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만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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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의 모태는 흑인이었다
[오마이뉴스 정아은 기자] 오페라를 즐겨듣는 이라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베르디의 '아이다'를 비슷한 이미지의 작품으로 기억하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유럽문명이 낳은 최고의 예술가라고 일컬어지는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오페라 '마술피리'가 왜 이집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아이다' 와 비슷한 이미지로 남게 되는 것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많은 신들의 이름이 로마와 이집트에서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얼핏 역사 시간에 듣고 외웠던 적이 있다. 이들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동일 신이라는 것. 이것도 그 당시에는 그냥 외우고 넘겼지만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왜 유럽문화의 모태라 일컬어지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그리스와는 전혀 '동떨어진' 것 같은 이집트 신들과 동일인이라는 것일까?

 
▲ 블랙 아테나 1권."날조된 고대 그리스, 1785-1985"
ⓒ2006 소나무
<블랙 아테나>를 읽으면 석연찮게 남았던 이러한 장면들에 일제히 환한 등이 켜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나오는 자라스트로는 이집트의 지도자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그리스 신화속의 신들은 이집트의 신들이 건너와 변형된 것. 즉, 서양문명의 모태라 불리는 그리스 문명은 사실 이집트에서 유래한 한 분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록으로 남겨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문명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해 주류 사학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우스갯소리로 비하되어 왔다. 그 후 우리의 역사시간은 '서양 문명의 출발은 그리스였다'라는 명제를 기본으로 하여 펼쳐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이 확고한 고정관념. 서양 문명의 모태가 그리스 문화였다는 개념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불과 2세기 전인 19세기, 그것도 일부 사학자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서양에서 19세기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대한 제국주의 정책이 활발하던 때였고, 그런 제국주의 침입을 정당화하는 것으로서 인종주의가 팽배하던 때였다. 그리고 서양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게 되는데, 독일과 영국의 지배 계층은 중도적인 길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대안을 고대 그리스에서 찾았다고 버낼은 보고 있다. 이제 고대 그리스 문명 또는 헬레니즘은 서양 문명의 모태가 되었다. 그런데 그 그리스 문명이 인종적으로 열등한 이집트인과 셈족에 속하는 페니키아인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서양학자들은 용이할 수 없었고, 그것을 기록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인의 기록을 믿을 수 없는 허황된 신화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옮긴이 해설: '블랙 아테나'라는 책>

이렇게 잉태된 '그리스 문화 날조'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그때마다 특정 정치세력의 필요에 의해 더욱 그 형상을 공고히 해갔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 고대사의 뿌리인 고전학은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보수 체제가 부활한 1815년과 1830년 사이의 시기에 만들어졌으며, 학문적으로 유럽 중심적인 이데올로기를 띤 고전학은 이렇게 유럽 사회에 정치 사회적으로도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 문명의 절대화, 신격화. 그 시작은 식민지에 대한 폄하를 목적으로 한 독일인들에 의해, 발전과 집대성은 프랑스 혁명으로 인한 진보의 기운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던 보수 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 '날조된 그리스 문명'은 역사학에 있어 하나의 커다란 기본 전제가 되어 세계 방방곡곡의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란 강자에 의해 씌어지는 것이라는 진리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예시가 아닌가.

이 책은 그리스 문화가 후세에 의해 어떻게 쓰이는지, 그 변천과정을 시대별로 나누어 조목조목 보여주고 있다. 기원전 이집트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문명을 이룩했던 시절 그리스와 맺었던 관계, 이후 이집트 문명이 그리스·로마 문화라는 지류를 낳게 되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역사가 후세인들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 왜곡되는 과정을 방대한 자료와 학술적 근거를 인용하며 낱낱이 밝히고 있다.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왔다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당시의 지리적, 언어적, 역사적 상황으로 보았을 때 이집트인은 검은 피부를 가진 아프리카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자신들이 노예로 부리는 식민지인들이 자신들이 자랑하는 찬란한 문명의 본체였다는 사실은 상상에서조차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그리하여 유럽의 제국주의자, 그리고 그들에 동조하는 일단의 사학자들은 거의 운명적으로 그리스 문화의 날조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각종 사료에 남아 있는 뚜렷한 증거들은 두고두고 '우스갯소리'로 비하되었다.

