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생일이었다.
가족들이 가장 먼저 축하를 해 주었고. 엄마는 새벽 출근하는 내 앞에 미역국과 생일상을 차려 주셨다.. 아 너무 죄송.내가 차려드려도 시원챦을 판에 이 나이에 엄마한테 생일상을 받아 먹다니. 정말 눈물이 핑... 아빠와 동생부부가 축하를 전했고... 다음 주에는 생일파티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페북에 몇 사람이 글을 올려 주었다. 축하한다고. 친한 친구는 전화를 했고... 회사 동료들은 축하한다며 점심을 함께 하자 했다. 너무 먹어서 배가 빵빵해져버렸다는...
그리고 밤 11시쯤. 내가 사랑하는 조카에게 메세지가 왔다. 이런 감동의 마무리라니. 고모. 늦어서 미안해. 생일 축하축하해. 아. 눈물 났다. 중1의 시크함을 고스란히 가진 채 봐도 모른척 하는 조카가 이런 메세지를... 나이가 드나. 이런 메세지에 크게 감동을 받아 보고 또 보고 했다는.
그렇게 생일이 지나갔다. 잔잔하고 조용하게.
요즘은 이렇게 생일을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북적북적 하기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축하인사 소소하게 받고, 작은 이벤트로 밥이나 먹고. 건강하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이렇게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여러가지 생각들은 있었다. 이런 날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후배의 얼굴이 내내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았고.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으려나. 그 아이와 매년 함께 했던 생일 이벤트가 많이 그리웠다. 마음에 스산한 바람 하나가 스쳐가고...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은 이미 준비해두었다. 애썼어. 1년동안 지내오느라. 이런 기분으로. 주말에 클래식 공연을 예약해두었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이자크 펄만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있어서 말이다. 사실 책도 선물하고 싶었는데 산 지가 얼마 안되어서... 양심상 패스.. 보관리스트의 300권 가까운 책들은 올해 안 사면 다 지워버릴건데...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