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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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열다섯편의 단편소설, 단편소설의 정수이자 본보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글솜씨가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짤막하지만 이야기는 매우 깊은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몰입도있게 빠져들 것이다.


저자, 데니스 존슨은 1949년 뮌헨에서 태어나 도쿄, 마닐라, 워싱턴 D.C.에서 자랐다.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멘토인 레이먼드 카버를 만났다. 스무 살이던 1969년 첫 시집 『물개 사이에 선 남자The Man Among the Seals』를 출간하며 데뷔했다. 1983년 첫 소설 『천사Angel』를 발표해 평단의 찬사를 받은 존슨은 1992년 소설집 『예수의 아들Jesus’ Son』을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했다.

저자, 조이 윌리엄스는 1944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다. 단편소설 「돌보기Taking Care」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이 밖에도 장편소설 『은총의 상태State of Grace』, 단편소설 「도피Escapes」 등을 썼다. 삶에서 겪는 상실을 신비롭고 영적으로 다루는 글쓰기로 이름을 알렸다. 레아 단편소설상, 밀드레드 앤 해롤드 슈트라우스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저자, 레이먼드 카버는 1938년 5월 25일 오리건 주 클래츠케이니에서 태어났으며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1980년대에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인물로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대가' '체호프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불리운다. 1979년에 구겐하임 기금의 수혜자로 선정되었으며, 1983년 밀드레드 앤 해럴드 스트로스 리빙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또한 1988년에는 전미 예술 문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하트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Ⅰ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술을 나눠주고 내가 자는 동안 운전한 세일즈맨…… 버번으로 가득한 체로키족의 차…… 폴크스바겐은 대학생이 모는 대마초 연기 덩어리일 뿐이었고……

그리고 미주리주 베서니에서 서쪽으로 빠져나온 한 남자를 들이받아 영원히 죽여버린 마셜타운 출신 어느 가족의 남자……


구성, 배경, 인물 설정, 작가의 설명을 최대한 생략하면서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암시하는 목소리를 찾아낸다. 조각난 목소리를 서사가 결핍된 이유이며, 그리하여 그 자체로 일종의 설명이 된다.



전반적인 이야기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지만 사고 순간순간이 남자가 바라보는 그 느낌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제목 그대로 히치하이킹 도중 난 자동차 사고였다.

히치하이킹을 해 어떤 차를 타게 되었고 '나'라는 인물은 아기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 가게 된다. 남편은 운전석, 부인은 조수석에 앉은 채로.

그렇게 가는 도중 폭풍우 속에서 사고가 나게 된다.

이야기는 굉장히 철저하게 묘사되고 있었다.

끔찍함이 극으로 치닫다 이내 병원 장면으로 옮겨가는데 울컥울컥 피를 흘렸던 남자는 결국 죽게 된다.


몇 년이 흘러 시애틀 종합병원의 중독 치료센터에 들어갔을 때 한 번은 똑같은 방법을 택했다.

"이상한 소리나 목소리가 들리나요?" 의사가 물었다.

"도와주세요, 오, 제발, 아파요." 탈지면 상자가 소리를 질렀다.

……

"방이 왜 이렇게 하얗게 변했죠?" 내가 물었다.

아름다운 간호사가 내 피부를 만지고 있었다. "비타민 주사예요." 간호사가 말했고 바늘을 꽂았다.

비가 내렸다. 우리 위쪽으로 거대한 양치식물이 늘어졌다. 숲이 언덕 아래로 떠내려갔다. 개울물이 바위 사이로 세차게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당신, 어이없는 당신들, 당신은 내가 도와주길 바라지.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 남자가 약물로 인한 정신 이상에 빠져드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어떻게 그가 사건들을 그렇게 명확하게 쓸 수 있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당신, 어이없는 당신들, 당신은 내가 도와주길 바라지." '멍청한 놈'은 예수가 아니다. 그는 예수의 아들이고 이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는 천국의 통찰력이라는 은총을 입었지만, 여전히 지상의 지옥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첫 단편을 읽자마자 원서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원서 그대로 읽어야만 더 이해가 빠르게 될 것만 같았다.

많지 않은 단어들로 내용들을 구성한 이 단편은 꽤나 심플하면서도 심오했다.



Ⅱ 하늘을 나는 양탄자


양탄자를 처음 본 건 다른 동네 뒤뜰에서였다. 위층 베란다에서 높다란 회색 장대까지 도르래 빨랫줄이 뻗어있는 2층 주택 모퉁이에 화사한 색깔이 나부꼈다. 그러더니 차고 뒤쪽에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양탄자가 얼핏 눈에 들어왔다.

