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심란한 소식을 듣고.. (아 정말) 갑자기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면서 몇 달동안 미뤄둔 정리라는 걸 시작했다. 밤 10시에. 12시까지. 야밤에. 그만큼 심란했어요...ㅜ
미뤄뒀던 정리는 집에 처리 안하고 있던 컴퓨터들을 버리는 거였다. 우리집에 십년 전쯤 산 데스크탑과 모니터와 프린터가,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예전에 쓰던 노트북이 두개나 그냥 또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이것들을 언제 한번 포맷하고 버려야 하는데 하며 찝찝해하고 있던 참이긴 했다. 불편해서 어제 프린터도 하나 사는 바람에 그나마 없는 공간이 더 복잡복잡해졌고 그래서 아 정리할까 말까 했는데, 심란한 소식... 땜에 팔 걷어붙이고 먼지 뒤집어쓰며 시작. 심란하면 청소하는 여자 비연.
데스크탑은 아예 전원 자체가 안 들어와서 포맷 포기.. 뭐 특별한 파일 없었지? 라고 한쪽으로 치우고, 노트북 두 개는 과감히 포맷을 했다. 소니바이오... 이젠 망해버린 소니바이오 (망했다기보다는 다른 데로 넘어갔지 아마) 노트북은 어디서 애프터서비스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켜서 복구를 시켜버렸다. 파일 다 지우고 (물론 이게 복원하려면 복원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윈도우 새로 복구하는 과정을 했다. 왠지 마음이 깔끔해지는 느낌.
중고물품을 처리해준다는 '주마'라는 업체에 인터넷으로 신청을 했고 주위를 둘러보니 하나 치울 게 또 있네? 나의 오디오. 아.. 저 역사적인 오디오. 이제 완전히 망가진. 내가 첫직장 얻고 처음 월급받은 걸로 구입했던 옛날 옛날 또 옛날 미니컴포넌트. 저것도 이번에 처리하자. 새거 하나 사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데. 하지만 왠지 의미를 부여한 물건이었던 지라 (그러니까 첫, 첫 이러니까) 마음이 괜히 짠한 게 사실이었지만.... 눈 딱 감고 처리해주세요~ 에 올렸다.
내일쯤 처리가 될 것 같은데, 그러고나면 방에 있는 막 쌓여있는 자료들도 다 정리해야할 듯 싶다. 일년동안 그대로 지냈더니 방이 거의.. 폭탄투하 상태. 내가 여기에서 숨을 쉬고 산다니 가끔 의아할 정도라. 아. 방을 통째로 들어서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구나.
요즘 어쨌든 그래서 열심히(!) 버리고 있다. 연말까지 책도 좀더 내놓아야지. 그리고... 식판을 받으러 다시 주문을..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