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음으로써, 여자들이 도시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고 어떤 일상 경험을 하는지를거의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남성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뒷받침하고 돕게끔 설계되어 왔다. 이것이 내가 말한 <남자들의 도시>의 의미다. - P17

그 반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덜 명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도시는 건설된 순간부터 사회관계, 권력, 불평등에 영향을미친다. 물론 돌, 벽돌, 유리, 콘크리트에는 자유의지가 없다. 이것들이 의식적으로 가부장제를 유지하려 애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형태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한계를 결정짓는 데 기여한다. 또는 어떤 것은 정상적이고 올바른 것, 어떤 것은 <부적절하고 잘못된 것으로 보이게 하는 데 기여한다. 한마디로 도시와 같은 물리적 공간은사회 변화에 있어서 <중요하다>. - P29

지리적으로 고립되고, 집이 상대적으로 넓고, 자가용이 여러 대 필요하고, 육아를 위탁할 곳이 없기 때문에 여자는 아예 직장에 다니지 못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살림 및 육아와병행할 수 있는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남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더 나쁜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오랜 남녀 임금 격차를 감안할 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남자를 희생하는 것은 어차피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교외는 이성애자 가족 내에서, 또 노동 시장에서 특정한종류의 성 역할을 후원하고 그것이 당연해 보이게 만든다. - P59

지리학자킴잉글랜드 Kim England는 역할이 공간의 실제 외형에까지 고착되어 있다. 따라서 거주지역 및 업무 지역의 위치, 교통 체계, 전반적인 도시 구조는 어떤 종류의 행위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의해 일어나는지에 관한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의 기대를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모든 형태의 도시 계획은 <전형적인 도시인에 대한 일련의 가정, 즉 그들의 이동 패턴, 필요, 욕구,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도시인은 남자다. 그는 한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이며 비장애인, 이성애자, 백인, 시스젠더다. 따라서 교외와 비교했을 때 설사 도시에 이점이 더 많다 하더라도 여자가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이라는 <투잡>을 병행하기쉽게끔 도시가 세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 P60

반면 유럽에서는 <성 주류화>의 관점으로 도시 계획 및 예산결정에 접근하기 시작한지가 더 오래되었다. 이 말은 모든 계획,
정책, 예산 결정이 성평등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정책 입안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이 향후에 성평등을 촉진할 것인지 저해할 것인지를 질문해야만 한다. 그 결과 도시는 이 결정이 말 그대로 사회를 지탱하는 돌봄노동에 이로울지 해로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77

반면에 스톡홀름 같은 도시들이 채택한<성평등적 제설 정책>에서는 인도, 자전거 도로, 버스전용 도로,
어린이집 주변을 우선으로 청소한다. 왜냐하면 여자, 어린이, 노인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가 아이를 데려다주고 나서 출근을하므로 이쪽을 먼저 치우는 것이 타당하다. 스톡홀름 부시장 다니엘 헬덴Daniel Helldén은 캐나다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제설 방식은 자가용 선호를 더욱 강화하지만 스톡홀름의방식은 모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독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기획은 현상(現狀)을 답습하는 대신 <그들이 바라는 변화된 도시>를 추구한다." - P79

돌봄이 중심인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유색인 여성, 장애인 여성, 퀴어 여성, 싱글맘, 노인 여성, 원주민 여성, 특히 이정체성들이 교차하는 여성들의 필요와 요구와 욕구를 기반으로한 미래는? 주택 디자인에서부터 대중교통 정책, 동네 설계 용도 지역 지구제에 이르는 모든 것에서 이성애자 핵가족을 중심에 놓는 행위를 그만둘 때가 왔음은 확실하다. 도시 계획가들과건축가들 또한 백인 비장애인 시스젠더 남성을 표준으로 삼고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그 변주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이제는 주변과 중심이 뒤바뀌어야 한다. 교외에 거주하는 나이 많은 과부의 삶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인 동네의 임대 주택에 사는저소득 레즈비언 엄마의 삶은 굉장히 다르겠지만 그중 한쪽이공공 서비스와 편의 시설에 접근하기 쉬워진다면 다른 한쪽도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편리한 대중교통, 눈을 치운 인도,
저렴한주택, 깨끗하고안전한 공중화장실, 가까운 동네 공원, 생활임금, 공용 부엌 같은 시설은 다양한 가정의 짐을 덜어 줄 것이며 환경 지속성 같은 다른 중요한 목표에도 기여할 것이다. - P86