……

그냥 밤색과 초록색이었다. 갈색에 가까운 밤색 바탕에 진한 녹색의 구불구불한 고리 무늬가 있었다. 양쪽 가장 자리에는 굵고 거친 술이 달렸다.

……

결국, 얼마나 능숙하게 무게중심을 바꾸는가의 문제였다. 양탄자 한가운데에서 조금 뒤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면 양탄자가 앞으로 갔고, 왼쪽으로 기울이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오른쪽으로 갔다. 손바닥을 아래로 오므린 채 팔을 양옆으로 들어 올리면 양탄자가 떠올랐고 팔을 아래로 살짝 내리면 양탄자도 내려갔다.



양탄자를 따라 과거로 회기하는 것만 같다. 그것도 아주 세밀하게 말이다.

소년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기억해본다.

예로서, 잃어버린 사랑을 느끼려면 아만다를 사랑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녀의 웃음, 그녀의 머리카락 냄새, 턱에 난 작은 흉터를 떠올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억의 대상이 평범하고 진부해도 그 기억의 감정을 심오하게 하고 느껴지게 하고 사실이게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정밀함과 축적이다.


극 중 화자는 양탄자를 따라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는데, 나에게는 '음악'이 양탄자와 같은 존재이다.

특정 음악들이 과거의 한 부분, 한 부분을 그대로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열 다섯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쉽게 넘어갈 것이란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흐름을 잘 타지 않으면 줄거리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세계관의 독특함을 한껏 느낄 수 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이 짧은 글에 잘 묻어나기 때문에 막상 읽다보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흘러 넘친다.

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단편 하나 읽었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딸기우유빛의 바인더, 글쓰기 노트에 적어놨던 짤막한 소설들을 괜스레 꺼내보았다. 언젠가 나도 이 글을 책으로 낼 수 있을까.

아껴두었다가 읽고 싶은 그런 글이라, 소설을 한 번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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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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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절망과 같은 웨하스 의자는 참 조그맣고 예쁘다.

절망을 문제 삼지 않는 강함과 사랑과 절망 사이에서 나오는 고독함까지, 『웨하스 의자』에 담겨 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Ⅰ 웨하스 의자


중년에 접어든 '나'.

낡은 아파트 4층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는 결혼하진 않았지만 애인은 있었다.

스카프와 우산을 디자인하는 것을 주수입으로 삼는 '나'는 화가였다.


"언니는, 정말 어린애 같다니까."

동생은 멋대로 그런 말을 한다.

"언니, 참 별나다."

그리고 이런 말도.

"언니, 고독하네."

물론 나는 고독하다. 그날, 병원 앞에서 만난 개만큼이나. 하지만 나는 별나지도 않고, 어린아이는 더욱이 아니다.


'나'의 애인은 '나'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 애인은 무척 자상하다. 무척 자상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내 머리에서 꼭 3밀리미터 밖을 쓰다듬는 것처럼 느낀다. 내 머리칼에서 바깥에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 애인은 차가 없다. 나는 그 점도 마음에 든다. …… 우리는 자유롭다. 그리고 걸어서도 어디든 갈 수 있다.


목욕을 하고, 온몸에 샤워 코롱을 듬뿍 바르고, 허브차를 마시고 있는데 애인이 왔다.

"갑자기 보고 싶어서."

애인은 그렇게 말하고 미소 짓는다. 우리는 현관에서 키스를 나눈다. 그의 입술과 코 사이의 부드러운 피부에 땀이 엷게 배어 있어, 나는 올해도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안다.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절망과 같은 웨하스 의자는 참 조그맣고 예쁘다.

절망을 문제 삼지 않는 강함과 사랑과 절망 사이에서 나오는 고독함까지, 『웨하스 의자』에 담겨 있다.


저자의 책을 전부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책을 꽤 많이 읽어본 것 같다.

그 중에는 그녀의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복잡하지도 않은, 간결한 문체 안에 담긴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세계관을 내가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감이 좀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번, 쓴 서평이 있어서 줄거리는 생략했는데) 책 속 주인공인 '나'의 애인은 바로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나'라는 인물의 감정을 보면, 사랑에 빠지면 빠질수록 절망 또한 동시에 느끼곤 하는데 여기서 딱 어울리는 단어가 이것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과연 '나'라는 인물에 대해 호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마냥 예뻐보이지 않는, 그저 그들 자신에게만 아름다울 법한 사랑 이야기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문득 '무한도전'에서 봤던 한 장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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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2-07 2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웨하스 의자, 전에 나온 것 같았는데, 하고 보니 에쿠니 가오리의 책 개정판이었네요.
새로나온 책의 표지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하나의 책장님이 찍은 사진도 예쁩니다.
잘읽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2-25 00:12   좋아요 1 | URL
개정판 표지, 예쁘더라고요.
딱 ‘밤‘ 느낌이에요^^

