다니는데 무게가... 무게가... 내 어꺠.

 

 

 

 

 

 

 

 

맨부커상을 받은 작품으로  (그러니까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받아 유명해진 그 상)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아직도 남아 있는 가상의 도시 디킨스시에서 주인공 Me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내용인데 말이다. 처음에는 이게 뭔소리여 하다가 조금 읽어나가니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물론 여전히 두서가 없어보이고 속어와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난무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읽어보세요. 하고 권해줄 수 있을 정도의 재미라고나 할까.

 

 

 

 

 

 

 

 

 

 

 

근데, 근데, 두 책다 재미있는데, 왜 진도는 안 나가는 걸까. 요즘 독서에 좀 흥미가 떨어진 걸까. 11월까지 이 두 권은 다 읽고 싶은데 말이다. 현재 스코어로는 작년보다 책을 더 '안' 읽은 상태라, 위기감 엄습이다. 사기는 더 많이 사는데 (아 ... 책장이 또 휘어지려고 한다) 읽기는 더 적게 읽다니. 이 왠 불균형인가 말이다. 오늘 화담숲 가서 전경 보며 책이나... 읽어야지. 할일이 많아 노트북을 싸들고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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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1-24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부터 책을 한 번만 더 살까 계속 갈등하고 있어요. 식판 하늘색 꽃으로 받았으니 분홍색 식판도 받아야 셋트가 되지 않을까 싶고...

워크샵 잘 다녀오세요, 비연님. 예쁜 풍경도 많이 보시고요!

비연 2017-11-24 12:24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그쵸? 식판이 넘 탐나서 아무래도 내년에 한번 주문할 걸 당겨 쓰더라도 올해 사야겠죠? ㅜㅜ
화담숲 예쁜 풍경... 사진으로 올릴게요. 그나저나 오늘 우리 조직개편. 뒤숭숭..ㅜ

AgalmA 2017-11-29 20:52   좋아요 1 | URL
어딜 가나 굿즈 고민 상담 중이신ㅋ

다락방 2017-11-29 21:26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11-29 23: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영화로 개봉된다. 예전 영화에도 여러 유명 배우들이 나왔었는데 (잉그리드 버그만까지!) 이번에도 에르큘 포와로에 케네스 브래너가 나오는 등 호화멤버라고 다들 관심이 크다. 내용 다 알면서도 영화를 보고 싶은 심정을 갖게 하는 것이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매력이다.

 

황금가지에서 새로운 번역책이 나오긴 했지만, 내 기억 속의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를 대변하는 책은 해문 출판사의 그것이다. 물론 지금은 표지도 크기도 좀 바뀌긴 했지만, 예전 어렸을 때 동네 문방구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 해문 출판사의 빨간책들은 내게는 거의 보물창고와 같은 느낌이었다. 오며가며 용돈 털어 산 게 거의 100권쯤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아가사 크리스티만 있었던 건 아니고. 집의 책장에 주욱 꽂혀 있었더랬지.

 

요즘은 그걸 생각하면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연말이 되어서 그런지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 외할머니는 연세가 꽤 드셨음에도 소설 읽는 걸 좋아하셨다. 특히 이 해문 출판사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좋아하셨었는데, 한권 두권씩 가져가셔서 결국 내가 가지고 있던 책 다 가지고 가신..^^ 두고 두고 읽으시다가 다른 할머니들한테도 나눠주시고... 묘하게도 내 책들이 돌려읽히는 걸 싫어하던 때였는데 (책보관을 생명으로 여기던 시기) 그런 외할머니 모습이 너무 좋았었다. 왜 그랬는 지는 모르겠고.. 아마 책읽는 우리 외할머니가 내심 뿌듯했는 지도.

