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3., 10 맑음


오늘 아침은 일이 엉키면서 짬을 낼 시간이 없을 듯했다. 아이고~ 또 이런 핑계로 달리기를 쉬려 하나? 고작 10여 분인데? 안되겠다. 당장 달리러 가자!



오늘은 2.2키로미터를 목표로 뛰었다. 마음이 급해서인가? 왠지 발걸음이 빨라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이다 보니 아직도 영하인 날씨에 손이 매우 춥다. 한 손 씩 번갈아 가며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달렸다. 그래서일까. 손을 흔드는 것이 줄어든 영향인지 어깨 통증이 훨씬 덜 했다. 그렇다고 해서 통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달리는 조금은 좋아보이지 않는 방식임에도 그럭저럭 잘 달렸다. 초반 50미터 까지는 호흡을 고르게 하지 못하다가 500미터를 넘어서면서 어제와 같이 조금 짧게 호흡을 유지했다. 1.5 키로미터를 넘어서자 몸이 예열된 덕분인지 속도가 더 나는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키로미터 당 5분 30초 벽을 깨고 5분 23초를 기록했다. 마음이 급한 영향도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보다 더 빨리 뛰는 건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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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따지는 것은 인간 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효율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듯하다. 인간 개체를 구성하면서 몸무게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에너지의 20%를 쓰다보니,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세운다. 그 중 하나는 생존과 관련된 일이 아닐 경우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 뇌의 이런 효율성이 현대인의 비만을 가져오는 아이러니가 됐다. 


꽃도 효율성 측면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자들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꿀벌의 날갯소리를 들으면 꽃이 꿀을 20% 정도 더 달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더 달콤한 꿀을 하루 24시간 내놓으면 될 성 싶지만, 일단 그러기 위해선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야만 하고, 이렇게 더 단 꿀은 다른 벌레들을 유인하면서 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기에 벌의 날갯소리에 반응해서 그때만 20% 더 달콤한 꿀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라고 해서 효율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 카인드]라는 책에서는 진화가 결코 적자생존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들고 있는 예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자연은 적자가 아니라,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품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으로 읽혀진다.



3월 초 이맘 때는 중부지역에선 아직 꽃을 찾아볼 수 없다. 겨울을 난 꿀벌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할 때인데, 꽃이 없을 때 뭘 먹을지 궁금하다. 양봉을 하는 이들은 먹이가 없을 때 설탕물을 먹이로 제공하지만, 일반 벌들은 어떻게 지금의 시기를 이겨낼까. 여전히 벌집 안에 머무르는 것을 택할까. 만약 집 안에 겨울을 나며 먹을 꿀이 다 떨어졌다면.... 


꿀벌들이 발효가 된 달짝지근한 쌀겨 냄새를 맡고 날아왔다. 수 십 마리가 윙 윙 대니 정말 봄이 찾아온 것 같다. 이 꿀벌들은 과연 꽃보다 더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효율성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그저 먹을 거리가 생겨났다는 흥분으로 찾아온 것일까. 문득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뇌의 지시에 홀딱 넘어가는 몸뚱아리와 올 봄 처음으로 마주한 꿀벌을 보며 효율적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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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8 맑음


루틴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루틴이란 어떤 망설임도 없이 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엔 여건이 녹록치 않아  평소 뛰던 시간에 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뛰어야겠다는 다짐이 약해져 간다. 피곤한데 그냥 쉴까.... 마음 한 편의 작은 악마가 날뛴다. 쉴까. 쉴까. 쉴까. 생각할수록 악마는 그 덩치를 키워간다. 에잇! 이럴 땐 생각을 멈추는 게 약이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엄청 무겁다. 이렇게 뛰면 속도가 많이 줄어들 듯하다. 중력의 힘을 거스르고 발을 떼고 또 뗀다. 200미터 쯤 달리다보니 조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러고보니 오늘 호흡은 지난번보다 짧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호흡의 길이가 자동적으로 줄어들었다. 뛰는데 좋은 것인지는 나중에 결과로 확인해보고....


