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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특별하게 배우지 않아도 '대화'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속담이다.
관용구를 많이 알아야 언어의 세계가 풍부해지기에, 우리는 언어를 배울 때 단어와 함께 관용구를 함께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영미권 관용구의 경우, 시험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학창시절부터 영단어와 함께 배우고 익히니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 관용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스칸디나비아 관용구를 두어 번 접한 적은 있지만 이에 관련하여 자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없었다.
그! 런! 데! 그런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알고 나면 재미있고 알고 있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이상하고 환상적인 스칸디나비아 명언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저자, 카타리나 몽네메리는 스웨덴 남부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그곳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카다멈빵을 먹으며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했다.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오랫동안 출판업에 종사했다. 영국에서 생활하며 스칸디나비아반도 인근 나라들의 문화가 매우 독특하고 유별나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최근 일부 국가에서 스웨덴 문화를 특이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스웨덴 친구는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 이에 대한 의문에 그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면 마음도 통할 것이라 믿는다.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언어라는 것을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다. 그녀는 2019년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돌아와 연인과 함께 말뫼에서 생활하고 있다.
역자, 안현모는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통번역을 전공했다. 익숙함과 낯섦이 포옹하듯 균형을 이루는 짜릿하면서도 안정적인 감각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일의 일상을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온 세상을 누비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며, 그 안의 사람들과 주고받는 모든 언어와 소통에서 소중한 희열을 느낀다.
♠ 작은 냄비에도 귀가 달렸잖아 Even small pots have ears
이렇게 보면 무슨 뜻인지 상상이 가는가?
아마 이 문장을 보면 단박에 눈치챌 것이다.
Walls have ears!
벽에도 귀가 있다라는 관용구가 있듯이, 스웨덴에도 비슷한 숙어가 있는데 바로 '작은 냄비에도 귀가 달렸잖아!'이다.
(참고로 스웨덴에서는 조리용 냄비 손잡이를 '귀'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아이들이 가까이에 있으니 특히나 대화를 조심하자는 뜻에서 사용되고 있다.
집에 있을 때, 영화를 하루종일 틀어놓는 편이다. 보는 것이 아닌 듣는 용으로.
마침 Disney의 Sleeping Beauty를 듣고 있었는데 Flora, Fauna, Merryweather의 대화 중에 이 문장이 나와서 그대로 옮겨봤다.
Fauna: Well, perhaps if we reason with her.
Flora: Reason?
Merryweather: With Maleficent?
Fauna: Well, she can't be all bad.
Flora: Oh, yes, she can!
Merryweather: Ooh, I'd like to turn her into a fat, old hoptoad.
Fauna: Now, dear, that isn't a very nice thing to say.
Flora: Besides, we can't. You know our magic doensn't work that way.
Fauna: It can only do good, dear, to bring joy and happiness.
Merryweather: Well, that would make me happy.
Flora: But there must be some way.
Flora: There is!
Fauna·Merryweather: There is?
Merryweather: What is it, Flora?
Flora: I'm going to-
Flora: Shh, shh, shh, shh, shh!
Flora: Even walls have ears.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를 우리는 Walls have ears!로도 활용할 수 있다.
어른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아이들이 가까이에 있다면 스칸디나비아식 관용구도 사용해보자.
Even small pots have ears!
♠ 늪지의 부엉이로군 Owls in the bog
부엉이는 역사적으로 지혜, 지성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 부엉이가 늪지에 빠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덴마크에서는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Owls in the bog로 표현한다.
♠ 간에서 곧바로 말하자면 Talk straight from the liver
스칸디나비아인들은 대부분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다.
굳이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노르웨이 사람일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Talk straight from the liver이다.
간이 신체의 느낌과 감정의 중추라고 믿었던 시절에서 유래하여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 골짜기에 무민이 없네 Not all the Moomins are in the valley
무민을 보고 있으면 그저 사랑스럽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무민과 관련된 동화책들은 당연히 하나의 책장에 꽂혀져 있고 무민과 관련된 프로모션이 나오면 꼭 챙겼을 정도로 무민이 너무 좋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캐릭터 무민!
핀란드 문화와 디자인의 필수 아이콘이니 관련 관용구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 머릿속에 바로 입력했다.
Not all the Moomins are in the valley
무민들이 무민 골짜기에 없다?
무민이 무민 골짜기에 없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멀쩡히 보고 들었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The lights are on, but nobody's home과 같은 맥락이다.