 

며칠 전에는 꿈에 나오셨다. 돌아가신 지 십년 쯤 되셨는데 돌아가실 때에 비해 조금 젊으신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계셨다. 음식 솜씨 좋으셨던 외할머니셔서인지 한상 그득 상을 차려 놓으시고는 외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계시는데 아 그리움이 물밀듯이 몰아 닥쳤더랬다.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갖가지 음식들도 먹고 싶어지고... <오리엔트 특급살인> 영화 개봉한다는 이야기 듣고는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는 이 의식의 흐름이라니... 외할머니 뵈러 천안에 있는 묘소에 조만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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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2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그리운 분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매개체군요. 이런 책은 자주 읽지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소장하고 싶어요.

비연 2017-11-22 23:05   좋아요 0 | URL
저두요... 외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이 영화도 같이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싶기도. 살아계실 땐 극장 같이 간 적이 없네요..

카스피 2017-11-23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사랑하셨다는 할머니라시니 마치 미스 마플을 연상시키는것 같아요.외할머니가 저를 무척 아끼셨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꿈속에서 뵌적이 없는것을 보아 아무래도 제가 외할머니를 많이 사랑하지 못하것 같아 조금 죄송스럽네요ㅜ.ㅜ

비연 2017-11-24 00:19   좋아요 0 | URL
꿈에서 못 뵈어도 늘 생각하시니 사랑하시는 거죠, 외할머니. 전 좋은 손녀딸은 못 되었어서 더 애석하고 그리운 거 같아요. 살아계실 때 좀더 잘해드릴걸 싶어서.
 

 

어제 저녁에 심란한 소식을 듣고.. (아 정말) 갑자기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면서 몇 달동안 미뤄둔 정리라는 걸 시작했다. 밤 10시에. 12시까지. 야밤에. 그만큼 심란했어요...ㅜ

 

미뤄뒀던 정리는 집에 처리 안하고 있던 컴퓨터들을 버리는 거였다. 우리집에 십년 전쯤 산 데스크탑과 모니터와 프린터가,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예전에 쓰던 노트북이 두개나 그냥 또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이것들을 언제 한번 포맷하고 버려야 하는데 하며 찝찝해하고 있던 참이긴 했다. 불편해서 어제 프린터도 하나 사는 바람에 그나마 없는 공간이 더 복잡복잡해졌고 그래서 아 정리할까 말까 했는데, 심란한 소식... 땜에 팔 걷어붙이고 먼지 뒤집어쓰며 시작. 심란하면 청소하는 여자 비연.

 

데스크탑은 아예 전원 자체가 안 들어와서 포맷 포기.. 뭐 특별한 파일 없었지? 라고 한쪽으로 치우고, 노트북 두 개는 과감히 포맷을 했다. 소니바이오... 이젠 망해버린 소니바이오 (망했다기보다는 다른 데로 넘어갔지 아마) 노트북은 어디서 애프터서비스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켜서 복구를 시켜버렸다. 파일 다 지우고 (물론 이게 복원하려면 복원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윈도우 새로 복구하는 과정을 했다. 왠지 마음이 깔끔해지는 느낌.

 

중고물품을 처리해준다는 '주마'라는 업체에 인터넷으로 신청을 했고 주위를 둘러보니 하나 치울 게 또 있네? 나의 오디오. 아.. 저 역사적인 오디오. 이제 완전히 망가진. 내가 첫직장 얻고 처음 월급받은 걸로 구입했던 옛날 옛날 또 옛날 미니컴포넌트. 저것도 이번에 처리하자. 새거 하나 사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데. 하지만 왠지 의미를 부여한 물건이었던 지라 (그러니까 첫, 첫 이러니까) 마음이 괜히 짠한 게 사실이었지만.... 눈 딱 감고 처리해주세요~ 에 올렸다.

 

내일쯤 처리가 될 것 같은데, 그러고나면 방에 있는 막 쌓여있는 자료들도 다 정리해야할 듯 싶다. 일년동안 그대로 지냈더니 방이 거의.. 폭탄투하 상태. 내가 여기에서 숨을 쉬고 산다니 가끔 의아할 정도라. 아. 방을 통째로 들어서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구나.