영국 런던 출신의 마틴 버낼은 이러한 유럽인들의 문화적 오만을 좌시할 수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집트인이 흑인이었을 것이라는 암시를 발견한 이 열렬한 사학자는 자신의 본래 전공이었던 중국학에서 100% 방향전환을 하여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의 커다란 비밀을 파헤치는 작업에 뛰어들게 된다.

...이집트에 생각이 미친 후에는 "왜 전에는 이집트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문제에 더욱 심각하게 빠져들었다. 너무나 명백했다! 그리스가 생기던 수천 년 동안 이집트는 동부 지중해에서 가장 거대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 작가들은 자신이 이집트의 종교 및 여타 문화에 빚졌음을 길게 기록했다. 이집트학 학자이신 외할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고대 이집트에 대단한 흥미를 가졌음에도 그러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리스와 이집트를 연계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매우 뿌리 깊은 문화적 억압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 히브리어, 셈어 등 수많은 언어를 공부했고 그리스와 이집트에 관련된 수많은 학술서를 공부했으며 수많은 사람들과 토론을 주고받았다. 그가 펼쳐가는 이 방대한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리스 문명과 이집트 문명만이 아니라, 유대인과 소수민족들이 그리스 문화의 신격화와 더불어 어떻게 폄하되고 박해받았는지도 적나라하게 지켜보게 된다. 그리스 문명 날조 작업이 반유대주의로 귀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놀랍고도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슬픈 일이다. 인류의 역사는 결국 억압의 변천사에 불과한 것이란 말인가.

독자가 재밌게 목격하게 되는 것은 시대별 그리스 문화 날조사만이 아니다. 이 방대한 저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역사적 위인들, 흔히 서양의 '위인'이라 일컬어지는 유명인물들이 '인종주의'라는 프리즘을 들이대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재미도 일품이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을 집필했던 1850년대에도 마르크스는 고대 모델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가 그리스의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이집트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그의 도식을 망쳐놓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가 이집트와 범주적으로 구분되며 이집트보다 우월하다고 누구나 뼛속 깊이 느끼던 시대에 살고 있었다. 따라서 고대 모델의 파괴는 이 문제에 관해 헤겔이 누릴 수 없던 자유를 마르크스 세대에 부여했다. 마르크스는 그리스에 끼친 이집트의 영향을 철저히 부정할 수 있었다...

전세계 노동자들의 궐기를 부르짖었던 칼 마르크스. 가난한 노동자의 애환을 통찰할 수 있었던 그였지만 그 안에 자리해있던 자신의 인종주의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요소들 중 일부만이 내 자아의 조명을 받는 것. 그렇게 수많은 위대한 자아들이 인종주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눈을 감았고, 그것이 오늘날 서양문명의 우월함을 공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 안에서 영원히 잠잘 뻔했던 의식 하나가 눈을 번쩍 떴다. 이후 이 눈은 다시는 감기지 않고 내 안에서 영원히 반짝이게 되리라. 고정관념을 깨는 책은 언제나 내 안의 무언가가 깨어나 요동치며 꿈틀거리게 한다. 이 내용을 모두 신뢰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뚫고 들어가려 했던 그 간극을 주시하게 된 것, 그 간극 너머에 넘실거릴 수많은 진실들을 상상해 보았던 것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발칙한 책'을 읽음으로서만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 어렵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쓴 책이라고 보기엔 내용이 너무 난해하고 사학자나 언어학자를 독자로 가정하고 씌어졌을 것 같다. 그리스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 관해 이미 많은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전제로 쓰였기 때문에 내용이 웬만해서는 잘 잡히지 않는다. 셈어니 히브리어니 하는 전문적인 지식들로 출발하는 이 난해한 책을 읽다 보면 포기할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책의 반정도 분량을 차지하는 기나긴 주석들과 역자의 해설을 들척이면서 끈기를 가지고 읽어나가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 돌파과정이 어렵기는 해도, 읽고 나면 전문 사학자가 갖는 지식을 가지게 된 것 같은 지적 우월감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웬만한 역사서 10권을 읽은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이 방대한 책은 읽는 이의 가슴에 수많은 의문들을 두고두고 메아리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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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느 서점에서 올린 '나쁜 손님 리스트'

 

01. 읽은 책을 원래 장소에 돌려놓지 않은 적이 있다.

02. 맨 위의 책이 아니라 아래쪽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03. 책장을 마구 넘기다가 종이를 찢은 적이 있다.

04. 부주의하여 띠종이를 파손시킨 적이 있다.

05. 서점에서 서서 읽다가 책을 던져버릴 때도 있었다.

