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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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싯구처럼 문화재도 그렇고 역사에 대하여 나무에 대하여 내가 이름을 알고 나면 더 많이 보인다. 보지 않으려고 해도 더 보이고 관심이 가게 된다. 그냥 방치해 놓으면 보통의 돌이지만 그것이 가진 역사가 무엇일까? 이름은? 하고 묻다 보면 숨겨진 역사도 찾아 낼 수 있수 잠들어 있던 모든 것들이 수면위로 떠 올라 비로소 역사가 되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 되기도 하며 다시는 돌이 아닌 문화유산으로 역사로 지켜 나가야겠다는 그런 마음도 생기게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사' 를 찾는 것도 나무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산을 찾으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되었고 작은 산사를 찾아도 '문화해설사' 가 있으면 신청하여 하나라도 더 소중한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게 되다보니 모르던 것들이 스펀지처럼 쏙 쏙 스며들었다. 그렇게 몇 번 하고 나니 아이들도 어디 여행을 가면 해설사가 슬쩍 자리를 차지하고 듣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것은 '관심' 에서 비롯되는 듯 하다. 그냥 지나칠 때와 관심을 가지고 볼 때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분을 더 많이 느꼈다.

난 아직 경복궁에 가 본 적이 없다. 정말 불행한 일이고 괜히 죄 짓고 있는 듯 한데 경복궁에 대하여 세세하게 읽다보니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든다. 어디 이 책에서만 대했을까, 사진과 글로 이곳 저곳에서 많이 접했는데 역시나 그가 들려주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남다르다. 거기에 개인의 소중한 역사와 자식이 더해져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음이 정말 값진 책이지 않나 싶다. 사진으로만 봐도 경복궁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자연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고풍스런 한옥, 내가 한옥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정말 좋다. 우리 조상님들의 슬기가 모두 담긴 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건물들인듯 하다. 고풍스런 건축만 있는 것이 아닌 나름의 '빈틈' 인 '해학' 까지 살짝 곁들어 놓아 좀더 멋스럽고 여유로움을 더하는 고건축들, 정말 좋다. 이 소중한 것들이 일제에 의해 짓밟혔다는 것이 정말 한스럽다. <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 에서 정말 자긍심을 가지게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난다. 그 나라 수도에 서울과 같은 성곽도시도 이런 역사를 가진 궁이 남아 있는 것도 드물다는,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잘 지켜내야 할 듯 하다. 어디 하나 빈틈을 주지 않고 정말 멋스러운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굴뚝에도 담장에도 꽃이 만발이고 지혜가 만발이다. 정말 이쁜 꽃담장에 나름의 슬기가 더해진 건축술을 다시금 새겨보게 한다.

'소장님, 경복궁은 언제가 가장 아름답습니까?'..... ' 청장님, 비오는 날 꼭 근정전으로 와 박석 마당을 보십시오. 특히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여기에 와보면 빗물이 박석 이음새를 따라 제 길을 찾아가는 그 동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물길은 마냥 구불구불해서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하수구로 급하게 몰리지 않습니다. 옛날 분들의 슬기를 우리는 못 당합니다.' 정말 옛날 분들의 슬기와 지혜를 어떻게 당하겠는가. 박석, 나 또한 그 돌을 안다. 오래전 시골집은 불을 때는 아궁이였고 방구들로 놓았던 돌이 '박석' 이다. 아버지는 구들을 놓고 남은 박석을 마당에 몇 개 깔기도 했는데 넙적넙적한 것이 좋아 비 오는 날이면 난 그 위만 밟고는 했었다. 그런데 그도 이젠 사향길, 쓰지 않고 찾지 않으면 보물이 있다고 해도 보물이 될 수 없는데 박석마당을 위하여 다시 박석광산을 찾았다는 것이 기쁘다.나의 일처럼. 그리곤 비 오는 날에는 꼭 근정전 마당에서 빗물이 노니는 박석 마당을 꼭 한 번 봐야 할 것만 같다. 박석위에 빗방울이 튀는 풍경도 넘 멋질 듯 하다. 반들반들 빗나는 박석과 비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더해진 그 아름다운 마당을 언제 꼭 보러 가고 싶다, 비 오는 날에.

