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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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로움, 쓸쓸함, 고독함, 혼자라는 것.

이 말들은 의미만 비슷할 뿐 결은 분명 다르다.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세상에 오롯이 나 혼자라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이다.

특히 글을 쓰던 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세상을 덮치게 되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립의 무게를 견디는 동시에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혼자였던 순간을 끄집어내야 했던 작업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말한다.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 사람, 고독 앞에 담대해지고 싶은 사람, 은밀하게 고독을 갈구하는 사람, 모두 환영한다!


저자, 에이미 션은 《브루클린의 인어The Mermaid of Brooklyn》, 《바다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How Far Is the Ocean from Here》, 《보이지 않는 도시Unseen City》의 저자로 ‘2021년 인디펜던트 퍼블리셔 북 어워드’ 소설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미디엄Medium》에서 시니어 에디터로 일하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 《슬레이트》, 《리터러리 허브》 등에 작품이 게재되었다.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루클린에서 두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저자, 줌파 라히리는 1967년 영국 런던 출생. 벵골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곧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했다. 바너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보스턴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대학에서 르네상스 문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을 출간해 그해 오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02년 구겐하임재단 장학금을 받았다. 2003년 출간한 장편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이 ‘뉴요커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로 꼽혔고 전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2008년 출간한 단편집 『그저 좋은 사람』은 그해 프랭크오코너 국제단편소설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 선정 ‘2008년 최우수 도서 10’에 들었다. 2012년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으로 임명되었다. 2013년 두 번째 장편소설 『저지대』를 발표해 “보기 드물게 우아하고 침착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고, 맨부커상과 미국 내셔널북어워드 최종심에 각각 오르며 또 한 번 저력을 과시했다.


저자, 레나 던햄은 작가, 감독, 배우,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제작사 ‘굿 씽 고잉’을 설립하고 영화, 텔레비전, 극장, 팟캐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방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HBO의 인기 시리즈 〈걸스Girls〉의 배우이면서 동시에 HBO와 BBC가 제작한 〈인더스트리Industry〉와 HBO가 제작한 〈캠핑Camping〉과 같은 쇼 프로그램에서 작가, 제작자,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보그》,《하퍼스 매거진》,《뉴욕 타임스》 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The Woman who walked alone _Amy Shearn


그녀의 여정은 혼자였다.

뉴욕에 살던 동유럽계 이민자 릴리언 올링은 이유 없이 뉴욕을 떠나 시베리아에 걸어서 가기로 마음 먹는다.

또한 동유럽에서 추방당한 후 시베리아에 있는 약속의 땅을 찾아 떠난 고향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여행에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을 표했지만 릴리언은 모든 관심을 거절했다.

릴리언은 대륙을 가로질러 서부 해안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언제나 혼자 걸었다.


일을 마치고 가는 길, 릴리언 올링에 대한 팟캐스트를 듣고 있던 저자는 새삼 그녀의 여정에 대해 감탄했다.

학교 다니는 아이 둘을 둔 워킹맘으로서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만 먹어선 실행시킬 순 없는 거니깐.

하늘과 땅을 벗 삼아 고요히 머물 수 있는 곳을 갈망해 온 저자는 릴리언과 같은 여정을 떠나면 춥고 배고프더라도 이러한 일 자체가 용기를 주고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로지 혼자 머물며 머릿속을 말끔히 비워 내고 싶다는 생각,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꽉 채우는 대신 반대로 그들을 그리워하고 싶다는 생각, 198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낯선 통근자들 무리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대신 고독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유콘강의 시원한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다.


무엇때문에 나는 이토록 외로움을 갈망하는가?

도대체 누구를 그리워해야 하는 것인가?

절대로 혼자 있을 수 없는 내가 어떻게 외로움을 만끽할 수가 있겠는가?


모험을 찾아다니는 독립적인 사람이었던 저자는 여행을 다니며 일기를 썼던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삶을 살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목적의식 없이 향에 이끌려 방향을 바꾸기도 했던 그 모든 여정들을 떠올리니 어떻게 하면 언제나 혼자 지내던 시절의 순수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녀는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자는 아이들이 잠들면 곧장 침대로 가 여행 다니는 동안 썼던 일기를 정독했다.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를 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시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고수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 생긴 크나큰 틈에 대해, 군중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외로운 섬처럼 느끼는 감정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로 가득한 동시에 외로움이 느껴지니 고독, 긴 여정 그리고 혼자 걷기를 택한 릴리언은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무엇이 그토록 불행하다고 느껴지고 생각되는지 생각해보았는데, 답은 바로 결혼 생활이었다.

오랜 시간 일하고 밤늦게 퇴근한 남편은 주말에 주로 잠만 잤다. 이렇다 보니 접점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둘만 방에 있을 때 그녀가 남편에게 질문을 던지면 남편은 TV나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단답으로 일관했다.

즉, 사람과의 관계에 목이 말랐던 것이었다.

소소한 그 날의 일을 대화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 것일까.

저자는 그때부터 릴리언 올링에 대해 찾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냐고 물으면 대답 대신 짜증부터 내며 다른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릴리언이 누리는 고독이 마냥 부러웠다.

결국 남편을 떠나 이사를 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 저자, 이 또한 오래 걸렸지만 결혼 생활이 너무나 외로웠기에 홀로 설 수밖에 없었다.