새파랑 2021-12-07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쿠니 가오리 책 좋아하는데 이 책은 안읽어봤네요 ㅜㅜ 한 열편정도 읽은거 같은데 안읽은 책은 그보다 휠씬 많은듯 합니다 ㅎㅎ 그녀도 다작인거 같아요 😅

하나의책장 2021-12-25 00:11   좋아요 1 | URL
오, 새파랑님이 저보다 더 많이 읽으신 거 아닌가요? >.<
맞아요! 많은 소설을 내셨던데 전 아마 작품들 중 반은 읽었을까요ㅎ

페크pek0501 2021-12-08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짝반짝 빛나는>의 작가죠? 이 책으로 작가를 알았어요.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그런 대로 괜찮은 소설로 읽었어요. 웨하스 의자, 는 처음 보는데 표지가 멋지군요. 별점을 만점 주신 걸로 보아 좋은 작품인가 봅니다. ^^

하나의책장 2021-12-25 00:0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 작가님!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다 좋아하진 않아요^^;
좋아하는 작품도 있는 반면에 호불호 갈릴만한 작품들도 꽤 있거든요.
그런 작품들은 잘... 손이 안 가더라고요ㅎ
 
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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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의 생각을 체득하라.


저자, 켈리 최는 현재 유럽 11개국 1200개 매장, 연매출 5400억 원이라는 고속 성장을 이룬 글로벌 기업 켈리델리(KellyDeli)의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공한 사업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첫 사업의 실패로 10억 원의 빚더미에 앉아 후배와 만난 자리에서 ‘저 커피값은 누가 내는 거지?’를 고민했을 만큼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무일푼으로 인생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2년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와 공부는 다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사업 공부에 매진하며 세운 회사, 켈리델리는 매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면서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는 언제나 ‘행복’을 일 순위로 삼고 이를 기업문화에도 적용하여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직원, 가맹점주, 파트너사, 고객, 나아가 전 인류까지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실천법의 하나로 저술과 강연, 유튜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인생의 비밀들을 널리 전하며 많은 이의 ‘인생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덕분에 삶이 바뀌었다’는 메시지들을 동력 삼아 오늘도 최대한 많은 이에게 희망의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싹튼 부의 씨앗


열여섯, 어린 나이의 그녀에게 한성실업은 일터이자 집이였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들은 내일부터 '공순이'로 불리울 것이다.

좁은 복도에는 열 여개의 방이 있었고 방에는 3층 철제 침상 열 두개가 빼곡히 놓여져 있었다.

홀로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하려니 엄마 생각이 간절했고 눈물이 절로 났다.

그리곤 어린 마음에 낯선 곳에 저를 놓이게 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 또한 토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보다 어릴 때 서울로 상경해 고생한 언니, 오빠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알고보니 언니와 오빠는 그녀를 찾고 있었다.

답십리 장미극장 근처 와이셔츠 공장에 있다는 말만 듣고 쉬는 날마다 온 동네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그렇게 언니, 오빠를 끌어안고 엉엉 우니 무뚝뚝한 오빠 눈가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뭐 필요한 거 없니?"

"언니, 나 이불하고 베개랑 세숫대야 좀 사 줘."

이불도 없이 추웠을 동생의 모습이 선했는지 언니는 눈물을 터뜨렸고 그 날 밤, 서울에 온 지 한 달만에 이불을 덮고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나는 공장일,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씻어야 아침밥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 안 되는 수도꼭지에 수백 명이 달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한성실업은 마냥 노동만을 강요하진 않아서 오후 6시에는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어느 겨울이었다.

5시 30분, 학교로 태울 버스들이 줄지어 있었고 일찍 버스에 올라탄 저자는 차창에 서린 김을 닦고 줄지어 달려오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가장 친한 영숙이는 밥을 먹지 못했는지 백설기빵과 우유를 손에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밥을 먹는 것보다 학교에 가는 걸 더 좋아했던 영숙이, 앞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에게 눈인사를 하고 뒤쪽 자리로 간 영숙이.

그 날, 어린 영숙이는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

버스가 도착했을 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백설기빵을 먹다 기도가 막힌 것이었는데 당시 처치방법을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응급처치도 받지 못하고 결국 죽은 것이다.

아빠 또래였던 40대 중년의 담임선생님도 꺼이꺼이 우셨을 정도로 모두가 그녀의 죽음에 애통해했다.

