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갓난아기 -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의 눈으로 쓴 행복한 육아서
마쓰다 미치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아기가 종일 보챈다. 기저귀도 갈아줬고, 젖도 먹였는데도 불구하고 목청이 터져라 운다.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가 보다. 특히 밤에 칭얼거리는 아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아가야, 왜 우니? 어디 아프니? 배도 부르고 엉덩이도 뽀송뽀송하고. 뭐가 문제인거야? 말좀 해다오, 아가야." 아기에게 물어봤자 대답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아빠도 엄마도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초보 엄마, 아빠의 답답함이 조금 가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수십년 전 일본의 의사가 쓴 <나는 갓난아기>를 읽고나서 이 답답함이 조금 사라졌다. 아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때문이다. 이 책은 갓난아기 때부터 1년 6개월까지의 성장과정을 부모나 의사의 시선이 아닌 아기의 관점에서 쓰여진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책은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책을 읽고나면 "말좀 해다오, 아가야"라고 끝마쳤던 혼잣말이 "엄마, 아빠, 전 지금 더워서 그래요" 라거나 "그냥 엄마, 아빠 손길이 그리워서요"라고 아기처럼 말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기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재미있는 상상도 하고, 부부끼리 웃음도 주고 받는다.  

책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클릭 한번이면 접할 수 있는 세상의 수많은 육아정보나 책 속에 담긴 지식들에 사로잡혀 괜한 걱정을 할 시간을 덜 수 있다. 그것은 책이 아기들의 개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에게는 각자의 취향이 있다. 진한 맛을 좋아하는 아기들만 분유를 먹는 건 아니다. 나처럼 담백한 것을 즐기는 아이도 많은 것이다.... 인류의 진보는 인간의 개성을 인정해 주는 데서 이루어졌다. 개성은 인간의 몸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작용된다... 다양하게 시도해 본 뒤 제 아기의 개성과 성장 속도에 맞는 농도와 분량의 분유를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 40쪽 

몇살엔 어느 정도 커야되고 몸무게는 어떻고, 그래서 그것에 맞춰 먹는 것은 이래야 한다라는 도그마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육아서에 어떻게 적혀 있건 각자의 형펀에 맞지 않는 건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각자의 사정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아기를 키우고, 그렇게 해서 건강하게 자란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육아법이다.64쪽 

아이에게 언제부터 빵이나 밥을 먹일 것인가는 각자의 형편과 아이의 체질에 맞춰서 결정하면 돼. 꼭 관청의 지도를 받을 것도 없는 일이라는 거야. 198쪽 
 

또한 관심을 벗어난 과도한 애정에 대해서도 경계할 것을 말한다. 

어떤 아이나 손아래 형제에게 질투심을 품는 건 아니다.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아이가 질투심이라는 감정을 품는 것이다. ... 주위의 애정 과잉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서 느끼는 기쁨을 에미 누나에게서 앗아간 것이다. 45쪽 

그댁 형님댁도 아이가 가래가 좀 차더라도 할머니가 모르는 척, 별일 아닌 것처럼 해 주시지 않으면 낫지 않아요. ....아이를 너무 어르고 달래지 말아야 해요. 특히 외동아이일 경우가 함듭니다. 아파트단지에서 천식을 앓는 아이는 모두 외동아이에요. 앞으로 천식이 아주 많아질 겁닏. 다들 하나씩만 낳는 집이 많잖습니까. 214쪽  

다만 아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이 책은 별반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아마 책에서 밝히고 있는 정보를 한데 모으면 A4 용지 한 장 분량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예방접종, 장중첩증, 감기, 폐렴, 천식 등등 기술적 지식은 인터넷에 또는 병원에서 오히려 더 자세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분명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리 아기는 지금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소중한 생명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이란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넓혀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 중요한 것은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생활 태도라고 생각한다. 247, 248쪽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꼽히는 안철수 교수. 과연 안 교수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아보기 위해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그가 세상에 말하고자 했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을 읽어보았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 교수는 그야말로 성실함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항상 들어왔던 성실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성실한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린 성실해야 한다고 배워왔으면서도 한편으론 성실하면 바보가 된다는 세상의 이치(?)도 깨우쳐왔다. 그런 세상살이 속에서 성실함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성실함은 그저 부지런히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기본적이며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동료와의 상호 존중이나 고객 또는 외부와의 약속 지키기로 이어지지 않고 자기가 맡은 부분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면, 결국 그 사람이나 그 조직은 외부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하는 일을 혼자서 열심히 하고 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나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서나 절반의 책임 마인드를 가져야 하며, 나만 잘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인식을 버릴 때만이 진정으로 발전하는 개인, 발전하는 조직이 생겨 날 것이다. 39쪽 

