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준희 기자] '
링컨 라임'이라는 이름의 탐정이 있다. 전직 뉴욕경찰 감식본부장 출신인 그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고전적인 의미의 탐정이라기보다는 수사를 도와주는 자문 역할에 가깝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의 탐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뉴욕경찰 시절 범죄현장에서 증거를 모으던 중 사고를 당한 링컨 라임은, 말을 할 수 있고 왼손을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인 전신마비 환자다. 하루종일 휠체어에 앉아서 도우미인 톰의 도움을 받아야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면 때문에 링컨 라임은 고전적인 의미의 '안락의자 탐정'에 가까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모든 육체활동을 제외하고 오직 주위에서 가져다주는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해서 두뇌활동만으로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탐정. 여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미국의 작가 제프리 디버가 만들어낸 링컨 라임이다.
첫 작품인 <본 컬렉터 (The Bone Collector)>에서 순찰경관으로 등장하는 색스는 얼떨결에 링컨 라임에게 선택이 되어서 온갖 다그침을 받아가며 현장 감식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인 <코핀댄서(The Coffin Dancer)>와 세 번째 작품인 <곤충소년(The Empty Chair)>에 이르면서 색스는 라임을 대신해서 범죄현장을 누비고 수사관을 지휘하면서 사건해결에 필요한 모든 미량증거물을 확보해낸다.
물론 이 콤비의 만남은 처음부터 불협화음이었다. 색스의 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자신의 방법만을 강요하는 링컨 라임. 라임은 색스에게 피부가 벗겨져서 죽은 시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라고 하는가 하면, 살려달라고 외치는 피해자를 앞에 두고도 증거확보를 위해서 구조를 일부러 늦추기도 한다. 당연히 색스는 분통을 터뜨리며 속으로 링컨 라임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개자식.
아멜리아 색스는 증거확보 과정에서 링컨 라임이 보여주는 철저함과 냉정함에 감탄한다. 하지만 현장감식의 경험이 없는 자신에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라임을 향해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인치나 밀리미터 단위로 말해줘, 색스. 아니면 아예 말을 말던가."
"물질? 그건 내가 모르는 단어야. '물질'이라는 게 뭐지?"
아멜리아 색스는 링컨 라임의 이러한 면에 화를 내지만, 전신마비환자이면서도 수사팀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링컨 라임의 강인함에 이성적으로 끌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과학수사를 배경으로 한 현대의 추리물이라는 점에서 '링컨 라임 시리즈'를 보면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스카페타 시리즈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법의학자와 형사와 심리분석관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채 분업과 협업을 통해서 범인을 추적하지만, 링컨 라임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링컨 라임의 증거분석 능력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두 시리즈 모두 별다른 동기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상심리의 살인범을 상대한다는 점,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몇몇 등장인물들간에서 발전해가는 인간관계를 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 범죄수사의 방법으로 과학수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링컨 라임 시리즈인 <곤충소년>이 도서출판 노블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증거물을 분석해서 잔인한 살인범을 추적해가는 라임과 색스의 활약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더해서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콤비, 고집불통인 링컨 라임의 수발을 들어주는 역시 고집불통인 도우미 톰의 관계를 떠올려 보면 그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링컨 라임은 어쩌면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수술을 받기 위해서 노스캐롤라이나의 병원으로 날아간다. 물론 아멜리아 색스와 함께. 하지만 수술 날짜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채 이곳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납치의 현장에 초대받아서 함께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곤충소년'이라는 으스스한 별명을 가진 10대의 범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