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차례 죽음과 마주친다.

하지만 나무가 얼어 죽거나 풀을 뽑으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진 않는다. 반면 도로 위에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보면 죽음이 떠오르고, 안타까움이 인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은 잠깐일 뿐, 자동차가 도로 위를 지나가듯 그 감정도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한 번이라도 쓰다듬었거나, 먹이를 주었던 상대의 죽음은 허전함을 넘어 슬픔의 감정이 솟구친다. 만약 그 상대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훨씬 커진다. 


이렇게 죽음 앞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식물과 동물, 사람의 차이는 아무래도 유전자적 유사성의 정도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와 가까운 상대에게 감정의 변화도 커지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유전자의 닮은 비율이 비슷한 경우에도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동물이 죽었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고양이의 경우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보다는 지나치며 자주 보았던, 먹이라도 한 번 주었던 고양이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그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차이를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정情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정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정이 넘치는 사람도 있고, 정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여하튼 우린 서로 정을 주고받는다. 정을 더 많이 주는 대상이 있기도 하고, 정을 많이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주고받기는 하지만 정은 좀처럼 계산되지 않는다. 딱 이만큼 만 정을 주어야지, 또는 받은 만큼만 주어야지 같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간혹 정에 휘둘리기도 한다. 이렇게 통제되지 않는 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휘둘리지 않는 선에서 풍성하면 좋겠다. 죽음 앞에 너무나 무덤덤해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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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월 9일 맑음 영하 7도~10도


입춘이 지났지만 땅 속은 아직 꽁꽁입니다. 한낮의 온도가 10도에 육박했지만, 땅 속 언 곳을 녹이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농사를 지을 땅의 상태를 아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물을 심기 전 꼭 토양검정을 합니다. 이를 통해 시비처방서를 받는데요, 흙 속에 작물이 필요한 것 중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냥 감으로 하는 농사가 아니라 과학적 농사를 위한 필수선행작업입니다.




토양시비처방서를 받기 위해 토양을 떠서 농업기술센터에 맡겨야 하는데, 땅 속이 얼어 '곡괭이'를 동원했습니다.^^; 마치 흙이 타임머신을 타고 흙이 되기 전 상태인 돌로 다시 돌아간 듯합니다.^---^ 흙이 녹기 시작하면 이곳저곳에서 토양검정을 맡기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일이 밀리면서 시비처방서가 늦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곡괭이질에 몸은 조금 고달퍼도 조금 서둘러 봤습니다. 밭의 3~5군데에서 겉흙을 살짝 벗겨내고 20cm 깊이까지 흙을 파내어 섞어주었는데, 흙이 얼음덩어리 같아서 녹인 후에 농업기술센터에 맡겨야 할 듯 싶네요. ^^ 그동안 유기물 함량이 많이 늘어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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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순. 입춘이 지나면서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영하로 차갑지만, 낮엔 영상 5도 이상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한낮의 따듯한 햇볕의 영향인지 둑방엔 벌써 갯버들이 꿈틀댄다. 



다양한 풀과 나무들이 어떤 조건만 맞는다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각자의 DNA에 새겨진 정보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일테다. 앞으로 추위가 완전히 가신 것인지, 혹독한 꽃샘추위가 올 것인지와 상관없이 지금까지의 축적된 정보가 조건에 들어맞는다면 작동하는 것이다. 


뚝방의 갯버들이 꿈틀대는 시간, 조금 떨어진 비닐하우스의 자동개폐기가 측창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또한 하우스 안의 온도가 정해 놓은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문을 열고 닫아 환경을 제어(적응)하도록 프로그래밍 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가 자연의 스스로 그러함이 기계의 프로그램 마냥 움직이는 것 같아 기계론적 사고로 보여 주저하게 되지만, 실상이 그러하다. 