옛스럽고 멋스러운 옛담장이 좋아 <한국의 옛집과 꽃담> 책을 구매해 놓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읽으면 더욱 좋을 듯 하다. 자경전의 굴뚝이며 꽃담장은 정말 그림이고 작품이다. 건축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작품처럼 나무도 아름답다. 요즘은 절에 가면 굴뚝과 절 담장도 예사로 보지 않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쁜 꽃담장이 많다. 기와를 넣어 혹은 돌을 이용하여 멋을 낸 이쁜 담장들이 많은데 자경전 꽃담장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 작품이다. 얼마나 외암민속마을에 다녀왔는데 그곳 돌담장도 정말 인상적이다. 구불구불 집집마다 이어진 골목길과 돌담장은 정이 듬뿍 묻어 나는데 담장하나에도 이렇게 멋을 낸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면 정말 멋과 여유가 보인다. 정말 환상적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책을 읽고 있다보면 빨리 달려가서 확인하고 싶다. 누가 가져가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래전 이 아름다운 담장에서는 무슨 역사가 있었을까,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즐겁게 만든다.

산사와 그외 고건축들을 보러 다니다 보면 나무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여,흙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여 개보수 혹은 증축을 하는 곳도 더러 만나게 된다. 목조 건축은 특히나 사람이 살지 않거나 가꾸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는 것 같다. '목조건물은 사람이 살고 사용할 때만 건재한 법이다. 천하의 궁궐 건물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너져 버린다는 사실을 여기에서도 알 수 있다.' 자주 가는 절인 청룡사도 처마가 내려 앉아 밑에 무게를 감당한 버팀목을 세워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산사에 가보면 목조건축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멋드러진 건물들이 노쇠하여 지팡이를 짚듯이 버팀목으로 세월을 이겨내는 것을 값진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 그것을 소중하게 다시 후손으로 물려 줄 수 있도록 잘 보전하고 지키는 것 또한 우리의 일임을 느낀다.

경복궁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 걱정하며 들려주는 역사와 현재 이야기들은 정말 값지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이 아닌 지키고 가꾸고 보전하고 다시 또 물려 주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들을 세세히 들려주는데 읽으면서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순천 선암사' 난 왜 그곳 근처의 절을 몇 번 가보았는데 '선암사' 만 가보지 않았는지 왜 이렇게 후회가 되는지, 다음해 봄엔 꽃 무우전 백매와 홍매가 필 때 꼭 가보고 싶은 곳 일순위로 올려 놓아 본다. 그외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놓치고 싶지 않은 역사이고 값진 보물들 같다. 논산 관촉사는 이십대에 한 번 가 보았는데 그 느낌이 여전하다. 한번 간다 간다 하고는 못 가고 있는 곳인데 정말 반갑다. 그리고 부여, 그곳을 '서동요 세트장' 생기고 가 보았고 연꽃이 필 때 궁남지며 가 보았는데 그가 들려주는 곳들은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무량사 또한 들러서 본다고 한것이 다른 곳에서 시간을 지체하여 가지 못한 곳 중의 하나인데 아쉽다. 다음엔 꼭 들러서 보고 반교리 돌담마을도 한 번 구경하고 싶다. 동네주민들이 합심하여 쌓은 정이 오가는 돌담길, 어느 곳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답사여행에 참가하고 싶은데 넷째주 토요일에는 딸들이 나오는 주라 정말 안되는데 아쉽다.

