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영상(부분) https://www.instagram.com/aurorahana1204/)

(연주영상(전체 https://blog.naver.com/shn2213/221660270773))

 

취미와 관련된 도서를 읽으면서 나는 틈나는 대로 뭘 하고 있나 생각해봤다.

추석 전후로 너무 바쁜 탓에 꽃을 만지지 않아 며칠 전 연분홍빛의 카네이션과 약간의 유칼립투스를 데리고 왔다.
(꽃다발이 아닌 꽃꽂이 용으로 살 때는 일부러 한 종류로만 사는 것을 고집한다. 덧붙여 카네이션 종류는 잘 관리만 해줘도 최소 3주는 거뜬하기에 예쁜 색의 카네이션이 들어오면 무조건 데리고 온다.)
빠르게 컨디셔닝을 마친 후에 기다란 화병에 꽂아 새하얀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다.
틈나는 대로 만지는 꽃은 기분마저 향기롭게 만든다.

틈틈이 피아노 연주 영상을 녹화하고 있는데 매번 소음이 겹치는 바람에 연주한 음원만 따로 빼고 있다.
번거로움에 조용한 동네로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든다.
짧고 굵게 배웠던,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꾸게 했던 피아노는 나의 평생 친구다.
틈나는 대로 치는 피아노는 내 마음까지 평안하게 만든다.

단, 하루라도 손에 놓친 적이 있었을까? 아마도 내 기억에는 없는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하는 책 한 권, 한 권이 나를 알차게 만든다.
틈나는 대로, 하루도 빠짐없이 읽는 책, 이제는 '나' 자신을 나타내는 산물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취미라는 범주에 손 댄 영역들이 참 많다. 그래봤자 찔끔찔끔이지만.
가끔씩 프랑스 자수를 하고, 겨울에는 뜨개질을 하고,
잡지들을 모아 스크랩북을 만들고, 다이어리를 꾸미고,
일기를 쓰고, 글쓰기 노트를 채워넣고.
음, 생각해보니 너무 정적인 것 같아 이제는 동적인 취미를 가져야할 것만 같다.

취미일까? 취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중에 '편지 쓰기'도 있다.

정성스레 또박또박 써내린 편지는 나의 진심어린 마음을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가져다줄 수 있는 것 같아 '자주' 쓰는 편이다.

아파서 '만남'을 가지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문득 지나가는 시간도 아깝고 남은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새는 친구들과, 지인들과의 만남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그 만남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는 게, 모두가 하나같이 "너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나야, 앞으로는 더 행복할거야."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모두가 짠 것 마냥.
그 말 한마디에 보답하고자 앞장에 빼곡히 쓴 편지와 함께 책을 선물하고 있는데,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내가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그 마음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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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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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피어클리벤의 금화 1』

 

 

 

 

 

 

『하나, 책과 마주하다』

초등학교 때, 극장에서 판타지 영화 하나를 접하였다. 바로 「해리포터」였다.
작가가 마법사가 아니였나 싶을 정도로 판타지 장르에 대해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이후 나는 해리포터의 팬이 되었고 국내판은 물론 영문판까지 읽고 또 읽었으며 판타지 장르소설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었다.

"너를 먹겠다."
작은 영지의 딸인 울리케는 '허기진 자' 용에게 먹힐 위기에 처한다.

"……지고의 존재시여, 저는 인간의 대표가 아닙니다. 저는 다만, 구태여 대화 가능한 식사를 고르고 싶지 않습니다. 점심과의 대화가 제 식욕을 자극하거나 미지의 교양을 더해 줄 걸고 기대되지 않는군요."
"순전히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이 대화는 내 식욕을 자극한다."
……
"너를 먹지 않겠다."


용에게 점심식사가 될 뻔 했던 울리케였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렇게 울리케는 용의 점심 식사에서 용의 점심 요리사로 신분이 상승하게 된다.
울리케는 용과의 대화에서 왜 그렇게 가난하냐는 물음에 발전을 이룰만한 것이 없어 자산을 비축하기 힘드니 가난이 계속되는 것이라 답했다.
그러자 용은 인간의 손으로 발명된 유일한 보화 중 '유리'를 언급하였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는 계속되었고 울리케는 부의 가치를 열심히 토로하는 용에 대해 감탄과 희망까지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울리케와 용의 첫 만남이다.

평소 우리가 예상하고 전개되는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부분들이 많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해야할까? 다른 소설과 유난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대화'이다.
예로서 전쟁이 나면 당연히 전투를 벌여 승패를 결정한 뒤 뭔가 교섭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책 속 인물들은 대화하기를 참 좋아한다.
대화로 그 과정을 풀어나가는 느낌이 절로 든다.
특히 울리케와 용의 만남에서 그들의 대화가 이렇게 긴 줄 몰랐다.
막상 간략하게 줄거리를 쓰려고 하니 뒷부분까지 너무 이어져서 과감하게 생략했는데, 책의 앞 부분은 거의 울리케와 용과의 대화가 전부이다.
판타지 소설은 1권만 읽고나면 참 감칠맛 돋게 하는 것 같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서라도 2권을 빨리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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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고양이 2019-09-26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판타지소설이네요. 이런 종류 좋아하시면 하얀늑대들 추천드려요! 주인공이 무력은 하나도 없고 완결날 때까지 입담과 논리만으로 승리합니다.

