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니콜라에게 사춘기가?…‘우리는 천하무적’"


[동아일보]

◇우리는 천하무적/르네 고시니 글·장자크 상페 그림·이세진 옮김/172쪽·8000원·문학동네(초등 3년생 이상)

꼬마 니콜라가 돌아왔다!

프랑스 문학 사상 가장 유명한 초등학생으로 불리는 ‘꼬마 니콜라’.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돼 어린이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시리즈다. 엄마들이 어렸을 적 한번쯤 빠져봤을 ‘꼬마 니콜라’의 새 이야기가 나왔다. 저자 르네 고시니의 딸 안 고시니가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미공개 원고다.

‘우리는 천하무적’은 미발표 에피소드 80편을 묶은 ‘돌아온 꼬마 니콜라’ 시리즈(전 5권) 중 첫 권. 니콜라는 개학을 코앞에 두고 있다. 바닷가에서 멋지게 태운 갈색 피부가 학교 가기 전에 다 벗겨질까 전전긍긍하던 니콜라. 휴가 다녀온 옆집 여자애랑 우연히 만났다. 세상에, 니콜라의 갈색 피부가 그만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변해버렸다.

책은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곧 ‘처남’이 된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집에 와서 누나를 만들어 내라고 엄마 아빠에게 떼를 쓴다. 엄마 아빠를 종종 화나게 하지만 결국엔 뭉클한 가족 사랑을 깨닫는 이 초등학생 이야기는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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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탐정 '링컨 라임'의 세번째 이야기
[오마이뉴스 김준희 기자] '링컨 라임'이라는 이름의 탐정이 있다. 전직 뉴욕경찰 감식본부장 출신인 그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고전적인 의미의 탐정이라기보다는 수사를 도와주는 자문 역할에 가깝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의 탐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뉴욕경찰 시절 범죄현장에서 증거를 모으던 중 사고를 당한 링컨 라임은, 말을 할 수 있고 왼손을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인 전신마비 환자다. 하루종일 휠체어에 앉아서 도우미인 톰의 도움을 받아야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면 때문에 링컨 라임은 고전적인 의미의 '안락의자 탐정'에 가까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모든 육체활동을 제외하고 오직 주위에서 가져다주는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해서 두뇌활동만으로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탐정. 여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미국의 작가 제프리 디버가 만들어낸 링컨 라임이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2006 노블하우스
추리의 방법에서 링컨 라임은 셜록 홈즈의 현대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돋보기를 들고 범죄현장을 기어다니며 얻어낸 물적증거를 중시한 셜록 홈즈의 수사방법은 현대에 와서 링컨 라임에게 집대성된다. 발자국만으로 어느 구두를 신었는지 알 수 있고 담뱃재를 보면 어떤 담배를 피웠는지 알 수 있었던 셜록 홈즈처럼, 링컨 라임은 현장에서 얻은 흙과 모래와 미량의 수거물을 분석해서 범인을 추적해간다.

"범인의 동기가 무엇일까요?"

"난 동기에는 관심 없어, 내가 관심을 갖는 건 오직 증거뿐이야."

동료 수사관의 질문에 링컨 라임은 이런 식으로 대꾸한다. '현장에서 발견되는 물적증거는 모두 무시해버려!'라고 주장했던 파일로 반스의 '심리분석추리'와는 정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탐정이 바로 링컨 라임이기도 하다.

물론 전신마비환자이기에 링컨 라임에게는 손발이 되어줄 동료가 필요하다. 작품 내에서 이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붉은 머리의 늘씬한 여경 아멜레아 색스다.
 
첫 작품인 <본 컬렉터 (The Bone Collector)>에서 순찰경관으로 등장하는 색스는 얼떨결에 링컨 라임에게 선택이 되어서 온갖 다그침을 받아가며 현장 감식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인 <코핀댄서(The Coffin Dancer)>와 세 번째 작품인 <곤충소년(The Empty Chair)>에 이르면서 색스는 라임을 대신해서 범죄현장을 누비고 수사관을 지휘하면서 사건해결에 필요한 모든 미량증거물을 확보해낸다.