06. 파손시킨 책을 그냥 몰래 놓아두고 나가버린 적이 있다.

07. 통로에 주저앉아 책을 읽은 적이 있다.

08. 진열되어 있는 책 위에 가방이나 짐을 올려놓고 책을 읽은 적이 있다.

09. 진열되어 있는 책 위에 앉은 적이 있다.

10. 폐점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책을 읽은 적이 있다.

11. 음식물 반입 금지 표시를 무시하고 서점 안에서 음식물을 먹은 적이 있다.

12.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 책을 점원에게 말하지 않고 무단으로 뜯어 읽은 적이 있다.

13. 책 내용을 메모하거나 IT 단말기에 입력하고, 그 책은 사지 않고 간 적이 있다.

14. 책을 훔친 적이 있다.

15. 잡지나 단행본의 부록만 훔친 적이 있다.

16. 포스터를 비롯한 서점 매장의 장식품을 마음대로 가져간 적이 있다.

17.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서점 근무자에게 문의한 적이 있다.

18. 제목,출판사,저자 등을 모두 알지 못하는 책을 서점 근무자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19. 손님은 신이고 서점 근무자는 노예라고 생각한다.

20. 책방은 무료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표정훈 '탐서주의자의 책' 중에서 p215~216]

저와 관련된것은 색을 달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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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은 네버랜드의 분권으로 되어있는 7권을 가지고 있어요.

영문판을 구입하려하는데, 분권 페이퍼백으로 구입할지 아니면 합본 하드커버로 구입할지 망설여지네요.

가격은 비슷한데...

페이퍼백의 장점은 가벼워서 읽기 쉬운데, 단점으로는 페이퍼백이라는 점...^^
한국의 일반 용지와 다른것이 번역본의 상태가 너무 좋아서 비교되네요.

하드커버 합본의 장점은 전부 컬러판이라서 소장하기 좋다는 점이고,
단점으로는 크기와 두깨가 크고 두꺼워 읽기 불편하다는 점이예요.

책을 가까이하기에는 페이퍼백이 나은것 같지만, 합본판이 못내아쉬워요....

가격도 비슷하게 구입할수 있어서 더 그런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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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1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번역본도 있으신데, 합본으로 소장하시면 어떨까요? ^^

보슬비 2006-02-1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까봐요. 페이퍼백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죠^^
가끔은 책이 장식용이 될때가 있어 쑥쓰럽긴해요.ㅎㅎ

보슬비 2006-02-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말씀대로 하드커버로 구입했어요^^
 

“진짜 적(敵)은 남이 아닌 바로 나”

1년간 책 1000권을 읽고 그 깨달음을 책으로 쓴 젊은이가 있다. 최근 자기계발서 ‘적은 내 안에 있다’를 쓴 남강(南崗·28)씨. 그는 지난해 5월 군에 입대해 현재 경기도 양주시의 26사단에서 일병으로 근무 중이다.

칭기즈칸의 발언에서 이름을 따온 이 책은 ‘내 안의 적(敵)’에 대한 탐구 보고서다.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위협적인 적은 ‘내 안의 적’이다”라는 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남강씨는 “동서고금의 위인이 가장 경계했던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 인용한 저자들의 발언을 보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장황한 감은 없지 않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몇 개만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칭기즈칸) “인생 경험이 많아질수록, 내 자신이 바로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더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마하트마 간디) “실패와 몰락에 대해서 책망할 사람은 나 자신 이외는 없다. 내가 내 자신의 최대 적이며, 내 비참한 운명의 원인이었다.”(나폴레옹) “가장 큰 싸움은 우리 자신의 영혼이라고 하는 고요한 방에서 벌어진다.”(스티븐 코비)

저자는 시쳇말로 ‘내 탓이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안의 적을 발견하는 법과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경륜이 풍부한 50~60대가 했으면 어울릴 법한 지적(知的) 작업을 20대 청년이 해낸 셈이다.

저자 남강씨는 경력만 놓고 보면 이 땅의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1997년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으나 휴학하고 2000년 온라인광고대행사(20클래스)를 거쳐 2002년부터 2004년 2월까지 온라인광고대행사 이제닉스의 온라인팀장으로 재직했다. 대학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과 직장인을 번갈아 경험해본 점은 특이한 대목이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전에 2004년 2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같은 해 4월부터 1년간 경희대 도서관에서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그러고선 군대 가기 한 달 전부터 집필을 시작, 한 달 만에 결론을 제외한 300쪽 분량의 책 한 권 원고 대부분을 썼다. 특이하게도 결론 부분은 군대 가서 지난해 7월에 다 썼다.