우리 또한 어떤 조건에서 갑자기 욱! 하거나 웃!거나 슬퍼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데, 잠깐 생각해보면 이 또한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부분은 DNA 즉 그야말로 본능적일 것이며, 어떤 부분은 습관(불교적 표현으로는 업, 까르마가 되지 않을까)으로 인한 것이리라.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감정이 요동칠 때는 잠깐 그 순간을 고요히 드러다보고, 그것을 밖으로 그대로 표현해도 괜찮을지를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가 다가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러니 쉽진 않겠지만, 또한 단번에 되지도 않겠지만, 감정이 요동칠 땐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다. 꽃샘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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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월 5일 맑음 영하 9도~영상 6도


올 겨울은 영하 20도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날이 많았다. 겨울이 이렇게 추우면 이듬해 농사에서 병해충이 줄어든다고들 한다. 벌레들이 겨울을 나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입춘이 지나자 날씨도 점차 봄기운이 서려 있는듯하다. 오후에는 햇살이 내비칠 때면 제법 따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블루베리 가지에는 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지치기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가지마다 움을 트기 시작한 눈을 모두 키우기 위해 양분을 소모하는 것을 막고, 양질의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선 꼭 해야만 하는 작업이다. 작게 자란 잎가지나 아래로 처진 것, 복잡하게 얽힌 것 등을 잘라준다. 블루베리 1주의 가지치기를 하는데 대략 10분 정도 걸리는 듯하다. 오후 날이 따듯한 2시간 정도만 가지치기를 했다. 이렇게 해 간다면 열흘 정도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에만 해야 하니 대략 한달이 더 걸릴 것 같다. 날이 더 풀리면 하루 네 다섯시간은 해야 3월 초까지는 마무리 할 수 있을 성 싶다.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올해도 갈색날개매미충이 산란한 가지들이 간혹 보인다. 유독 추웠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월동을 하고 버텨낸 것들이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가지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련지 걱정이다. 


올해는 3월초 쯤 유황을 뿌려 초기 방제를 해 볼 심산이다. 다른 해와 달리 잎이 나기 전 유황으로 방제를 함으로써 벌레 피해가 줄어들지 살펴볼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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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릴러 / 118분 / 감독 안태진 / 출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 15세 관람가


인조와 소현세자 간의 갈등과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 소위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여 만든 팩션영화다. 인조로 나오는 유해진의 살벌한 연기와 위기에 처한 맹인을 연기한 류준열의 아슬한 연기가 빛을 발하고, 소현세자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의 반전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소현세자가 청에 인질로 잡혔다 영구귀국한지 불과 석달도 못 되어 학질로 죽는다. 죽기 전 이틀간 침을 맞았다. 소현세자를 담당한 의원은 이형익으로 인조의 애첩 조소용의 친정에 출입하던 자로, 3개월 전 특별채용되었다. 세자의 죽은 몸을 본 이세완은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와 얼굴 반을 덮어놓은 상태이고 얼굴빛이 검었다고 말한다. 독살을 의심한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부분을 중심으로 소현세자가 죽게 된 과정을 상상한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 속에서는 이형익이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가진 천경수를 발탁해 궁으로 데려온다. 주맹증의 특성이 영화의 묘미를 불러오고, 제목 또한 그래서 [올빼미]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소현세자가 왕이 될 것을 견제하는 인조와 그의 첩 조소용, 그리고 어의 이형익은 영화 속에서 함께 소현세자를 죽이는데 모의하고 이를 실행한다. 하지만 이형익이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독침을 미처 한 개 뽑지 못하고, 천경수가 이를 발견해 보관한다. 그리고 세자빈에게 편지를 통해 범인과 그 증거물을 넘긴다. 세자빈은 인조와 첩, 어의가 있는 방을 찾아가 물증인 독침을 내보이며 세자를 죽인 범인을 밝혀달라 간청한다. 이때 정말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인조의 독백에 가까운 말 "칠칠치 못한 놈"을 듣는 천경수가 범인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세자빈에게 목격자가 누구인지를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범인이 밝혀지는 반전과 함께 목격자가 밝혀지지 않아야 하는 급박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기존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한 컷을 꼽으라면 단연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강렬한 한 씬이었다. 뒤이어 목격자이지만 범인으로 몰린 천경수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지 궁금케 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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