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온천에 몸을 담갔다가
살살 산책 좀 하다가
료칸에서 제공하는 가이세키 정식 먹다가
자다가 읽다가 보다가...
이것이 楽園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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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7-01-28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움에 치를 떨고 갑니다 ㅎ
비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연 2017-01-31 08:00   좋아요 0 | URL
치를...^^;;;; 알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꾸는섬 2017-01-2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멋진 연휴를 보내시는군요. 좋으시겠어요.^^ 잘 다녀오세요.^^

비연 2017-01-31 08:01   좋아요 0 | URL
꿈섬님.. 간만에 푹 쉴 수 있었네요~ ㅎㅎㅎ

세실 2017-01-29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료칸 딱 제 스타일입니다!
캬~~~

비연 2017-01-31 08:01   좋아요 0 | URL
일본 자주 다녀도 료칸은 처음이었는데... 아. 딱 제 스타일네요 세실님 ㅋㅋ
종종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보슬비 2017-01-29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연휴를 보내고 계시는군요~~^^

비연 2017-01-31 08:02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 즐거운 연휴였습니다...만 출근하고 보니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시이소오 2017-01-29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비연님 부럽다요. ^^

비연 2017-01-31 08:02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 우힛. 료칸 한번 이용해보세요, 혹시 안 다녀오셨다면.. 피로가 싹 가십니다~
 

와인과 치즈와 수박식빵과 딸기와 영화가 함께 하는 일요일.

영화는 <스포트라이트>.
식빵은 따순기미의 수박식빵.
치즈는 브리 치즈.
딸기는 이마트에서 사다놓은 것.
와인은 아르헨티나 말벡.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좋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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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7-01-2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으로 사시네요

비연 2017-01-23 08: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정말 간만에 기분 좀 내봤어요~ 근데 아침에 와인기운으로 띵..;;;

서니데이 2017-01-2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박식빵 맛 궁금해요.
비연님 좋은밤되세요.^^

비연 2017-01-23 08:19   좋아요 1 | URL
묘하게 맛난 식빵이에요. 수박맛과 딸기맛이 나면서 수박씨로 꽂힌 쵸코맛도 나는. 냠냠

[그장소] 2017-01-2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스포트라이트 보셨어요? 저 중간에 보다 말아서.. 다시 봐야해요 .^^

비연 2017-01-23 08:20   좋아요 1 | URL
어제 다 봤는데... 재밌더라구요. 어디나 뭔가를 덮어대는 건 기득권층이고
이게 정말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 절실하게 와닿는... 꼭 다시 보시길~^^

[그장소] 2017-01-23 10:45   좋아요 0 | URL
네 ㅡ ^^

단발머리 2017-01-23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시나...수박 식빵에 눈이 가네요^^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등장한 친구들이 전부 근사합니다~~ ㅎㅎ

비연 2017-01-23 09:26   좋아요 1 | URL
ㅎㅎ 역시 수박식빵의 비주얼에 다들..^^
좋은 시간이었어요. 가끔 이렇게 기분 내보려구요 ~
혼술이지만 우아하게? ㅋㅋ

보슬비 2017-01-24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요즘 다이어트로 일주일에 한번 음주하기로해서 맛있는 술만 보면 눈돌아가요. ㅎㅎ

비연 2017-01-25 08:17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 저도 첨엔 그랬는데... 아 이거 유혹이 대단하네요...ㅜㅜㅜㅜ
혼자 있으니 적적해서 그런지 자꾸 한잔씩 하게 되고. 저도 담주부터는 주1회만 하기로...ㅜㅜ

서니데이 2017-01-26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연 2017-01-28 21:0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앞으로도 이 곳에서 재미나게 함께 해요^^
 

 

어제부터 쭈욱 기다렸는데... 오늘이 역사적인 날이 되리라. 근데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소금을 팍팍 칠 수 있는가.. 몇 줄 안되는 기각 소명도 우습고, 그 내용도 우습고... 이 정도 되면 그냥 받아들였어야지, 어째서 풀어준 건가. 이게 말이 되나. 경제는 무슨... 한 사람 없다고 안 돌아갈 회사면, 회사라고 할 수 있는가. 왜 자꾸 경제를 들먹이나. 있을 땐 잘 꾸려졌나.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주진형 前한화증권 사장 말이 맞지 않는가. 지금 이 시국에, 장난질인가 뭔가.

 

이 일로 힘받을, 여러 명의 얼굴이 한꺼번에 폭죽 터지듯이 떠올라서 매우, 매우 우울한 기분이다.