매주 아이들이 몇 블록 떨어진 남편 집에 놀러가 있으면 저자는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글도 쓰고 생각도 한다.

그녀 스스로 여유가 생기니 매사 에너지도 넘치고 아이들과 있을 때면 집중력, 인내심, 관대함까지 담아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녀는 결국 고독 속에서 답을 찾아내었다.

불안감이 잦아들었다. 드디어 불행이 사라졌다.


가끔 스스로 위축되는 기분이 들 때면 '고향' 혹은 어딘지 아무 상관없는 곳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던 릴리언 올링을 떠올린다. 어쩌면 나는 바로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On Witness and Respair _Jesmyn Ward


크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를 지녔으며 다정하고 손재주가 좋았다.

매일 아침 아침 식사와 찻잎이 든 주전자를 준비해 주었다.

전업 남편으로서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과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훌륭하게 해내었던 그는 바로 저자의 남편이다.

1월 초 저자의 가족 모두가 병이 났는데, 저자와 아이들은 독감이지만 남편은 원인불명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일단은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남편만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며칠 후 남편은 숨을 쉬지 못하겠다며 헐떡거렸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 응급실에 갔지만 그의 장기는 이미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다.

직접 응급실로 들어간 지 15시간 만에 저자의 남편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의 나이 고작 33살이었다.

그녀는 타는 듯한 슬픔 속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몇 달 후,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농담을 던지거나 위험한 팬데믹을 비웃기라도 할 때면 저자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학교도 폐쇄되고 어디에서도 휴지, 세제 등을 구매할 수 없었다.

며칠이면 끝날 것 같은 상황은 결국 몇 주나 흐르게 되었다.

어느 날, 아이가 저자에게 얼굴을 비비며 아빠가 보고싶다며 꺼이꺼이 울어댔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모든 공간에 메아리치기 일쑤였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산소호흡기, 코드블루 경보음 그리고 죽어가던 남편에게 온몸을 실어 의료진이 심폐소생하는 모습들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저자는 팬데믹이 이어지는 동안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부디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뎌 주길 간절히 바라며 마음속으로 말도 안 되는 약속을 주절거려야 할까 봐 겁이 났다.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목격자처럼 그곳에 서 있는 것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거듭해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뿐이었다. 사랑해. 우리 모두 당신을 사랑해. 우린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저자는 팬데믹이 확산되자 진행 중이었던 소설을 이어 쓰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녀보다 더한 슬픔을 온몸으로 겪어 낸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쓰기라는 외로운 소명 속에서 그 어떤 의미도, 목적도 발견해 낼 수 없었으니깐.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해 사촌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었는데 곧 시위로 번져 고속도로까지 점령했었다.

거리로 나서는 그들을 보며 저자는 유행병이 퍼질 대로 퍼진 방 안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일을 결코 멈출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세계 사람들이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평생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결코 변할 것 같지 않았던 믿음이 부서져 내린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하는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 의사는 내게 말했다. 청력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 시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잃게 돼요.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도 잊어버리게 되지요. 하지만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소리는 들을 수 있어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당신이 말한다.

사랑해.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

우린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는다.

우린 여기 있어.




우리는 평소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하지 못 한다.

왜일까? 외로운 삶은 꼭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든지간에 오롯이 혼자 되는 경험은 꼭 겪게 된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난생 처음 보는 공간에 있을 때.

무수히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혼자'가 되는 경험을 종종 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쉬울 순 있지만 누군가에게 어렵기만 하다.

털어놓는 것이 어렵다보니 자연스레 꺼내드는 건 일기장이다.

기록으로서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면 털어놓는 연습도 필요하긴 하다.

간혹 무지개가 솟아올랐는데도 지나칠 수도 있으니깐.

인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깐.

즉,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다.

반대로 혼자인 삶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고.


오롯이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우리에게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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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6-3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표지랑 제목이 너무 좋아서 구매했는데, 22명의 작가중에 줌파 라히리 1명밖에 모르더라구요 ㅡㅡ
그래도 하나님의 글을 보니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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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다."


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서 발견된 뼈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말해준다.

뼈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 자재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통해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인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 로이 밀스는 미국 라이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밴더빌트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인간 조직, 특히 뼈에 대해 연구했다.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한 바 있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수부외과(Hand Surgery) 펠로우십을 마쳤으며, 현재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수부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뼈의 역사적?문화적 측면에 관심을 가져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49개국을 여행하며 연구했다.

환자를 진료하거나 연구를 하지 않을 때는 가드닝, 자전거, 조깅을 하면서 자신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Ⅰ 숨겨진 뼈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의사 겸 철학자인 갈레노스는 뼈가 정자로 만들어졌다고 썼는데, 그 이유는 색깔이 하얘서였다. 그로부터 1000년 후, 페르시아의 천문학자 겸 의사 겸 다작 작가인 아비센나는 뼈가 차갑고 건조하므로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1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전혀 다른 관념이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비센나는 중요한 원칙을 하나 언급했는데, 그 원칙에 따르면 뼈를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인체의 나머지 부분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 원칙은 지금까지도 훌륭한 조언으로 남아 있다.