1키로미터 쯤 나타나던 어깨통증은 1.2키로미터 정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증의 강도는 약해졌다. 정말 극심하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아팠던 어깨가 극심 까지는 아니고 꽤 아픈 정도다. 통증으로 뛰는 게 불편했을 정도였는데, 이젠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럭저럭 참고 달릴 만한 것이다. 


오늘은 목표를 2.1키로미터로 했다. 다 달리고 나니 속도가 어제보다 빠른 걸 알게 됐다. 몸이 점차 달리기에 익숙해져 가는가 보다. 발이 무겁다고 생각했는데도 속도는 더 향상됐다. 그렇다고 속도에 집착하지는 말자. 달리기가 주는 즐거움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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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6 맑음 영하 6도~8도 


3월이 둘째 주로 접어드는데도 아직 아침 기온은 영하다. 블루베리 가지치기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할 시점인데, 올해 열흘 가량 늦게 시작한 탓에 아직 절반도 못했다. 



블루베리 주 줄기를 뚫고 나오는 꽃눈 달린 가지가 앙증맞다. 도대체 어떤 힘이 가지를 뚫고 나와 꽃을 피게 만드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 가지는 그대로 둘 수 없다. 물론 꽃이 피도록 놔두면 분명 블루베리가 맺힐 것이지만, 괜히 양분만 빼앗아가 다른 가지의 열매에 영향을 주고, 또한 이 가지의 노화를 재촉할 것이다. 



지난해 가지를 많이 뻗고 열매를 선물해 주었던 것이 올해는 이렇게 시들어 버렸다. 올해 열매를 많이 얻고자 하는 욕심은 실은 내년의 열매를 차입한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미래의 열매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의 지구가 바로 이런 처지 앞에 놓여 있다. 



가지치기를 하다 속상한 일을 마주친다. 이상하게도 한 줄의 블루베리들이 많이 죽어있다. 두더지 피해인지, 얼어죽은 것인지, 병 때문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유독 이 줄의 블루베리 중 절반 가까이가 피해를 입었다.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 

잘 자라다 갑작스레 죽어가는 나무를 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은 없다. 부디 건강히 잘 자라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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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7. 맑음


주말 동안 블루베리 가지치기 작업을 했다. 쪼그려 앉아서, 또는 허리를 구부리며 열 시간 가까이 수 천 번의 가위질을 했다. 농작업은 시기가 중요한지라, 늦어지면 안된다는 핑계로 달리기를 쉬었다. 일요일 저녁 몸을 눕힐 땐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오른쪽 어깨부터 시작해 등, 허리가 쉬게 해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나마 하체는 조금 뻐근한 느낌만 들뿐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어깨와 등 허리의 아픔은 거의 사라졌다. 물론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렇다고 또 달리기를 쉴 순 없다. 오늘까지 건너뛴다면 그야말로 작심삼일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늘은 2키로미터를 목표로 하고 뛰었다. 마음 한 편엔 2키로미터를 다 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었지만, 뛰어보자!


초반엔 워밍업을 한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뛰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렸다. 1키로미터를 넘어서자 또다시 왼쪽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이번엔 어깨에서부터 가슴쪽까지 통증이 있다. 반면 무거웠던 다리는 다소 가벼워진 느낌이다. 물론 숨은 무척 가쁘다. 일정하게 호흡을 유지해야 하건만, 가끔씩 호흡이 흐트러진다. 그럼에도 무사히 2키로미터를 다 뛰었다. 속도는 조금 빨라졌다. 이번주는 욕심 부리지 않고 2.5키로미터 정도 까지만 목표를 올려볼 생각이다. 매일 100미터씩만 늘려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아침 기온이 영하인데도 10여 분 뛰고나니 땀이 배어 나온다. 영하의 아침이지만 봄이 오고 있음을 몸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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