우리 고건축은 우리는 늘 접하고 있는 것들이라 우리네는 아름다움을 덜 느낀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보면 정말 '원더플..원더플..' 을 외치며 본다. 지난 가을에 개심사에서 만나 외국인들은 '원더플' 을 얼마나 외치는지 옆에 나란히 가는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한국의 건축물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자연이고 또 한의 풍경이다. 중국의 건축물은 장대하지만 마치 벽처럼 느껴지고,일본의 전통건축물은 정교하지만 나약해 보여 건축물이 아닌 가구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비해 한국의 건축은 주변 경관을 깎고 다져서 인위적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위에 그냥 얹혀 있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전통건축은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정말 우리의 선조들은 자연과 멋드러지게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이루어냈다. 강원의 '죽서루' 가 문득생각나는데 뒤로는 절벽이며 물이 유유히 흐르고 죽서루는 그 절벽에 경사도를 맞추기 위하여 그냥 커다란 바위와 같은 돌 위에 다리 길이를 맞추어 건축한 것을 보고는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작은 부분도 그냥 예사로 넘지기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상생하는 건축, 그리고 아름답고 오랜 역사가 숨 쉬는 문화유산들 글과 사진으로 만나니 달려가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며 식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 밑줄 그으며 읽기 바빴다.언제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읽어봐야할 값진 책이고 더 많은 책들이 나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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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지키는 개 별을 지키는 개 1
무라카미 다카시 지음 / 비로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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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터파크 김영사 북피니언 깜짝 이벤트로 받은 책이다. 제목에서도 느끼겠지만 이벤트도 '개' 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난 4월에 11년가 키우던 우리집 '호야' 가 죽고 난 그이야기를 썼다.그리고 남겨진 십년지기 호야단짝 여시 이야기까지. 그랬다. 난 치와와 두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녀석들에게 잘 해주는 것도 없이 키우고만 있었는데 호야가 죽고 나니 너무도 많은 것들을 못해주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녀석이 내게 주고간 것들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지만 녀석이 가고 나니 생각나는 잔잔한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지금 나와 여시는 녀석의 빈자리를 아직도 느끼고 있다. 물론 우리집 식구들도 그렇지만... 막내는 '치와와 한마리 더 키울까' 했더니 키우지 말란다. 강아지가 죽으면 슬픈 일이 또 생기니 싫단다. 여시로 슬픈일은 끝이라며 펑펑 울었다. 난 호야가 죽고 난 후 그렇게 울었는데 막내와 이야기하며 또 그렇게 호야 생각에 펑펑 울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또 울었다.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나 보다. 이 책은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다. 해바라기 밭에 개 한마리, 무척 행복한 듯 하지만 내용은 참 슬프다. 작가는 짧은 만화를 그리다 연작만화를 처음 그렸다고 하는데 이런 사소한 일상에서 오는 잔잔함을 잘 표현하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이 내용이 영화화 된다고 하니 영화로 되면 한 번 더 보고 펑펑 울어야겠다. 상자에 넣어져 있던 강아지 한마리 활기차 보이는 여자아이에 의해 개는 가정을 갖게 되었다. 아빠와 엄마와 딸이 있는 집에.그렇게 정착을 하여 살면서 개의 밥을 주는 것은 엄마,오물을 치워 주는 것도 엄마인데 산책을 시키는 것은 아빠 몫이다. 개의 이름은 해피, 식구들이 밥을 먹을 땐 우리집 호야처럼 식탁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식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빠와 산책을 할 때는 아빠와 친구처럼 말동무가 되는 녀석 해피, 그런데 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밤에 나가던 아빠가 낮시간에도 데리고 나가게 되고 집에는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세월이 흐른 것이다. 아빠에겐 지병이 있었던 듯,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고 딸과 아내는 아빠 곁을 그렇게 떠나가고 아빠와 해피만 남겨졌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보니 고물 차 한대, 그곳에 모든 것을 실고 해피와 아빠는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집도 없으니 말이다.그렇게 둘은 없으면 없는 대로 차안에서 먹고 자고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간다. 그러다 해피가 아프게 되고 아빠는 그래도 돈이 될 만한 것들을 간추려 팔아 병원비를 해결한다. 동물이 아프면 정말 병원비가 장난이 아니다. 보험이 안되기에 사람들은 잘 키우다 동물이 아프면 버리는 수가 많다. 우리도 여시가 작년에 아파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시키게 되었는데 남편은 병원비 때문에 포기를 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동안 키워 온 정이 있는데 어찌 그러는가 죽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지.그러지 못할것라면 처음부터 키우지 말았어야지.내가 원해서 키우긴 했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면 아빠는 값나가는 것으로 대신 해피의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결석이 있어 급성신우염이 생겼었나 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결석이란 것이 당해보면 정말 아프다. 