이런 성실함은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원칙이란 말은 때론 고리타분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과 일관성이다. 원칙은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에는 누구나 지킬 수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하여 한두 번 자신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진정한 원칙이 아니며, 현명한 태도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리더십 자체는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이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에서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진실한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33쪽     

그의 이러한 자세는 몇개월 동안 잠시 일손을 놓은 경험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해가는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하지 않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마음 편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에 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203쪽  

그렇다고 그가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혼자만 잘 살겠다는 목표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남들과의 경쟁에서 꼭 이기거나 살아남기 위한 원칙으로서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성공하는 비결이란 제목이 어울리는 처세서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입시 제도를 거치면서 개인 경쟁력 강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성취한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적이 없기 떄문이다. 진정한 토론이 아루어지려면 기본적인 자료 수집과 논리적인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다른 의견 또는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이 따라야 한다. 223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평보다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이다. 토론과 논쟁의 차이점은, 전자가 상호 이해 속에서 서로 수긍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해 내가는 과정인 반면에, 후자는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상대방의 발전은 곧 나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1, 72쪽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상대방을 대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 그가 걸어온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그런데, 왜 이리 숨이 막히는 걸까.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건 또 왜인가. 다소 엉뚱하게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서의 인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

스톡데일 패러독스
베트남 전쟁 떄 하노이 포로 수용소에 수감된 병사들 중에서 미군 최고위 장교였던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8년 동안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많은 포로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든 전쟁 영웅이다. 그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낙관주의자들이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시 다가오는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상심해서 죽는다고 한다. 반면에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떄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으로써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임을 가르치고 있다.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결코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  34, 35쪽
 

말을 꺼내기가 민감한 부분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어야 그 사람과의 관계가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단, 서로에게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으므로,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쪽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상대방과의 관계를 한 단계 더 개선하고 싶기 떄문이라는 것을 진솔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얼마나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가는 얼마나 진실한 인간관계가 많은가에서 가름된다. 그리고 그 관계를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5쪽 

따라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떄와 마찬가지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방어적인 생각을 버리고 저 부분이 내가 부족하구나, 저건 나중에 고쳐야지와 같이 자기가 몰랐던 점, 고칠 점을 열심히 찾아보는 발전 지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만약에 공부를 하거나 교육을 받으면서 예전에 그 친구가 했던 말이 틀렸구나 혹은 결국은 회사에서 해오던 정책이 틀렸네와 같은 생각만 계속 든다면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특히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자기 방어의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75쪽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말을 잘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1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 스님이 입적하면서 무소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경쟁하고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욕심에 대한 경계심으로서의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쓰는 마음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무소유라는 이름을 내건 건 그만큼 인간은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장회익 교수의 공부도둑은 소유에 대한 집착도 아름다울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바로 공부다. 공부를 통한 나의 사유를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매력적이다. 내것일 때 아름다운 것. 바로 생각이다. 실은 공부에 대한 욕심은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갖으려 하지 않는 무소유 정신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공부는 바로 꼭 필요한 그 무엇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부란 바로 남주는 것이기도 하다. 

