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에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역시 기차다. 

일정한 속도, 딱 적당한 흔들림. 그리고 지나치게 편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정도의 좌석의 불편함.

뭐 이런 것들. 


가끔 비행기를 타면서 놀랐던건 나는 장거리 비행에서 책이 잘 읽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비행기 이코노미석은 사육의 공간이자 이러다가 내 관절이 영원히 못움직이는건 아닌가 걱정때문에 책을 읽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코노미석의 가장 큰 즐거움은 눈앞의 조그만 모니터에 뜨는 비행경로도이다.

내 생애 딱 한번 타본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은 그 지나친 안락함으로 인하여 누워 감히 앉아 있을 수 없는  내 몸을 수평으로 만드는 사치를 부리고 말거야라는 의욕을 불태우다가 잠이 드는 곳이지 역시 책을 읽을 공간은 아니었다.

버스나 선박은?

에고 말을 말자. 멀미 안하면 다행이다. 


정기적으로 서울 갈 일이 생기면서 요즘 자주 기차를 타고 있다.

커피 한잔과 책 한권은 기차 여행의 최고 동반자다.

오늘의 선택은 



페미니스트 지리학자라고 하는데 페미니즘에도 도시에도 관심이 많은 내게 딱 맞춤일듯하여 선택한 책.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우리의 도시는 돌, 벽돌, 콘크리트로 쓴 가부장제다."라는 말에서 연상되듯, 우리의 도시가 어떻게 특정 젠더 중심으로 건설되고 운영되는지를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얘기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거기까지는 아니고....

음 조금 더 원칙적이라고 할까?

여성에게 도시라는 공간이 어떻게 작용해왔는지의 원칙에 대해서 좀 더 치중해 있는 듯하다.

굳이 따지자면 전혀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지만 나름 생각 못했던 부분들도 있고 재밌게 읽고 있다. 

중간에 같이 가던 남편과 얘기도 잠깐 하고, 게임도 잠깐 하고 그러다가 3분의 2쯤 읽었다.


서울에서 볼일 보는 중간에 시간이 2시간쯤 비어서 대학로 주변 산책이나 하던 중에 무려 <학림다방>을 발견했다.

"어 저거 학림이네"

"와 저거 우리가 아는 그 학림다방 맞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간파과 진짜 다 쓰러져 가는 것같은 너덜너덜한 계단. 그리고 since1956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지방 출신인 우리 부부에게 학림은 

70년대 학생운동의 방향과 80년 서울역회군과 광주를 둘러싼 무림-학림논쟁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곳이고

전민학련단체 결성의 첫모임을 여기서 하고 이후 그분들이 검거되면서 다방의 이름을 따 학림사건으로 알려졌던 사건.

그리고 부산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탄압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이 부산의 학림사건의 준말이 되었던....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지만 그 사건들의 현장을 이렇게 그냥 길거리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게 되는건 참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당연히 들어가봤다.

이곳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밖에서 볼 때는 너무 낡아서 손님이 있을까 싶은데 내부는 생각보다 잘 관리되어있고, 손님도 많다.

들어서자마자 LP판을 돌리는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좁은 공간을 꽉 채우면서 순간 80년대로 휙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제일 꼭대기에 와인병들은 먼지가 소복히 앉아 있고, 장식장을 장식한 빈티지물건들도 제각각이고.... 

하지만 그것이 먼 옛적에 다니던 대학 앞의 커피샵들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좁게 넣은 다락같은 이층공간도 있다.

저기에도 손님이 다 앉아 있어서 그분들 피해 사진을 찍다보니 각도나 이런건 원하는대로 넣을 수가 없다.



마루바닥, 천장, 계단, 탁자 모두 여기저기 긁히고 흠집투성이지만 보기 흉한 곳이 하나도 없다.

여기를 스쳐간 사람들의 손때와 삶의 흔적들. 

사진과는 다르게 저 계단이나 탁자 마루바닥 모두 너무나도 정갈하게 보존되고 있었다.



이곳의 주인공은 저 넓은 창이다.

바로 아래로 대학로가 있고 저 넓은 창은 60년이 넘도록 저곳에서 벌어졌던 모든 사건들을 지켜보고 왔을 터이다.

저 창 역시 널찍하게 전체를 찍고 싶었지만 역시 다른 손님들이.....ㅠ.ㅠ

이곳에서는 백기완선생이 돌아가시기 두달 전까지도 아침마다 오셔서 차를 마시고 앉았다 가셨다고도 한다. 

학림다방 유일의 공짜 손님이었단다. 

전혜린작가가 자살하기 하루 전 절친했던 친구를 만난 곳도 이곳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이곳에 있을까?


1980년대로 타임슬립한듯한 이곳에서 드립커피와 비엔나 커피를 주문했다.

80년대는 역시 비엔나지 하면서....


아 정말 커피잔마저도 80년대스럽다.

그런데 반전은 여기 커피가 너무 맛있다. 80년대 커피맛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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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8-12 06: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대학 다닐 때 몇 번 가본 적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돌 맞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학림 특유의 배타적 분위기 때문인지 정이 들지는 않더군요. 물론 당시엔 마로니에 교정도 관악으로 옮겼고, 대학로 극장가도 없었던 시절이라 더 쓸쓸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말입죠.

