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스릴러 영화. 24.10.16 개봉, 91분. 넷플릭스 시청 가능. 2009년 발간된 다카노 가즈아키 동명 소설 원작. 이 소설에서는 5개의 단편이 묶여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영화화한 것이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2001년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2012년 <제노사이드>로 일본서점 대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13계단> <제노사이드>를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원작이 된 단편집은 아직 읽지 못했다. 운명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영화는 이렇다 할 감동을 주지 못해 아쉽다. 6시간 후 죽는다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조차 힘을 잃고 만다. 5점/10점 ★★☆

 

2. 서른 살 생일을 하루 앞둔 정윤은 길에서 낯선 남자를 만난다. 준우라는 이 남자는 다짜고짜 "6시간 후 당신이 죽는다"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인다. 미친 사람의 소리라고 치부하고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이동하지만, 준우라는 남자의 또다른 예언처럼 약속은 어긋나고 만다. 다시 만나게 된 정윤에게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지에 대해 자초지종을 듣지만 쉽사리 믿지 못한다. 그래서 준우의 말처럼 자신을 죽일 것 같은 사람을 찾아, 즉 범인이 될 사람을 찾아 운명에 적극적으로 맞서기로 한다. 과연 정윤은 예고된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 예지력이라는 초능력과 살인이라는 범죄물의 만남. 초능력을 전제로 미래 예정된 사건의 범인을 쫓는 재미가 영화의 주된 초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정된 등장 인물과 예초 범인이라 여겼던 인물의 또다른 모습이 영화 중반 보여지면서 범인과 사건에 대한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왜 이 사건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추측까지도 가능할 정도다. 원작에서조차 이렇게 사건이 전개되는지 궁금하다.


4. 그럼에도 질문을 해 본다. 만약 6시간 후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라면 나는 어떻게 삶을 마무리 지을 것인가. '왜 나를 죽이는거야?'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범인을 잡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 보다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사랑해" "고마워"를 전하는 길을 택하지 않을까. 그러니 죽음 앞에서 그러지 말고 평소 이런 말을 많이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영화적 재미는 희미하지만, 영화와 상관없이 한 번쯤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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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공각기동대SAC2045>. 2020년 시즌 1 12화, 2022년 시즌2 12화 완결. 3D 애니메이션. 1편의 애매한 액션을 참고 넘기면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보다 정교해진 액션이 23편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24편 마무리는 너무 무책임하다. 그럼에도 22개 편의 재미에 흠뻑 빠질만하다. SF의 주된 관점 중 하나는 이 세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 인간 없는 세상은 평화로울까. 인간이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게 각성하기를 바라본다. 8점/10점 


2. 2002년 개봉한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원조(?)는 나라는 자아가 기억 덩어리라는 깨우침을 주었다. 어떤 철학적, 인문학적 책 보다도 강렬하게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었다. 나라는 것이 어떤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지닌 존재라기 보다는 쌓이고 쌓인 기억들의 총합임을 실감케 한 것이다.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된 A가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실제 자신이 행했던 것들의 총합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의 총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 A가 생각하는 A와 타인이 생각하는 A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타인이 A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해도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의 A를 저버릴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언제든 변형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변하는 나 A란 있을 수 없게 된다. <공각기동대>는 개인적으로 기억으로서의 나에 대한 벼락같은 꺠우침이었다.   


3.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은 사이보그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이다. 미래의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에서 타인의 기억(생각)을 조작하고 변형시키는 해커 <인형사>를 제거하기 위해 공안 9과가 만들어지고, 임무에 뛰어든다. 

20년이 지나 새롭게 만들어진 <공각기동대SAC2045>는 해체되었던 공안 9과가 다시 만들어지고, '포스트 휴먼'이라는 존재를 찾아 범죄를 막는 이야기다. 인물은 동일하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4. 미래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에선 '전뇌화'가 가능하다. 나의 뇌를 정보화 시켜 전산시스템과 연결해서 초인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신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몸뚱아리도 의체화가 가능하다. 쿠사나기 소령은 전뇌화 된 사이보그이자 의체화된 용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뇌화를 넘어서 슈퍼컴퓨터의 역량을 지닌 개체가 나타난다. 이들은 순식간에 총알의 궤적을 계산해서 피할 정도의 슈퍼맨들로 '포스트 휴먼'이라 불린다. 공안 9과는 '포스트 휴먼'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 


5.<공각기동대SAC2045>는 3D 애니메이션으로 1화에서는 다소 3D 웹 애니메이션이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차음 이 작화에 익숙해지면 정밀한 액션신에 감탄하게 된다. 배경 또한 뭉뚱그려진 표현이 없이 세밀해서 그야말로 볼 맛이 난다. 총격신은 물론이거니와 오토바이와 차량 추격신 등 액션장면이 눈에 띈다. 핵잠수함을 비롯해 다양한 무기 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재미이다. 