학문 그 자체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가히 경쟁만능 시대라 할만큼 모든 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라는 것은 함께 취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 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두 사람이 취하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274쪽 

'공부도둑'은 장회익 교수가 어떻게 공부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초등학교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한 환경에서부터 선진 학문을 배우고자 유학을 떠났던 이야기까지 파란만장한 삶도 녹아있다. 그리고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통합을 통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명의 신비는 생명체 낱생명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밖에 놓은 무엇 보생명 사이의 관계에서 온다. 달 자체만 들여다보아 달의 모습이 변하는 이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생명체 자체만 들여다보아 생명의 신비로운 이치를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달의 신비가 달 밖에서 오듯이 생명의 신비가 생명체 밖에서 온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333쪽 

나는 앞에서 생명의 신비는 생명체 밖에서 온다고 했다. 이것은 생명은 낱생명 단위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오직 온생명으로 보아야 이해할 수 있는 생명의 신비로운 성격을 지칭한 것이었다. 347쪽 

올바른 가치판단과 당위설정을 위해서는 기필코 사실에 대한 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또 자연의 객관적 이해를 비롯한 모든 사실의 이해가 궁극적으로는 바른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우주설에 내표된 동양의 전통적 관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386쪽 

그래서 장회익 교수가 갖게 된 바른 삶의 방향은 온생명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온생명에 대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 때문인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다툼도 온생명을 생각한다면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렇듯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되면 세상의 온갖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명확한 기준으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란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명처럼 계속 변화, 발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그 끝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미혹되지 않는 길. 바로 공부에 있다.

----------------------
 대상에 대해 단순한 이름뿐 아니라 읽어내야 할 내용이 있음을 알게하는...60쪽 

평면에 그린 지도로 보면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사이가 극에서 극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실제로는 서로 인접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지구를 상상하지 못하는 교사는 탐험가가 가보니 그렇다고 하더라 라는 말 말고는 더 할 수 없게 된다. 296쪽 

지금까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설정해온 기성개념이 무엇이며 이것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의식적으로 검토하고, 이것을 새 이론을 통해 바꾸어놓는 작업이 요청된다. 30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견습요리사에게 꿈이란 없으며, 오직 남은 것은쫓겨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생존본능이었다.282쪽 
  

이 책은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떠난 요리사의 이야기다. 이탈리아 북부의 한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남부 시칠리아 음식점에서의 견습생활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부의 차이. 이탈리아 음식과 프랑스 음식의 차이, 한국 음식과의 유사성, 전쟁터같은 주방의 모습 등등이 생생하면서도 코믹하게 담겨 있다. 저자의 경쾌한 문체와 글솜씨 덕분에 마치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드라마 '파스타'가 떠오른 이유는 뭘까. 이탈리아 주방에 여자가 없는 이유, 기름통에 얼음이 빠진 에피소드는 물론이요, 이선균이 금지한 세가지도 책 곳곳에 숨겨 있다. 푸아그라를 절대 요리하지 않고, 소스를 듬뿍 바르는 것을 미국 음식이라고 혐오하는 주방장에서부터 피클을 먹지 않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영락없이 드라마에 투영되어 있다. 또 주방장의 절대권력과 요리사들간의 시기, 방해하는 사건 등등도 사뭇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음식에 마구 쏘스를 치는 걸 아주 싫어했다. 쏘스는 프랑스 것이지, 이딸리아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료에 자신이 없으면 쏘스로 까므쁠라주 위장하는 거라고 핏대를 세웠다. 요리보다 쏘스가 더 많이 나오는 미국 요리를 보면 그는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면서 "접시는 캔버스가 아니야"라고 외쳤다. 접시는 요리를 담아야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221쪽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선입견도 여지없이 깨뜨린다. 마늘은 그저 향으로만 이용하기 위해 볶은 후 버린다거나, 고추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렇다.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먹으려면 저녁에 식당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고 땅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요리에 대한 깊은 성찰 때문이다. 