 

어제는 또, 새벽 늦게까지 옆집인지 윗집인지에서 웃고 떠들고... 넘 크게 떠들어서 잠을 깼더니만 다시 잠드는 데 한시간도 넘게 걸린 것 같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안간힘을 쓰면서... 소리도 빽.. 질러봤지만 내 소리는 닿지 않는 것인지, 끊임없이 웃고 떠들고. 새벽에. 새벽 2시에. 오피스텔의 방음 안되는 구조에서. 아.. 열받아.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에. 기각이라는 뉴스가 떴다. 이건 뭐, 설상가상 아픈데 소금뿌리고 상처 한번 더 후벼파는 꼴. 모닝 커피를 속에 들이 부으며 분을 삭이고 있다. 특검이 이 일로 의기소침하거나 방향을 선회하거나 하면 안될텐데.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야 하나. 응원의 떡을 보내야 하나. 뭔가 이렇게 진행되면 안되나는 국민적 메세지가 필요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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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7-01-1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말대로 오늘 아침 기사를 보니 기각이 떴더라구요.
안그래도 경제지나 보수신문들 중심으로 ‘특검이 너무 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에 큰타격을 준다‘는 등 친삼성스런 기사들이 연일 쏟아내고 있었는데요.
결국 그런 부담을 법원측에서는 떨칠수 없었던 것일까요. 전직 대통령도 당한다는 구속을 삼성만큼은 아직 시키지 못했던 역사가 계속 이어지네요. ㅜㅜ

비연 2017-01-19 11:13   좋아요 0 | URL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아요..ㅜ
사필귀˝쩐˝ 이라는 말이 유행한다네요... 에휴.

북프리쿠키 2017-01-1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호하는 인간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구역질납니다.

비연 2017-01-19 12:05   좋아요 1 | URL
하루종일 쏠려서 커피를 사발로 밀어넣고 있는 중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17-01-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언제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 수 있을지... 하아... 기각이라니...
대책회의 더 열심히 하겠네요.
여기, 커피 한 잔 추가요!!!

비연 2017-01-19 13:12   좋아요 0 | URL
거기에 언론들이 막 특검이 실패할 것처럼 몰아가는 게 더 우울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요..ㅜ
지금 커피 4사발째... 오늘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쓰라린 날이 될 것 같아요...흑흑.

시이소오 2017-01-1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의연이라. 생을 기각하고 싶네요

비연 2017-01-20 08:35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들으니, 심지어 영장기각 사유 중 일부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있다네요.
본인도 부끄러웠던 거죠... 이런 걸로 영장을 기각하다니.
아니면, 세상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판사를 기대한 저희가 어리석었던 걸까요...ㅜ
 

 

송도에서 4개월 남짓 살겠다고 왔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던 것 같다. 그냥, 단기간이니 출퇴근만 할 거고 주말엔 서울로 돌아올테니 어떻게 지내지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이 있었던 듯. 이제 두 달 정도 되었는데 사실 이제야 아, 안착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전히 조금 더 피곤하고 살림이라는 것에 치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치인다고 표현하는 저를 용서하소서 ㅜ) 처음에 왔을 땐 이것저것 마련하느라, 송도라는 분위기를 기웃거리느라 분주했었고 이상하게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고 몸이 계속 안 좋았다. 회사 일이 일단 바빴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 한 달은 어떻게 넘어가는 것 같더니만, 그 다음 한 달은 영 쉽지 않았다. 결국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물건들을 사게 되었고 (으헝) 그 덕분에 조금 더 집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어 한결 편해졌다고나 할까.

 

일상도 이전과는 다른 것에 적응을 못했었나 보다. 그냥 출퇴근하고 차려주는 밥 먹고 퇴근하면 그대로 씻고 내 시간을 즐기다가 느지막히 자는 생활이었는데, 여기서는 뭐 치우고 씻고 닦고 빨고 하다보면 9시쯤 기진맥진하기 일쑤라 책도 못 읽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속에 불만감이 쌓였던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대충 라이프 사이클의 흐름을 타게 되어서 요일을 정해 빨래를 하고 밥을 할 때는 반찬을 어떻게 조화롭게 놓아야 하는 지 감을 가지게 되었고 청소는 이틀에 한 번 정도 슥삭슥삭 하자 하게 되었고 욕실이나 이런 곳은 2주에 한 번 정도 슥삭슥삭 닦게 되었다.

 

오늘 아침, 왠지 내가 이제야 적응이라는 걸 했구나 라는 느낌을 가졌다. 나름, 뿌듯하다.

