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두 농부, 21세기 新유목민을 비판하다"

  
[동아일보]

호모 노마드(Homo Nomad·유목하는 인간). 21세기의 신(新)인류다. 세계화와 더불어 휴대전화와 무선인터넷으로 무장한 ‘디지털 노마디즘’이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떠올랐다. 기업 경영에서도 쉼 없이 이동하며 제국을 이룬 몽골의 이 최고경영자(CEO)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한 지 오래다. 유목주의는 ‘세계화’와 ‘디지털’이라는 두 키워드가 점령한 현대의 금과옥조처럼 수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목주의의 유행에 문제는 없는 걸까. 유목주의와 대척점에 서 있는 정착민의 철학을 지닌 두 명의 농부가 ‘현대의 미신’인 유목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가인 천규석 씨가 지은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실천문학사)와 미국의 시인 겸 문명비평가인 웬델 베리 씨가 쓴 ‘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는 책이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저자들은 정착민의 대표 격인 농부이자 지식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천 씨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뒤 1965년 귀향해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며 한살림운동 대구 공동체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베리 씨는 뉴욕대 등에서 영문학, 문예창작을 강의하다 1960년대 중반에 사직하고 켄터키 고향마을로 돌아가 40년간 농사를 지으며 4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천 씨는 자신의 책에서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대안적 생활방식으로 급부상한 유목주의가 사실은 침략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생활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유목으로 생계를 꾸려갈 경우 가구(5인 가족 기준)당 30여만 평의 땅이 필요한 반면 농경으로 살려면 1가구에 필요한 땅은 일모작이냐 이모작이냐에 따라 900∼1800평에 불과하다. 즉 “최소한의 토지에서 최대한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태 경제적 측면에서 유목은 지속이 불가능한 생계 양식이며 자급자족적이지 않은 결핍적 존재”라는 주장이다.

이는 과거 유목민이 도시와 국가를 세울 때 필연적으로 인근 농경민에 대한 침략과 농업생산물의 탈취를 통해 국가를 유지하려 했던 데에서도 드러난다. 천 씨는 “지금 전 세계를 휩쓰는 세계시장 제국주의도 그 침략성, 수탈성에서 유목주의와 닿아 있다”며 칭기즈칸은 오늘날 미국과 그 확대 연장선상에 있는 ‘세계시장’이란 신제국주의의 선구자라고 비판했다.

베리 씨의 ‘삶은 기적이다’는 미국의 사회생물학에드워드 윌슨 씨가 쓴 ‘통섭’에 대한 비판 형식의 책이지만 유목주의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는 현대 사회의 이동 현상을 비판하면서 “독창성과 혁신에 대한 숭배는 실은 무엇이든 사고파는 일에 내가 꼴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의 발을 밟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획일주의자가 저지르는 어리석은 짓거리”라고 주장했다.

‘통섭’에서 윌슨 씨는 ‘오늘날 우리는 전 지구를 홈그라운드로 삼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베리 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인간도 전 지구를 알았던 적이 없다. 이 ‘세계여행’의 시대에도 전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은 너무 커진 이동성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어디서도 살고 있지 않다. 우리가 지구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친밀하게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애정을 갖고 알고자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한 장소에 오래 살아야 한다.”

유목주의자가 숭상하는 혁신과 낯섦, 가 보지 않는 곳을 발견하는 일 대신 친숙함,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잘 아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가 생애 마지막 30여 년을 ‘사방 벽으로 둘러싸인 자갈밭 한 뙈기’ 안에 있는 곤충들과 그 밖의 동물을 연구하면서 소중한 발견을 할 수 있었듯이 말이다. 혁신은 인간의 재능과 수단에 의해 한정되지만 친숙함은 살아 있는 한 무한히 확대되며 삶의 한계에 의해서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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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3-0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마디즘을 침략주의로 본 날카로운 시선이더군요. 농업주의의 미덕을 다시 되살려야할 지점에 와 있는지도... 퍼갈게요. 감사합니다.

보슬비 2006-03-0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서로의 장점을 잘 배워서 또 다른 새로운 주의가 나오길 바랄뿐이죠.
 

내 아내에게 또 한 명의 남편이 생긴다면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
 
ⓒ2006 문이당
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으로부터 "일부일처제의 통념에 대한 소설적 논의에서 단 3인의 등장으로 장편을 이루어낼 만큼 눈부신 작가적 역량을 보여준다. 월드컵 4강전을 관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상금 1억원의 제2회 세계문학상을 거머쥔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가 출간됐다.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소설적으로 풀어낸 박현욱의 이번 장편에서도 그의 전작 <동정 없는 세상>과 <새>를 통해 확인한 가볍고 경쾌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빛난다.