아직 연애와 결혼에 관심이 많을 법한 피 끓는 청춘인 그가 마음공부 분야의 책을 쓴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다. “언제부턴가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매사에 짜증이 나고 되는 일이 없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경우 술, 도박 등을 찾거나 시간이 약이라는 생각으로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린다. 그러고선 상황이 나아지면 슬럼프에 빠졌던 것을 잊어버리고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그는 책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혹시 책 속에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제가 겪은 고민을 이미 다른 사람들도 겪었다는 걸 알았어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지난해 1월 무렵이었다. “많은 사람이 저와 비슷한 방황을 해왔거든요. 책에서 찾아낸 깨달음을 책으로 펴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독서를 식사에 비유하면 우선 그는 편식을 하지 않도록 유의했다. 이를 반영하듯 그가 쓴 책에는 석가, 예수, 공자 같은 위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물이 나온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리더십 트레이너인 데니스 웨이틀리, 로마 시대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 미 다트머스대학 교수 사라 알란, 외과의사 출신의 일본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 미국의 오페라 가수 비벌리 실즈, 미국의 유명 앵커 윌터 크론카이트, 미국의 유명 카피라이터 잭 포스터, 일본 만화가 가가와 마사히토, 인도 출신의 치료사 디팩 초프라 등 동서고금·각계각층의 인사가 그의 책에 등장한다.

제대 후에는 심리학 공부

그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표현은 따로 메모해 뒀다가 책을 쓸 때 인용했다. 그의 책에는 본문 속에 잠언(箴言) 성격의 경구(警句)가 다수 삽입돼 있다. “따로 메모해 둔 것만 분량이 A4 용지로 200장 가량 됩니다. 너무 많아서 그 중에 일부만 책에 넣을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아쉬워요.”

그는 정독과 속독을 병행했다. 한 분야의 기본이 되는 책은 정독을 했고 같은 분야의 책 중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책은 속독으로 읽어나갔다. 그런 식으로 읽으면서 깨달음도 얻었다. “경영컨설팅을 예로 들면 이 분야의 책은 많지만 원리는 비슷하다는 점을 여러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어요. 또 경영학과 심리학처럼 서로 다른 분야도 겉모습은 다르지만 원리는 일맥상통하는 것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가면서 ‘만류귀종’(萬流歸宗·만 가지 흐름이 하나의 원리로 귀결된다)의 이치를 저절로 깨닫게 된 셈이다.

방대한 양의 독서와 이에 따른 깨달음의 효과는 컸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슬럼프가 어느새부턴가 조금씩 사라져갔던 것이다.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얼굴엔 화색(和色)이 감돌고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게 됐다. “그 전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외부에서 원인을 찾았어요. 이를테면 ‘네 탓이오’였죠. 그러니 문제가 해결될 리가 있나요?”

그는 4남1녀 중 막내여서 응석받이로 자랐으나 1년간 책을 읽으면서 자립심도 많이 개선됐다. “내 두 발로 서지 못 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남한테 상처를 많이 받고 원망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세상 일은 다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을 물어보자 그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꼽았다. “도덕경은 인간관계의 이면(裏面)까지 터치해 줘서 심란할 때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간디와 쇼펜하우어의 책도 다 좋아한다고 했다.

군대에 늦게 간 편이어서 군대생활 할 만하냐고 물어봤다. 그는 “군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고 현실도피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서 군대 오는 게 늦었다”며 “책을 읽고 나서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부딪쳐 보자고 마음이 바뀌어서 군대를 왔는데 지금은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 와서도 독서 카페(‘cafe. naver.com/masterbook’에 접속해서 ‘e서재千’ 클릭)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상태다. 내년 5월에 제대 예정이다. 장래 계획을 물어보자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단다. “죽을 때 ‘내 마음 나도 몰라’ 이런 말 하기 싫어서 내 마음 하나는 알고 가고 싶어요.”

현역복무 중인 그는 올 연말 출간을 목표로 ‘The Angel’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책도 준비 중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 나가서 어떤 직업을 갖게 되든 글쓰기는 평생 할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남이 터치 안 한 분야를 골라서 생명이 긴 책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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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06-02-16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지만... 저도 책 많이 읽고 책 쓰고 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