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 9일. 나의 OO 번째 생일이다.
아... 저 동그라미 안에 숫자를 넣는 건.. 싫네요. 그냥... OO.
생일... 우선 건강하게 생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에 또한 감사하고.
그러나 나이먹는 건 참 쉽지는 않은 일인지라, 마음 한켠은 좀 무겁기도 하고.
나이를 '잘' 먹어야 할텐데 ...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즈음이라 더욱.
제일 생각나는 생일...은 언제였을까 를 더듬어보았는데, 그닥 인상적인 날들은 없었던 듯. 예전에, 아주 예전에(ㅜ) 대학 때 동기들 생일날 전부들 모였던 게 기억난다. 그 생일모임을 주관하던 사람이 나... 오지랖. 어쨌든 3학년 생일이었던가. 학교 앞 카페 룸을 빌려 친구들이랑 모였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마치 진실게임을 하듯이 묻고 답하고. 지금 생각하면 참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유치한 문답들이었지만 그 땐 참 진지했던 것 같다. 누가 나에게 물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뭐가 제일이라고 생각하냐?" 왜 이런 걸 물었을까, 그 아인. 암튼... 나는 "믿음"이라고 답했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신뢰없이 뭔가를 쌓아올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요즈음, 세상이 뒤숭숭해서인가. 그 때 그 모습이 선연하게 떠올라진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그것만큼 든든한 건 없지 않은가 싶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믿음이 있다면 버틸 수 있고 지킬 수 있다. 그게 무너지면.... 될 일이 없다. 지금이 그렇다. 쥐꼬리만한 믿음. 최소한의 예의나, 최소한의 의무나 이런 것들은 하고 있으리라 어설프게 믿었던 것에 대한 처절한 반격을 당하고 있다. 사실 믿음까지는 아니었고 설마.. 그 정도는 하겠지? 라는 거였는데 이것도 믿음이라면 믿음이었을까.
생일인데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하는 내가 싫다. 이제 그만.
예전엔 생일에,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했지만, 이젠 그냥 평온하고 일상적으로 보내고 싶다. 그게 가장 복된 생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고. 나에게 선물은 해야지. 생각 중이다, 뭘 해줄까. 올해 여러가지로 너무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고... 그러고 있는데 정신적 trauma를 일으키는 외적인 사건들이 빵빵 터지고 있고... 마음이 많이 지쳐 있어서 나를 잠시라도 반짝이게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선물해주고 싶다. 이러다가 책...? ㅎㅎㅎㅎㅎ 책이나 골라볼까... 그러니까 생일은 보관함을 터는 날?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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