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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보고타>는 24.12.31일 개봉. 15세 이상. 범죄, 드라마. 107분. 송중기가 주연으로 나왔지만 관객 50만도 채우지 못하고 OTT로. 너무나도 강렬한 현실 탓에 영화도 힘을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악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생계형 악당을 사랑하기는 힘들다. 6점/10점 ★★★
2. 1997년 IMF로 생존이 어려워진 사람들. 국희(송중기)의 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생계를 위해 콜롬비아로 떠난다. 미국으로 가기 위한 중간역쯤으로 생각하고 베트남 파병 시절 전우(박 병장)가 자리잡은 보고타로 가서 도움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이주 첫날부터 절도를 당한다. 박 병장은 한인상인회 회장으로 밀수를 통해 이권을 취해왔다. 일자리는 아버지 대신 국희에게 주어지고, 국희는 성실함과 끈기로 박 병장의 마음에 들게 된다. 밀수일에 뛰어든 국희는 대우에서 콜롬비아로 보낸 주재원이지만 역시 IMF로 일자리를 잃고 박 병장의 밀수를 돕던 수영에게도 호감을 산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콜롬비아에서 서로를 믿을 수 없는 한인상인회 무리속에서 국희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3. <보고타>는 콜롬비아로 이민 간 가족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 <국제시장>의 파독 광부나 간호원 등의 이민사처럼 역사 속 개인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국희라는 인물이 평범한 노동자에서 한인상인회 회장으로 성장해가는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언뜻 <대부>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생존과 꿈을 위해서라면 탈법도 청부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인(?)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런 한 인간의 변해가는 모습 그 자체를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겐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악인으로 변해간 국희에 대해 동정을 품고 싶거나 비난을 쏟아내고 싶은 이들에겐 다소 밋밋한 영화일 수 있겠다.
4. '커피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는 국희처럼 콜롬비아를 잘 모르고 있는 이들에겐 간혹 비쳐지는 콜롬비아의 풍경이나 2000년 전후의 변화가 살짝 보여져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이국적 모습이 영화의 주가 아니라 한인상인회 속에서 국희가 어떻게 변해가고 성장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주 이야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5. '앗싸라비아 콜롬비아' 처럼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일지도 모르는 곳. 국희는 이곳에서 희망을 키운다. 1구역에서 6구역까지 뚜렷한 경제적 계급으로 나뉜 거처. 국희는 6구역에서 살아가고픈 꿈이 있다. 그 길을 위해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커 가는 모습에 박 병장은 "상당혀"라는 칭찬(?) 또는 비아냥을 내뱉는다. 상인회라는 조직으로 뭉쳤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이나 법도 저버리는 사람들. 악인이 되지 않고서는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6. 국희는 나쁜 사람이어서 당연히 악인이 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는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 지금 대한민국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때 선한 사람이 될까, 악당이 될까. 영화 <보고타>를 보고 나니 이 한 가지를 묻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