하나의책장 2019-09-27 00:35   좋아요 0 | URL
오 정말요?^^ 마침 다음 장르소설은 뭘 읽을지 생각중이었는데.. 추천 감사합니다^^
 
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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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겠다."
지상의 그 어떤 생물이 자신의 ‘한 끼 식사‘를 향해 이러한 선언을 할 기회나, 필요가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려면 허기진 자와 ‘한 끼 식사‘ 모두 지성과 언어를 같은 수준으로 공유해야 할것이다.

"왜 제게 그러한 선언을 하셨습니까? 완전히 불필요한 것이 아닙니까? 제게서 이끌어내고자 하신 것이 식욕을 돋우는 식전의 대화 말고 따로 있으셨습니까?"
그러자 울리케가 예상하거나 기대한 것이 아닌 침묵이 시작되었다. 한동안을 물끄러미, 자신의 점심이었을지도 모를 울리케를 쳐다보던 용이 말했다.
"너를 먹지 않겠다."

"너는 흥미롭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린트부름의 어엿한 예절을 알고 있다. 나는 나이가 많은 용은 아니지만 몇몇의 인간들과 대면한 기회가 있었다. 그 가운데 어떠한 강성한 이도, 자처한 현자도 너처럼 나를 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열일곱 살의 늦가을, 북부의 빙하가 한뼘 한뼘 남하하던 겨울의 초입에 울리케 피어클리벤은 향후 그의 평생을 함께하게 될 벗이자, ‘검은 계몽의 수호자‘라고 기록되는 용 빌러디저드와 함께 길지 않은 귀향길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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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 세계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누구나 인간 시리즈 1
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김경연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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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한나 아렌트』

 

 

 

 

 

 

『하나, 책과 마주하다』

부끄럽지만 그녀의 이름은 들어봤으나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진정 20세기 최고의 정치철학자였음을.

한나 아렌트는 부유한 유대계 출신 집안인 파울 아렌트와 마르타 콘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파울이 젊은 시절 *매독에 걸려 아이 가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민간요법으로 병을 치료하며 병세가 더이상 나타나지 않자 그들은 아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당시 매독은 널리 퍼진 성병으로, 프로이센 성인 남자 100명 중 20명 꼴로 걸렸다고 한다.)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엄마 마르타는 그녀의 모든 행동을 육아 일기에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다 파울에게서 다시 병세가 나타나자 결국 그들은 하노버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녀가 성장하면서 그의 아버지는 병세가 더욱 심각해져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당시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인 막스 아렌트가 한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덕에 처음으로 종교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막스가 사망하게 되는데 참 희한한 건 한나의 반응이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할아버지였는데 아무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후,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어린 한나는 도리어 엄마를 위로했다고 한다.
"슬픈 일은 가능한 한 생각하지 말아야 해요. 그런 일로 슬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너무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닌가 싶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훗날 어머니가 죽고 나서 한나는 남편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나는 어린 시절의 전부와 청춘의 절반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자명했던 것처럼 행동해왔지요. 말하자면 모든 기대에 상응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인 양 대했어요. 어쩌면 무력했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연민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내가 스스로를 도울 방도를 몰랐기 때문이에요."
이렇듯 한나는 어린 시절부터 정신적으로 조숙했던 것 같다.
곧잘 공부를 잘했던 그녀는 독일에서도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인생의 영향을 끼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마르틴 하이데거이다.
스승과 제자의 사이로 만난 둘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시킬 만한 강한 끌림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훗날 하이데거가 나치에 가입하고 한나를 외면하면서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난다.
유대계 출신이었던 한나는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지만 수용소에서 나와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었고 그렇게 정치철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의 삶은 정말이지 파란만장했다.
어쩌면 그녀가 정치철학자의 길을 걷게된 것도 그녀의 성장환경과 살면서 경험했던 사건들 때문에 자연스레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염문설을 뿌렸던 하이데거와의 만남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끝은 좋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했다.
한나 아렌트는 진정한 개방성과 자유는 행위에서만 존재한다고 본다. 그녀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말과 행위로 접촉하는 것을 행위로 이해한다. …… 인간은 행위에서 자신의 가장 높은 능력을 실현한다. 이러한 능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그것을 전개시킬 수 있는 재능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내다볼 수 없다.

말을 하고 행위를 할 때 그 순간 나 자신을 알리고 보여주는 것인데 이를 행하지 않으면 (인간의) 그 속성을 절대 파악할 순 없다.
그 속성이 전면에 나타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서로 말하고 행동할 때라고 덧붙이는데 이러한 생각이 그녀의 정치 및 민주주의관의 기초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나서 문득 든 생각은 일단 그녀의 대표작부터 읽어봐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전체주의에 관한 그녀의 생각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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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 세계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누구나 인간 시리즈 1
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김경연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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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은 가능한 한 생각하지 말아야 해요."

"내가 유대인임을 알게 된 것은 길거리에서였다."

"나는 이중생활의 버릇이 들었다. 하나는 지금 여기서의 생활이고, 또 하나는 장차 거기에서의 생활이다."

"나는 사랑 속에서만 진실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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