♠ 자전거 타러 나온 Out cycling
In Copenhagen the re are more than half a million bicycle owners.
Were everyone to be 'out cycling' on the streets at once, it would be utter chaos.
'Out cycling' therefore suggests someone is completely bonkers.
One can only guess how many thousands of people survive the morning commute through sheer luck alone.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중 자전거를 소유하는 사람들만 해도 50만이 넘는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러 다 나왔다고 하는 것은 결국 극심한 혼돈을 초래하지 않겠는가?
'자전거 타러 나온'은 단단히 미쳤음을 의미해 사람에게 수식어로 붙여서 사용하곤 한다.
♠ 얼음 위에 소가 없다 할지라도 No cow on the ice
아주 오래 전,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소들이 1년 내내 자유롭게 들판을 배회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소에게 물을 먹일 때는 강가로 몰았었는데, 겨울에는 농부들이 소들을 위해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뚫어 물을 마시게끔 해놨다고 한다.
그런데 간혹 얼음의 두께가 너무 얇아 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깨져버렸었는데 그렇다해도 난리피울 정도는 아니였었다.
소의 엉덩이와 뒷다리가 단단한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한, 꼬리를 힘껏 잡아당기면 충분히 물가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빗대어 No cow on the ice는 누군가를 진정시키려고 할 때 긴장풀고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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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 모임이 있던 어느 날이었다.
어른들은 아직이고 나와 동생, 사촌동생은 진즉 밥을 다 먹고선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모부가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준다고 하셔서 식당을 나왔었다.
편의점으로 가는 길, 식당 바로 옆에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시곤 책 하나씩 사줄테니 골라보라는 말에 신이 나서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동생과 사촌동생은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책으로 고르고 있던 중, 알록달록한 표지에 '속담'이라는 단어가 단박에 눈에 띄어 난 그 책을 단숨에 집어들었었다.
여담이지만, 그 책을 고른 내게 고모부는 책 읽는 걸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그러자 나는 노는 것보다 책 읽는 게 더 좋아요라고 답했었고 그 날 이후 고모부는 위인전 세트를 사주셨었다. 그 때, 받았던 위인전은 물론 속담책까지 아직 보관하고 있다.
아무튼 집에 가자마자 속담책을 펼쳐 한 장, 한 장씩 읽어보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별 말 아닌 것 같은데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었던 것 같다.
첫 시작이 '재미와 신비로움'이였으니 내게 관용구는 지금까지도 재미와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상을 휩쓸고 다녔을 때, 함께 했던 큰 조력자가 있었으니 바로 샤론최 통역가였다.
샤론최 통역가의 통역한 영상들을 보면 적절한 관용구를 활용해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관용구를 알면 알수록 언어의 내공이 한층 더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휘게, 라곰 - 이미 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우리에게는 익숙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이다.
「The prince and me」라는 영화에서도 덴마크 왕자인 에디에게 덴마크를 상징하는 것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I don't know anyone from Denmark.
I've never heard of anyone from there.
Have you?
Yeah, sure. Eddie?
Kierkegaard, Niels Bohr, Hans Christian Andersen.
Wow.
Hans Christian Andersen? Hans Christian Andersen?
Lars Ulrich.
From Metallica?
From Metallica.
Get out.
OK.
And Helena Christensen.
Whoa, whoa, wait a second.
The Victoria's Secret model?
Yes.
OK.
That's gotta be the coolest country in the world now.
You should be a superpower.
덴마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인어공주, 레고 블록부터 핀란드의 산타 할아버지와 무민, 스웨덴의 이케아, 노르웨이의 겨울왕국 그리고 아이슬란드까지.
저자의 말처럼 생각해보면 스칸디나비아와 관련하여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을 이미 접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가봤으면 하는 여행지이기에 그 나라의 문화를 살펴보는 것 중 하나가 언어만한 것이 없어 이렇게 책을 펼치게 되었다.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스칸디나비아 관용구를 두어 번 접한 적은 있지만 영미권 관용구는 둘째치고 북유럽에 가지 않는 이상 이에 관련하여 자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없었다.
이미 두번 읽었긴 했지만 요즘은 잠자기 전에 몇 페이지씩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하고 있다.
책 본문 옆에는 그림과 함께 조그마한 글씨로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덩달아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다.
이상하고 환상적인 스칸디나비아 명언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지금, 외국 문화와 언어에 관심있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몇 권 더 구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