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순. 입춘이 지나면서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영하로 차갑지만, 낮엔 영상 5도 이상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한낮의 따듯한 햇볕의 영향인지 둑방엔 벌써 갯버들이 꿈틀댄다.
다양한 풀과 나무들이 어떤 조건만 맞는다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각자의 DNA에 새겨진 정보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일테다. 앞으로 추위가 완전히 가신 것인지, 혹독한 꽃샘추위가 올 것인지와 상관없이 지금까지의 축적된 정보가 조건에 들어맞는다면 작동하는 것이다.
뚝방의 갯버들이 꿈틀대는 시간, 조금 떨어진 비닐하우스의 자동개폐기가 측창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또한 하우스 안의 온도가 정해 놓은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문을 열고 닫아 환경을 제어(적응)하도록 프로그래밍 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가 자연의 스스로 그러함이 기계의 프로그램 마냥 움직이는 것 같아 기계론적 사고로 보여 주저하게 되지만, 실상이 그러하다.
우리 또한 어떤 조건에서 갑자기 욱! 하거나 웃!거나 슬퍼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데, 잠깐 생각해보면 이 또한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부분은 DNA 즉 그야말로 본능적일 것이며, 어떤 부분은 습관(불교적 표현으로는 업, 까르마가 되지 않을까)으로 인한 것이리라.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감정이 요동칠 때는 잠깐 그 순간을 고요히 드러다보고, 그것을 밖으로 그대로 표현해도 괜찮을지를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가 다가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러니 쉽진 않겠지만, 또한 단번에 되지도 않겠지만, 감정이 요동칠 땐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다. 꽃샘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