 

 

 

송도에 와서 작년 11월부터 읽은 책들은 여러권이었지만 올해는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오히려 주말에 서울 가서 읽은 책들은 있어도 송도에서는 당최 글이 읽혀지지 않아서 힘들었다. 누우면 자기 바쁘고 이런저런... 이 얇은 책 한 권 읽어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허걱. 이다.

 

파트릭 모디아노를 좋아해서 소설들을 예전부터 읽은 것도 있지만 이 책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었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참으로 낭만적인 제목이 아닌가. 표지도 맘에 들고. 흔히 가지는 프랑스소설에 대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책이다 했다.

 

내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 중에거 가장 감명깊게,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좋아하는 책은 역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이다. 이 책이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을 때 이 작품이 가장 주요한 게 아니었을까 했었고.

 

 

이 책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라는 작품도 그런 맥락의 작품이다. 가장 최근 것이고.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보다 좀더 몽환적이고 해답을 주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느닷없이 찾아든 남녀. 60대 작가의 과거 속 어느 사람을 찾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그 남녀로 인해 작가는 자신의 어릴 적 과거를 기억하게 되고 그 속에 어떤 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젊은 날에 한번씩 스치기도 했었지만 이젠 어디 있는 지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 가장 찾고 싶고 기억하는 사람은 자신을 데리고 국경을 넘겠다 했던 여자.

 

그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마치 추리소설처럼 과거의 의문점을 찾아가는 것이, 과거와 현재, 더 먼 과거와 좀더 가까운 과거가 겹쳐지면서 작가의 기억을 대변한다. 그리고, 왜 그 여자가 자신을 데리고 가지 않았는 지, 기타 등등의 많은 의문점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불쑥 작품은 끝난다. 추리소설처럼 미주알고주알 파고 들어가서 원인을 찾고 범인을 물색하는 게 아니라, 그 상태에서 안개처럼 뿌연 상태에서 그렇게 끝. 괜한 허탈감이 밀려오는 마무리였다.

 

 

 

 

 

 

내가 읽었던 그의 책들이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대부분의 작품 주제가 '기억'에 있다. 알 수 없고 잊었던 기억들의, 갑작스러운 출몰.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나의 모습. 과거와 현재와... 그 주변을 에워싼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서서히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 지가 드러나는. 이번에 역자의 해설을 읽으니 어릴 적 부모와 떨어져서 지내야 했던 성장과정이 그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지만...

 

 

 

어제는 이 책을 다 읽고 그 전부터 읽고 있던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이어 집었다.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인데, 좀 두서가 없는 글들도 눈에 띄지만, 조금씩 재미있게 읽고 있다. 프리모 레비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제 이 책 잡고 누웠다가 머리에 떨어져서 아 더 볼까... 라는 마음을 과감히 접고 11시 반부터 취침하기 시작했다. 서울 집에서는 새벽까지도 책을 읽고 잤었는데 여기서는 도대체 그것이 불가능하니 원.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말도 하고 싶다. 케테 콜비츠의 작품.

 

진심으로 마음 아릿하게 읽었던 케테 콜비츠의 인생에 대한 책이 떠오른다. 책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내용이든 표지든 뭐든 이어지고 이어져서 끝없는 세계가 완성된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프리모 레비를 읽다가 케테 콜비츠를 기억하고... 오늘은 집에 가서 살림 하지 말고 이 책을 쭈욱 읽어나가는 행복한 시간을 누려봐야겠다, 아침부터 결심하게 되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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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1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도, 바람 많이 불어서 춥지 않나요.
신도시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아직 대중교통 이용은 조금 불편한 것 같더라구요. 4개월 예정이시면, 앞으로 두 달 더 송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네요.
비연님 좋은하루되세요.^^

비연 2017-01-18 13:26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흑흑. 맞아요, 송도 바닷가라 엄청 바람이 불어요.
게다가 사실 아직 셋업이 다 안되어서 대중교통도 좀 불편하구요.
아무래도 서울을 벗어나면 어디나 좀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재미난 얘기들 만들어서 들려드릴게요~^^

다락방 2017-01-1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 이 글 되게 좋으네요. 좋은 글이에요. 송도에서 차츰 정착하시는 걸 읽는 것도 좋은데, 책과 책이 이어진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참 좋고. 가만가만 읽었어요.

저는 어젯밤부터 ‘최윤필‘의 [가만한 당신]을 시작했어요. 이 책도 참 좋으네요, 비연님. 덩달아 가만해지고 싶어져요.