바람돌이 2022-08-12 12:10   좋아요 2 | URL
어떤 분위기를 말씀하시는지 알거같아요. 약간 끼리끼리랄까 뭐 그런거??? 아유 돌은 무슨.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든 그거야말로 지극히 개인의 취향인걸요. 단지 어제는 지나가는 사람일뿐이었던 저에게는 이런 나름 역사적인 공간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는게 신기했을뿐이고요. ㅎㅎ 근데 가끔 갈거 같아요. 여기 커피 진짜 맛있더라구요. ㅎㅎ

mini74 2022-08-12 0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기분 뭔지 알것 같습니다. 책 등에 간간히 등장하는 학림다방, 거기 한 번 가보고 싶었었죠. 서울의 호텔커피숍에서 비엔나커피 한 잔 하고 싶었고 ㅋㅋ 딱 한 번 선 보면서 서울 호텔 커피숍에서 비엔나 마셔봤습니다. 저는 기차로 출장을 자주 가서 그때마다 기차에서 책 정말 많이 읽었어요. 고개 숙여 읽으면 멀미나니까 책을 눈높이까지 들고 ㅋㅋ 그래서 신문 등으로 책제목 가려서 읽었지요 ~ 바람돌이님 글 읽으니 옛날 생각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2-08-12 12:14   좋아요 2 | URL
학림다방 입구가 어찌나 하름한지 들어가고싶은 맘 일도 안생기겠던데요. 근데 또 내부는 관리가 잘 되어서 나름 힙하달까? 빈티지 아날로그의 매력쯤? (뭔말인지...ㅠㅠ) 요즘 비엔나커피 하는데 잘 없는데 오랫만에 먹어서 추억돋았어요. 미니님은 기차출장을 많아 다니셨군요. 그러면 진짜 책은 많이 읽어질듯.... 왠지 책과ㅠ기차는 진짜 찰떡궁합이죠. ㅎㅎ 서울 호텔 커피숍의 맞선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2-08-12 09: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학림다방에 대한 역사를 바람돌이님의 글에서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한 번씩 친구들 만나러 대학로에 가는데 어찌 학림다방에는 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저 옛 장소 정도로만 인식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다음엔 꼭 가서 저 비엔나 커피를 마셔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8-12 12:17   좋아요 3 | URL
원래 비엔나가 많이 달잖아요. 근데 쟤는 달기도 적당하고 맛났어요. 하지만 진짜 맛난건 저 드립커피랍니다. 서울 사는분들은 다들 학림 어딨는지정도는 다 아시는군요. 역시 거주자와 방문자의 차이.... ㅎㅎ

수이 2022-08-12 1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로 가면 학림 자주 놀러 갔어요. 가서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조만간 저도 가봐야지!

바람돌이 2022-08-12 12:17   좋아요 1 | URL
오 비타님 방문기 기다려아지. ^^
저기 아날로그 lp판 음악도 좋았어요.

햇살과함께 2022-08-12 1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차에선 역시 책이죠~ 창밖 풍경도 잠시 보고요~
오전엔 커피와 책, 오후엔 맥주와 책^^
코로나로 기차에서 맥주 먹지 못해서 너무 슬펐던 1인 ㅎㅎ
학림다방도 한번 들러야 겠네요~

바람돌이 2022-08-12 12:19   좋아요 3 | URL
역시 책에 어울리는걸 잘 아시는 햇살과함께님.
그 후 밤에는 또 와인과 책이 아닐까요? ㅎㅎ

다락방 2022-08-12 14: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읽기 최적의 이동수단은 지하철 다음이 기차예요! 기차가 더 장시간 가니 좋긴한데 저는 지하철이 집중은 제일 잘되더라고요. 의외로 비행기 안에서 독서를 하지 못해 저도 놀랐습니다. 열시간 이상 가는거니 가방에 책을 세권 이상씩 챙기는데 한 권도 못읽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면 다음 여행때는 그만 챙겨야 되는데 또 챙기고 있어요. 비행기 안에 들고갈 가방에 책 세 권쯤 넣고 이거 다 읽으면 올 때 읽게 캐리어에 책 몇 권 또 넣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바람돌이 2022-08-12 17:28   좋아요 2 | URL
지하철에서 앉아갈수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지하철 원픽입니다. ㅎㅎ 저는 이제 놀어갈때는 책은 1권만 챙깁니다. 일종의 촬영용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여행지에서 사진집같은거 잔뜩 사온다는.....

희선 2022-08-13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차에서 커피와 책 좋을 듯합니다 멀리까지 갔다 오는 게 힘들겠지만 다른 즐거움이 있군요 학림다방이라는 곳이 서울미래유산이 됐군요 오래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즐겨 찾는가 봅니다 저곳에 자주 가던 사람은 저곳이 사라지지 않아서 좋을 것 같겠습니다 좋은 기억이 있다면 좋을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2-08-13 11:42   좋아요 1 | URL
기차여행에 책이 없다면 그 시간을 도대체 뭘로 때울지 자신이 없네요. ㅎㅎ 지난번 가져간 책은 좀 짧아서 중간에 다 읽어버리게 되어 서울에서 어디 가까운데 서점 없나 찾게 되더라니까요. ㅎㅎ 오래된곳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기억으로 인해 소중한 곳이 되는거 같아요. 저런 곳 한둘쯤 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

난티나무 2022-08-13 2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차여행하면서 책읽기!!!!!! 넘 👍 좋아요. 책 들고 기차여행하고 싶어지네요.^^

바람돌이 2022-08-13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아오는 기차에서 맥주를 한잔 할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 안타깝게 금주중이라.... ㅠㅠ

레삭매냐 2022-08-14 1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리 스타일의 커피 잔이라...

전 계단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라면 계단 사진을
쾅쾅쾅~ 책이 있다면 고 위에 올
려 놓고 인증샷을 날리는 패기를
ㅋㅋㅋ


기차 타불고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습니다 훌훌~

바람돌이 2022-08-14 12:28   좋아요 2 | URL
아이 과감한 레삭매냐님!!
왜 저는 또 그런 생각은 못했을까요? ㅎㅎ 이럴 때 느끼는게 나 의외로 소심한 인간이었구나 하는 면이랄까요? ㅎㅎ

프레이야 2022-08-14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차에서 커피 한잔과 독서 최고지요
적당히 흔들리는대로 맡기고 가끔은 창밖으로 시선도 돌려가며. 학림다방 낡은 나무계단에 밴 이야기들이 무수하겠어요. 병원 다니시나 싶어요 혹시나. 대학로 가면 가봐야지 했는데 올해 이월에 다른 일만 하고 시간 없어 못 가봤어요. 아쉬워라 언제 가보나 ㅎㅎ

