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쪽의 이 따뜻한 도시도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멀리 가지 않고 근교의 아홉산으로.
왜 아홉산이냐고요? 뭔가 심오한게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봉우리가 아홉개라서 아홉산이라는 재미없어서 슬픈 작명센스를 보여준다.
이름은 재미없지만 여긴 대나무숲과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
근데 이름만 산이고 거의 동네 뒷동산 수준이라서 산책하듯이 1시간 정도 돌면 끝인 산이라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대나무 숲은 역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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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숲을 지날때는 항상 뭔가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히노끼라는 말 때문인지 왠지 온천을 가고 싶은 기분이 자동으로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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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나무숲은 형체보다 솔향이 먼저 다가온다.
솔밭숲 사이로~~~ 라는 노래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솔이라는 음이 나올 때 이미 향이 먼저 내게 오는....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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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가을 산은 단풍 단풍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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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뭇잎 떨어진 후의 고고한 쓸쓸함이랄까? 말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게 가을산에는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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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홉산 숲도 개인이 관리하는 곳이라 입장료도 5천원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이 집안의 흔적들이 남아있는데 관미헌이라는 건물이 그것이다.
가운데 한자는 굉장히 어려운 글자라서 모두 설명을 보는데 고사리 미이다.
즉 관미헌은 고사리를 바라보는 집이란 뜻으로 또 뭔가 덧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라는 뜻으로 해석을 해놓았던데 솔직히 나는 이런 해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이 지역에 고사리가 많았고, 그 고사리는 누구나가 즐겨먹었던 반찬이었으니 그저 고사리가 많아서 보기 좋았다정도로만 해석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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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옆쪽의 은행나무는 이집 어르신이 결혼하고 처가집으로 처음 신행갔을 때 얻어온 은행 열매로 심은 것이라는데 올해 나이가 98살이다. 뭔가 이렇게 하나하나의 사물에 이야기가 있는 집에서 자라고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갑자기 내 삶이 너무 뜨내기 같은 삶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하고.... 어떤 곳이든지 남긴 흔적이 없는 삶에 대해서 불만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저 은행나무 하나로 인해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건물 주변으로 가을이 유난히 아름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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