@@@@ 스포일러 주의

6.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일례로 공상과학에서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 AI에게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라'고 명령하면 AI는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는 상상. 만약 AI가 이런 행동에 나선다면 인류는 AI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SAC2045>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23편까지 차곡차곡 쌓아간다. 23편 마지막 부분의 장면은 눈물이 나올 것 마냥 아련하고 슬플 정도다. 그런데 마지막 편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의 결말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의 결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열린 결말로 끝을 맺어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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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애니메이션 <아인>은 2016년 작품이다.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 이제서야 작품을 접했지만, 방금 갓 방영된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작화가 뛰어나다. 특히 총격신을 비롯한 액션 장면은 정말 실감난다. 이 장면 그대로 실사로 옮긴다해도 될 만큼 사실적이면서도 흥분을 자아낸다. 다만 인물들이 걸어가는 모습은 다소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있다. 9점/10점 


2. 고등학생인 나가이 케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 열공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정하고, 감정적인 것을 멀리하고 차갑고 논리적인 사고를 중시한다. 그러다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죽었다가 멀쩡하게 다시 살아난다. 항간에 알려진 죽지 않는 존재, 다시 부활하는 존재 아인이었다. 일본에서 발견된 세번째 사례다. 나가이는 자신이 실험실에 끌려가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공권력으로부터 도망을 친다. 그의 도주는 어떤 결말에 이를까.


3. 애니메이션 <아인>에서는 아인이라는 존재를 상업적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죽었다 다시 살아난다는 성질을 이용해 각종 위험한 실험에 피험체로 쓰는 것이다. 생화학 무기나 살인 무기를 비롯해 의약품의 임상 실험 등등, 차마 인간에게는 하지 못하는 적용 실험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 댄다. 정부는 기업체와 함께 이 사실을 숨기고, 돈벌이에 혈안이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말은 아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아인을 인간으로 분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4.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대부분 수단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또는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말 속엔 이미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을 때 목적으로 대하라는 것이지 일(노동) 대 일(노동)로 만났을 때는 수단으로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인이 이용되어지는 모습은 수단으로 대해지는 극단적인 모습일 것이다. 목적으로 대해지는 순간은 찰나조차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인권을 단순하게 수단과 목적으로 분류해 나눌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삶이 평생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면 그 속에 인권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론 목적으로서 대해진다 하더라도 생명을 해하거나, 폭력이 동원되어진다면 그 속에도 인권은 없을 것이다. 목적을 잃지 않는 수단, 그 속에 인간이라는 가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5. 한편 사토라는 아인은 아인의 인권을 위해 테러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아인을 실험체로 사용해 왔던 것을 폭로하고 아인의 자치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보낸다. 아인을 수단으로 여기로 함부로 대했던 정재계 고위 인물의 명단 15명을 공표, 이들을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실제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사토의 목적은 아인의 인권 수호가 아니라, 재미다. 죽고 죽이는 전투, 전쟁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반면 사토의 테러는 나가이가 그토록 원하는 평범한, 또는 조용한 삶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간 대 아인의 대결은 사토 대 나가이의 대결로 바뀐다. 


6. 사토의 테러에 동참했던 아인들은 점차 사토의 테러가 도를 지나치고, 그 목적을 도외시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들은 사토의 명령을 거부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그 중 일부는 사토를 배반하는 것이 곧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알고도 반대편인 나가이를 돕는다. 이런 모습은 우리의 지금 현실과 겹쳐 보인다. 항상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보고 캐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저 주어진 대로, 명령 받은 대로 맹목적으로 실행하다간 자칫 목적으로서의 삶이 아닌 수단으로서의 삶을 자처할 수 있다. 우리가 목적을 잃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맹목적이기 보다 항상 선택의 경우를 만들고,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이 목적으로서의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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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베테랑2> 2024.9.13일 개봉. 액션. 황정민, 정해인 주연. 전편 뛰어넘는 속편은 찾아보기 힘들다. 웃음도 줄고 액션의 짜릿함도 줄고. 7점/10점 ★☆


2.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는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법정에서 가벼운 처벌만을 받은 이들에게 가해지는 사적 복수의 형태다. 출옥을 앞 둔 범죄자 전석우(정만식)가 다음 목표가 되고 수사대는 그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 과정에서 무술에 뛰어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를 수사대로 데려온다. 수사대는 전석우를 지켜내고 연쇄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3. 영화 <베테랑> 1편은 알콩달콩한 코믹 액션과 과감한 액션이라는 두 모습의 액션을 선보이고, 재벌가의 갑질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통쾌한 결말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다'라는 판타지(?)적 쾌감까지 안겼다. 여기에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까지. 이 덕분에 1300만 관객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4. 9년 만에 나온 후편 <베테랑>2편에 대한 관심은 적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정해인이라는 새로운 인기 배우가 추가되었으니, 기대치가 클 수밖에. 하지만 관객은 예상만큼 반응하지 않았다. 1편의 절반 수준인 7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물론 지난해 이 정도의 관객을 모은 영화 또한 흔치 않았으니,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5. 1편은 서도철 형사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대결구도가 영화를 이끌고 갔다면 2편은 베일에 싸인 '해치'라는 존재를 밝혀내는 구조가 중심이다. '해치'가 누구인지가 드러나는 장면은 일종에 반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대결 구도를 통한 통쾌한 정의의 승리라는 쾌감 대신 택한 스릴러의 형식이 관객들에겐 조금 덜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보인다. 