바람돌이 2022-08-14 16:09   좋아요 1 | URL
굳이 일부러 찾아갈 것까지는 모르겠고요. 이 곳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저야 그런건 아니니.... ㅎㅎ 그냥 이 근처 간김에 특색없는 대형 커피숍 가는 것보다는 들러볼만하다는......
결국 서울병원으로 정하게 진료를 정하게 되면서 정기적으로 가게 되네요. 기차 여행 괜찮은데 아직은 좀 자주 다니게 되니 부담스럽긴 합니다. 지방민의 비애겠죠. 이번에 제가 아파보니 왜 그렇게 병원을 서울 서울 하는지 감이 좀 잡히더라는.... 슬퍼요. ㅠ.ㅠ

2022-08-14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4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4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8-14 21:17   좋아요 1 | URL
네 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
 

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음으로써, 여자들이 도시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고 어떤 일상 경험을 하는지를거의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남성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뒷받침하고 돕게끔 설계되어 왔다. 이것이 내가 말한 <남자들의 도시>의 의미다. - P17

그 반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덜 명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도시는 건설된 순간부터 사회관계, 권력, 불평등에 영향을미친다. 물론 돌, 벽돌, 유리, 콘크리트에는 자유의지가 없다. 이것들이 의식적으로 가부장제를 유지하려 애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형태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한계를 결정짓는 데 기여한다. 또는 어떤 것은 정상적이고 올바른 것, 어떤 것은 <부적절하고 잘못된 것으로 보이게 하는 데 기여한다. 한마디로 도시와 같은 물리적 공간은사회 변화에 있어서 <중요하다>. - P29

지리적으로 고립되고, 집이 상대적으로 넓고, 자가용이 여러 대 필요하고, 육아를 위탁할 곳이 없기 때문에 여자는 아예 직장에 다니지 못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살림 및 육아와병행할 수 있는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남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더 나쁜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오랜 남녀 임금 격차를 감안할 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남자를 희생하는 것은 어차피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교외는 이성애자 가족 내에서, 또 노동 시장에서 특정한종류의 성 역할을 후원하고 그것이 당연해 보이게 만든다. - P59

지리학자킴잉글랜드 Kim England는 역할이 공간의 실제 외형에까지 고착되어 있다. 따라서 거주지역 및 업무 지역의 위치, 교통 체계, 전반적인 도시 구조는 어떤 종류의 행위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의해 일어나는지에 관한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의 기대를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모든 형태의 도시 계획은 <전형적인 도시인에 대한 일련의 가정, 즉 그들의 이동 패턴, 필요, 욕구,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도시인은 남자다. 그는 한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이며 비장애인, 이성애자, 백인, 시스젠더다. 따라서 교외와 비교했을 때 설사 도시에 이점이 더 많다 하더라도 여자가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이라는 <투잡>을 병행하기쉽게끔 도시가 세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 P60

반면 유럽에서는 <성 주류화>의 관점으로 도시 계획 및 예산결정에 접근하기 시작한지가 더 오래되었다. 이 말은 모든 계획,
정책, 예산 결정이 성평등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정책 입안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이 향후에 성평등을 촉진할 것인지 저해할 것인지를 질문해야만 한다. 그 결과 도시는 이 결정이 말 그대로 사회를 지탱하는 돌봄노동에 이로울지 해로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77

반면에 스톡홀름 같은 도시들이 채택한<성평등적 제설 정책>에서는 인도, 자전거 도로, 버스전용 도로,
어린이집 주변을 우선으로 청소한다. 왜냐하면 여자, 어린이, 노인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가 아이를 데려다주고 나서 출근을하므로 이쪽을 먼저 치우는 것이 타당하다. 스톡홀름 부시장 다니엘 헬덴Daniel Helldén은 캐나다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제설 방식은 자가용 선호를 더욱 강화하지만 스톡홀름의방식은 모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독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기획은 현상(現狀)을 답습하는 대신 <그들이 바라는 변화된 도시>를 추구한다." - P79

돌봄이 중심인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유색인 여성, 장애인 여성, 퀴어 여성, 싱글맘, 노인 여성, 원주민 여성, 특히 이정체성들이 교차하는 여성들의 필요와 요구와 욕구를 기반으로한 미래는? 주택 디자인에서부터 대중교통 정책, 동네 설계 용도 지역 지구제에 이르는 모든 것에서 이성애자 핵가족을 중심에 놓는 행위를 그만둘 때가 왔음은 확실하다. 도시 계획가들과건축가들 또한 백인 비장애인 시스젠더 남성을 표준으로 삼고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그 변주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이제는 주변과 중심이 뒤바뀌어야 한다. 교외에 거주하는 나이 많은 과부의 삶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인 동네의 임대 주택에 사는저소득 레즈비언 엄마의 삶은 굉장히 다르겠지만 그중 한쪽이공공 서비스와 편의 시설에 접근하기 쉬워진다면 다른 한쪽도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편리한 대중교통, 눈을 치운 인도,
저렴한주택, 깨끗하고안전한 공중화장실, 가까운 동네 공원, 생활임금, 공용 부엌 같은 시설은 다양한 가정의 짐을 덜어 줄 것이며 환경 지속성 같은 다른 중요한 목표에도 기여할 것이다. - P86

우정은 도시에서의 자유를가능케 했고, 도시의 거리는 우리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 줬다. 단순히 우리가 부모님에게 반항했다는 것, 규칙을 깼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밤의 도시에서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 - 이동성과 관련된 사회 규범 및 성차별적 제한을 근거로 여자애들이 대개 배제되는 시간에 도시의 공공장소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를 성장케 한, 어쩌면 변화시키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 P100

따라서 보다 더 고차원적인 질문은, <어떻게 해야 평생 우리를 지탱해 주는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할 가능성을 넓히게끔 공간, 특히 도시 공간을 새로이 창조하거나 기존 공간의 용도를 바꿀 수있는가>이다. - P127

만약 전통적 이성애 가부장제에 따른 가정 형태가 대부분의삶에서 규범으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 도시 미래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는,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여자들이 감정적 지지만을받기 위해 서로의 우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 노인 돌봄,
운전, 주거, 간호와 같은 필수적인 일들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서로 의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도시가 그런 관계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당연히 갖춰야 하지 않을까?  - P129

