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생활의 모든 중심이 병원과 관련된 일이라 이래 저래 다른 일들은 다 소홀해진다.
무슨 검사를 그리 많이 해야 하는지 에휴.....
그 와중에 너무 열심히 걸었는지 발목에 염증생겨서 정형외과 치료까지 매일 다니고 있다.
어쨌든 계절에 한번쯤씩이라도 부모님들 모시고 가까운 곳이라도 나들이 갔다오곤 했는데 지난 5월 이후 내 몸이 급하다보니 전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마련한 내 맘대로 효도의 날
시부모님 모시고 시부모님이 너무 너무 사랑해마지 않는 우리집 두 딸까지 시간 비우래서 데리고 영화 보러 갔다.
너희는 오늘 참여함으로써 효도하는거야 하면서.....
어른들이랑 보는 영화니 역시 <한산>이 최고!
이런건 원래 딸이 하는건데 우리 시부모님의 딸, 그러니까 나의 하나밖에 없는 시누이는 무뚝뚝한 남자들 틈에서 커서 그런지 오빠들하고 똑같이 무뚝뚝함이다.
영화보러 가면서 마지막 영화보신지 언제냐고 지나가는 말로 여쭤봤더니 무려 우리 시누이 등에 업고 간게 마지막이란다.
우리 시누이 나이 무려 50세.....ㅠ.ㅠ 그러니까 근 50년전이구나....
아 진짜 죄송해요. ㅠ.ㅠ
어쨌든 영화관람 이벤트는 성공적이었고, 두분 여름신발도 하나씩 예쁘게 사드리고, 그리고 맛난것도 먹고,
며느리 아프다고 걱정 많이 하셨던 두 분이 오늘 즐거워보이셔서 맘 무겁던게 가벼워졌다.
영화 <한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항복한 왜군 준사의 이미지였다.
그는 이순신에게 묻는다. 이 전쟁은 무엇이냐고?
그에 대한 이순신장군의 대답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이후 항왜인 준사는 의병들이 놓친 "의(義)"의 깃발을 땅에서 들어올이고 전장으로 뛰어든다.
영화 명량이 국뽕을 자극했던 면에 대한 나름의 장치가 아니었나 싶은 장면이었다.
조선과 일본의 국가간 싸움이 중심이 아니라 침략자와 방어자의 싸움, 그럼으로써 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임진왜란을 정의하고자 했던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최대 관심장면은 역시 전투장면이다.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 그렇기도 하지만 나는 특히나 이놈의 직업병때문에
영화보는 내내 아 저장면 캡처 따야겟다. 저 장면은 동영상 따야지.... 이러고 있다.
이런 영화의 최고 장점은 내내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역사속 장면을 굉장히 스펙터클하게 보여주므로 수업자료로 활용하기에 최고라는거.... 그러니 영화보는 내내 영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느 장면을 어떻게 따고 이어붙일지 고민 고민이랄까? ㅎㅎ
더불어 마지막 장면 와키자카는 전투에서 패하고 갑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빠지는데 우리가 다 알다시피 와키자카는 살아남아 명량해전에서도 이순신 장군과 만난다.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 얘기도 애들한테 퀴즈로 내줘야겠다
실제로는 와키자카는 바다에 빠지지는 않고 거의 파손된 배에 타고 칠천량 근처 무인도로 흘러들어간다.
그 작은 무인도에서 와키자카와 살아남은 그의 부하들은 일주일을 먹을게 없어 미역만 먹고 버텼다는 것.
일주일 후 우리 수군의 포위가 드디어 풀리자 와키자카는 열심히 뗏목을 만들어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 후 일본의 와키자카의 집안에서는 아주 오랫동안(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20세기 중반까지도) 7월 8일이 되면 와키자카가 먹었던 미역만 하루종일 먹는 풍습이 생겼단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ㅎㅎ
마지막으로 아침 운동 중 발견한 예쁘게 핀 연꽃 사진 투척으로 오늘 효도의 날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