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을 따지는 것은 인간 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효율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듯하다. 인간 개체를 구성하면서 몸무게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에너지의 20%를 쓰다보니,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세운다. 그 중 하나는 생존과 관련된 일이 아닐 경우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 뇌의 이런 효율성이 현대인의 비만을 가져오는 아이러니가 됐다.
꽃도 효율성 측면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자들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꿀벌의 날갯소리를 들으면 꽃이 꿀을 20% 정도 더 달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더 달콤한 꿀을 하루 24시간 내놓으면 될 성 싶지만, 일단 그러기 위해선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야만 하고, 이렇게 더 단 꿀은 다른 벌레들을 유인하면서 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기에 벌의 날갯소리에 반응해서 그때만 20% 더 달콤한 꿀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라고 해서 효율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 카인드]라는 책에서는 진화가 결코 적자생존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들고 있는 예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자연은 적자가 아니라,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품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으로 읽혀진다.
3월 초 이맘 때는 중부지역에선 아직 꽃을 찾아볼 수 없다. 겨울을 난 꿀벌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할 때인데, 꽃이 없을 때 뭘 먹을지 궁금하다. 양봉을 하는 이들은 먹이가 없을 때 설탕물을 먹이로 제공하지만, 일반 벌들은 어떻게 지금의 시기를 이겨낼까. 여전히 벌집 안에 머무르는 것을 택할까. 만약 집 안에 겨울을 나며 먹을 꿀이 다 떨어졌다면....
꿀벌들이 발효가 된 달짝지근한 쌀겨 냄새를 맡고 날아왔다. 수 십 마리가 윙 윙 대니 정말 봄이 찾아온 것 같다. 이 꿀벌들은 과연 꽃보다 더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효율성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그저 먹을 거리가 생겨났다는 흥분으로 찾아온 것일까. 문득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뇌의 지시에 홀딱 넘어가는 몸뚱아리와 올 봄 처음으로 마주한 꿀벌을 보며 효율적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