6. 코믹 액션도 알콩달콩함은 사라지고, 헛발질의 헛웃음 유발만이 조금 보인다. 액션은 크게 남산의 계단 구르는 장면과 비 내리는 건물 옥상에서 펼쳐지는 미끄럼 액션 두 가지로 볼 수 있을텐데, 촬영은 엄청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은 가지만, 실제 눈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만큼 화려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 이번 <베테랑>2편은 '살인에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느냐?"라는 서도철의 외침이 주된 테마라 할 수 있겠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가 생성되고, 이 중엔 가짜 뉴스 범벅에 사적 복수를 부추기는 것이 정의인 양 주장하는 위험천만한 것들도 많다. 이런 내용들은 감정을 자극해 쉽게 동조할 위험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극단적 콘텐츠로 인한 사회 분열과 증오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8.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구약성경과 함무라비 법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동태복수법'의 원칙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엄격한 정의의 방법으로서, 눈을 해한 상대에게 눈 이상의 것을 해하는 것을 막는, 즉 복수의 제한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베테랑>2편에서의 해치는 이런 동태복수법으로 범죄자를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적 복수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동태복수법이 갖고 있는 적절한 처벌, 즉 죄에 맞는 합당한 처벌과 정의의 구현을 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실현하고 있다. 이는 사적 복수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렇기에 살인에 살인으로 보복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서도철이 좋은 살인과 나쁜 살인이 따로 있느냐고 외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9. <베테랑>2는 어찌보면 법치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헌법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도철의 외침이 더욱 귀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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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2-06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편의 후광이 없었다면 750만은 꿈도 못 꿀 졸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 영화 <보고타>는 24.12.31일 개봉. 15세 이상. 범죄, 드라마. 107분. 송중기가 주연으로 나왔지만 관객 50만도 채우지 못하고 OTT로. 너무나도 강렬한 현실 탓에 영화도 힘을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악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생계형 악당을 사랑하기는 힘들다. 6점/10점 


2. 1997년 IMF로 생존이 어려워진 사람들. 국희(송중기)의 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생계를 위해 콜롬비아로 떠난다. 미국으로 가기 위한 중간역쯤으로 생각하고 베트남 파병 시절 전우(박 병장)가 자리잡은 보고타로 가서 도움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이주 첫날부터 절도를 당한다. 박 병장은 한인상인회 회장으로 밀수를 통해 이권을 취해왔다. 일자리는 아버지 대신 국희에게 주어지고, 국희는 성실함과 끈기로 박 병장의 마음에 들게 된다. 밀수일에 뛰어든 국희는 대우에서 콜롬비아로 보낸 주재원이지만 역시 IMF로 일자리를 잃고 박 병장의 밀수를 돕던 수영에게도 호감을 산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콜롬비아에서 서로를 믿을 수 없는 한인상인회 무리속에서 국희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3. <보고타>는 콜롬비아로 이민 간 가족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 <국제시장>의 파독 광부나 간호원 등의 이민사처럼 역사 속 개인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국희라는 인물이 평범한 노동자에서 한인상인회 회장으로 성장해가는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언뜻 <대부>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생존과 꿈을 위해서라면 탈법도 청부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인(?)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런 한 인간의 변해가는 모습 그 자체를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겐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악인으로 변해간 국희에 대해 동정을 품고 싶거나 비난을 쏟아내고 싶은 이들에겐 다소 밋밋한 영화일 수 있겠다. 


4. '커피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는 국희처럼 콜롬비아를 잘 모르고 있는 이들에겐 간혹 비쳐지는 콜롬비아의 풍경이나 2000년 전후의 변화가 살짝 보여져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이국적 모습이 영화의 주가 아니라 한인상인회 속에서 국희가 어떻게 변해가고 성장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주 이야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5. '앗싸라비아 콜롬비아' 처럼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일지도 모르는 곳. 국희는 이곳에서 희망을 키운다. 1구역에서 6구역까지 뚜렷한 경제적 계급으로 나뉜 거처. 국희는 6구역에서 살아가고픈 꿈이 있다. 그 길을 위해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커 가는 모습에 박 병장은 "상당혀"라는 칭찬(?) 또는 비아냥을 내뱉는다. 상인회라는 조직으로 뭉쳤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이나 법도 저버리는 사람들. 악인이 되지 않고서는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6. 국희는 나쁜 사람이어서 당연히 악인이 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는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 지금 대한민국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때 선한 사람이 될까, 악당이 될까. 영화 <보고타>를 보고 나니 이 한 가지를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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