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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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죽음보다 더 뜻밖의 사건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생물학적으로(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느 날 누군가가 또박또박 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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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언어 -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500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도젠 히로코 엮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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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을 담은 사전, 『하루키의 언어』

 

 

 

『하나, 책과 마주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서들을 사랑한다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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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기사단장 죽이기, 1Q84, 장수 고양이의 비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그의 책들을 다 읽진 못했지만 한 작가가 출간한 6권의 책을 읽었으니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퍽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노르웨이의 숲은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올 때도 따로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친구와 서점을 구경하다 눈에 띄는 한 권이 있었는데 바로 『하루키의 언어』였다.
처음에는 이 책을 본인이 직접 쓴 건가 싶어 지은이를 보니 아니었는데, 앞부분만 빠르게 살짝 읽어보니 이 책을 지은 작가 또한 하루키스트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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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 대해 열성적으로 응원과 사랑을 보내는 독자들이 있는 한편에 그의 작품에 아리송함을 보내는 독자들도 있다.
하루키스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루키스트(Harukist)란 무라카미주의자로 하루키 열성독자들을 의미한다.
아마 이 책은 하루키스트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지도 모르겠다.
부제처럼 더할 나위 없이 꼼꼼하고 사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을 이 빽빽한 책 한 권에 다 담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언어를 보는 방법부터 연대기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 속에서 담겼던 모든 소재들이 ㄱ부터 ㅎ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블로그였는지 인스타그램이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분이 쓴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리뷰를 보고선 무라카미 하루키란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계기가 되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란 작가의 작품들의 특징이나 하루키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겨있었는데 누구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안나 아쉽다.
(아직도 그 리뷰의 몇 구절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정말 잘 쓰셨었는데!)
암튼 그 당시에 읽었던 하루키 작품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루키의 언어』를 딱 읽고나니 더 채워진 느낌이 들었으며 무엇보다 여태껏 읽었던 하루키의 작품들을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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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했던 책이 「상실의 시대」였는데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작품은 「노르웨이의 숲」과 「기사단장 죽이기」,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다.
『하루키의 언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속 모든 소재들의 사전적 의미를 다루고 있다고 앞서 언급했는데 예로서 ㅁ으로 가보면 멘시키 와타루가 있다.
『기사단장 죽이기』에 나오는 인물인데 실제로 책에도 이렇게 표시되어 있다.
멘시키 와타루 _『기사단장 죽이기』에 등장하는 54세 독신 남성. 주인공 '나'의 아틀리에 맞은편에 있는 호화 저택에 삼 년 전쯤부터 살고 있었고, '나'에게 자신의 초상화 제작을 의뢰했다. 내부 거래와 탈세 혐의로 검찰에 검거된 과거가 있다. 아키카와 마리에가 자기 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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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면 그간 읽었던 하루키 작품들에 대해 과거 여행하는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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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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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가 필요한 대한민국의 정치,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하나, 책과 마주하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에 대해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만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것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이다.
기억이 흐릿한데 나라의 권력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 평균 연령이 현저히 높은데 비해 외국의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평균 연령이 낮은 편이었다.
어찌되었든 '정치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학업을 마치고 정치인의 길에 들어왔을텐데 지금의 정치인들은 이상하게 못 배운 티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적인 자리에서 욕설은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까지 들이미는 모습들을 스크린 속에서 보고있자면 참 답답할 뿐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정치적 문제 중 하나가 정치인 중 청년층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비하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사실 대한민국은 노년층들이 한데 모여 탁상공론하는 격이지 않는가. 이러니 발전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돈 많은 부모를 앞에 세우고 뒤에 세우며 이것저것 찔러보고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소위 금수저들이 지금까지도 뉴스를 달구는데, 간혹 청년층의 정치인들을 보면 다이아몬드수저나 금수저들인데 이들이 대한민국 평균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든 게 이 나라의 현실이라 솔직히 말하면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정치에 대해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그런 것까지 신경써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끌시끌해지는 나라를 보며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결국 나오는 건 한숨밖에 없지만 요즘 정치, 사회에 관련된 책들을 보고 있다.

지금의 노년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청년이라 착각하며 청년층이 정치를 한다고 하면 정치를 하기에는 어린 나이라며 혀를 찬다.
아빠께서 광주에 사셨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는데 학교에서 선도부장이었던 아빠와 학생회장인 아빠 친구를 도피시켰다고 한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당시 청년들은 거리로 나와 울부짖었었다.
이제 곧 아빠도 환갑에 다다르는데 당시 민주화 운동을 거치거나 지켜봤던 이들이 바로 지금의 정치인들이다.
퇴근해서 집에 올 때 혹은 집에서 쉬는 날이면 아빠는 항상 뉴스 채널을 틀고 계시는데 간혹 가다 그런 말을 하신다.
"...이팔청춘인 줄 아는데 정치인들 다 늙었어. 젊은 피가 필요한 법이야."
청년이란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을 시기에 있는 사람의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 말은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혹은 '나라를 이끌어 갈 주역'이란 의미도 된다.
최근에는 청년들을 '똥 치우는 세대', 기성세대를 '똥 싼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하는 청년들이 왜 사회의 주인이 아닌 객이 된 것일까?
분명 청년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이자 미래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앞장서는 역할이 아닌 뒤에서 힘겹게 똥이나 치워야 하는 세대가 된 것일까? _p.24
책에서는 크게 청년정치가 왜 퇴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청년정치가 가야 할 길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실태에 대해 다루며,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무늬만 청년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대한민국에 청년 정치인이 없는 것은 아닌데, 문제가 있다면 이들 모두가 거의 '무늬만 청년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청년 대표라고 나오는 이들은 거의 금수저를 물고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하진 못한다.
또, 단순히 열정과 노력만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정치에서는 열정과 노력이 1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촛불 혁명을 기억할 것이다. 그 촛불 혁명을 이끌었던 것이 바로 청년세대였다.
앞으로 우리가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주역들이기에 기성 세대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잘' 해내야만 한다.