영숙이가 죽은 뒤, 깊은 잠에 들지 못했던 저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그녀의 죽음 이후 마음을 더 단단하게 고쳐매게 된다.


지쳤다가도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에너지가 다시 샘솟는다. 나는 그녀의 몫까지 살아야 하니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마치 내가 한성실업에 다니던 친구들의 대표라도 된 듯 잘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의 죽음으로 깨달은 내 삶의 소중한 씨앗이니까!


'우리 모두 비록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내가 꼭 해낼게.

우리도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반드시 보여줄게.'



저자는 생각의 뿌리가 부를 창조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의 내면, 저 밑바닥에 깔려 있는 진짜 핵심가치를 찾는 게 중요하며 여섯 가지 원칙에 맞춰 실현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여섯 가지 원칙: 가능성을 예단하지 마라, 명확한 목표여야 한다,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 무조건 원대해야 한다, 실현 가능해야 한다,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그리곤 결단력 있게 추진해야 비로소 웰씽킹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상상도 못할 고생을 겪고 지금의 자리에 도달한 저자이기에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보며 느낀 것은 생각이든, 습관이든 뭐든 간에 결국은 다 하나로 이어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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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사람 - 민서의 행복 에세이
김민서 지음 / 히읏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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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를 애정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

그들 덕분에 잘 견뎌내고 또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내가 애정하는 사람은 사실 나 자신이었다.


저자, 민서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음악과 연기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싫어하는 것이 참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큼 좋아하는 것도 많았다는 것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강아지와 커피, 잔잔한 노래, 애니메이션 그리고 모든 계절을 좋아한다.



> 목차

1장. 해주고 싶은 말

이대로의 행복

행복하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야경

가수가 된 이유

사랑노래

나를 먼저 사랑할 것

그런 밤

그래서 좋았어

내가 오래 알아왔던 너는

그래도 괜찮겠다고 생각해

태도

A에게

눈물 면역

필름 카메라

해주고 싶은 말


2장. 존재만으로 고마운 사람

오늘의 혼잣말

이렇게 작아도 외로운데

자꾸만 너로 보인다

존재만으로 고마운 사람

그럴 걸 그랬다

언니

우리의 계절

생일

명품가방

명품가방 2

서울 오랜만

솔직함과 무례함 사이

당신은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3장. 목련이 폈더라

길고양이

목련이 폈더라

가족사진

슈퍼스타 K

싸운 날

눈이 건조해서 그래

울음 포인트가 같은 사람

일기

Love Yourself

완벽한 이방인

긍정의 에너지

구원

레슨

사람

늦어도 좋다는 것

걸어볼까



행복하자


젊음 역시 마찬가지겠지.

당연해서 몰랐던 젊은 순간들이 많겠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나한테 남은 여름이 백 번도 안 된다는 말.

정말 그렇잖아. 많이 놀랐어.

별안간에 여름이 조금 더 소중해졌어.

그건 아마 겨울에도 그 언제라도 마찬가지일 거야.


행복하자.

여름에는 여름의 방법으로

겨울에는 겨울의 방법으로 말이야.



나를 먼저 사랑할 것


이 큰 세상 속에서 나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일 것이고 그 비밀스러운 공간은 나 스스로만이 채울 수 있을 테니까. 나를 더 사랑하고 나를 더 아껴주고 채워줘야겠다. 그렇게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결국 나도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까.



존재만으로 고마운 사람


존재만으로 고마운 사람이었던 거다,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먼 미래에도. 내가 엄마 아빠의 자식으로 살아 숨쉬는 동안에는 늘 존재만으로 고마운 사람인 거다. 어떤 상황이 어떤 사람이 언젠가 나를 힘들게 하고 고달프게 할지라도 나는 누군가에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읽다보면 공감되고, 읽고나면 문득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인생에서 힘들거나 슬픈 순간에 옆에 있어주는 것은 결국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이자 나를 애정해주는 사람들이다.

가족, 친구, 지인, 선생님, 나를 애정해주는 사람들이자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나 또한 그랬다.

나보단 남에게 중심을 맞춰주는 삶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결국은 내가 행복해야 남 또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실을 항상 상기한다.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읽다보면 금세 읽을 정도로 마음 편하게 하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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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무난하게 살지 마라 - 인생의 기반을 만드는 시기에 습득해야 할 삶과 일에 대한 태도
나가마쓰 시게히사 지음, 박지운 옮김 / 길위의책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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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20대에 습득해야 할 삶과 일에 대한 태도

① 일 :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② 인간관계 : 홀로 당당해져야 한다.

