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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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절망과 같은 웨하스 의자는 참 조그맣고 예쁘다.

절망을 문제 삼지 않는 강함과 사랑과 절망 사이에서 나오는 고독함까지, 『웨하스 의자』에 담겨 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Ⅰ 웨하스 의자


중년에 접어든 '나'.

낡은 아파트 4층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는 결혼하진 않았지만 애인은 있었다.

스카프와 우산을 디자인하는 것을 주수입으로 삼는 '나'는 화가였다.


"언니는, 정말 어린애 같다니까."

동생은 멋대로 그런 말을 한다.

"언니, 참 별나다."

그리고 이런 말도.

"언니, 고독하네."

물론 나는 고독하다. 그날, 병원 앞에서 만난 개만큼이나. 하지만 나는 별나지도 않고, 어린아이는 더욱이 아니다.


'나'의 애인은 '나'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 애인은 무척 자상하다. 무척 자상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내 머리에서 꼭 3밀리미터 밖을 쓰다듬는 것처럼 느낀다. 내 머리칼에서 바깥에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 애인은 차가 없다. 나는 그 점도 마음에 든다. …… 우리는 자유롭다. 그리고 걸어서도 어디든 갈 수 있다.


목욕을 하고, 온몸에 샤워 코롱을 듬뿍 바르고, 허브차를 마시고 있는데 애인이 왔다.

"갑자기 보고 싶어서."

애인은 그렇게 말하고 미소 짓는다. 우리는 현관에서 키스를 나눈다. 그의 입술과 코 사이의 부드러운 피부에 땀이 엷게 배어 있어, 나는 올해도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안다.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절망과 같은 웨하스 의자는 참 조그맣고 예쁘다.

절망을 문제 삼지 않는 강함과 사랑과 절망 사이에서 나오는 고독함까지, 『웨하스 의자』에 담겨 있다.


저자의 책을 전부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책을 꽤 많이 읽어본 것 같다.

그 중에는 그녀의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복잡하지도 않은, 간결한 문체 안에 담긴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세계관을 내가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감이 좀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번, 쓴 서평이 있어서 줄거리는 생략했는데) 책 속 주인공인 '나'의 애인은 바로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나'라는 인물의 감정을 보면, 사랑에 빠지면 빠질수록 절망 또한 동시에 느끼곤 하는데 여기서 딱 어울리는 단어가 이것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과연 '나'라는 인물에 대해 호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마냥 예뻐보이지 않는, 그저 그들 자신에게만 아름다울 법한 사랑 이야기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문득 '무한도전'에서 봤던 한 장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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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2-07 2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웨하스 의자, 전에 나온 것 같았는데, 하고 보니 에쿠니 가오리의 책 개정판이었네요.
새로나온 책의 표지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하나의 책장님이 찍은 사진도 예쁩니다.
잘읽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2-25 00:12   좋아요 1 | URL
개정판 표지, 예쁘더라고요.
딱 ‘밤‘ 느낌이에요^^

새파랑 2021-12-07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쿠니 가오리 책 좋아하는데 이 책은 안읽어봤네요 ㅜㅜ 한 열편정도 읽은거 같은데 안읽은 책은 그보다 휠씬 많은듯 합니다 ㅎㅎ 그녀도 다작인거 같아요 😅

하나의책장 2021-12-25 00:11   좋아요 1 | URL
오, 새파랑님이 저보다 더 많이 읽으신 거 아닌가요? >.<
맞아요! 많은 소설을 내셨던데 전 아마 작품들 중 반은 읽었을까요ㅎ

페크pek0501 2021-12-08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짝반짝 빛나는>의 작가죠? 이 책으로 작가를 알았어요.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그런 대로 괜찮은 소설로 읽었어요. 웨하스 의자, 는 처음 보는데 표지가 멋지군요. 별점을 만점 주신 걸로 보아 좋은 작품인가 봅니다. ^^

하나의책장 2021-12-25 00:0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 작가님!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다 좋아하진 않아요^^;
좋아하는 작품도 있는 반면에 호불호 갈릴만한 작품들도 꽤 있거든요.
그런 작품들은 잘... 손이 안 가더라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