물론 이 콤비의 만남은 처음부터 불협화음이었다. 색스의 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자신의 방법만을 강요하는 링컨 라임. 라임은 색스에게 피부가 벗겨져서 죽은 시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라고 하는가 하면, 살려달라고 외치는 피해자를 앞에 두고도 증거확보를 위해서 구조를 일부러 늦추기도 한다. 당연히 색스는 분통을 터뜨리며 속으로 링컨 라임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개자식.

아멜리아 색스는 증거확보 과정에서 링컨 라임이 보여주는 철저함과 냉정함에 감탄한다. 하지만 현장감식의 경험이 없는 자신에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라임을 향해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인치나 밀리미터 단위로 말해줘, 색스. 아니면 아예 말을 말던가."

"물질? 그건 내가 모르는 단어야. '물질'이라는 게 뭐지?"

아멜리아 색스는 링컨 라임의 이러한 면에 화를 내지만, 전신마비환자이면서도 수사팀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링컨 라임의 강인함에 이성적으로 끌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과학수사를 배경으로 한 현대의 추리물이라는 점에서 '링컨 라임 시리즈'를 보면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스카페타 시리즈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법의학자와 형사와 심리분석관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채 분업과 협업을 통해서 범인을 추적하지만, 링컨 라임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링컨 라임의 증거분석 능력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두 시리즈 모두 별다른 동기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상심리의 살인범을 상대한다는 점,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몇몇 등장인물들간에서 발전해가는 인간관계를 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 범죄수사의 방법으로 과학수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링컨 라임 시리즈인 <곤충소년>이 도서출판 노블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증거물을 분석해서 잔인한 살인범을 추적해가는 라임과 색스의 활약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더해서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콤비, 고집불통인 링컨 라임의 수발을 들어주는 역시 고집불통인 도우미 톰의 관계를 떠올려 보면 그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링컨 라임은 어쩌면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수술을 받기 위해서 노스캐롤라이나의 병원으로 날아간다. 물론 아멜리아 색스와 함께. 하지만 수술 날짜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채 이곳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납치의 현장에 초대받아서 함께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곤충소년'이라는 으스스한 별명을 가진 10대의 범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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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차기작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감동


1000만 관객 신화를 기록한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기)의 공길역으로 연일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 이준기(24)의 차기작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최종태 감독, 한맥영화 제작)로 결정됐다.

이준기는 싸움왕 ‘승석’ 역을 맡았고 딸의 사고로 실의에 빠진 중년 남자로는 이문식씨가 캐스팅됐다. 딸을 지키고 싶어 하는 중년의 남자와 싸움왕 재일 한국인 ‘승석’의 이야기 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지난 주말 촬영에 들어갔으며 올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준기의 남성미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의 원작은 재일교포 최초로 대중문학상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가네시로 가즈키(40. 金城一紀)의 동명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북폴리오, 2006)다. 책은 2003년 국내 소개됐고 최근 개정판이 출시됐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구보즈카 요스케가 주연한 한일 합작영화 ‘GO’의 원작 (북폴리오. 2006), <레벌루션 No. 3>(북폴리오. 2006)과 (북폴리오. 2006)의 원작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재주다.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를 찾는 외로운 이들을 표현하는 간결한 문체와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매력적인 인물들이 완성된다.

이준기가 연기할 ‘순석’의 극중 본명은 재일한국인 ‘박순신’으로 싸움의 명수이긴 하지만 은근한 귀여움이 흐르는 인물이다. 이문식이 맡은 스즈키 하지메 역시 용감하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다. 박순신은 나이가 어리지만 스즈키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귀엽다.