우리는 가장 평범한 장소에서도 안전하지 않고, 가장 흔한상황에서도 평등하지 않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 이것이 내가 흑인 소요객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소요는 백인의 전유물이다. 백인 구역에 있는 흑인은 어디를 가든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카페, 식당, 박물관, 가게. 심지어 자기 집 현관 앞에서도이것이 우리가 심리적 지리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정처 없이 돌아다닐 때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되며 거기에는 정신적 비용이 따른다. 흑인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테주콜, 페이스북, 2018년 4월 18일). - P147

가정의 요구에서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가사 및 돌봄노동이 여성에게만 편중되어 과부하가 일어나다보면 방해받는 것이 더욱 짜증나게 느껴진다. 나는 내가 공공장소에 앉아서책을 읽으면 결국 내가 뭘 읽는지 궁금해하는 남자가 나타나리라는 걸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남자와 함께 공부하거나 글을 쓰기위해 앉아 있을 때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거다. 혼자 있는 여자는 남자들이 언제든 방해해도 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 사실은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공공장소에 있는 여자가 남성 동반자나 결혼반지 - 물론 동성 - P152

배우자의 존재를 상징할 수도 있는―같은 확실한 표지에 의해임자있는 재산임이 표시되지 않으면 만만한 대상이 된다.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원치 않는 남자의 접근을 가장 빨리 차단하는 방법은 남자 친구나 남편이 있다고 말하는 거란 사실을 남자들은 여자의 거절보다 다른 남자의 재산권을 훨씬 더 존중하기 때문이다. - P153

도시 여자들의 독립을 향한 열망이 증가하면서 1870년대에는파리에서 백화점 시대가 막을 열었다. 백화점은 그야말로 여자들을 위해 설계된 품위 있는 공공장소였다. 여자들이 거리의 불미스러운 요소와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는 동시에 그들이 그토록열심히 추구했던 자유를 어느 정도 허용했다. 에밀 졸라Émile Zola의 1883년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은 세계 최초의 백화점을 모델로 창조한 허구의 백화점 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엿본다. 여자 판매원들의 작당 모의, 사장의연애 사업, 소상공인들의 경쟁 및 갈등 속에서 졸라의 책은 소비를 위한 구경거리가 어떻게 여자들의 감각을 즐겁게 하도록고안되었는지 보여 준다. 즉 쇼핑의 공간은 (적어도 서양에서는) 여자들이 공공장소를 차지하는 것을 허락받은 최초의 공간 중 하나였다. - P155

누군가가 도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권력을가진 자가 누구고, 도시와 관련된 자신의 권리가 생득권이라고생각하는 자는 누구고, 항상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자는 누구인지를 말해 준다. 그것은 기존 사회의 차별 구조를그대로 반영하기에 계급 간 격차의 좋은 지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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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지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없다. 아니면 정신과 의사가 그렇게 믿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인간의동기는 열쇠가 없는 성이다. 인간의 동기는 여러 겹의 미로를 형성한다. 그 복잡한 미로에서 개별 행동들이 보통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근거나 이유 없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만약 한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고 싶으면 그에게 이렇게묻기만 하면 된다. 너는 5만 달러로 뭘 할 거야? - P68

"나도 내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모른다면 좋겠어." 울리가 말했다.
"왜요, 울리 형?"
"그러면 너처럼 어머니를 찾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 P76

"아직 남은 볼일이 있다면, 그걸 끝내기로 하자."
햐!
아직 남은 볼일이 있다면, 그걸 끝내기로 하자.
우리는 그 같은 문장을 말하기 위해서라면 평생을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막상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담대함과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해 그런 말을 못 하기 십상이다. 그런 종류의 침착함은 교육이나 연습의 산물이 아니다. 그 자질을 타고났든가 아니든가, 둘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타고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 그런 자질의 최상의 모습이 나온다. - P131

기꺼이 구타를 당하겠다는 자세. 그것은 당신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사람은 옆에서 꾸물대면서 남이 지른 불에 휘발유를 뿌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아무 탈 없이 집에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은 굴하지 않고 전면에, 한가운데에 나서고,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을 때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버틸 준비가 되어 있다. - P133

남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필요한 것은 여러분이 그의 발치에 앉아 그가 하는 말을 듣는 일이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하든,
이전에 얼마나 자주 그 말을 했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여러분에게는 자리에 앉아 경청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음식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53

"그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게 왜 더치스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거야?"
"왜냐하면 더치스 형은 수영을 못하는 게 틀림없으니까. 그리고그 형은 너무 창피해서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거야." - P218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사실과 공상을 구분하는 것이, 직접 본 것과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무척 어렵지 않았던가? 아버지가 20년 동안 고생스럽게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산하고 상실감에 빠지게 된 것도 이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 P346

기다리는 것에 관해서라면, 한물간 사람들은 많은 연습 경험이있었다. 큰 성공을 기다리거나 일거리가 생기기를 기다렸던 경우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게 확실해지고 나면 그들은 다른 것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예컨대 술집이 문을 열거나 생활 보조금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공원에서 잠을 자는 건 어떨지, 버려진 담배를 주워서 두 모금을 빠는 건 어떨지 보려고 기다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새로운 모욕에 익숙해질 수 있는지 보려고 기다렸고, 그러는 동안 한때 그들이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에게서 잊히기를 기다렸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끝을 기다렸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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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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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책에서 무엇을 봐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나?

저자가 말하듯이

나는 거대한 역사를 인간이 가 닿을 수 있는 작은 역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뭐라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할 말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 268쪽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거대악인 전쟁을 잘게 잘게 쪼개 이해할 수 있는 그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이 여성들의 증언이 필요한걸까?

증언을 읽어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모르긴 해도 이 증언을 청취하고 다시 쓴 작가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도 어려웠을것이다.

듣고 쓰는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전쟁을 다시 체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그런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이 증언을 썼고, 독자인 나 역시 고통을 참으며 이것을 읽어냈다면 그에 대한 응당한 무언가의 대답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싶은거다. 