비연 2017-01-18 13:27   좋아요 0 | URL
락방님이 좋은 글이라 하시니 막 으쓱으쓱 이에요...우힛.
최윤필의 [가만한 당신] 작년에 읽었는데 넘 좋았어요. 글을 이렇게도 쓰는구나 싶었구요~

무해한모리군 2017-01-1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도에 온 것 환영합니다... 전 출퇴근이 너무 힘겨워서 얼른 탈출하고 싶어요.

비연 2017-01-18 13:28   좋아요 0 | URL
앗. 송도에 계세요? 정말 서울에서 출퇴근하기는 넘 힘든 곳이에요...
정시 출퇴근이라도 그런데 야근이라도 한다거나 하면... 작년에 저 그러다가 병났었거든요ㅜㅜ
건강 조심하며 다니시구요. 탈출... 탈출... 홧팅~!
 

 

송도에 와 있으니 왜 이리 책읽기에 게을러지는 지. 살림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지 처음 알았다. 토요일에 지인들이 송도로 놀러와서 서울에 갔다가 부랴부랴 송도로 다시 왔고 덕분에 일요일을 송도에 있어야 했다. 이왕 있게 된 거, 온종일 늘어지게 있으면서 책이나 읽자.. 가 나의 애초 계획이었음을...

 

느즈막히 일어나긴 했다. 송도의 숙소는 오피스텔이라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햇살이 내 얼굴에 바로 꽂힌다.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당기고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일어났다. 아침을 차려 먹고 설겆이를 하고... 아 졸려. 하고는 또 누웠다. 그렇게 오후까지 자고. 꾸역꾸역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챙긴다. 먹을 게 없다! ㅜㅜ 어쨌든 오늘은 마트에 가야 한다는 사명감. 나가면서 아.. 빨래를 돌리고 가야지... 세탁기에 빨래를 휙휙 넣고 세제를 뿌린 후 예약 기능을 작동시키고 나간다.

 

마트 가는 길목은 왜 이리 막히나. 사람들이 다 이 시간에 장을 보나... 15분 걸리면 가는 곳을 30분 넘게 걸려서 들어갔더니 안에서도 주차 전쟁. 겨우 저 끄트머리에 주차시키고 마트로 갔다. 아. 배고프다. 아침 먹고 아직 먹은 게 없다. 국수집에 가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먹어본다. 속이 좀 풀리는 듯. 이제 본격적인 시장보기.

 

아직도 시장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지 조금만 돌면 피곤하다. 애초에 뭘 사는 거에 그닥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이걸 고민해서 사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사실, 나갈 때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사와야 겠다 싶었다. 스테이크에 와인으로 일요일 저녁 기분을 낼까... 근데 헉. 한우는 넘 비쌌다..! 세상에 어째 저런 가격이. 몇 번을 저울에 올렸다 내렸다 요청하다가 안 살래요..하며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고... 결국 삼겹살 400g에 만족하기로. (가엾게도, 비연...)

 

암튼 이래저래 해서 장 다 보고 집에 오니 벌써 저녁 때였다. 하루 왜 이리 빨리 가. 투덜거리면서 냉장고에 다 밀어넣고는 밥하고 삼겹살 굽기 시작. 그동안 빨래는 거의 다 돌아가고 있었다. 자.. 그럼 삼겹살에라도 와인을 먹어볼까 하고 한달은 구석에 있었을 법한 와인을 꺼냈다. 뜨뜻.. 흠... 방 온도가 넘 높았나. 뭐 어쩄든, 와인따개를 샤샤샥 넣고 자 이제 빼보자... 하고 빼는데 뭐가 뚜욱.. 흠? 순간 어떤 상황인 지 인지가 불가.. 그리고는 들어보니 와인 코르크마개는 그대로인데 나의 와인따개의 스크루 부분이 뚝 부러져 박혀 있는 게 아닌가. 허걱.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런 경우 방법은 없는. 와인병을 부셔버리지 않는 한... 톱으로 자를 수도 없고...결국 와인따개 버리고 와인도 버리고. 에잇. 냉장고에 있던 비장의 맥주로 대신한다. 기린맥주... 그래 맛나네. 근데 와인따개 또 사야 하나? 우잉...