③ 배움 : 인생의 기초를 다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

④ 습관 : 오늘 하루가 10년을 책임진다.

⑤ 사고방식 : 무난하게 살지마라.


10대든, 20대든, 30대든, 매번 그 시기에 자조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생각한 것 이상으로 20대를 더 깊이있게, 더 윤택하게 보내고 싶다면 그 답이 담긴 책이 바로 여기 있다.


저자, 나가마쓰 시게히사는 일본 청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기업가이자 강연가이다.

20대에 노점상을 시작해 하루 25만 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10년 만에 일본 굴지의 외식, 강연, 출판, 인력 컨설팅 분야에서 손꼽히는 사업가가 되었다.




Ⅰ 20대의 일


사회에 나가게 되면, 다양한 세대와 마주하게 된다.

이 때, 사람들과의 대면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억지로 보조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 물론 서툴러도 괜찮다.

중심은 잡되, 조금은 튀어보여도 괜찮다는 것이다.


지금은 궁금한 게 있으면 곧장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메모 또한 휴대기기로 저장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사고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각해보자. 가족들 혹은 친한 친구들의 휴대폰 번호를 기억하고 있는가?

아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휴대폰 켜서 곧장 전화연결만 하면 되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에 굳이 외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사고력을 상실한 상태를 '사고 정지'라 하는데, 평소 생각하는 습관을 연습하지 않으면 흘러넘치는 말 등에 쉽게 좌지우지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그것을 그대로 따라해도 우리는 그 사람이 될 수 없다.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비결을 이렇게 만든다고 하니 꼭 참고하여 자신만의 성공 비결을 꼭 만드는 것이 좋다.

① 가만히 앉아서 배우지 않는다

② 열정을 쉽게 꺼뜨리지 않는다

③ 무엇을 하든 '성실'이 기본이다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 때의 만족감은 매우 크다.

즉, 스스로 행동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20대 때는 몇 번을 실패해도 괜찮으니 많이 부딪혀 보는 것도 좋은 나이이다.

어떤 결과에 부딪혀도 남탓으로 돌리지 말고 좋은 의미에서 '남은 남, 나는 나'라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으며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하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는, 자기 힘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20대에 다져놓는 것이 좋다.



Ⅱ 20대의 배움


사회에 나와 이런저런 사람들과도 부딪혀보고 이런저런 상황에도 맞닥드리는 게 태반이다.

새롭게 재미있는 나날을 겪으며 이제 내가 20대가,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절망하고 좌절하는 순간 또한 함께한다.

어떻게 하면 좌절하지 않고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좌절을 딛고 일어서느냐가 중요하다.

당신의 좌절은 특별하지 않다. 좌절을 극복하는 태도야말로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20대, 대부분 첫 직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나의 적성과 맞는 직장이냐 아니냐는 둘째치고 직장상사, 동료들을 잘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클 것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상사나 미숙한 상사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상사에게 정신까지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 년, 아니 반년만 겪어봐도 직장 상사의 그릇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옳은 말이 아닌데 직장 상사 말대로 해야할 때, 납득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하나하나 따지기도 그렇고 크게 반론하고 싶지 않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일하는 것이 좋다.

눈치껏 일하는 것 또한 나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나와야 할 법한 20대의 배움은 무엇일까?

바로 독서이다.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읽다보면 그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으니 독서는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남는 것이 독서라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특정 전문지식이 없는 나도 독서를 통해 지금까지도 많은 지혜와 지식을 얻고 있을 뿐더러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절대 책을 놓지 않는다.



Ⅲ 20대의 습관


어떤 20대가 사랑받을까?

① 말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② 만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본다

③ 어떻게 성장할까 기대하는 마음을 줘라


주변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 다섯 가지 유형

①주변에 수동적이거나 계산적인 사람들만 있는 유형

② 주변 사람들이 자주 바뀌는 유형

③ 상대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유형

④ 과거의 영광이나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유형

⑤ 갑자기 솔깃한 이야기를 꺼내는 유형





스무 살이 되고나서 이런 책을 빠르게 접하지 못했던 게 참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내 동생들에게, (과외를)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항상 책 구절을 보내주고 책선물을 해줬었다.

이 책 또한 20대에 습득해야 할 삶과 일에 대한 태도에 대해 담고 있는데 저자가 일본인인만큼 조금은 다르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 인간관계, 배움, 습관, 사고방식, 다섯가지 테마로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져 있으니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20대여,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욕심부리며 살아라!'이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20대에 자신의 한계를 정해 놓고 미래를 축소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미래를 크게 그릴수록 인생의 범위가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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