전쟁이라는 단어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자 또는 주체로서의 여자, 여성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라는 단어는 남성적인 단어로, 전쟁터를 떠올릴 때는 참호와 그 참호속에서 총을 든 남자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는게 일반적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여자의 이미지는 전쟁 피해자를 떠올릴 때 간신히 떠오르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여기 여자들이 있다.

전쟁의 피해자가 아니라 조국수호전쟁이라고 불리운 전쟁에 대부분 자신의 조국을 또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대의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나갔던 여성들이.....

그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은 이제 사춘기를 막 지나고 성인이 되기 전의 문턱에 도달했는 어린 소녀들이었다.

그들은 왜 전쟁터로 달려갔을까?

그것도 어리다고 안된다고 하는 것을 무릅쓰고 고집을 피우고, 온갖 청원을 해대면서까지....

그런데 이런 질문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쟁터로 달려갔을지 너무 짐작이 잘 되니까 말이다.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다.

이 시기까지 소련은 세계 유일의 사회주의 국가로 스탈린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회주의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넘쳐나는 국민을 가진 그런 나라다.

물론 당연히 그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국가의 모든 능력을 동원한 국가주의 교육가 세뇌였을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마르케스의 표현대로 1950년대까지 마릴린 먼로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폐쇄적인 환경 때문이기도 했을 테고......

저 상황에서 자란 어린 청소년 아이들이 어떤 마음일지는 눈에 훤하다.

내가 바로 그런 교육의 시대를 거쳐왔기 때문이니 말이다.

유신시대 시골마을에서 자란 나는 아침이면 새마을 노래에 잠이 깨고, 동네 공터에 모여 6학년 오빠가 든 깃발을 따라 줄서서 학교가던 시절을 거쳤으며, 대통령이 오후에 우리 마을을 자동차로 지나간다고 아침부터 전교생이 찻길에 나와 태극기 흔드는 연습을 하던 그런 시절을 살았다. 

웅변잘하는 친구가 토해내던 때려잡자 박살내자 공산당에 열렬히 박수를 치고 감탄하던 반공키즈, 그게 나였다.

아마도 내가 열 몇살의 사춘기 시절에 북한과 남한이 전쟁을 다시 벌였다면 나 역시 전쟁터에 지원해서 나가지 않았을까?

아 어쩌면 이 비유는 적절하지 못하기도 한것 같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소녀들이 조국수호전쟁에 나간건 마음으로 치면 일제시대 독립운동하러 간 것과 비교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들의 마음으로는 그러할테다.

그 이념이 숭고한 사회주의 체제 보호였든, 독재정권의 국가주의 보호였든 독립운동이든 이념과 집단세뇌는 엄청나게 힘이 세다.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특히나 어린 청소년에게는 더더욱.(그 극단의 예가 중국 문화혁명기의 홍위병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용감한 사회주의의 병사들이 악의 무리 독일군을 무찌르고 세계를 평정한다는 환상은 현실의 전장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그 아이들, 그 여자 아이들은 전장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아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그들의 증언은 무엇을 본 것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30여년이 지나서야 나오는 증언은 바로 기억에 관한 것이다.

그 기억의 지점이 남자들과 여자들의 증언이 다르다.


내겐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많은 반면, 집사람에겐 전쟁에 대한 감정이 더 많아요 하지만 언제나 감정이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법이지. - 198쪽


남녀의 차이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전쟁의 기억에서 전투의 상황, 어떻게 돌격했는지, 아니면 어떻게 기습을 받았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런 것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많은 전쟁체험담들이 이런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 여자들은? 피해자가 아닌 군인으로서 참여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독자적으로 담은 책은 내가 알기로 이 책이 유일하다.

그녀들은 어떤 것들을 기억할까? 부부가 모두 참전했던 저 인용문의 남편은 아내의 기억은 감정에 대한 것이라고, 강렬했던 감정에 대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전쟁터에서 많은 여성들이 느꼈던 그 강렬했던 감정들을 가만히 따라가본다.


전쟁의 소리를 기억하는 이, 으르렁 쾅쾅 쨍쨍.... 그 소리들은 참전소녀들의 젊음이 끝나는 소리에 다름아니라고 느낀다. 전쟁을 겪고 난 이후에는 다시는 천진난만했던 그 젊음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 테니. 전쟁의 소리를 자신의 청춘의 장송곡으로 느껴야 하는 어린 소녀들에게는 어쩌면 삶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것이 있을리 없다고 여겨지는 전쟁터에서 죽은 동료의 시체가 너무 아름다워 더 슬퍼지는 이들이 여성이기도 하다.

친구가 죽었는데 야 임마 너는 죽었는데 왜 이렇게 잘생겼냐라고 하는 남자병사는 상상이 안가는데, 너는 죽었는데 어쩜 이렇게 예쁘니라며 오열하는 여자병사는 쉽게 상상이 간다. 그들은 전쟁에서 결국 아름다움의 생각을 잃어가리라 생각하니 더더욱 처연해진다.

더 이상 하이네의 시를 읽지 못할거같다는 소녀는 어떠한가?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전쟁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선에서 남자병사들을 꼬셨다는 터무니없는 비난에 상처받는 여성들

전선에서는 전우였고 동지였지만 전쟁이 끝나자 그 끔찍했던 기억들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연애나 결혼상대로 고려되지 않는 참전 여성들.(이들은 아직도 낭만적인 사랑을 꿈꿀 수 있는 어린 소녀들이고, 또한 이 시대는 여전히 결혼이 여성의 당연한 삶의 종착역이라는 관념이 일반적인 시대이니 이런 상황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짐작이 된다.)


전쟁의 기억을 안고 산다는 것은 여성에게 어쩌면 "두개의 세상, 두개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되는 것"(133쪽)을 의미한다는 말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평생동안 계속되는 전쟁의 기억과 그것을 잊은척 모르는 척 살아가는 그런 두개의 삶.

