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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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겠다."
지상의 그 어떤 생물이 자신의 ‘한 끼 식사‘를 향해 이러한 선언을 할 기회나, 필요가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려면 허기진 자와 ‘한 끼 식사‘ 모두 지성과 언어를 같은 수준으로 공유해야 할것이다.

"왜 제게 그러한 선언을 하셨습니까? 완전히 불필요한 것이 아닙니까? 제게서 이끌어내고자 하신 것이 식욕을 돋우는 식전의 대화 말고 따로 있으셨습니까?"
그러자 울리케가 예상하거나 기대한 것이 아닌 침묵이 시작되었다. 한동안을 물끄러미, 자신의 점심이었을지도 모를 울리케를 쳐다보던 용이 말했다.
"너를 먹지 않겠다."

"너는 흥미롭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린트부름의 어엿한 예절을 알고 있다. 나는 나이가 많은 용은 아니지만 몇몇의 인간들과 대면한 기회가 있었다. 그 가운데 어떠한 강성한 이도, 자처한 현자도 너처럼 나를 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열일곱 살의 늦가을, 북부의 빙하가 한뼘 한뼘 남하하던 겨울의 초입에 울리케 피어클리벤은 향후 그의 평생을 함께하게 될 벗이자, ‘검은 계몽의 수호자‘라고 기록되는 용 빌러디저드와 함께 길지 않은 귀향길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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