 

요즘 어쨌든 그래서 열심히(!) 버리고 있다. 연말까지 책도 좀더 내놓아야지. 그리고... 식판을 받으러 다시 주문을..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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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1-22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식판 받았어요. 도자기 재질이라 묵직하더라고요. 후훗.
하나 더 받을까 어쩔까 고민중입니다요.

비연 2017-11-22 08:47   좋아요 0 | URL
도자기 재질이라 묵직하군요... 이런. 더 갖고 싶어지네요! ㅜ

2017-11-2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2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2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2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2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7-11-23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컴 정리를 하셨군요.오래된 데탑이라면 아마 하드안에 기억에는 없지만 어떤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을지 모르거든요.근데 하드내용을 복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대부분 그냥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더군요.그리고 소니의 경우 컴 사업부가 다른 곳으로 팔렸지만 서울의 경우라면 신사동쪽의 소니 매장등에서 아마 노트북 as를 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비연 2017-11-24 00:20   좋아요 0 | URL
결국 하드를 빼내고 노트북을 처분했는데.. 수거해가는 쪽에서 하드 없다고 무상수거해가더라구요 ㅠㅠ
 

 

어제가 생일이었다.

 

가족들이 가장 먼저 축하를 해 주었고. 엄마는 새벽 출근하는 내 앞에 미역국과 생일상을 차려 주셨다.. 아 너무 죄송.내가 차려드려도 시원챦을 판에 이 나이에 엄마한테 생일상을 받아 먹다니. 정말 눈물이 핑... 아빠와 동생부부가 축하를 전했고... 다음 주에는 생일파티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페북에 몇 사람이 글을 올려 주었다. 축하한다고. 친한 친구는 전화를 했고... 회사 동료들은 축하한다며 점심을 함께 하자 했다. 너무 먹어서 배가 빵빵해져버렸다는...

 

그리고 밤 11시쯤. 내가 사랑하는 조카에게 메세지가 왔다. 이런 감동의 마무리라니. 고모. 늦어서 미안해. 생일 축하축하해. 아. 눈물 났다. 중1의 시크함을 고스란히 가진 채 봐도 모른척 하는 조카가 이런 메세지를... 나이가 드나. 이런 메세지에 크게 감동을 받아 보고 또 보고 했다는. 

 

그렇게 생일이 지나갔다. 잔잔하고 조용하게.

 

요즘은 이렇게 생일을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북적북적 하기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축하인사 소소하게 받고, 작은 이벤트로 밥이나 먹고. 건강하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이렇게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여러가지 생각들은 있었다. 이런 날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후배의 얼굴이 내내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았고.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으려나. 그 아이와 매년 함께 했던 생일 이벤트가 많이 그리웠다. 마음에 스산한 바람 하나가 스쳐가고...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은 이미 준비해두었다. 애썼어. 1년동안 지내오느라. 이런 기분으로. 주말에 클래식 공연을 예약해두었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이자크 펄만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있어서 말이다. 사실 책도 선물하고 싶었는데 산 지가 얼마 안되어서... 양심상 패스.. 보관리스트의 300권 가까운 책들은 올해 안 사면 다 지워버릴건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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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2017-11-10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 드려요

비연 2017-11-10 14: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11-10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한 생일 다음 날 되세요

비연 2017-11-10 14: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생일 다음날에 뭘 할까 고민 중인데..ㅎㅎㅎ

서니데이 2017-11-10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

비연 2017-11-10 14: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2017-11-10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0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제트50 2017-11-10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비연 2017-11-10 14: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7-11-10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뜻깊은 것 같아요.
공연도 예매하시고^^ 책도 사세요~~ 에라 모르겠다@@ 축하해~~하는 맘으로 ㅋㅋ