이런 두개의 삶이 한 인간의 내부에서 통합되지 못하고 영원히 분열된 채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

내가 나일 수 없는 삶의 고통이 그들의 기억 전체에 각인되어 있었으리라.....


작가가 말한 거대한 역사를 작은 역사로 쪼갠다는 것의 의미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개별화된 고통, 개별화된 기억, 개별화된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것에 역사의 의미가 있다.

개별화된 것들 자체가 역사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어쨋든 시작지점은 바로 그곳이다.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다양한 고통을 모두 같은 고통으로 아파하지 않는 역사서술을 어디에 갖다 쓰겠는가?

역사서술이 무엇에 기반해야 하는지, 우리가 누구의 말을 더 들어야 하는지, 역사의 그 거대한 파도앞에 소외되는 사람이 왜 없어야 하는지 그렇게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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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0 13: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통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기억들을 한데 그러모으고 목소리를 청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전쟁터에서의 기억은 몇십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질 것 같지도 않고 꿈으로든 현실의 어떤 순간이든 나타날테죠. 그 기억들을 끌어안고 산다는 게 어떤건지... 바람돌이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8-11 14:58   좋아요 0 | URL
증언의 의미는 시간이ㅠ너무 지나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거겠지요. 늦지 않게 전쟁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전쟁의 결을 더 섬세하게 체험하고 전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또 힘들지만 이 책을 읽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어쩌면 당사자에게는 아픈 그 순간을 한번 더 사는 고통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0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절하게 읽힙니다.
힘겹게 읽었던 지난 달의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는 듯 합니다.
전쟁 중일 때는 누이~누이 하면서 아껴주던 상황들이 전쟁이 끝나고 나니 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고 내처졌다는 증언들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이고,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었네요.

바람돌이 2022-08-11 15:04   좋아요 1 | URL
읽기는 지난달 말에 겨우 읽고 리뷰는 이제야 썼네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책에서 느낀 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좀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던거같아요.
나무님 저도 이 에피소드 읽으면서 많이 가슴아팠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인간이란게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누구나 있다는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하더라구요.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통을 같 겪었던 사람과 함께 연대해서 그 고통을 같이 이겨나가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아예 외면하고 피하는 것 그러니까 그 순간을 기억나게 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피해버리는것요. 무엇을 선택할지 쉽지는 않을거 같아요. 단순히 개인의 성향뿐만 아니라 내가 격은 기억이 얼마나 강렬한가에 다른 트라우마의 크기도 선택에 많은 영향을 끼칠거같구요

mini74 2022-08-10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인지 이 책 읽고나니 인터뷰에 응해준 여성분들께 제가 다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전쟁을 말하고 기억하는 건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다시 체험하는 ㅠㅠㅠ 복기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나 두려움 아픔이 옅어지진 않을거 같더라고요. 바람돌이님 이 리뷰 넘 좋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8-11 15:12   좋아요 1 | URL
하하 감사합니다. 예전에 제가 급하게 자동차 문 열다가 뒷차가 와서 제 차 문짝을 들이받은적이 있거든요. 당연히 제 잘못이고 들이받은 분이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긴 했는데 신기한건 그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자동차 문 열때마다 자동으로 그 때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러면서 한번 더 차문 뒤쪽을 보고 문을 열게 된다는... 트라우마라는게 이런거겠죠.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온몸이 기억하며 고통을 되새기는.... 그런 분들의 증언이기에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로서는 기억해내고싶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얘기해준 분들이 더 많을것 같기에요.

희선 2022-08-11 0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일어나고 나라를 지키려고 갔지만, 돌아온 뒤 다시는 예전처럼 살기 어렵겠습니다 이건 남성이나 여성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여성은 더 힘들겠지요 이런 건 거의 알기 어렵기도 하죠 작가가 여성을 만나고 쓰는 게 힘들었겠지만, 써서 다행이기도 해요


희선

바람돌이 2022-08-11 15:14   좋아요 2 | URL
작가 역시 이런 증언을 다 듣고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이 그 고통을 자신이 다시 체험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뿐만 아니라 체르노빌이나 아프간전쟁 소년병들의 목소리를 남기는 작업싸지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파랑 2022-08-11 1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승자만의 기록이 크게 언급되지만 이런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발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더 실질적인 삶의 이야기니까요~!!

바람돌이 2022-08-11 15:17   좋아요 2 | URL
이런 소수자나 약자들은 목소리 자체를 내기가 어려울듯해요. 그걸 들어주겠다는 사람도 얼마없을테고.... 이렇게 묻힌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서 이 작가처럼 묻혀버릴 이야기들을 끈질기게 듣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기도 하네요.

희선 2022-09-08 0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또 축하합니다 힘이 없는 사람 이야기는 쉽게 잊히지만 그걸 기억하려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9-08 22: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2-09-08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 벌써부터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한 ㅎㅎ

바람돌이 2022-09-08 22:1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알라디너 tv까지 2관왕 축하드려요.
들어온 적립금은 어제 다 쓰고 추가까지 해서 다 쓰고 이젠 하나도 없네요. ㅎㅎ 다른 분들 책탑이 워낙에 거대하다 보니 저의 소소한 책탑은 요즘 좀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9-08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책으로 당선되셔서 저도 기쁘네요~

바람돌이 2022-09-08 22:17   좋아요 2 | URL
화가님도 다이브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이 책은 또 지난달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여서 저도 더 기쁘네요.

새파랑 2022-09-08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
돌이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또 책구매 하시겠네요~!!

바람돌이 2022-09-08 22:18   좋아요 2 | URL
글쎄말예요. 벌써 다 썼고, 두 박스 책 주문햇는데 한박스는 오늘 왔다는...... ^^
새파랑님도 아르망스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요즘은 생활의 모든 중심이 병원과 관련된 일이라 이래 저래 다른 일들은 다 소홀해진다.

무슨 검사를 그리 많이 해야 하는지 에휴..... 

그 와중에 너무 열심히 걸었는지 발목에 염증생겨서 정형외과 치료까지 매일 다니고 있다.