“폼 잡지 말란 말이야. 아저씨 당신은 결국 당신 자신이 중요한거야. 자기 몸은 다치기 싫은 거야. 무서우니까 칼 따위나 들고 자기 몸에는 상처하나 입지 않고 이기고 싶은 것뿐이야. 비겁한 겁쟁이에 지나지 않아. 당신은 소중한 걸 지킬 수 없어”

버릇없는 말투에도 스즈키가 박순신에게 복종해야 하는 이유는 딸의 복수를 위해 ‘한 수’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멋지게 보인 순간”이 한번도 없었던 스즈키는 버릇없는 10대 소년 박순신에게 강훈련을 받는다. 훈련에 앞서 스즈키는 신체 상태를 점검당한 결과 키 168cm, 몸무게 65kg, 체지방률 23%, 가슴둘레 87cm, 허리둘레 76cm, 엉덩이 둘레 92cm.

“약간 살찐 편이구요. 열심히 노력해서 탄탄하게 만들어야겠어요. 그리고 이시하라는 라이트웰터급 챔피언이니까 60~63.5kg입니다. 같은 급까지 내려서 결전의 날을 만듭시다”

박순신의 명령에 스즈키는 낮에는 강훈련을 받고 밤이면 이소룡의 ‘용쟁호투’ DVD를 보며 무술을 연습한다. 책만 보는 무뚝뚝한 소년 박순신과 스즈키가 함께 스니커즈를 사러 가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무섭기만 했던 박순신이 어린아이와 순수하게 놀는 모습을 보고 스즈키는 깊은 애정을 갖게 된다. 심각한 소년과 순수한 아저씨의 유쾌한 도전기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심장을 훈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일본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애환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어둡지 않다. 권투선수 이시하라와 중년의 스즈키가 벌이는 격투 장면은 영화 ‘주먹이 운다’에 대적할 만한 감동적인 한판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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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긴 사람 먹는 것 밝힌다?


배신하지 않고 지조가 강한 박경림?

얼굴이 동그란 사람은 사교성이 좋지만 네모난 사람은 지조가 강하다? 얼굴로 체질과 성격, 건강까지 진단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의사 정창환씨가 쓴 <얼굴여행>(도솔. 2006).

지산의 저서를 통해 형상의학을 터득한 저자는 사람의 생긴 모양(형상)을 바탕으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 과정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책은 ‘얼굴형’으로 성격과 체질, 조심해야 할 질병을 진단했다.

얼굴이 동그란 사람은 정과(精科)라고 하는데 현실에 잘 적응하고 사교성이 좋은 편이다. 성품이 원만하고 융통성이 있어 적응력이 뛰어나다. 통통하게 살이 찌는 형이며 정과형 여성은 귀여운 인상을 갖고 있다. 바람기가 있을 수 있으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 지배받는 성향이다.

너무 낙천적이라 방종적일 수 있으며 심각한 고민을 하지도 않고 실의에 잘 빠지지도 않는다. 정과형은 감기독감, 유행성 질환, 전염성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이어 얼굴이 네모난 사람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연예인 중에서는 개그우먼 박경림이 대표적이다.

기과(氣科)라 불리는 네모난 사람들의 특징은 얼굴에 각이 져 있다는 점이다. 얼굴이 사각형 또는 마름모형, 옆으로 광대뼈가 나온 경우가 많다. 기과는 고집이 센 만큼 지조는 강하다. 배신을 잘 하지 않고 부지런한 노력가가 많다. 기과에 속하는 여성은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이 역삼각형인 경우는 신과(神科)라 불리는데 이런 얼굴 모양은 한의학에서는 ‘천수삼’이라 부른다. 신과는 얼굴모양이 역삼각형이다. 자주 불안해하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많다. 감정적인 편이라 상처도 많이 받는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과는 욕심이 지나쳐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해 병이 걸릴 수 있다. 욕심이 지나치면 천수를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 있으니 마음을 편히 먹는 것이 좋다,

얼굴이 삼각형이거나 긴 사람은 혈과(血科)라 한다. 혈과는 양쪽 턱 부위에 살이 두툼한 편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형이며, 차분하고 내성적이다. 돈이 안 되는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얼굴이 긴 경우도 혈과인데 행동이 굼뜬 대신 차분하다. 복잡하고 차분한 일이 있어도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며 마음에 굴곡이 없는 편이다. 혈과는 먹는 것을 좋아하며 이로 인해 생기는 병을 조심해야 한다. 식중독, 식체, 환경호르몬, 장염 등을 조심해야 한다.