쥬제뻬의 요리법은 확실히 달랐다. 그는 요란한 요리법은 몰랐다. 그러나 재료의 근본에 더 충실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의 요리가 이딸리아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슬로우푸드 운동의 씨칠리아 협회 창립자였다. 135쪽 
 

로마 스페인광장에 맥도널드가 생기자 패스트푸드 반대운동을 펼쳤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슬로우푸드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진정한 음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가 내게 유전자처럼 심어준 건 요리하는 영혼이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나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라는 요리의 삼박자를 깨우쳐주었다. 모양이나 장식으로 멋을 내는 줄만 알았던 서양요리, 이딸리아 요리의 진정한 승리는 이 삼박자에 있었다는 걸 그는 알려주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직접 구하지 않고 그저 전화통을 붙들고 배달받는 미슐랭급 스타 요리사를 경멸했으며, 멀리서 수입한 재료를 자랑하는 요리사에게 호통을 쳤다. 공장화 기계화되는 재료의 역사를 슬퍼했으며, 돼지나 닭이 항생제와 호르몬의 늪에서 신음하는 걸 참지 못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사료가 되고 있는 현실을 분노했으며, 항상 지역 어린이들이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하는지 가르치고 연구하느라 머리를 싸맸다. 284쪽
 
육식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천천히,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세상의 쓸모를 기꺼이 마련해주는 게 바로 요리사의 몫이다. 쥬제뻬는 그 역할을 흔쾌히 맡았다. 요리사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한 그릇의 요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통제하고 감시하는 관찰자여야 한다고 그는 믿었다.138쪽 
 

"유기농의 의미도 이미 퇴색했어. 도시 사람들이 저 한몸 건강하게 살자고 농약이며 항생제 따져서 구입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이 아니지. 그 사람들은 유기농조차도 벌레 먹었다고 항의를 하는 멍청이들이니까." 하긴, 미국 캘리포니아의 거대 유기농 기업들은 최저임금에 멕시칸들을 고용하여 땡볕 아래서 쌜러드용 채소의 벌레를 손으로 잡도록 시킨다. 그 채소는 다시 경유를 펑펑 쓰며 수천 마일을 달려서 미국 동부로 간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유기농일까.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건강한 개념의 진짜 유기농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구를 태우는 기름을 마시는 것일까, 샐러드를 먹는 것일까.  
그는 또한 기업적으로 만들거나 하우스 재배한 유기농도 배척했다. 땅주인인 농부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작물이나 가축은 공장 생산품이라고 생각했으며, 하우스 재배에 들어가는 기름을 저주했다. "이것 보라구, 한겨울에 웬 오이야? 이게 오이로 보여? 오이 부피보다 몇배의 기름으로 기른 이게 오이냐구. 오이 속에 기름이 가득 차 있어. 이건 진짜 오이가 아냐. (122~123쪽) 

우리가 먹고 있는 것. 그것은 생명의 힘을 지닌 음식일까,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 다를바 없는 기름덩어리일까. 머나먼 유럽 이탈리아의 전쟁터같은 한 주방장이 전하는 가르침이 우리의 일상을 깨우친다. 
 

스스로 진짜라고 생각한다면 인증서 같은 걸 이마에 붙일 필요 없이 점잖고 묵묵하게 피자를 구워내면 된다. 진짜배기인데다가 맛있으면 인증서 없이도 줄을 서게 마련이다. 진품은 누가 봐도 알아주니까 겁먹을 건 없다네. 5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기출문제집 - 대한민국 이십대는 답하라 인생기출문제집 1
안철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과거를 돌아보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20대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죽을 것처럼 연애하고, 죽을 것처럼 공부하고, 죽을 것처럼 여행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의 모습은? 연애는 딱 한번이지만 성공(?)해 결혼했고, 여행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공부는 살아가는 것이 공부니 뭐...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운 일인가 자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에 다니는 동생들이나 조카뻘 되는 청년들에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젊음을 무기로 다양한 경험을 해라. 무조건 해봐라. 넘어지고 또 넘어져라. 그래서 죽어도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라. 그리고 그것에 미쳐봐라.  

