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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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넓혀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 중요한 것은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생활 태도라고 생각한다. 247, 248쪽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꼽히는 안철수 교수. 과연 안 교수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아보기 위해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그가 세상에 말하고자 했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을 읽어보았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 교수는 그야말로 성실함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항상 들어왔던 성실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성실한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린 성실해야 한다고 배워왔으면서도 한편으론 성실하면 바보가 된다는 세상의 이치(?)도 깨우쳐왔다. 그런 세상살이 속에서 성실함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성실함은 그저 부지런히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기본적이며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동료와의 상호 존중이나 고객 또는 외부와의 약속 지키기로 이어지지 않고 자기가 맡은 부분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면, 결국 그 사람이나 그 조직은 외부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하는 일을 혼자서 열심히 하고 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나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서나 절반의 책임 마인드를 가져야 하며, 나만 잘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인식을 버릴 때만이 진정으로 발전하는 개인, 발전하는 조직이 생겨 날 것이다. 39쪽 

이런 성실함은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원칙이란 말은 때론 고리타분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과 일관성이다. 원칙은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에는 누구나 지킬 수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하여 한두 번 자신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진정한 원칙이 아니며, 현명한 태도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리더십 자체는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이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에서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진실한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33쪽     

그의 이러한 자세는 몇개월 동안 잠시 일손을 놓은 경험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해가는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하지 않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마음 편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에 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203쪽  

그렇다고 그가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혼자만 잘 살겠다는 목표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남들과의 경쟁에서 꼭 이기거나 살아남기 위한 원칙으로서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성공하는 비결이란 제목이 어울리는 처세서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입시 제도를 거치면서 개인 경쟁력 강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성취한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적이 없기 떄문이다. 진정한 토론이 아루어지려면 기본적인 자료 수집과 논리적인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다른 의견 또는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이 따라야 한다. 223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평보다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이다. 토론과 논쟁의 차이점은, 전자가 상호 이해 속에서 서로 수긍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해 내가는 과정인 반면에, 후자는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상대방의 발전은 곧 나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1, 72쪽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상대방을 대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 그가 걸어온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그런데, 왜 이리 숨이 막히는 걸까.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건 또 왜인가. 다소 엉뚱하게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서의 인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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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데일 패러독스
베트남 전쟁 떄 하노이 포로 수용소에 수감된 병사들 중에서 미군 최고위 장교였던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8년 동안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많은 포로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든 전쟁 영웅이다. 그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낙관주의자들이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시 다가오는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상심해서 죽는다고 한다. 반면에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떄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으로써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임을 가르치고 있다.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결코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  34, 35쪽
 

말을 꺼내기가 민감한 부분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어야 그 사람과의 관계가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단, 서로에게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으므로,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쪽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상대방과의 관계를 한 단계 더 개선하고 싶기 떄문이라는 것을 진솔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얼마나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가는 얼마나 진실한 인간관계가 많은가에서 가름된다. 그리고 그 관계를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5쪽 

따라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떄와 마찬가지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방어적인 생각을 버리고 저 부분이 내가 부족하구나, 저건 나중에 고쳐야지와 같이 자기가 몰랐던 점, 고칠 점을 열심히 찾아보는 발전 지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만약에 공부를 하거나 교육을 받으면서 예전에 그 친구가 했던 말이 틀렸구나 혹은 결국은 회사에서 해오던 정책이 틀렸네와 같은 생각만 계속 든다면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특히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자기 방어의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75쪽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말을 잘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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