얼굴색, 눈, 코, 귀, 입, 몸의 각 부분을 통해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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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여성들,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
[오마이뉴스 임흥재 기자]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란 '운명의 여인' 혹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이란 뜻입니다. 1912년 극작가 버나드 쇼(G. B. Shaw)가 처음 사용한 이래 오늘날,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나 예술적 경향 또는 그 대상이 되는 이미지의 총칭처럼 일반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팜므 파탈의 이미지가 예술 소재나 문화적 관심의 대상으로 유행한 시초는, 우리가 소위 세기말이라 부르는, 19세기말 상징주의를 비롯한 데카당(decadent, 퇴폐파) 문학과 미술입니다.

이명옥의 <팜므 파탈-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은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여인들과 관련된 일화 등을 소개한 책입니다. 팜므 파탈과 관계있는 거장의 그림들과 재미난 에피소드는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저자의 해박한 미술사 지식과 그것에 바탕을 둔 심미안은 어느새 우리를 그림 속에 빠져들게 하고 신화의 나라로 여행하게 만듭니다.

▲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든 유디트/크리스토파노 알로리-유디트의 눈빛과 현대의 팜므 파탈로 일컬어지는 그레타 가르보의 눈빛이 닮았다.
ⓒ2006 다빈치
보들레르는 인간의 내부에는 두 가지 갈망이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신을 향한 것으로, 상승하려는 욕망이다. 다른 하나는 악마적인 것으로 하강하는 쾌감이며, 이것을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 여겼다.

저자가 맺는 말에서 인용한 보들레르의 말입니다. 보들레르의 욕망은 곧 르네 지라르(Rene Girard, 프랑스의 문학평론가)가 주장한 '욕망'*과 흡사합니다. 흔히 '삼각형의 욕망'이라 불리는 지라르의 욕망은 욕망의 주체와 대상 사이에 그 대상을 욕망하게 한 타자가 숨어 있고 그래서 그 욕망은 매개된 욕망입니다.

상승의 욕망과 하강의 쾌감, 이율배반적인 이 상반된 욕망과 팜므 파탈이란 용어가 가지는 이중성은 그 맥이 닿아 있습니다. '치명적'이란 악마적 요소와 '매혹적 아름다움'이란 천사적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팜므 파탈은 그래서 에로티시즘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에로티즘>의 저자 조르주 바타유(Bataille Georges)는 성욕과 살해욕, 고통과 쾌락, 사랑과 죽음. 이 지극히 상반된 두 감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련을 가졌다고 주장합니다.(위 책 11쪽)

저자는 이 책에서 대상을 그린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주로 회화)을 통해 팜므 파탈의 다양한 면모들을 소개합니다.

저자의 눈길은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 '도대체 그것이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몰라 당혹해 하는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그림 감상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성녀와 창녀, 사랑과 죽음, 신화의 세계와 그것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은 현대의 그림 등 팜므 파탈의 이원적 대립구도는 충돌의 미학이 아니라 융합의 마법처럼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 팜므 파탈 개념 등장

보들레르는 사랑을 가학자와 피학자가 벌이는 악마적인 게임으로 보았습니다. 팜므 파탈이 유행하기 이전까지는 욕망의 지배자로서의 남성과 성의 희생자로서의 여성이란 관념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가학과 피학의 일반적인 구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전통적인 성 가치관이 무너지고 자의식에 눈을 뜬 신여성들이 목청을 높이며 동등한 성의 해방을 부르짖자 남성들은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잔인한 아름다움을 가진 미녀, 두려움과 경계심 속에서도 욕망하지 않을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을 이제 남성들은 견디어내거나 비참한 쾌락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다.