어쨌든 계절에 한번쯤씩이라도 부모님들 모시고 가까운 곳이라도 나들이 갔다오곤 했는데 지난 5월 이후 내 몸이 급하다보니 전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마련한 내 맘대로 효도의 날

시부모님 모시고 시부모님이 너무 너무 사랑해마지 않는 우리집 두 딸까지 시간 비우래서 데리고 영화 보러 갔다.

너희는 오늘 참여함으로써 효도하는거야 하면서.....

어른들이랑 보는 영화니 역시 <한산>이 최고!

이런건 원래 딸이 하는건데 우리 시부모님의 딸, 그러니까 나의 하나밖에 없는 시누이는 무뚝뚝한 남자들 틈에서 커서 그런지 오빠들하고 똑같이 무뚝뚝함이다.

영화보러 가면서 마지막 영화보신지 언제냐고 지나가는 말로 여쭤봤더니 무려 우리 시누이 등에 업고 간게 마지막이란다. 

우리 시누이 나이 무려 50세.....ㅠ.ㅠ 그러니까 근 50년전이구나....

아 진짜 죄송해요. ㅠ.ㅠ


어쨌든 영화관람 이벤트는 성공적이었고, 두분 여름신발도 하나씩 예쁘게 사드리고, 그리고 맛난것도 먹고,

며느리 아프다고 걱정 많이 하셨던 두 분이 오늘 즐거워보이셔서 맘 무겁던게 가벼워졌다.


영화 <한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항복한 왜군 준사의 이미지였다.

그는 이순신에게 묻는다. 이 전쟁은 무엇이냐고?

그에 대한 이순신장군의 대답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이후 항왜인 준사는 의병들이 놓친 "의(義)"의 깃발을 땅에서 들어올이고 전장으로 뛰어든다.

영화 명량이 국뽕을 자극했던 면에 대한 나름의 장치가 아니었나 싶은 장면이었다.

조선과 일본의 국가간 싸움이 중심이 아니라 침략자와 방어자의 싸움, 그럼으로써 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임진왜란을 정의하고자 했던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최대 관심장면은 역시 전투장면이다.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 그렇기도 하지만 나는 특히나 이놈의 직업병때문에 

영화보는 내내 아 저장면 캡처 따야겟다. 저 장면은 동영상 따야지.... 이러고 있다.

이런 영화의 최고 장점은 내내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역사속 장면을 굉장히 스펙터클하게 보여주므로 수업자료로 활용하기에 최고라는거.... 그러니 영화보는 내내 영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느 장면을 어떻게 따고 이어붙일지 고민 고민이랄까? ㅎㅎ


더불어 마지막 장면 와키자카는 전투에서 패하고 갑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빠지는데 우리가 다 알다시피 와키자카는 살아남아 명량해전에서도 이순신 장군과 만난다.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 얘기도 애들한테 퀴즈로 내줘야겠다

실제로는 와키자카는 바다에 빠지지는 않고 거의 파손된 배에 타고 칠천량 근처 무인도로 흘러들어간다.

그 작은 무인도에서 와키자카와 살아남은 그의 부하들은 일주일을 먹을게 없어 미역만 먹고 버텼다는 것.

일주일 후 우리 수군의 포위가 드디어 풀리자 와키자카는 열심히 뗏목을 만들어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 후 일본의 와키자카의 집안에서는 아주 오랫동안(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20세기 중반까지도) 7월 8일이 되면 와키자카가 먹었던 미역만 하루종일 먹는 풍습이 생겼단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ㅎㅎ


마지막으로 아침 운동 중 발견한 예쁘게 핀 연꽃 사진 투척으로 오늘 효도의 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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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09 0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산의 연 꽃은 화려 하네요!
서울 연꽃(정원에 핀)은
화수분에 둥둥 띄어 놓았는데 ㅎㅎ

팔월은 바람돌이님이 보신
한산 영화
그리고

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읽어야 겠습니다 ^^

바람돌이님 아프지 마세요 ㅠ.ㅠ

바람돌이 2022-08-09 22:21   좋아요 3 | URL
연꽃이 지역이 다를까요? ㅎㅎ
김훈작가의 책은 왠지 가을바람이 불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문체를 음미하는 것도, 안중근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뜨거운 여름보다는 찬기운 돌기 시작하는 계절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뭐 그런 느낌요.
늘 걱정과 위로 감사드려요. ^^

오거서 2022-08-09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얼른얼른 건강을 되찾으세요!

바람돌이 2022-08-09 22:21   좋아요 2 | URL
항상 위로 덕분에 버텨볼 새 힘을 찾습니다.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9 0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병원에서 계속 검사 하신다니 맘이 아프네요.
완쾌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군요.ㅜㅜ
어여~ 건강해지시길~^^
그래도 시부모님께 영화 같이 보는 걸로도 효도 하시는 모습 보기 좋네요^^
이번 영화는 일본 무사들의 모습이 많이 비춰져 흥미롭더군요.
거북선 아래에서 열심히 노 젓는 모습 또한 오래 기억될 모습이기도 했구요.
와기자카가 칠천량 근처에서 미역을 먹고 살아남았었나요? 몰랐네요~ 그냥 그대로 바다에서 꼴까닥한 줄 알았습니다.
덕분에 상식 알아갑니다^^