소설은 평범한 회사원 덕훈과 온몸으로 자유연애를 실천하며 사는 분방한 여자 인아의 연애담으로 시작된다. 둘의 사랑이야기 속에 양념처럼 섞여드는 게 '축구'다. 작가는 축구를 통해 인간과 인간보편의 삶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을 구사하는데, 이를 위해 수십 권의 축구관련 서적은 물론, 오만가지 인터넷사이트를 섭렵한 듯하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르던 2002년 마침내 인아의 결혼승낙을 받아냄으로써 '사랑의 승리자'가 된 듯했던 덕훈. 하지만, 그 승리감과 성취의 쾌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아내 인아의 갑작스런 고백. "나, (또)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생겼어." 게다가, 덕훈과 이혼도 할 수 없단다. 두 남편의 아내로 살겠다는 인아.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운 소설 속 설정은 아슬아슬한 게임처럼 이어지고, 인아는 누구의 자식인지 확인하기 힘든 딸을 낳는다. 묘한 건 덕훈의 태도다. 인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이 복잡미묘한 감정 속에서 덕훈과 인아, 그녀의 딸과 두 번째 남편은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하는데….

"한 번 읽으면 황당하지만 두 번 읽으면 슬픈 소설"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곧잘 벌어지고, 이해하기 힘든 사랑의 방식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생경한 소재와 특이한 발상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국사회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수긍하기 힘든 여성의 복혼(複婚)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큰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박현욱 문장이 지닌 '몰입의 힘' 때문이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의 한 사람인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현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또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한 번 읽으면 황당하지만, 두 번 생각하면 슬프다"는 심사평을 내놓았다.

기자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가부장제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블랙코미디로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었다. 웃음 끝에 묻어나는 씁쓸한 뒷맛은 김미현이 느낀 슬픔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결혼이라는 결정적 한 골을 희망한 남자와 2명의 골키퍼를 동시에 기용한 한 여자의 유쾌한 반칙 플레이'라는 책의 헤드카피가 인상적이다. 상대를 향한 기대가 제각각 다른 덕훈과 인아는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인아의 두 번째 남편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또, 인아의 딸은 두 명의 아빠와 살아온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책은 여러 가지 의문을 연이어 부른다. 이와 동시에 문학 외적인 논란을 야기할 소지도 충분하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문단 안팎에서 일으킬 논쟁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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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표절 아니다” 전 도서관장 주장


지난달 28일 미국 오하이오주 ONN 뉴스는 “<다빈치 코드>(대교베텔스만. 2004)의 작가 댄 브라운이 다른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소송은 말도 안 된다” 며 주장하고 나선 한 전직 도서관장을 소개했다.

이의를 제기한 스탠 플랜톤은 오하이오주 칠리코치대 도서관장으로 재직하다가 2005년 은퇴했고,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각본과정에 참여했다.

1982년 작 <성혈과 성배>(자음과모음. 2005)의 공동작가 마이클 베전트와 리자트 리는 2003년 발표한 댄 브라운이 자신들의 작품을 일부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출판사 ‘랜덤하우스’를 고소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성혈과 성배>도 출판한 랜덤하우스 측은, 이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런던 재판에서 베전트와 리의 법적 대리인은 댄 브라운의 부인 브리스 브라운과 플랜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증언을 들었다. <성배와 성혈> 중 도용된 것으로 추측되는 몇몇 문장과, 댄 브라운이 집필 당시 남겼던 메모를 바탕으로 집중 추궁했다.

플랜톤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딱 잘라 말했고, 댄 브라운과 주고 받은 이메일 역시 모두 삭제 됐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필요한 자료를 찾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플랜톤은 “댄 브라운은 <성혈과 성배>의 작가들을 부자로 만들었다. <다빈치 코드>와 비슷한 소재의 책도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서점과 도서관에서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던 <성혈과 성배>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소송은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라고 전했다.

<성혈과 성배>는 예수가 마리아 막달리아와 결혼하고 이들이 낳은 자녀의 후손이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성혈과 성배> 작가들이 승소한다면 5월 19일 전세계 개봉을 앞둔 영화 ‘다빈치 코드’(감독 론 하워드)의 개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는 “계획된 날짜에 개봉하겠다”고 밝혔다.