비연 2017-11-10 17:5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제 속내를 들켜버렸...;;;; 에라 모르겠다 장바구니에 책 담고 있는 중요 ㅜㅜ

cyrus 2017-11-12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북플에 접속해서 좋은 소식을 늦게 확인했어요. 많이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

비연 2017-11-13 08:48   좋아요 0 | URL
cyrus님. 감사해요~ 생일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축하는 늘 좋네요 ㅎㅎ
 

 

1. 근황

 

건강상의 이유로 며칠 집에서 쉬고 있다. 대단한 병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여차저차하여. 내 휴가 탈탈 털고 쉬는 거라 회사에 뭐 꺼리낄 것은 없으나... 10월은 좀 미안해지기도 한다. 9일까지 연휴였고 그 이후 며칠이나 근무했나. 벌써 내일이 월급날이다. 생전 회사에 미안하다는 생각... 별로 안 해보고 살았는데. 이번엔 좀 그렇네. 무노동 유임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뭐 암튼.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고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깨작깨작 이책저책 보다가 누워 자고 먹고 또 자고... 게다가 요즘엔 두산 야구가 시작되어 그거 보고 페북에 글 올리고 그러느라 정신이 없다. 개인적으로 할 일은 산더미이고 당장 내일 모레 회의도 가야 하는데 진행상태는 제로. (아 정말 제로 베이스라니! ㅜ) 근데도 하기 싫어서 이렇게 알라딘 들어와 끄적거리고 있다. 사람이 집에 있으면 더 늘어지기 마련이라... 능률도 떨어지고 의욕도 떨어지고... 집중도 안되고... (변명, 변명..) 몸상태가 썩 좋아진 것도 아니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것 같다. 아 내 휴가. 여행을 갔으면 어디 유럽 어느 나라 한 바퀴는 돌았겠소. 슬퍼진다. 

 

 

 

 

 

 

 

 

 

 

 

육체적으로 불편해지면 정신은 '단 것'을 찾게 마련. 어려운 책은 저리 멀리 치워 두고 재미있겠다 싶은 책들만 골라 읽은 게 이거다. <작은 친구들>은 퓰리쳐상 탄 작가가 쓴 책이라 해서 기대를 좀 하고 봤는데, 2권 내리 읽는 동안 이게 뭔 애기인 지 왜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오빠의 살인범은 언제 나타나는 건지 머리만 복잡해졌다. 결국 이상한 지점에서 소설은 끝이 났고.. 이걸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물론 그 내용 속에서 주인공 여자아이는 온갖 일을 다 겪기도 하고 저지르기도 했지만... 글쎄. 다음에 중고책으로 내놔야지 이러면서 책장을 덮었고. <비하인드 허 아이즈>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다. 일단 편집 자체가 너무 듬성해서 그냥 좀 붙여서 한권 얇게 만들지 이렇게 띄엄띄엄 단락을 주고 위아래왼쪽오른쪽 여백도 왕창 주면서 만들었어야 하나 불만이 생겼고. (까칠) 내용도... 생각보다 놀랍지도 기막히지도 않아서 별로 내게 위안이 되어 주지 못했다 이 말씀. 물론 심리묘사 자체가 훌륭하지 않다는 건 아니고.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하나는 건진 것 같다. 오. 엄지 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여성 캐릭터들 멋지다. 까칠하고 오지랖 넓고 폐쇄적이지만 독립적이고 스스로를 책임지려는 모습들이 강렬하다. 이게 심지어 실화라니. 물론 작가의 많은 상상력이 보태어졌다고 해도 작가가 쓴 글을 보면 최대한 실화에 기대어 쓰려고 애썼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시리즈를 8권 기획했는데 이제 3권까지 작가가 썼다고 하니 얼렁얼렁 쓰세요 라며 차 한잔 가져다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2권 번역도 서둘러 주시고 문학동네님. 흐흐흐.

