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만큼 아빠는 너를 사랑해, 『가시고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당신이 읽었던 소설 중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느꼈던 소설이 있습니까?

 

엄마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아빠 가시고기는 알을 낳고 떠난 엄마 가시고기를 대신하여 새끼들을 돌보고 결국 자신의 몸까지 내어준다.

자신의 몸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부성애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가시고기』다.

 

씩씩하고 밝은 다움이는 많이 아프다. 곧 3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오지만 2년 전부터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다움이는 학교에 여섯 달도 못 가봤다.

똑똑한 다움이는 알려주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빠가 다움이에게 무슨 병명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백혈병 환자들만 가득한 병실을 보고선 스스로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깨우쳤고 원무과에서 아빠를 부르는 일이 잦아진 것을 보고선 병원비가 밀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지 못해서.

그 또한 어린 시절 참 지독한 아픔이 있다. 외발이 되어 목발을 짚은 채 나타난 그의 아버지는 근처 여인숙에서 자장면을 먹고 소화제라며 알약을 건넸다.

쥐약이었다. 쥐들이 그 약을 먹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봤던 그는 아버지에게 기겁하며 먹지 않겠다고 저항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지폐 몇 장을 찔러놓고선 역전 파출소 앞까지 그를 데려갔다.

"애비로선 어쩔 수가 없구나. 어떡하든 네 힘으로 살아가거라."

그는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며 다움이를 보고있자니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를 진정으로 돕는 길은, 끝없는 투병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옛날 그의 아버지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다움이의 병세는 심각해졌고 결국 골수이식이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다.

다움이에겐 병실 친구인 성호가 있었는데 항상 부러웠다. 성호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엄마라는 존재를.

그러던 어느 날 성호는 거품을 물고 중환자실로 내려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 전 퇴원하면 놀이동산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말이다.

대신 성호 엄마는 다움이가 엄마라는 존재 다음으로 부러워했던 성호의 장난감인 해적선 레고를 꺼내며 성호가 갑자기 퇴원하는 바람에 인사도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레고를 건넸다. 다움이는 알고 있다. 성호가 먼 길을 떠났다는 것을.

다움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빠와 엄마가 크게 다툰 후 서로 헤어졌다는 사실을 다움이는 분명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 엄마가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여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그녀를 찾아갔다.

다움이 엄마는 초라한 행색의 남편을 보며 쏘아댔고 파이프를 문 한 사내를 남편이라 소개했다.

퇴원하기 전 아이와의 만남을 주선하려 했지만 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퇴원한 후 아이와 함께 차를 끌고 여행을 다니던 도중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 또한 아팠던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선 다움이와 잠시 노인의 집에 머무르며 노인을 따라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다움이는 지독한 병을 떨쳐낼 수 있을까? 내신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던 다움이는 과연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대개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 그 날에 끝나기 마련인데 이틀이나 걸렸다.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된 『가시고기』를 읽고선 정말 오랜만에 읽은 건데 그 때나 지금이나 눈물나기는 매 한 가지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숭고하고 숭고하다.

며칠 전에 철없는 부모들이 아기를 방치하여 죽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제목만 보고선 마음이 아파 일부러 보지 않아서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예전에는 국내 뉴스는 물론이고 CNN, BBC와 같은 국외 뉴스 그리고 국내 신문과 뉴욕 타임즈를 꼭 챙겨볼 정도였는데 지금은 잘 보지 못한다. 솔직히 일부러 안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나 저러나 세상에 추악한 사건, 사고들이 잠잠해지기는 커녕 잦아지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눈, 귀 닫고 살 수는 없기에 자세한 내용은 보지 않고 제목만 보게 된 것 같다.)

참, 그런 부모들을 보면 책임감 0.000001%도 없는 것 같은데 왜 귀한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여 힘들게, 고통스럽게 방치한건지 모르겠다.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이들은 정말이지 인성교육이 무조건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가시고기』 속 다움이 아빠일 것이다.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못해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내 목숨 바쳐도 아깝지 않은 귀한 나의 자식.

『가시고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다움이 아빠의 진한 부성애에 몰입되어 울컥할 것이다.

『가시고기』 마지막 부분까지 읽는 내내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모른다.

두 눈에 가득 담고 싶고 어루만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다움이를 씩씩하게 보내려는 아빠의 마음은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참 절절하다.

에필로그까지 읽고나니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여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예전에 어린이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아마 다큐 3일이었던 것 같다.

한 간호사가 그런 말을 했다. 어른들은 음주, 흡연 혹은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후천척으로 병을 얻는다지만 아이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그렇다.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있는 아픈 아이들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또 다른 간호사의 인터뷰 또한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백혈병을 큰 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아이들은 백혈병을 감기라 생각하며 무조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용기있고 씩씩하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아픈 아이들이 하루빨리 낫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기도해본다.

마지막으로, 다움이 아빠가 다움이의 침대 머리맡 벽에 볼펜으로 썼던 구절과 다움이 아빠가 후배인 진희에게 발병 사실을 알아차린 그 날 했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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