뼈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면 인체에서 분리한 뒤 화학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5개의 탄소 원자가 2개의 산소, 1개의 질소, 9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하여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이 생성되는데, 이는 인체에서 합성되기도 하고 단백질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후 특정 세포들이 아미노산 혼합물을 이어 붙여 인체 내에서 가장 흔한 단백질인 콜라겐 분자를 만든다. 뒤이어 수많은 프롤린 분자에 많은 수소-산소 부속물들이 부착되면 분자 사슬이 일정 간격으로 구부러져 나선형으로 변신한다.

콜라겐 분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 속에서 조립되는데 그중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도 포함된다. 콜라겐 분자가 생성되면 조골세포는 이 분자를 세포막 밖으로 밀어내 조골세포 사이의 미세한 공간에 배치하며 여러 가닥의 섬유를 생성한다. 콜라겐 섬유들은 기계적 중첩과 화학적 결합을 총동원해 단단히 잠겨 있다.

힘줄과 인대의 주요 성분인 콜라겐은 인장강도가 매우 큰데 대개 우리는 뼈가 뻣뻣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뼈의 주성분인 콜라겐은 신축성이 있고 질기다.

그렇다고 뼈가 구부러지거나 납작하게 눌리지는 않는다. 이는 콜라겐 그물 위에 칼슘 결정이 수북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체질량에서 뼈는 약 15퍼센트를 차지하는데 그중 약 3분의 1이 콜라겐이고 3분의 2가 칼슘-인 결합체의 결정이다.


유아의 정강뼈 길이는 약 8센티미터였다가 성인이 되면 약 6배쯤 길어진다.

평생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는 뼈지만 태아기 초부터 청소년기 말까지 모든 차원으로 확대된다.

개인의 뼈가 성장하는 정도는 고유한 유전적 구성의 영향을 받곤 하는데 대개 키 큰 어린이들은 키다리 부모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식생활 개선, 의료 발달 등으로 부모의 유전적 영향을 받지 않고도 크는 경우도 많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도 확인하여 아이가 조금 더 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경우도 흔치않게 볼 수 있다.

뼈의 말단에서 연골모 바로 아랫부분을 지칭하는 성장판은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성장기 동안 새로운 뼈세포를 만들어 연골모를 앞으로 밀고 나간다.

이는 청소년기 말이 되면 궁극적으로 소진되어 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소년보다 소녀들의 성장판이 더 일찍 사라진다.

앞서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듯이 성장판이 사라지는 시기는 엑스선 촬영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정형외과 의사와 영상의학과 의사는 어떤 성장판이 살아 있는지를 관찰해 사람의 나이와 골격이 성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유추할 수 있다.

신속히 성장하는 기간 동안 새로 자란 부분은 골절에 취약해 심한 부상은 성장판을 손상시켜 손상된 부위와 부상 입은 사람의 나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초기 해부학자와 의사들은 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원후 150년경인 갈레노스의 시대부터 1500년 후인 르네상스기에 이르기까지 이성이 관찰을 뛰어넘는다는 관념이 지배해 무관심했던 것이다.

예정 수술이 사혈만큼이나 치료 효과도 없었고 해부학을 이해할 필요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교회에서 인체 해부를 금했으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

중세 해부학자들은 갈레노스와의 이견 차이가 생기면 결과는 싹 무시한 채 갈레노스 편에 서거나 갈레노스의 시대 이후 해부학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갈레노스는 당시 곰의 넙다리뼈를 보고 인간의 넙다리뼈 또한 곡선을 이룬다고 썼는데, 해부학자들이 갈레노스를 너무 존경한 나머지 인간의 넙다리뼈는 직선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곡선을 이룬다고 결론내리며 합리화했었다.

다행히 인쇄술의 발명으로 암흑시대의 종지부를 찍을 순 있었다.

1493년 최초의 인체 해부도가 등장했으며, 이후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학문이 융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관찰 과학이 확립되고 최초의 의과대학이 설립되었다.

자주 해부하지 못했어도 범죄자의 시신을 사용한 인체 해부가 통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갈비뼈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흉곽과, 갈비뼈를 들어낸 후 흉곽 안에서 바라본 흉추를 그린다. 위에서, 아래에서, 앞에서, 뒤에서, 앞을 향해 바라본 2개의 어깨뼈를 그린다."

다빈치가 메모장에 이렇게 기록했듯이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이 사상 최초로 원근법과 명암법의 개념을 이해하였다.

세부 사항을 강조한 분위기는 인체해부학이 정확히 묘사된 해부학 책의 출판으로까지 이어져 해부학 지식이 널리 보급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700년, 뼈는 모든 인체해부학의 시각적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외과 의사였던 윌리엄 체슬던은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치다 강의 노트를 엮어 「인체해부학」을 출판했는데 부분적으로 라틴어가 아닌 영어로 쓰여져 있어 100년 동안 외과해부학의 믿을 만한 참고서로 자리매김했었다.

이후 사진술의 등장으로 수천 가지 의학적 상태를 정확히 기록하게 되었으며 컬러사진술과 전문화된 렌즈들 그리고 엑스선의 등장으로 살아 있는 뼈를 촬영하는 데에 이르렀다.




Ⅱ 드러난 뼈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자연사박물관과 인류학박물관에는 지금으로부터 320만 년 전 지구상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 루시의 뼈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골격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후 잇따른 연구를 통해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루시는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적 발견 중 하나를 선사했으니, '인류의 첫 번째 조상이 직립보행을 했으며, 커다란 뇌를 갖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라는 것이었다.


