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왜 엉거주춤 서 있나 - 2001년 제10회 한국소설 신인상 당선작
최민초 지음 / 청어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한때 장편소설이야말로 진짜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던 생각은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뀌어가고 지금은 장편보다 단편을 더 선호하고 있답니다.

짧은글이기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수 없으니 가지를 칠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 깔끔함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를 한권에 접할수 있다는 매력도 있구요.

이 책은 단편이 주는 깔끔함과 여러신인작가의 글들을 담아 신선함을 함께 느낄수 있어 좋았습니다.

안개여행
자살을 꿈꾸는 네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만나고 자살을 계획합니다.  그들의 앞을 볼수 없는 앞날을 예측이나 하듯 고속도로에는 안개가 뿌옇게 그들을 가로 막고 있네요. 무엇이 그들을 벼랑끝으로 몰아세우게 된것인지.. 인생을 살면서 자살을 한번쯤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삶에 대한 망막함과 두려움은 죽음을 달콤하게 포장해 놓는것 같습니다.

자네 왜 엉거주춤 서 있나
부싯돌만 갈면 평생 쓸수 있다는 아내의 말에 17년동안 아내가 선물한 라이터의 부싯돌을 갈며 간직해온 남자에게 남는거은 공허함과 무기력증입니다. 화려해져가는 아내와 달리 점점 위축되어가는 사내의 모습에서 가여운 가장의 모습을 봅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주인이 아닌 타인이 되어 계속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을 뿐입니다.

회색지대
노숙자인 나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묘지의 화장터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조문객행새를 하며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이지요. 자신보다 먼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벙거지를 쓴 사나이와의 만남과 장례식장에서 훔친 발에 맞지 않는 구두는 자신의 신세를 더 처량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결국 따뜻한 봄을 앞두고 추위를 참지 못해 자신의 몸에 불지른 벙거지의 사내를 보면서 그는 그 불꽃에 자신의 수면제를 버립니다.

포클레인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보살피는 딸은 오늘도 집을 철거하는 이들과 신경전을 벌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어머니도 집나가 오빠도 그저 짐일 뿐이예요. 집을 밀어버리는 포클레인처럼 어쩜 그녀는 자신의 짐도 무너져가는 집처럼 사라져버리길 바랄지도 모르겟습니다.

마량포구
횟집을 운영하는 그녀는 회를 뜨는 그의 모습이 무섭지만 그에게 옛날 사랑했던 이의 모습을 찾습니다.
사랑했지만, 도덕적 양심으로 그녀는 그를 놓아주고... 하지만 그를 자신의 마음속에서 놓아주지 못했습니다. 회뜨는 주방장을 무서워했던것은 그의 무서운 외양이 아닌 어쩜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탓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프리웨이
가족이 반대했지만 아이가 있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립니다. 유능한 외과의사지만 집에서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자신뿐만아니라 아이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이혼을 결정한 그녀의 마음을 결정 못하게 하는것이 남편의 아이에 대한 사랑입니다. 자신 역시 그 아이처럼 배다른 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그녀의 사랑으로 여태껏 살아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인생과 자신의 인생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결심하려는 순간 자신이 사랑한 아이 그리고 자신의 모습일수도 있었던 아이가 그녀를 위해 극단적인 삶을 선택합니다. 자신 때문에 갈등하는 그녀에게 프리웨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말이지요.

2002년, 서울의 달빛
겉보기에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부부이지만, 실상은 남보다 못한 관계인 부부입니다. 부인의 결혼전 요정에서 일한일, 약간의 외도를 알면서도 이혼만은 않겠다는 남편 역시 다른여인을 품에 안고 있으니깐요. 결국 아내는 남편의 자금조달자 역으로 최선(?)을 다하며 마지막 통쾌하게 남편을 복수하는 장면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뫼음들레
민들레처럼 어디서나 잘 자라는 강한 정신력처럼 그 강인함으로 때론 무서움을 함께 동반하는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친구가 변해버린 모습으로 돌아와 고등학교에서 만난 주인공은 어쩔수 없이 친구와 대결을 하지만 결국 자신들을 싸움에 부추긴 녀석들의 존재로 다시 관계를 회복합니다.

그 강을 건너는 법
글을 쓰는 동호회 사람들이 각자의 글을 발표하며 비평을 합니다. 오늘 글을 발표한 사람은 남들이 보기에도 행색이 초라하고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여긴탓인지 모두들 짜증스러워해요. 그런 그에게 동호회의 선생인 K평론가의 관심과 평은 모든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강진만이라는 사람은 행색만 초라할뿐 글에 대한 순수한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수 없고, 나중에 살짝 밝혀지는 그의 모습에서 지식인들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에 대한 조롱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예라옹곤
'인간의 내부에 잠재한 야성을 촉발시키는 무한한 힘."을 뜻한다고합니다.
노년에 사랑에 빠진 그녀를 두고 손자며느리와 며느리, 시누들이 말들이 많습니다. 노년의 사랑은 결코 부끄럽거나 비난받아야하는 사랑이 아닙니다. 너무도 이기적인 현실에서 그녀는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요. 그래서 이 단편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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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6-1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한번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책이네요. 기대됩니다. ^_^

보슬비 2006-06-1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초반 몇편에는 그리 흥미가 많이 생기지 않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에 들더라구요. 언젠가 사요나라님께서도 읽으신다면 마음에 드셨으면 해요.

씩씩하니 2006-06-1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고 나면 읽어볼라구요~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둡니다~

보슬비 2006-06-14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리뷰로 인해 책을 읽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늘수록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ㅎㅎ
씩씩하니님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