바람돌이 2022-08-09 22:30   좋아요 3 | URL
이제 끝났나 싶으면 또 새로운게 기다리고 그러네요. 거기다 지금 다니던 병원이 다니다보니 자꾸 믿음이 안가는 구석이 생겨 결국 서울로 병원을 옮겼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말이 많아 한번 가본다 생각으로 갔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들이 왜 다 서울로 가는지 알겠더군요. 이래저래 서울까지 이제 병원 다닐 생각하면 좀 심란하기도 해요. ㅠ.ㅠ 아이들하고 수업할 때 전술 설명하면서 야 이 전술로 배를 180도 선자리에서 회전시킬려면 노를 얼마나 저어야 되는지 아냐 하면서 그 고생을 구구절절히 설명하는데 이제 그냥 이 장면 보여주면 되게 됐어요. ㅎㅎ
와키자가 저렇게 한산에서 패하고, 나중에 명량에서 패하고도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서 일본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일본에 간 이후에도 토요토미와 도쿠가와간의 싸움 중에서도 결국 도쿠가와편에 붙어 살아남았다죠.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09 08: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화 <한산> 보고 오셨군요. 역시 이런 영화는 전투씬 때문에 영화관에서 보는 것 같아요. 영화 보는 중에도 수업자료를 생각하시다니 역시ㅎㅎㅎ
몸이 좋지 않으신데 발목까지 말썽이시라니 어째요ㅠㅠ 저도 발목에 염증이 생겨봐서 불편함을 아는데~ㅜㅜ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8-09 22:32   좋아요 2 | URL
역시 상상만 하던 전투신이 눈앞에 펼쳐지는것 때문에 가는 듯합니다. 뭐 어른들하고 보기 좋은 영화이기도 하고요. 덕분에 시부모님이 아주 즐거워하셧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요새는 적당히 걷고 있습니다. 좀 괜찮다 싶어 조금 더 하면 곧 신호가 오네요. ㅎㅎ 젊고 힘있을 때 몸을 아껴썼어야 하는 것을요. ㅎㅎ

2022-08-09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2-08-09 1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프신 중에 효도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이순신을 다룬 영화였군요. 이순신은 배우 김명민이 각인!! 너무 걸어서 발에 무리가 오셨군요. 발에게 잘해주어야 한대요. 매일 마사지하고 풀어주세요. 점점 좋아진다고 자기암시를 거는 것도 효과가 있답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8-09 22:40   좋아요 3 | URL
말이 효도지 그냥 영화보고 밥먹고인걸요. 원래 저희 시부모님이 감정표현이 굉장히 없으신 분들인데 요즘은 좀 좋아하시는 모습을 막 보여주세요. 그럼 은근히 또 으쓱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이 생기네요. ㅎㅎ
김명민의 불멸의 이순신 저도 즐겨봤던 드라마에요. 이 드라마 본 사람들은 그냥 이순신은 김명민하고 각인되지 않았을까요? 응원과 위로 감사드립니다. 화이팅할게요. ^^

그레이스 2022-08-09 11: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한산 보자고 하는데... 명량 봤는데 또 봐? 했더니 막내가 한숨!^^
저는 영화관 가는게 왜 이렇게 힘든지...!
좀처럼 안움직여져요. ㅋ
리뷰를 보면 가고 싶다가도...!

마음이 뿌듯하시겠어요!^^

바람돌이 2022-08-09 22:42   좋아요 3 | URL
영화관의 분위기가 안 맞을수도 있지요. 요즘은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도 쉽게 영화를 볼 수 있어 더 그럴것 같기도 하구요. 전 영화관 가는건 좋아해서 보고싶은 영화는 왠만하면 영화관에서 보는 편이에요. 영화관에서 먹는 팝콘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고요. ^^ 평소에는 입에도 안대는 팝콘이 영화관에서는 왜 그리 맛나는지.....^^

페넬로페 2022-08-09 12: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한산은 가족끼리 보기에 좋은 영화죠.
저희 식구들도 같이 보고 왔어요.
영화보러 가면서 남편이 와키자카 일화를 얘기해 주더군요.
명량에서는 조진웅 배우가 맡은 역할이었어요.
저는 이번에는 박해일보다는 변요한에 반했습니다.
연기 잘 하더라고요~~
시부모님 모시고 효도하시는 바람돌이님,
멋지십니다.
거기다 얼른 건강 회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2-08-09 22:46   좋아요 3 | URL
이번에는 진짜 변요한의 임팩트가 너무 강하더라구요. 그에 비해 박해일의 이순신은 조금 약하달까? 명량의 최민식배우가 보여줬던 무게감과는 좀 다르고.....
효도가 아닌듯요. 저희 시부모님 50년만에 영화관 가셧다잖아요. ㅠ.ㅠ 아 진짜 저 몰랐어요. 두분 다 친구분들도 많으시고, 여행이나 놀러도 잘 다니시고 해서 가끔 가시는줄 알았죠. 더군다나 저는 친정어머니하고는 영화관 자주 갔거든요. 어쨋든 알아으니 이제 가족영화류 나오면 가끔 어른들 모시고 가려구요. 그래봤자 일년에 몇번이겠어요. ㅎㅎ 건강은 천천히 마음을 내려놓고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일희일비하게 되네요. 느긋하게 생각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mini74 2022-08-09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한산도 근처 미역 품질이 그렇게 좋다던데요. 그거 먹고 힘내서 잘 돌아갔나보네요 검사받는 것도 곤욕이지요 ㅠㅠ 얼릉 나으시길 ~연꽃 사진이 한낮의 선물같습니디 *^^*

바람돌이 2022-08-09 22:48   좋아요 2 | URL
저희 동네 부산 옆에 기장미역이 유명한데 요즘은 좀 아닌거 같아요. 저는 오히려 고흥미역이 맛있더라구요. 한산도부터 고흥까지 딱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쪽 이쪽 미역이 완전 맛나다는..... 와카자키도 그 미역품질이 좋아서 살아남았을까요? ㅎㅎ
연꽃 사진이 선물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

잘잘라 2022-08-09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연꽃 사진 황홀합니다!!
바람돌이님 짱👍👍👍

바람돌이 2022-08-09 22:4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요 근처 연꽃은 경주 연꽃밭이 유명하고 진짜 크고 예쁜데 더우니까 겨우 경주가는 것도 귀찮아서 집앞공원 연꽃으로 만족중입니다. ㅎㅎ

2022-08-09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8-11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부모님과 영화를 보러 가셨군요 시부모님 기뻐하셨겠습니다 영화 <한산> 이야기를 라디오 방송에서 조금 들었는데, 영화 제목은 못 들었더군요 이순신 마지막 싸움도 만든다고 하더군요

바람돌이 님 연꽃 예쁩니다 좋은 거 보고 좋은 책 보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강나루 2022-08-12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작 되신거 축하드려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8-12 12: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님도 당선작 선정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