보들레르가 말한 '악마적'이란 '무섭고 흉측한 괴물과도 같은'이 아니라 (골드만의 표현처럼) '문제적'이라 해석해야 합니다. 곧 상승의 욕망과 하강의 쾌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도모하고 절망하는 인간의 숙명적인 모습이라 해석해야 마땅합니다. 가학과 피학보다 더 근원적인 인간의 불행을 저자는 팜므 파탈이라는 아이콘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남성의 단순한 성적 호기심에 기댄 팜므 파탈의 광고적 이미지를 뛰어넘습니다. 애욕과 사랑의 경계를 굳이 염두에 둘 필요가 없습니다.

저자는 팜므 파탈의 대상으로 신화와 성서의 여인들, 나아가서는 실재의 인물에게까지 눈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 대상을 '잔혹'(살로메, 메두사), '신비'(이브, 롤리타), '음탕'(마릴린 먼로, 옴팔레), '매혹'(헬레네, 프리네)의 4편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상 인물들과 관련하여 소개되는 미술작품과 미술가들은 셀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팜므 파탈을 세세하게 구분하자면 신화나 성서 속의 여인들과 실재의 인물들로 다시 구분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아테네 여신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정사를 벌임으로써 미움을 사 괴물로 변하는 벌을 받고 페르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메두사, 혼전정사를 마음껏 누리다 지참금 갖고 시집가는 여성해방 천국 라디아 왕국의 여왕으로서 헤라클레스를 노예로 부린 옴팔레(사람의 배꼽, 나아가 대지의 중심 세계의 근원을 의미) 등이 바로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질투에 눈이 먼 어머니를 위해 세례 요한을 죽인 살로메, 정사를 벌인 후 그 남자를 죽인 복수의 화신 유디트, 이브와 유대 신화에 나오는 이브 이전의 여자 릴리트, 삼손을 죽인 팔레스티나의 여인 들릴라(데릴라), 다윗왕을 성의 노리개로 만든 뒤 그 부정을 감추기 위해 충신들을 죽게 만든 밧세바 등은 성서의 인물들입니다.

▲ 기타 레슨/발튀스-동성애와 미소녀를 향한 성적 욕망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었다.
ⓒ2006 다빈치
또한 12살 소녀와 중년남자의 광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 <롤리타>의 주인공 롤리타, 집시의 피를 가진 여인과 그녀를 향한 맹목적 사랑에 눈이 먼 돈 호세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소설의 주인공 카르멘, 19세기 산업사회의 창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에밀 졸라의 나나 등의 이야기는 소설 속 팜므 파탈이고요.

20세기 최고의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 세계를 정복한 나폴레옹이 끝내 정복하지 못했던 당찬 여인 조세핀, 인류의 지성 중 한 명인 아리스토텔레스를 인마로 부렸던 전설의 헤타이라(고급 창녀) 필리스, 신성모독의 죄를 범하여 서게 된 재판정에서 자신의 누드를 보임으로써 무죄를 선고받아 '아름다운 것은 곧 무죄'라는 광고 문구를 온몸으로 증명한 전설적인 창녀 프리네 등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였던 팜므 파탈들입니다.

저자 이명옥은 현재 사비나 미술관 관장이며 국민대 미술학부 겸임교수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우리 동네 마실터 같은 대중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참신한 기획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이야기> <날씨로 보는 명화> <에로틱 갤러리> 등은 그녀의 노력이 엿보이는 저서들입니다. 저자는 <팜므 파탈…>이란 책을 통해 단순히 요부라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며 스스로를 가꾸고 사랑할 줄 아는 여성상과 팜므 파탈의 마력에 빨려들 수밖에 없는 남성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파고듭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팜므 파탈이란 당대의 문화적 아이콘이 왜 대중을 열광하게 하고 현대 상업광고의 중요한 이미지로서 기능하는지, 그 의문에 해답을 줍니다. 팜므 파탈의 처음과 끝을 이어주는 '배꼽(옴팔레)'같은 책이지요.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사랑과 성교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여자가 생각해낸 것 중 가장 세련되고 유혹적인 장식"이란 문장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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