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황

 

건강상의 이유로 며칠 집에서 쉬고 있다. 대단한 병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여차저차하여. 내 휴가 탈탈 털고 쉬는 거라 회사에 뭐 꺼리낄 것은 없으나... 10월은 좀 미안해지기도 한다. 9일까지 연휴였고 그 이후 며칠이나 근무했나. 벌써 내일이 월급날이다. 생전 회사에 미안하다는 생각... 별로 안 해보고 살았는데. 이번엔 좀 그렇네. 무노동 유임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뭐 암튼.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고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깨작깨작 이책저책 보다가 누워 자고 먹고 또 자고... 게다가 요즘엔 두산 야구가 시작되어 그거 보고 페북에 글 올리고 그러느라 정신이 없다. 개인적으로 할 일은 산더미이고 당장 내일 모레 회의도 가야 하는데 진행상태는 제로. (아 정말 제로 베이스라니! ㅜ) 근데도 하기 싫어서 이렇게 알라딘 들어와 끄적거리고 있다. 사람이 집에 있으면 더 늘어지기 마련이라... 능률도 떨어지고 의욕도 떨어지고... 집중도 안되고... (변명, 변명..) 몸상태가 썩 좋아진 것도 아니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것 같다. 아 내 휴가. 여행을 갔으면 어디 유럽 어느 나라 한 바퀴는 돌았겠소. 슬퍼진다. 

 

 

 

 

 

 

 

 

 

 

 

육체적으로 불편해지면 정신은 '단 것'을 찾게 마련. 어려운 책은 저리 멀리 치워 두고 재미있겠다 싶은 책들만 골라 읽은 게 이거다. <작은 친구들>은 퓰리쳐상 탄 작가가 쓴 책이라 해서 기대를 좀 하고 봤는데, 2권 내리 읽는 동안 이게 뭔 애기인 지 왜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오빠의 살인범은 언제 나타나는 건지 머리만 복잡해졌다. 결국 이상한 지점에서 소설은 끝이 났고.. 이걸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물론 그 내용 속에서 주인공 여자아이는 온갖 일을 다 겪기도 하고 저지르기도 했지만... 글쎄. 다음에 중고책으로 내놔야지 이러면서 책장을 덮었고. <비하인드 허 아이즈>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다. 일단 편집 자체가 너무 듬성해서 그냥 좀 붙여서 한권 얇게 만들지 이렇게 띄엄띄엄 단락을 주고 위아래왼쪽오른쪽 여백도 왕창 주면서 만들었어야 하나 불만이 생겼고. (까칠) 내용도... 생각보다 놀랍지도 기막히지도 않아서 별로 내게 위안이 되어 주지 못했다 이 말씀. 물론 심리묘사 자체가 훌륭하지 않다는 건 아니고.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하나는 건진 것 같다. 오. 엄지 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여성 캐릭터들 멋지다. 까칠하고 오지랖 넓고 폐쇄적이지만 독립적이고 스스로를 책임지려는 모습들이 강렬하다. 이게 심지어 실화라니. 물론 작가의 많은 상상력이 보태어졌다고 해도 작가가 쓴 글을 보면 최대한 실화에 기대어 쓰려고 애썼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시리즈를 8권 기획했는데 이제 3권까지 작가가 썼다고 하니 얼렁얼렁 쓰세요 라며 차 한잔 가져다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2권 번역도 서둘러 주시고 문학동네님. 흐흐흐.

 

 

2. 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었고 현재 두산과 NC가 1승 1패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제 10월이 지나고나면 4월까지는 시즌이 없을 거라 (물론 스토브리그라는 것도 있지만) 아주 매 게임을, 심지어 롯데와 NC 게임까지 다 챙기면서, 진진하게 시청 중이다. 두산이 걸린 시합은 말할 것도 없고. 가급적 한국시리즈를 나가 줬으면 하는 크나큰 바램은 있으나... 사실 NC 달감독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하여 이번 한번쯤 그냥 두산이 양보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는.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혹한 것이니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 이 자세가 좋을 듯... 아 ㄱ러나, 달감독..ㅜㅜ

 

1차전 때 박철순이 시구를 나왔다. 마음 한켠에 전기 찌릿. 레전드 라고 하면 여러 사람이 떠오르지만, 묘하게 마음에 이런 전기를 일으키는 레전드는 몇 안 되는 것 같다. 박철순이 그렇고 최동원이 그렇고... 박철순은 사실 원년에 엄청난 투구로 프로야구를 더없이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를 한 선수이긴 하지만 그 이후는 잦은 부상으로 결국 얼마 못 버티고 은퇴 비스므레하게 했는데 말이다. 그 이후로 해설을 한다든가 프로야구 코치나 감독을 한다든가 하는 일 별로 없이 가끔씩 사는 모습만 보여주고, 유소년들 육성하는 일에만 힘쓰고 있다. 그 모습이 좋다고나 할까. 이제 벌써 환갑. 박철순이 환갑이라니. OB 베어스의 색동모자를 쓰고 큰 키에 긴 팔을 휘두르며 만화에나 나옴직한 외모로 야구공을 뿌려대던 그가 벌써 환갑. 내 나이 먹는 건 차치하고라도 이런 사람 나이 먹는 거 보면 정말 세월은 무상해. 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온다.

 

 

3. 기타 등등

 

이제 기운 좀 차리고 일도 하고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도 수습하고 해야 할텐데. 사람이 건강이 한번 무너지면 기력을 찾고 정신을 찾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나이 먹을수록 그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듯 하고.

 

지금 읽는 책은 이것.

 

 

누가 읽어보래서 사둔 책인데 재미있다. 인간은 왜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생물학적으로 진화론적 관점으로 봐서 이야기는 전혀 유용하지 않은데 (한마디로 실용적이지 않은데) 왜 이야기를 즐기고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이는 걸까. 뭐 이런 얘기를 읽기 쉽고 지루하지 않게 쓴 책이다.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을 똬악...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왜 그렇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건, 마치 인간은 왜 문화예술이란 걸 하지? 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토하는 것 같고. 동굴에 쳐박혀 햇빛도 못 보고 몸에 팬티 하나 걸치고 살 때부터 인간은 뭔가를 그리고 표현하려고 했다. 그건 왜? 사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데. 그린다고 만든다고 쌀이 나와 밥이 나와... (아 이것은 6.25 직후의 어른들 이야기? ㅜ) 그런데도 인간은 끊임없이 뭔가 창조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니. 이야기와 마찬가지 관점에서 참 의문 돋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런저런 생각 하며 읽고 있다... 일해야 하는데...ㅜ

 

 

 

 

 

사실, 요즘은 영화도 많이 보고 싶다. 볼 만한 영화들이 꽤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몸도 그렇고 시간도 없고 해서 극장에 가는 일이 힘들어진 상태. <아이캔 스피크>나 <범죄도시>같은 우리나라 영화도 좋고 <토르: 라그나로크>, <마더!>, <아이엠 히스레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어메이징 메리>... 헥헥... 이런 영화들도 찜해놓은 상태다... 다 보긴 글렀고 몇 개만.

 

아 이제 정말 일하자. 이럴 줄 알았으면 올해 개인적인 일은 벌이지 않는 거였는데. 후회막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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