 

 

2. 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었고 현재 두산과 NC가 1승 1패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제 10월이 지나고나면 4월까지는 시즌이 없을 거라 (물론 스토브리그라는 것도 있지만) 아주 매 게임을, 심지어 롯데와 NC 게임까지 다 챙기면서, 진진하게 시청 중이다. 두산이 걸린 시합은 말할 것도 없고. 가급적 한국시리즈를 나가 줬으면 하는 크나큰 바램은 있으나... 사실 NC 달감독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하여 이번 한번쯤 그냥 두산이 양보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는.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혹한 것이니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 이 자세가 좋을 듯... 아 ㄱ러나, 달감독..ㅜㅜ

 

1차전 때 박철순이 시구를 나왔다. 마음 한켠에 전기 찌릿. 레전드 라고 하면 여러 사람이 떠오르지만, 묘하게 마음에 이런 전기를 일으키는 레전드는 몇 안 되는 것 같다. 박철순이 그렇고 최동원이 그렇고... 박철순은 사실 원년에 엄청난 투구로 프로야구를 더없이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를 한 선수이긴 하지만 그 이후는 잦은 부상으로 결국 얼마 못 버티고 은퇴 비스므레하게 했는데 말이다. 그 이후로 해설을 한다든가 프로야구 코치나 감독을 한다든가 하는 일 별로 없이 가끔씩 사는 모습만 보여주고, 유소년들 육성하는 일에만 힘쓰고 있다. 그 모습이 좋다고나 할까. 이제 벌써 환갑. 박철순이 환갑이라니. OB 베어스의 색동모자를 쓰고 큰 키에 긴 팔을 휘두르며 만화에나 나옴직한 외모로 야구공을 뿌려대던 그가 벌써 환갑. 내 나이 먹는 건 차치하고라도 이런 사람 나이 먹는 거 보면 정말 세월은 무상해. 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온다.

 

 

3. 기타 등등

 

이제 기운 좀 차리고 일도 하고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도 수습하고 해야 할텐데. 사람이 건강이 한번 무너지면 기력을 찾고 정신을 찾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나이 먹을수록 그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듯 하고.

 

지금 읽는 책은 이것.

 

 

누가 읽어보래서 사둔 책인데 재미있다. 인간은 왜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생물학적으로 진화론적 관점으로 봐서 이야기는 전혀 유용하지 않은데 (한마디로 실용적이지 않은데) 왜 이야기를 즐기고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이는 걸까. 뭐 이런 얘기를 읽기 쉽고 지루하지 않게 쓴 책이다.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을 똬악...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왜 그렇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건, 마치 인간은 왜 문화예술이란 걸 하지? 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토하는 것 같고. 동굴에 쳐박혀 햇빛도 못 보고 몸에 팬티 하나 걸치고 살 때부터 인간은 뭔가를 그리고 표현하려고 했다. 그건 왜? 사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데. 그린다고 만든다고 쌀이 나와 밥이 나와... (아 이것은 6.25 직후의 어른들 이야기? ㅜ) 그런데도 인간은 끊임없이 뭔가 창조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니. 이야기와 마찬가지 관점에서 참 의문 돋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런저런 생각 하며 읽고 있다... 일해야 하는데...ㅜ

 

 

 

 

 

사실, 요즘은 영화도 많이 보고 싶다. 볼 만한 영화들이 꽤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몸도 그렇고 시간도 없고 해서 극장에 가는 일이 힘들어진 상태. <아이캔 스피크>나 <범죄도시>같은 우리나라 영화도 좋고 <토르: 라그나로크>, <마더!>, <아이엠 히스레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어메이징 메리>... 헥헥... 이런 영화들도 찜해놓은 상태다... 다 보긴 글렀고 몇 개만.

 

아 이제 정말 일하자. 이럴 줄 알았으면 올해 개인적인 일은 벌이지 않는 거였는데. 후회막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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