우정은 도시에서의 자유를가능케 했고, 도시의 거리는 우리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 줬다. 단순히 우리가 부모님에게 반항했다는 것, 규칙을 깼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밤의 도시에서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 - 이동성과 관련된 사회 규범 및 성차별적 제한을 근거로 여자애들이 대개 배제되는 시간에 도시의 공공장소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를 성장케 한, 어쩌면 변화시키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 P100

따라서 보다 더 고차원적인 질문은, <어떻게 해야 평생 우리를 지탱해 주는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할 가능성을 넓히게끔 공간, 특히 도시 공간을 새로이 창조하거나 기존 공간의 용도를 바꿀 수있는가>이다. - P127

만약 전통적 이성애 가부장제에 따른 가정 형태가 대부분의삶에서 규범으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 도시 미래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는,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여자들이 감정적 지지만을받기 위해 서로의 우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 노인 돌봄,
운전, 주거, 간호와 같은 필수적인 일들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서로 의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도시가 그런 관계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당연히 갖춰야 하지 않을까?  - P129

우리는 가장 평범한 장소에서도 안전하지 않고, 가장 흔한상황에서도 평등하지 않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 이것이 내가 흑인 소요객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소요는 백인의 전유물이다. 백인 구역에 있는 흑인은 어디를 가든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카페, 식당, 박물관, 가게. 심지어 자기 집 현관 앞에서도이것이 우리가 심리적 지리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정처 없이 돌아다닐 때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되며 거기에는 정신적 비용이 따른다. 흑인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테주콜, 페이스북, 2018년 4월 18일). - P147

가정의 요구에서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가사 및 돌봄노동이 여성에게만 편중되어 과부하가 일어나다보면 방해받는 것이 더욱 짜증나게 느껴진다. 나는 내가 공공장소에 앉아서책을 읽으면 결국 내가 뭘 읽는지 궁금해하는 남자가 나타나리라는 걸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남자와 함께 공부하거나 글을 쓰기위해 앉아 있을 때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거다. 혼자 있는 여자는 남자들이 언제든 방해해도 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 사실은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공공장소에 있는 여자가 남성 동반자나 결혼반지 - 물론 동성 - P152

배우자의 존재를 상징할 수도 있는―같은 확실한 표지에 의해임자있는 재산임이 표시되지 않으면 만만한 대상이 된다.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원치 않는 남자의 접근을 가장 빨리 차단하는 방법은 남자 친구나 남편이 있다고 말하는 거란 사실을 남자들은 여자의 거절보다 다른 남자의 재산권을 훨씬 더 존중하기 때문이다. - P153

도시 여자들의 독립을 향한 열망이 증가하면서 1870년대에는파리에서 백화점 시대가 막을 열었다. 백화점은 그야말로 여자들을 위해 설계된 품위 있는 공공장소였다. 여자들이 거리의 불미스러운 요소와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는 동시에 그들이 그토록열심히 추구했던 자유를 어느 정도 허용했다. 에밀 졸라Émile Zola의 1883년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은 세계 최초의 백화점을 모델로 창조한 허구의 백화점 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엿본다. 여자 판매원들의 작당 모의, 사장의연애 사업, 소상공인들의 경쟁 및 갈등 속에서 졸라의 책은 소비를 위한 구경거리가 어떻게 여자들의 감각을 즐겁게 하도록고안되었는지 보여 준다. 즉 쇼핑의 공간은 (적어도 서양에서는) 여자들이 공공장소를 차지하는 것을 허락받은 최초의 공간 중 하나였다. - P155

누군가가 도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권력을가진 자가 누구고, 도시와 관련된 자신의 권리가 생득권이라고생각하는 자는 누구고, 항상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자는 누구인지를 말해 준다. 그것은 기존 사회의 차별 구조를그대로 반영하기에 계급 간 격차의 좋은 지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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