'젊은 사람이 뭘 안다고?'라는 마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뭘 얼마나 더 알아야 정치를 할 수 있느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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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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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old boy)는 경험, 경력은 화려하지만, 나이가 많은, 그렇기에 현실 상황에는 그의 경륜이 적합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단어로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정치권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우리는 정치권에서 이러한 올드보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대한민국 정치권은 올드보이 전성시대인 것이 틀림없다.

대한민국이 변화의 시험대에 오를 때마다 많이 힘들었을 혹은 힘든 결정에 용기를 내준 386세대. 이제 그들의 역할은 끝나가고있다. 새로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의 문제는 잘 풀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 시대가 내는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모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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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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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귀기울여 내 생각을 쓰는 일, 『오늘부터, 詩作』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다 소재가 될 수 있기에, 평소 눈에 띄는 '소재'만 발견한다면 시를 쓰고 글을 쓴다.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시는 어린 시절부터 써왔던 것 같다.
아마 어린 시절의 환경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그 때부터 유난히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남들이 보기에 혼자서 생각해 보이는 것이 멍 해보일 수 있어 혼자서 생각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꼭 가졌다.
공유하지 못하고 혼자서 품고있는 고민들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생각이 정리되지 못하는 날이 갈수록 쌓여가지만 간혹 생각이 정리되면 글 혹은 시로 옮긴다.
글은 쓰다보면 모든 것을 다 토해내듯이 쓰게 되지만, 시는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단지 함축적인 단어만으로도 그 당시의 내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숙제처럼 매일 일기를 써서 제출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옅은 웃음이 터진다.
그 날의 일을 함축시켜 시처럼 써서 내곤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글 밑에 이런 말을 써주셨다. '하나의 시, 보는 재미가 있구나!'라고.
그 때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일부러 책을 읽어주시는 시간을 가지실 정도로 문학을 굉장히 사랑하시는 선생님이었는데 따로 불러내 책을 몇 번 선물해 주시기도 했고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이후 중학교 때 만난 국어선생님도, 고등학교 때 만난 문학선생님도 나에게 시를 써주시거나 문학작품 속 한 구절을 써서 선물로 주시곤 했는데 아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만난 세 분의 선생님 덕에 문학을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과는 연락할 방도가 없어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때 선생님과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생일날이면 항상 책을 선물해 주신다.
또 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시'에 대한 기본서나 안내서같은 책을 꼭 읽어보고 싶던 중 테드 휴즈의 『오늘부터, 詩作』을 만나게 되었다.

테드 휴즈의 『오늘부터, 詩作』은 우리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시의 소재임을 알려주며 '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기본서같은 느낌을 준다.
뭐랄까, 읽다 보면 글을 쓴다는 것, 그 본질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첫째 날부터 아홉째 날로, 동물 사로잡기, 바람과 날씨, 사람들에 관해 쓰기, 생각하는 법 배우기, 풍경에 대한 글쓰기, 소설쓰기-시작하기, 소설쓰기-계속하기, 가족 만나기, 달에 사는 생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각 장이 끝나는 시점에 【시인의 노트】라는 부분이 있는데 실용적인 조언들이 담겨있어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글쓰기 노트에까지 옮겨 썼다.

관심사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환경' 또한 한몫하는 것 같다.
테드 휴즈는 세 살 무렵부터 찰흙으로 동물 모형을 만들었는데 네 살 생일에 숙모에게 받은 동물 책을 보며 사진들을 베껴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덟 살에는 공업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기르던 고양이는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렇게 어슬렁거렸는데 반대로 그에게는 그 이사가 오히려 좋은 사건이 되었다고 한다. 바로 숲과 호수가 있는 시골 농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소도시 출신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도 그의 삶이었지만 그것은 그저 한 부분이었고 대부분은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서 또 하나의 삶을 꾸렸다고 한다. 이 두 삶이 섞이지 않게 따로 따로.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는데 동물들을 그들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저는 시를 동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는 동물처럼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시는 누구하고도, 심지어는 그것을 써낸 시인과도 제법 분리된 채로 존재하죠. 또한 시를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려는 것이 아닌 이상, 다 쓰인 시에는 아무것도 덧붙일 수 없고 거기서 뭔가를 들어낼 수도 없어요.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유용한 내용들이 많아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어 리뷰에 다 담아볼까 생각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예의가 아니기에 조심스레 마음을 접는다.
시를 쓰는 것 뿐만 아니라 글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 책은 한 번 읽고선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닌 두 번 읽고 쓰는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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