드물게 온전한 표본의 속하는 루시의 골격은 성별, 뇌의 크기, 보행 자세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갈비뼈는 12쌍이 아니라 5쌍인데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각각 1개밖에 없고 골반도 반쪽만 있어 무심한 관찰자에게는 감흥이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뼈들은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되었고, 나머지 뼈는 어디에 있을까?"

화석과정학자는 루시의 뼈를 본다면 이러한 의문을 품을 것이다.

(고생물학의 하위 분야인 화석과정학은 화석이 생겨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시간과 자연의 변화로 인해 뼈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혼란스러움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화석과정학자는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임무이다.

공기와 햇빛에 노출된 뼈는 속도가 훨씬 느릴 뿐 피부나 내장과 마찬가지로 분해되기 마련이다.

수분이 증발한 후, 뼛속 지방은 1-2년 이내에 분해된다. 이후 표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조각조각 떨어져나가 결국은 푸석푸석한 조각으로 쪼개진다.

만약 뼈가 손상되지 않았다면 기온, 습도, 광도, 동물의 크기에 따라 6-15년 동안 진행되는데, 동굴에서 발견된 골격에서 볼 수 있듯이 직사광선에서 보호된 뼈는 수백 년 동안 보존될 수 있다.

또한 한 곳에 온전히 자리 잡기는 어려운 법이다.

하이에나가 뼈를 통째로 삼켜 상당히 먼 곳으로 이동한 후 뒤처리를 할 수도 있고 까마귀도 뼈를 둥지에 보관했다가 몇 년 후에 뼛조각을 뿌리기도 하니 뼈들은 여기저기 흩어지거나 이상한 장소에 모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생물학자와 인류학자는 이러한 뼈들을 어떻게 발견할까?

첫 번째 방법은 뼈가 많은 곳으로 가서 땅을 파헤치는 것이다.

예컨대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협곡, LA의 라브레아 타르연못, 도처의 공동묘지와 원주민 흙무덤이다.

두 번째 방법은 강둑과 북아메리카 한복판인 침식과 노출이 만연한 지역을 찾아가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뜻밖의 행운이다. 건설업자가 작업 도중에 유물을 발견하게 되면 열정적인 과학자들이 달려와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이렇듯 루시는 골격이 불완전하지만 계획과 행운이 어우러진 소중한 발견물이다.

아마 루시의 나머지 뼈는 노출되어 침식되었거나 떠내려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뼈에 불과하지만, 뼈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수많은 정보를 안겨주었다.

임자가 세상을 떠난 후 펼쳐진 뼈의 두 번째 삶은 46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 중 최근 5억 년간의 정보를 제공해줬다.

또한 뼈는 최근 10만 년에 걸친 인류 발달 및 문화사가 기록되어 있다.

뼛속에 들어 있는 정보에 비하면 우리가 지금껏 뼈에 배운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많은 것을 발견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극소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오래된 뼈의 소유를 둘러싼 호사가와 전문가 사이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알려진 종에 더욱 완벽한 골격이 발굴되는 것과 새로운 종의 발견을 기대하며 일각에서는 비옥한 화석 출토지를 보호하자고 제안하곤 한다.

그렇다면 멸종한 동물의 뼈에서 추출된 DNA를 통해 고생물을 복제하거나 재도입하는 날이 다가올까?

정답은 '동물이 얼마나 오래전에 멸종했는가'에 달려 있다.

DNA는 화석화를 견딜 수 없다는 도그마가 지배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더 오래된 공룡의 화석에서도 DNA 단편을 추출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기다란 DNA 조각이 추출될 수 있다는 설에 매우 회의적이다.


드러난 뼈의 다른 능력, 즉 인류의 문화를 기록하는 뼈의 미래는 어떨까?

호사가들을 제외하면 뼈가 바늘, 머리빗 등의 재료로서 집권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많은 박물관은 인류 문화의 아이콘을 영구적으로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미래의 연구자들은 현대에 만들어진 뼈 단추나 화살촉을 발견해 연구할 기회는 없겠지만 문화적 표지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는 빈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뼈의 아름다움과 효율성과 무한함은 아무리 해를 거듭해도 퇴색하지 않을 것이며 많은 면에서 경외와 찬탄의 대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간단한 퀴즈를 내보려고 한다.

스스로 자라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좋은 것은?

바로 뼈이다.


우리는 체내에 숨겨진 뼈를 신뢰하며 든든하게 여긴다.

이렇듯 뼈는 세계 최고의 구조적 버팀대이며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인 칼슘을 저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뼈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뼈의 내구성과 편재성은 드러난 상태를 숨겨진 상태만큼이나 흥미롭게 만든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살아 있는 상태에서 보기 힘든 만큼 불가사의한 측면 또한 있다.

무엇보다 외부로 드러난 뼈는 인체의 든든한 버팀목 뿐만 아니라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자가 되어준다.


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뼈에 관한 교양서는 처음인만큼 읽는 내내 신비로움과 흥미로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국어, 영어, 역사를 제일 좋아하는 문과생이었던 나는 지구과학만 애정했을 뿐 다른 부분은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독서를 통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공부 이전에 책으로 이렇게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나, 과학 좋아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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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정신과 의사 TOMY


누구나 하루 하나 이상의 고민은 꼭 하기 마련이다.