이것은 성공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부족한 평범한 나의 소망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지금도 늦지않은 나의 바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위 특정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20대 젊은이들을 위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의 <인생기출문제집>을 통해 나와는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다. 또한 그들의 노하우도 얻고 싶었다. 역시나 그들의 삶은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꽉꽉 채워 왔다.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거기에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하는 저자들도 있으니 책을 읽는 것은 꽤나 유익하고 자극적이다. 다만 서로 달라 보이면서도 결국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두바이 칠성급 호텔 주방장 에드워드 권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공은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것이 노력 없이 얻은 성공이다. 나 자신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한 뒤 얻는 성공이야말로 진짜 성공이다. 이 시대에 열정과 패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위해 얼마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느냐이다"라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것이 "자기 전 삼십 분, 요리책 레시피 중 하나를 편히 읽고, 그 리세피를 토대로 나만의 레시피 하나를 만들라는 것. 이렇게 해서 언제 수석주방장이 될까 싶지만 가능하다. 선택한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하루에 단 삼십 분만 투자해보자" 권한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퍼센티지는 숫자일 뿐입니다. 경쟁률이 얼마가 됐든 그걸 진짜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만약 해내지 못했다면 죽도록 사랑하는 일인자보다 그것을 덜 사랑한 것이죠. 모든 걸 다 걸고 하면 할 수 있어요. 진실하지 않고 그런 척만 하면 일인자가 될 수 없어요. 다시 태어나야 해요. ... 같은 노래를 계속 반복해 부르고, 다른 친구들이 잘 떄 한번 더 연습하고. 미치지않으면 결국 중간"이라고 말한다.  
   

만화가 강도하는 "청춘은 사람들과 다른 욕망을 소중히 여겨야 할 나이예요. 광대로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나이죠. 백 명이면 백명의 성공이 달라야 해요. 평생을 살면서 이것만은 해내겠다는 게 있다면, 그걸 위해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 성공한 인생이죠.... 뭘 열심히 안 하는게 문제지, 하고 싶은걸 열심히 하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고 그 자체를 인정하세요. 노력하지 않는 건 문제지만, 그게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당신이라면 그것으로 성공한 인생일 겁니다"라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홍수연 치과의사는 "나는 내 아이에게 밥벌이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채연석 로켓박사는 "나는 일이 취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기 위해서는 일하는 것만큼 슬픈 인생이 또 있을까?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워서 해야 한다. 다른 취미를 갖지 않아도 일 하나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나 성공할 것이다"고 말한다.  
 

여행가 김남희는 "삶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가느냐가 아닐까... 지난 육년간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보하지 않는 삶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 스스로 선택하고 가치를 부여한 일에 열정을 쏟으며 살아간다면 그 안에서 미래를 자연스럽게 준비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패션디자이너 최범석은 "많은 친구들이 내가 이걸 왜 하는지, 어쩌다 시작하게 됐는지,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어서 자기 자신을 찾으라고 얘기합니다. 왜 싫은지 왜 좋은지도 모르고 사는 인생을 하루빨리 청산하라고 하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본인이 원하는 분명한 무언가를 찾아야 합니다... 흐르는 대로 시간을 보내기에 젊음은 너무 아깝습니다"고 충고한다. 

지금 현재를 충실하게, 아낌없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것은 꼭 청춘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생의 즐거움 보다는 안정을 바라고 보수적으로 변하는 나이가 되어도 잃지 말아야 할 덕목인 것이다.  

성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생각하는 인생기출문제는 결국 같았다. 꼭 성공이라는 이름을 갖진 못하더라도 즐거운 인생을 위해선 그 기출문제의 해답을 찾는데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댓글(1)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심상정이 경기도의 새벽을 달립니다.
    from 심상정 블로그 2010-02-10 14:19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어제(9일) 새벽 3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새벽을 여는 경기도 서민들과 직접 만나는 현장 유세인 “새벽을 달린다” 테마 유세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해 새벽에도 열심히 일하는 경기도민을 찾아가서 경기도민의 삶에 대해서 주민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기 위해서입니다.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상인들과 대화중인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2010년 2월 9일) 심상정후보는 새벽 3시...
 
 
박정우 2010-08-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북하우스 출판사 박정우 입니다.
님께서 쓰신 인생기출문제집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 인생기출문제집2권이 새로 출간되어서
홍보도 할겸 이벤트 소식도 전할겸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지금 우리 까페에서 인생기출문제집2권과 mp3플레이어를 드리는 이벤트 진행중입니다.
한번 들르셔서 이벤트 참여도 하시고 책 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무덥습니다. 감기도 더워도 조심하셔요~
아참 저희 까페 주소는요
http://cafe.naver.com/myfirstbook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