<다빈치 코드>는 톰 행크스를 주연으로 영화화 됐으며 원작은 세계적으로 40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번 재판은 양측간 화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주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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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콜렉터’에 도전하는 무서운 ‘곤충소년’

천재 범죄학자 링컨 라임(덴젤 워싱턴)과 터프한 여자 경관 아멜리아 도나위(안젤리나 졸리)의 범죄 스릴러 영화 ‘본 콜렉터’(2000. 감독 필립 노이스)는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을 알린 첫 작품이다.

`본 콜렉터`의 원작을 집필한 작가 제프리 디버는 11세 무렵 소설습작을 시작해 언론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41세에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로 뛰어 들었다.

제프리 디버는 97년 발표한 <본 콜렉터>(Hodder & Stoughton)로 미국추리작가협회가 선정하는 에드거상과 앤서니 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코핀 댄서> <돌 원숭이> <사라진 사나이> <열두 번째 카드>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곤충 소년>(노블하우스. 2006. 전2권)은 2001년 작품으로 원제는 `빈 의자(The Empty Chair)`다. 앞의 빈 의자에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 한 후 환자의 마음 속 말을 토해내게 해 안정을 얻게 만드는 심리요법 용어다. 미 출판사 코로넷북스에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전의 반전을 넘어 다음 장면을 예측하기 힘든 긴박한 스토리는 작가의 노련한 글 솜씨를 입증한다.

`곤충소년(insect boy)`으로 불리는 16세 소년 개릿 핸런이 등장하고 험준한 산맥과 길고 어둑한 늪지대 오지를 품고 있는 파케노크 카운티가 소설의 배경이다. 책은 1차, 2차 현장에서 발견된 범죄 흔적을 차트화 해 추리를 전개해 나가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뉴욕 전 과학 수사국장 링컨 라임에 대해 뉴욕포스트는 서평에서 “범죄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탁월하면서도 나약한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기계에 의지하지 않고는 약지 손가락으로 책장 한 장 넘길 수 없는 그지만 천재적인 지능과 기억력, 흙, 폭발물, 나뭇잎, 분필가루 등 모든 물적 증거에 대한 법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난해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작가는 <본 콜렉터>의 두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링컨 라임과 링컨의 손과 발이 되어 현장 감식을 하는 경찰 아맬리아 색스다. 아맬리아 색스는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를 향한 분노에 먼저 반응하는 감성주의자로 매 순간 링컨 라임과 부딪히지만 링컨 라임과 플라토닉한 로맨스를 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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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달님과 함께`


MBC TV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의 태희(윤해영)는 아버지(백일섭)를 원망한다. 가족이 서울로 떠나며 자신을 먼 친척집에 맡겨두고 떠났기 때문이다. 1여년년 간 신세지던 집 아이 셋을 보며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3년이 지난 후에야 딸을 찾으러 왔다. 앵벌이까지 했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태희는 어떤 악다구니를 해도 아버지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는다.

딸의 울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묵묵부답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딸을 설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아버지의 입장을 대사로 설명하지 않고 시청자가 직접 느끼게 만든다. 내던지는 것만이 ‘사랑’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어린 딸을 남의 집에 두고 떠나야 했던 아버지의 속뜻은 딸은 이해할 수 없다.

이모토 요코의 창작동화 <달님과 함께>(넥서스주니어. 2006)는 자식을 내던지는 부모의 심정을 표현한다.

동화의 주인공인 엄마 산양, 아기 산양은 바위산에서 단출하게 살고 있다. 늑대처럼 보이는 어두운 빛깔의 털, 짧고 날카로운 뿔,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신비스런 캐릭터다.

갓 태어난 새끼에게 젖도 물리기 전에 `일어나기`를 시키는 엄마.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을 더해가는 엄마 산양의 태도는 엄격하다. `엄마아~~`를 외치며 산자락으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아기 산양을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정도다.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이모토 요코는 끝날 때 까지 행복한 결론을 보여주지 않는다.

책은 아름답고 꿈같기만 한 창작동화를 거부하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권유한다.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고 산자락으로 떨어진 아기를 비춰주는 것은 ‘달님’ 이다. 산위로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아기를 비춰주는 달님은 엄마를 대신하는 존재다.

아기를 혹독하게 다루는 엄마 산양의 복잡한 표정에서 독자는 부모의 속뜻을 헤아려 보게 된다. `사랑의 아무도 못말려`의 아버지가 가슴 속에 간직한 마른 눈물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은은한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독특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달님과 함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창작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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