즉, 고민없는 삶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그 고민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해주는 책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한 정신과 의사 TOMY는 그 과정에서 고민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있는 단어들을 발견해내기 시작했다.

이 말들을 꾸준히 메모해 환자들에게 사용하다 보니 정작 본인에게도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었다.

참고로 정신과 의사인 그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어 몇 년 뒤, 성 정체성 문제로 괴로워하고 아파했었다.

그렇다면 인생의 변화를 주고 고민을 해결하게 해주었던 그의 메모들에는 어떤 말들이 적혀 있었을까?

정신과 의사 TOMY가 기록한 221개의 마음 치료제, 그 비결이 바로 이 책에 들어 있다.




『역행자 확장판』 | 자청


95퍼센트의 인간은 평생 돈, 시간, 운명에게 속박되어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하게 사는 '순리자'다.

그러나 5퍼센트의 인간은 타고난 유전자의 본성을 역행해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어 행복을 쟁취한다.

이들이 바로 '역행자'다.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역행자 7단계】 모델을 담은 『역행자』, 출간 1년 만에 확장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저자의 비밀 노하우인 무자본 창업 7단계 공식 등을 수록하며 초판에 비해 무려 1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 추가되었다.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역행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책을 펼칠 때이다.




『교양 고전 독서』 | 노명우


한 번 사는 인생, 교양 있는 삶을 위해!


고전을 읽다보면 단순히 교훈 뿐만 아니라 지식을 얻을 때도 있어서인지 완독 후 무언가를 얻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분야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일리아스》, 《거대한 전환》, 《기나긴 혁명》, 《편견》, 《돈의 철학》 ……

『교양 고전 독서』는 학자의 기준으로 선별된 열 두 권의 고전이 담겨져 있다.

저자의 완독 경험을 바탕으로 배경지식과 핵심 키워드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독서법까지 얻을 수 있다.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 엘라 F. 워싱턴


구글, 인텔, 나이키 등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이에 주목한다.

Diversity, Equity, Inclusion - 바로 DEI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뜨거운 키워드다.

한국에서는 주목하는 기업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한 보여주기식 밖에 되진 않는다.

DEI는 평생 DEI 연구에 매진해 수많은 기업을 컨설팅한 저자가 경험으로 제시하는 프레임워크이다.

다양한 인력이 평등하게 일하기 좋은 포용적인 직장, 이것이 바로 DEI 경영의 목표이다.

DEI 경영을 과감하게 펼치면서 몇 년 만에 주가가 치솟고 이직률이 감소하는 등 여러 사례 또한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혁신의 가능성은 6배 높이고 위험은 30%나 감소시켜주는 효과를 나타낸 DEI 경영!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조직 또한 이제 변화해야 한다.




『ALONE』 | 줌파 라히리 외 21인


외로움, 쓸쓸함, 고독함, 혼자라는 것.

이 말들은 의미만 비슷할 뿐 결은 분명 다르다.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세상에 오롯이 나 혼자라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이다.

특히 글을 쓰던 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세상을 덮치게 되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립의 무게를 견디는 동시에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혼자였던 순간을 끄집어내야 했던 작업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말한다.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 사람, 고독 앞에 담대해지고 싶은 사람, 은밀하게 고독을 갈구하는 사람, 모두 환영한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로이 밀스


간단한 퀴즈를 내보려고 한다.

스스로 자라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좋은 것은?

바로 뼈이다.


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서 발견된 뼈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말해준다.

뼈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 자재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통해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인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들려주고 있다.

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뼈에 관한 교양서는 처음인만큼, 읽는 내내 신비롭고 흥미로웠으며 간과했던 뼈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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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학 필독서 50 - 애덤 스미스부터 토마 피케티까지 경제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7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서정아 옮김 / 센시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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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세계 경제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살펴보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애덤 스미스, 토마스 맬서스, 앨프레드 마셜, 토마 피케티 그리고 막스 베버, 경제학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과 평판을 가진 인물들을 한데 모은 책으로 각 인물들에 대해 핵심 내용만 추려져 있어 그들의 지혜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소개된 책들 모두 경제학 역사의 중요한 장면에서 많은 영향을 끼친 책들이며 이에 대해 더 깊게 파헤치고 싶다면 저자의 원저를 찾아 읽으면 된다.

근래 재테크와 함께 경영서만 치우쳐 읽는 것 같아 선택해 본 경제서이다.


저자, 톰 버틀러 보던은 50권의 고전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자 큐레이션이다.

1967년 호주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영국 옥스퍼드에서 거주하고 있다. 시드니대학교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를 졸업했다.

현대인의 삶에 가치와 깊이를 더하는 지식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는 톰 버틀러 보던은 철학, 경제학, 영성을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명저들을 가려 뽑은 ‘50권의 고전 시리즈’로 유명하다. 《USA 투데이》는 이런 그를 두고 “이런 종류의 문헌에 대한 진정한 학자”라고 평했다. 현재 이 시리즈는 전 세계 23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5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참고로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은 2018년 북미 최고의 출판 시상식인 엑시엄 비즈니스 북어워드에서 비즈니스 레퍼런스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 책의 첫 번째 시리즈인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은 2004년 미국 벤저민 프랭클린상을 수상하며 미국 주간지 《포워드》 선정 올해의 책이 되었다.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 - 끊임없이 진화해온 세계 금융의 역사를 담아내다


니얼 캠벨 더글러스 퍼거슨은 현대 영국의 역사학자로 금융경제사가 전문 분야다.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폴 크루그먼과 조지 프리드먼의 최대 경쟁자로 꼽힌다. '차이메리카'의 주창자다. 2004년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대표작 「금융의 지배」는 6부작 TV 다큐멘터리로 각색되었으며,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2009년 에미상을 수상했다.