 

그러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널어야 할 빨래와 가득 쌓인 설겆이통. 맥주 마시며 일드 한편 (지난 분기꺼, 닥터 X 시즌 4)  보고 이것들을 다 처리했다. 벌써 9시... 피곤.... 완전 피곤... 드러누워 책을 펼친다. 얇디 얇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을 아직 읽고 있다. 오늘은 이것만큼은 다 읽을 거야 라며 부득부득 들고 읽다가 몇 번을 얼굴에 떨어뜨리고... 아.. 안되겠어. 내일 다 읽어야지 하며 접고 잤다. 11시. 서울집에서는 12시 넘어 자도 끄덕도 없었는데.. 그게 다 내가 살림을 하지 않은 덕분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철없는 비연.

 

요즘은 일하면서 엄마에 주부 역할도 하는 여성들을 진심으로 다르게 보고 있다. 이게 살림이 끝도 없다. 청소에 빨래에 설겆이에 상차리기에 심지어 장보기에 쓰레기버리기에... 결혼해서 남편이랑 이런 일로 매번 싸우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표도 안나는 반복적인 일이 계속이라 뭔가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육아가 보태어지면... 헉. 난 아마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으면 회사는 굿바이 굿바이 였으리라. 도저히 못 버텼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거지...

 

결론적으로, 지난 주는 책을 한 권도 다 읽지 않고 지나갔다는 거다. 이래선 안되지.. 이래선 안돼... 오늘부터는 근처 스타벅스라도 나가서 읽고 와야겠다. 집에 있으면 계속 청소를 하고 어쩌고 하느라 뭔가 안정이 안된다.

 

그나저나, 와인따개와 와인을 다시 사야 하는데. 근처 홈플에 또 가야 하나.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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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1-16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인 따개는 다시 사시고요, 비연님 ㅠㅠ

저 역시 이제부터 엄마가 다시 저랑 생활하게 되시는데, 거기에서 큰 힘을 얻습니다. 그간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하는 일들을 하노라면 하루가 금세 가고 지쳤거든요. 오늘 아침에 엄마가 아침 밥 챙겨주셔서 아아 엄마 좋아 ㅠㅠ 엄마 있는 거 너무 좋아 ㅠㅠ 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조금 더 편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제 대신 고생을 하고 있는 거겠지요. 대부분의 가사노동에서 벗어나있는 남자들이 그걸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근 하기도 전에 퇴근하고 싶었어요, 비연님.
아니, 퇴사하고 싶어요 ㅜㅜㅜ

비연 2017-01-16 09:46   좋아요 0 | URL
락방님.. 정말 백퍼 이백퍼 동감이에요... 누군가의 희생으로 본인의 생활이 평안하게 유지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처럼. 새삼 느끼게 되는 거죠. 소공녀처럼 집에 오면 모든 게 다 되어 있던 생활이 사실은 엄마의 지난한 노력 끝에 이루어지는 거라는 걸. 남자들은, 정말, 무조건 군대처럼 전업 가사노동 복무를 시키던가 해서 이걸 느끼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 말씀에 격하게 동감.. 퇴근.. 아니 퇴사하고 싶네요..ㅜㅜ

책읽는나무 2017-01-16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집안일을 하다가 하다가 한 번씩 성질이 올라오면 그래도 일과 육아 살림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참곤 합니다^^
늘 제자리인 살림하는 시간들은 정말 독서의 큰 적이죠.전 그래서 때론 부러 애들 데리고 도서관으로 도망갈때가 있어요.집안에 있으면 계속 아이들 뒤치닥꺼리에 하루가 금방 가거든요ㅜ
요즘은 시간들이 왜그렇게나 아까운지ㅜㅜ
암튼 그래도 살림 잘하시는? 비연님이시라면 조용하고 아늑한 오피스텔에서 책 읽을 맛이 날 것같아요.아이들이 많은 집에선 시끄러워서 도저히ㅜㅜ
암튼 파이팅입니다^^

비연 2017-01-16 12:49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정말 저혼자 있어도 욱 올라오는데....ㅜㅜ 살림은 전혀 못하고 이제 겨우 적응단계...
다 치우고 독서하는 비연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조만간..ㅎㅎㅎ;;;

mira 2017-01-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살면 내가 일으키는 모든 공간에 대한 뒤처리를 내자신이 해야하니까 , 혼자사는게 만만치 않다는것을 잘 몰라요 . 사람들이 하기야 여자들은 결혼하면 그모든일들을 다떠안아야 하니까 ,역시 여자들은 대단해요

비연 2017-01-16 12:50   좋아요 0 | URL
mira님.. 대단하다는 데에 백만번 좋아요를 누르고 싶습니다... 정말 이건 뭐 거의 철인삼종경기 수준이에요ㅜ
혼자서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를 절감하고 있는 중이라... 오늘은 책을 좀 읽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