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신유빈과 일본 히라노의 8강전. 세트 스코어 3-0으로 신유빈이 쉽게 끌고갔던 게임이 3-3까지 이어지고 마지막 7세트 마저도 10-10 듀스로 이어졌다. 정말 피 마르고 살 떠리는 순간. 신유빈의 애써 침착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11-11로 다시 듀스. 연이어 두 점을 따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상황. 신유빈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게임에 임했고, 결국 13-11로 승리해 4강에 진출했다.
이때 화면에 나오는 두 선수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신유빈은 승리의 세리머니로 두 손을 번쩍 들고나서,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냈다. 히라노는 털썩 주저앉더니, 잠시 후 일어서면서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눈물이 범벅이다.
눈물은 모두 흘린다. 동물도 흘린다. 눈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눈이 건조할 때면 눈물을 더 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 눈물은 아직까지 인간에게서만 발견된다. 기뻐서 또는 슬퍼서, 놀라서, 무서워서 흘리는 눈물. 모두 공감을 얻기 위한 눈물이다. 눈물을 통해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그것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정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냄으로써 정서적 전염을 불러온다. 그래서 감정 눈물은 일반 눈물보다 단백질과 호르몬이 더 풍부하다고 한다. 눈물은 사회적으로 진화해 온 인간만의 특성인 것이다.
그리고 신유빈과 히라노의 눈물은 왜 눈물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승자의 눈물도 패자의 눈물도 그들이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쏟아 왔는지를 알려주는 듯하여 함께 울컥한다. 인간은 눈물을 흘리는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