2007년 미국인 평균 소득은 3만 4000달러였는데 당시 골드만삭스의 수장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6800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이것만 놓고 봐도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만큼 금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금융 위기가 잦다보니 금융계는 빈곤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왔고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은 대부분의 금융업자를 경멸해왔다.

그러나 퍼거슨의 책을 보면 이러한 결론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제이콥 브로노프스키의 「인간의 부상」을 보면, 채권과 채무 등의 금융 혁신이 없었다면 문명 또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퍼거슨 또한 이에 대해 같은 입장이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적인 대현상 뒤에는 항상 금융이라는 비법이 숨어 있었다."

물론 치우쳐진 판단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대규모의 금융 위기가 왔어도 금융 혁신이 만들어낸 장점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퍼거슨이 자랐던 지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은행 업무를 볼 수도 없었고 대출 받기도 어려워 악질 사채업자에게 넘겨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빈곤한 지역은 대부분 금융 기관과 서비스가 부재한 곳이다.', 이것이 퍼거슨의 결론이었다.


"금융의 역사에서 채권의 탄생은 은행의 신용 대출 고안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혁신이었다."

중세 초기, 이탈리아의 최대 혁신은 바로 채권이었다.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은 시민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얼마간의 이자를 받는 것이었다.

이렇게 형성된 자금으로 학교, 병원 등을 짓고 군부대를 창설하는 등 전쟁 자금으로 사용되었다.

19세기 로스차일드 가문이 채권시장에 뛰어들어 각국의 전쟁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많은 재산을 축적하게 되었었다.

채권은 종이 형태의 자산인지라 채권을 보유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구매가 가능하니 부유층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국가의 신용도가 판가름 났고 정부가 투자자에게 치러야 할 이자율은 물론 신용 비용까지 결정되는 곳이었다.


한 가지 더 살펴보자면, 보험 역시 금융 역사상 가장 큰 혁신의 산물이었다.

초창기 보험은 도박과 다를 바 없지만 이는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최초의 현대식 보험을 만든 사람은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목사 로버트 월리스와 알렉산더 웹스터, 수학자 콜린 매클로린이다.

한 목사가 세상을 떠나고 남은 유가족들이 너무 어렵게 살자 이들은 성직자의 유가족을 도울 방도를 찾다가 '스코틀랜드 성직자 과부 기금'을 만들어 성직자들에게 보험료를 받아 이를 투자하고 기금의 수익은 사망한 성직자의 유가족에게 연금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이다.

이렇게 스코티시 위도우즈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비슷한 기금이 대거 생겨났고 보험 가입은 안정된 중산층이라는 표식이 되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빠른 인구 고령화와 연금 및 건강보험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즉, 훗날 제대로 보호받고 보장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에 보험은 필수가 된 것이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대폭락 1929』 - 금융 역사상 가장 최악의 사건을 다룬 경제 역사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진보적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케네디 대통령 때는 인도 대사를 지냈으며, 루스벨트 때부터 클린턴 때까지 대통령 자문역을 맡는 등 미국 민주당 지도자들의 사고와 노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케네디 대통령의 '브레인',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 교사'라고도 불리었다.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을 두 번이나 받았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책이 출간되었지만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대폭락 1929」는 앞으로도 금융 위기에 참고할 만한 책으로 꼽힌다.

1950년대 미국의 주식시장은 투자 열풍이 조성되어 '행복, 무너질 수 없는 시스템, 신의 편애, 내부 정보 확보, 금융 방면의 이례적인 재능 덕분에 일하지 않고도 부자가 될 운명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이 공통된 특징으로 나타났고 이는 반복되는 투기 경향을 낳았다.

그 결과, 투기했던 이들은 생활과 생계에 처참한 결말을 안고 말았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갤브레이스는 정부가 규제와 통화정책을 통해 해로운 요인들을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부는 이 의무를 실천하지 않고 방치해두었다고 말했다.

갤브레이스의 책은 1929년 주식시장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만약 증시 안정을 위한 제도가 정비된다면 증시가 붕괴하더라도 대공황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1920년대 생산성과 고용률의 상승으로 기업의 이익 또한 상승 곡선을 보였다. 주가는 기업 이익을 반영해 1927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1928년 초에 들어 기저 가치와 따로 놀기 시작했으며 '환상으로의 대대적인 도피'가 일어났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장 거품의 원인은 저금리다.

유럽 각국에서 높은 금리를 노리고 미국으로 몰렸던 시기였는데 이렇다보니 미국의 통화 당국은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함에 따라 미국인들은 싼값에 빌린 증거금으로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갤브레이스는 이 통설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이전에도 오랫동안 신용이 풍부하고, 심지어 1927~1929년보다 훨씬 더 저렴했던 시기가 있었으나 그런 시기에도 투기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은행을 비롯해 금융 회사가 맹목적인 신뢰를 받았으며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었다.

끊임없이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 확신을 심어주며 부추기니 1929년에 이르기까지 매달 4억 달러의 대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뉴욕증권거래소뿐만 아니라 소규모 증권 거래소조차 호황을 누렸다.

