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나이 15살, 은비 나이 2살.
내 어린 고양이는 아니지만, 15살 낭낙이와 2살 순대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 이야기 같아서 읽게 되었어요. 아니, 그전에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왠지 슬플것 같아 읽지 않다가 이번에 토토가 아프고 나니깐 읽어보고 싶어졌던것 같아요.
결혼하고 외국생활을 바로 하게 되면서, 하루 종일 혼자 있을 제가 심심할까봐 신랑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제안했었어요. 어릴때는 엄마의 반대로 키우고 싶어도 못키웠었는데(아버지가 강아지를 데려왔다가 엄마의 반대로 다른 분에게 보낼때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저만의 강아지가 생긴다니 무척 들떴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반려동물이라는 말 대신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시절이었어요. 신랑 역시 어릴때부터 다양한 동물을 키웠고, 강아지도 키웠었지만... 그 강아지는 자신의 강아지라기보다는 어머니 강아지라 생각해서 크게 애착은 없었어요.
한국에서 봐왔던 요크셔나 시추, 말티즈를 키울거라 생각하고 펫샵에 갔는데 미국은 작은개보다는 큰개를 더 선호해서인지 제가 선호하는 개들은 없었어요. 그래서 대기명단에 올리고 주말마다 펫샵구경을 했었답니다.
그래서 처음 데려온 개는 아기 곰을 닮은 검은 챠우챠우였어요. 그런데 이틀동안 키우다가 저희가 살고 있던 아파트 규정상 너무 큰 개를 키울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면서 도로 펫샵으로 보내었답니다. 이틀동안 정말 정이 많이 들어서 법적으로 싸울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학생이고 이방인이다보니 그냥 포기할수밖에 없었어요.

[윤기가 자르르하고 통통했던 토토의 어린시절]
그리고 어느날 꼬물거리는 닥스훈트를 보게 되었답니다. 그때 처음으로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개가 있다는것을 알았어요. 여러마리 강아지중에 가장 활발해보였던 토토를 보고 대기명단은 지우고 데려왔어요.
강아지를 키우면서 저는 '절대 침대에서 재우지 말기'라고 했어요. 그래서 토토는 자기 집에서 재웠는데, 토토가 이틀만에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역전. 결국 침대생활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원래 강아지들이 대소변을 빨리 가리는줄 알았는데, 나중에 토토가 무지 똑똑하다는것을 알았어요. 살짝 딸자랑하는 딸바보엄마예요. ^^ (토토를 키우면서 '하지말기' 목록들이 차례로 지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토토가 디스크 수술을 할때, 수술비를 듣고 차라리 다른 개를 키우는것이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마찬가지로 토토의 비행기값을 들을때도...)
하지만 토토는 그냥 반려동물이 아닌 저희부부의 딸이 되었는걸료.
펫로스를 읽으면서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것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는것...
처음 토토가 아프다고 페이퍼에 올릴때도 망설였었어요. 사람도 아닌 동물인데 유난이다는 소리를 들을까봐서요. 다행이도 걱정과 용기의 글을 남겨 주셔서 많은 위로를 받았답니다. 다시 한번 댓글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함께 공감하지 않아도 좋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하지 않아도 될말을 하지않는것도 배려고 예의같아요.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생길정도로 이제 한국도 펫로스에 대해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것 같아요.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에서 '반려'란 평생을 함께 사는 동반자라고 합니다. 우리의 동물들은 평생을 함께 살기에 짧지만, 우리의 입장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는 평생을 함께 사는 동반자인거죠.
그래서 우리딸은 우리보다 먼저 늙어요.
토토가 15살이 되고, 배에 커다란 유선종이 있어서 항상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라고 생각할때는 마음이 아프고 슬펐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토토의 마지막을 돌봐줄수 있다는것에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누가 착한딸 아니랄까봐, 우리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어서 고마웠어요. 토토가 평소 행동과는 다르고 우리를 잊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토토는 아프지 않고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예요. 만약 토토가 아파했더라면, 우리 욕심만 생각해야하나 고민을 해야했으니깐요..
아마도 우리부부는 반려동물을 잃는다는것이 무척 아프다는것을 알지만, 그동안 토토와 은비에게 받은 사랑을 기억하기에 계속 새로운 가족들을 만날수 있을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끝까지 책임질수 없을때가 올때는 아무리 외로워도 더 이상 가족을 만들지는 않을거예요.
* 웃픈 이야기 1 *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제가 "잠깐 외출하고 들어오니깐, 토토가 팔짝 팔짝 뛰면서 꼬리치고 반가이 맞아주었어."라고 말하니 다들 기쁜 마음으로 들었답니다. 제 뒷이야기를 듣기전까지말이지요.
"정말 토토가 나를 잊었나봐. 이렇게 팔짝 팔짝 뛰면서 맞이하는거 처음이야.. -.-;;"
그렇습니다. 토토가 팔짝 팔짝 뛰면서 맞이하는건, 아빠밖에 없었어요. 요즘 아빠는 찬밥이 된것 같아요. 기쁘면서도 좀 슬펐어요...
*웃픈 이야기 2 *
토토가 배변을 보고 나면 뒷발을 흙을 덮듯이 행동해요.
원래 배변시트지에 배변을 보기 때문에 그동안 그런 행동이 필요없어서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냥 본능이 나오는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배변 시트지가 헝클어져서 엉망이 되곤해요.


토토가 배에 난 유선종때문에 자꾸 핥아서 상처가 나요. 그래서 넥카라를 씌웠는데,불편할까봐 잘때는 저도 주인공처럼 저렇게 안고 자요. 토토가 상처를 핥지 못하도록...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발애호가들이 많으실거예요.^^
저도 자주 젤리곰을 만지며 냄새 맡으며 행복해한답니다... ㅎㅎ


오사카 여행때 동생이 아이들을 맡아주었어요. 여행전까지 토토 건강 때문에 불안했지만, 다행이도 토토가 잘 있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은비는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 불안해하면서 우는데, 동생이 찍을때는 얌전히 포즈 잡아줘서 귀여운 사진들 많이 건졌답니다. 사람 차별하는것도 아니고... -.-;;
두 녀석 모두 뜨끈뜨끈 전기장판에 몸지지고 있는 중이예요.


토토가 은비에게 옷을 물려줬어요.^^;;
토토 혼자 키우다가 토토보내면 힘들것 같아서...
그리고 점점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토토에게 좋은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고민중에 은비를 만났는데, 정말 잘 만난것 같아요. 은비 덕분에 토토가 많이 생기가 생겼거든요.
우리 어린 딸 은비와 늙은 딸 토토...
은비는 강아지답지 않게 산책 무서워하고, 주위 환경 변화에 엄청 스트레스 받아하는 냥멍이예요. 고양이에게도 개냥이가 있듯이, 강아지에게도 냥멍이가 있어요. 강아지에게도 핥퀸당하기도 합니다. 이 녀석은 뽀뽀하면서도 입술을 살짝 물어요. ^^;;
절대 매달리면 가까이오지 않고, 관심없어야 다가오는...
그런 은비가 요즘 토토에게 관심이 쏠리지 애교쟁이가 되었어요.
은비는 다른아이들보다 굉장히 신경이 예민한 아이 같아요. 그래서 항상 토토언니처럼 튼튼하게 오래 살아라~하고 기도한답니다.

이 책은 3권이 끝이지만, 도서관에 2권만 읽어서 2권까지만 읽었습니다.
웃으면서, 울면서 읽었는데 아마도 도서관에 3권이 있어도 읽지 못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