수많은 여성들도 생애 처음으로 주식을 사고 문화계와 예술계에서도 단연 화두에 오른 주제는 주식이었다.

당시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는 법이 없다보니 시장 조작과 주자 조작 또한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올라가는 게 순식간이었듯이 내려오는 것 또한 순식간이었다.

1920년대의 상승장이 1929년 9월 3일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알다시피 이 붕괴는 하루에 멈추지 않고 몇 주간 계속 되었다.

처음에는 저평가된 주식을 낚았다고 믿었는데 10월 21일 오후에 안정세를 되찾았다.

그 주 '검은 목요일'이 되자 모두가 앞다퉈 주식을 내다 팔려 했고 심리적인 측면의 진정한 붕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저명한 금융인들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모이자 사람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다보게 된다.

하지만 그 다음 주 월요일, '진정한 재앙이 시작'되었다. 이틀동안 대대적인 투매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 후 사흘간 뉴욕증권거래소가 안정을 위해 문을 닫았는데도 매도 주문은 쌓여만 갔다.

특히 투자신탁이 가장 큰 타격을 입어 투자자들은 폰지사기에 가까운 손해를 보았다.

현 주식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우량 증권까지 팔아치웠고 시장은 더 침체되었다.

사람들은 하루빨리 사그라들기를 바랐지만 주식시장은 향후 2년 동안 계속 하락했다.

당시 후버 대통령이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계속 발표했지만 이와 달리 경제 사정은 더 침체될 뿐이었다.

1932년, 미국 GDP는 1929년의 3분의 1 수준이었고 대폭락 이후에 찾아온 대공황은 약 10년이나 계속되었다.

주식 광풍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갤브레이스는 몇 가지 원인을 들었다.

먼저 미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 때문에 대폭락이 더 파괴적인 악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극심한 소득 불평등이 그 원인이라 지적했는데, 당시 미국 개인 소득 합계에서 5퍼센트의 고소득자들이 번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했다고 한다.

경제의 건전성이 고소득자들의 막대한 투자와 소비지출에 좌우되었는데, 대폭락이 닥치자 이러한 투자와 지출이 급감되어 그 영향이 더 컸던 것이었다.

잘못된 은행 시스템도 원인이었다. 은행 한 곳이 파산하면 다른 은행의 자산이 동결되는 구조라 사람들이 거래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덧붙여 형편없는 경제 지식도 원인으로 꼽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흑자 예산에 대한 이지가 타당했겠지만 대폭락 직후에는 실업률 감소와 전반적인 빈곤 완화에 필요한 정부의 추가 지출에 제동이 걸렸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했는데 사실 미국의 대외 지수가 더 큰 문제였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무역 흑자는 엄청났다. 유럽이 무역 대금 결제와 채무 상환에 금을 사용하면서 유럽에서 금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는데 미국은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출 감소는 경기 침체를 유발시키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부실한 기업 구조로 인해 투자신탁과 지주회사가 득세하는 상황을 펼쳐지게 만든 것도 원인이었다.

차입금을 과도하게 끌어다 쓴 이들은 투자보다 배당금 지급에 역점을 두었는데 같은 금융 회사들은 주가에 타격을 입기라도 하면 파산하거나 갑작스런 지출 삭감을 감행해야만 했다.

그 결과 디플레이션 악순환까지 더해졌다.


그의 연구가 지금까지도 인정받는 이유는 역사적 기억에 대한 그의 통찰때문이다.

당시 엄청난 고통과 충격을 안아줬다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잊는다.

1960년대 이후 시장에서는 나쁜 관행이 상당수 부활했고 글래머 주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경제학 교훈 자체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경제사 또한 커리큘럼에 포함해야 한다는 이견도 있었다.

갤브레이스는 최고의 스승은 경제 이론이 아닌 경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부자를 더 큰 부자로 만들어 주는 곳, 그곳은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

미국 상위 1%는 전체 부의 43%를 차지하고 있는데, 2008년 미국에 금융 위기가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 보험회사 CEO는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왜일까? 금융 위기 속에서 미래를 걱정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든 것이 보험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불안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 자본주의는 돈의 제국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돈이기에 모두가 돈을 원한다.

돈이 행복을 좌우할 수 없다해도 돈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수단이다.

추위, 더위, 비바람 등을 막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인 집이 언제부터인가 꿈이자 희망이 되어버렸다.

주식과 재테크에 올인하려는 사람들도 돈을 갈구하기 때문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렇듯 돈의 제국을 간파하려면 배워야 한다.

금융의 흐름은 물론 지금의 경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사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경제학 역사의 중요한 장면마다 많은 영향을 끼친 책들이다.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무관하고 깊이 알고 싶다면 언급되어 있는 각 저자의 원저를 찾아서 읽으면 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이들에게 큰 역할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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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6-2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경제학을 배우면 시험이 걱정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꼭 배워야 하는 것이 금융과 법률 같아요.
잘 모르고 살아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거든요.
잘읽었습니다.
하나의책장님, 감기 빨리 좋아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한국 프랜차이즈, 기본에서 다시 생각하다
이수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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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문제와 개선 방향을 체계적이고 통찰력 있게 분석한 국내 최초 통합적인 프랜차이즈 이론서이다.
14가지의 프랜차이즈 관련 이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 이수덕은 9년간 일했던 해외영업부를 그만두고 2006년 패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열정과 자신감만으로 시작한 가맹사업은 2년 만에 참담하게 실패하였다.
창업 실패는 저자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저자는 재기를 위해 오픈마켓 사업을 하면서 매장창업의 전문지식을 공부하고 관련된 자격증들을 취득하였다. 이후 저자는 창업 강의, 소상공인 컨설팅, 중개업, 가맹거래사 업무를 하였다. 특히 약 6년간 외식 가맹본부에서 개설, 전략기획, 운영, 마케팅의 일을 하였고 본부장의 직책으로 퇴사하였다.
퇴사 후 저자는 ‘옳은방향’을 설립하고 프랜차이즈 사업과 소상공인 창업에 관한 교육, 코칭, 컨설팅을 하고 있다. 주요 일은 프랜차이즈 사업과 브랜드 전략기획, 가맹본부 경영 컨설팅 및 임직원의 역량 강화, 정보공개서 등 컨설팅과 교육이다. 그리고 독립창업자에 대한 상권분석, 매장 계약론, 매장 브랜딩과 마케팅,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의 창업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저자는 경영학 박사로서 현재 세종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창업 과정의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시작과 성립

세상의 모든 자원은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 이는 곧 자원부족으로 이어진다.
경제적 개념에서 자원부족은 상황에 따라 절대적, 상대적 부족일 수 있는데 기업은 자원들을 이용해 계속 성장해 나가야만 한다.
기업의 경영자원 부족은 부족한 내부 자원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적합한 거래상대방을 찾게 하는데, 이는 기업과 기업 혹은 거래당사자들이 거래관계를 맺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자원들의 안정적 확보는 모든 기업들의, 국가들의 생존전략이다.
그래서 기업은 저렴한 비용에 효율적으로 부족한 경영자원을 공급받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기업의 경영자원 부족은 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역량의 부족함을 채우고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경영을 혁신하려는 주체적인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자원부족 이론은 두 가지의 중요한 가정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업 초기 경영자원이 부족한 가맹본부는 빠른 사업확장을 위해 가맹점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사업이 성장하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자원들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어 가맹본부는 더 높은 사업성과를 위해 사업확장 방식을 가맹점 중심에서 직영점 체제로 점차 전환한다는 것이다.

가맹본부가 성장하여 시장에서 어느정도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면 사업 초기 부족한 자원들을 성장과정에서 충분히 보충하였기에 가맹점의 자원들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조직 규모가 커졌다면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고 금융권 등을 통해 언제든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매장 소유방식은 이익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데 가맹본부는 직영점 확장방식이 가맹점 확장방식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임계점에 도달한 가맹본부는 기존 사업방식의 한계를 느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영점 확장방식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때 표준적 운영에서 이탈한 가맹점들을 가맹사업에서 배제하게 된다.
급속히 증가한 가맹점의 수만큼 실패한 가맹점의 수도 증가하긴 마찬가지다.
이때 가맹본부는 가맹점들의 실패 이유를 시스템의 자체 결함이 아닌 운영방침을 잘 따르지 않고 표준적 운영을 하지 못한 개별 가맹점의 운영실패로 간주한다.
당연히 가맹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맹점들은 가맹본부 혹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자체적 결함과 경쟁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실패 원인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다 보니 두 당사자의 해결책 또한 차이가 발생한다.
가맹본부는 미래의 가맹점에 대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 표준적 운영에 대해 강력한 감시를 하는데, 기존 가맹점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
그리하여 가맹본부는 개선된 시스템 도입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니터링 비용 증가, 기존 혹은 신규 가맹점들과의 갈등, 가맹점과의 분쟁 및 법률적 문제의 책임을 부담하기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기존 가맹점 확장방식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즉, 가맹본부가 단순히 높은 성과만을 위해 직영점 확장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자원부족 이론은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많이 알려진 이론이지만 매우 제한된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다.
성공한 가맹본부가 직영점 확장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두번째 예측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프랜차이즈 자원부족 이론은 프랜차이즈와 관련된 이론들의 뿌리이자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순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장 스토리가 가맹본부 입장에만 치우쳐 있지 않고 가맹점의 관점에서도 어떤 사업적 고민이 있는지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거래관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관계 특성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래특유투자와 거래관계의 공정성의 문제이다.
프랜차이즈 사업방식은 다른 사업방식과 달리 가맹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인 거래특유투자의 특징이 강하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공정성의 문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존재하면서도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거래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사회교환 이론이 철학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상호 이익 존중을 바탕으로 가맹본부는 상대방의 비용지출과 경영적 노력에 대해 미래에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꼭 가져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를 위해 균형 있게 맞추려는 노력을 한다면 결국은 상생의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맹본부만 상생협력 해야 하는 것일까?
가맹점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제공하는 혜택과 이익에 대해 가맹본부에게 보상으로 되돌려 주려는 경영적 실천이 필요하다.
즉, 보상의 실체는 가맹금이고 보상의 행동은 매장운영에 제 역할을 다 해낸다는 의미이다.

매우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어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이해관계부터 갈등 그리고 해결점까지 파악할 수 있어 프랜차이즈 기본서라 말할 수 있겠다.
각 주제별로 등장하는 경영 이론은 사례도 매우 구체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역시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기본적인 '배움'은 필수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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