그렇게 하여 차 안에는 더이상 값나가는 물건도 없고 차로 여행을 하다보니 기름값도 많이 드는데 해피병원비 때문에 쪼들리게 되어 기름이 있어 마지막까지 갈 수 있었던 곳은 캠핑장, 그래도 그곳에서 그들은 얼마간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아빠의 병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그러다 아빠는 차 안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르고 해피는 아빠를 위해 온갖것을 가져다 주면서 곁을 지킨다. 그러다 해피도 그곳에서 생명을 마감한다. 처음 만화가 시작된 것은 캠핑장에서 발견된 고물차에 죽은지 일년에서 일년반이 지난 어른 시체 한 구와 함께 개로 보이는 죽은지 삼개월이 지난 동물의 사체가 나온다. 그렇게 하여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차 안의 남자에 대한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 사회복지과에 근무하는 '오쿠쓰' 씨에게 연락이 가고 그는 차에서 발견된 종이를 보고는 역추적에 들어가며 그 남자의 이야기를 더듬게 된다. 하지만 미리 죽음을 예견한 그는 가명으로 모든 것을 했기에 그가 누군인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신원불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더듬다 자신의 과거와 과거 속 '개' 의 이야기까지 더듬어 올라간다. 그리곤 개가 주인이 죽은지도 모르고 그 곁에서 지켰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개와 그 남자의 마지막 여행' 이 분명 행복했을 것,즐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죽은 남자가 만약에 자신을 열어 오쿠쓰씨 같은 사회복지과 직원을 만났더라도 그런 죽음을 맞이 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애견은 그냥 동물이 아닌 '반려동물' 이라고 한다. 사람과 함께 긴 시간을 함께 살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애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개가 아파서 병원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거나 개가 죽거나 하여 며칠동안 식음전패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개가 죽으면 '화장문화' 도 사람못지 않게 해주기도 하는데 그런 일련의 일들이 '사람에게나 하지..' 하면서 혀를 끌끌 찬다. 하지만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 본 사람들은 그 마음을 안다. 그들도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나도 물론 녀석들과 십여년이 넘게 살다보니 내 가족처럼 생각을 한다. 사람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데 키우던 개가 아프다고 그냥 방치하여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돈이 많이 들고 않들고가 아닌 것이다. 이야기 속에는 개가 두마리 등장한다. 죽은 남자의 개인 해피와 사회복지과 직원과 함께 하던 개,죽은 남자와 함께 한 개는 사람도 못 할 일을 한다. 그가 죽은 후에도 그를 지킨 것이다. 사회복지과 직원과 함께 한 개는 그는 처음에 그 개를 미워했지만 할머니도 돌아 가시고 그 후에 할아버지마져 돌아가시고 나니 혼자 남겨진 그의 곁에는 그가 미워하던 개만 남겨졌다. 비로소 그 개가 보인 것이다. 그리곤 개의 마지막까지 지켜준다. 개와 무슨.. 이라고 하겠지만 말을 못할 뿐이지 그들도 인간과 교감을 할 수 있다. 언젠가 자신이 혼자 남겨질 때 혹시 아는가 그런 일이 없으란 법은 없다. 자신의 외로움을 그들과 나눌 수 있고 덜어줄 수 있다.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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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습관 - 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비밀
송정림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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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부터 무언가 상큼함이 묻어나서 한참을 보고 또 보고 했다. 작가는 아직 내겐 낯설다.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프롤로그를 읽으며 느낌이 참 좋은 작가라는 생각을 가져봤다. '타인의 행복을 내 것인 듯 흉내 내며 좇던 날들에는 보이지 않던 나의 행복이, 지나간 시간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행복' 이란 내가 이미 숱하게 겪어본 감정이었습니다. 아직 맛보지 못한,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더 큰 행복을 좇느라 잠시 나의 마음을 잃었을 뿐이었습니다.' 머리글을 읽어 나가다 보니 한 줄 한 줄 모두가 가슴에 와 닿는다. ' 생각해보면 행복의 날들, 감동의 순간들은 내 마음이 가난할 때 더 자주 찾아왔습니다. 내 안에 더 많은 것들의 가치를 놓치지 않고 있을 때, 세상과 나는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분명 지나온 시간 속에는 '감동' 이나 '행복' 의 시간이나 순간들이 무척이나 많이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앞에서' 만 찾으려고 한다. 우린 늘 '행운' 을 꿈꾼다.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는 무슨 부적처럼 여기기도 하는데 세잎클로버인 행복은 무수히 많은데 늘 그 속에 딱 하나 '행운' 인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그렇기에 무수한 행복을 지나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네잎이 아닌 세잎의 행복을 찾고 느껴보자,지난 일상 속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그런 글들이 많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 온 정말 찰나와 같은 '감동' 을 아날로그 방식처럼 잘 잡아내어 표현해 놓았다. 어느 감동적인 책에서 혹은 영화에서 그리고 詩를 적절하게 맞추어 놓아 감동은 배가 된다. 어찌보면 감동을 찾거나 느끼거나 표현하는데 좀더 남다른 감각을 가진 듯 하다. 잔잔하면서 여유롭고 빠르지 않으면서도 깊이 빠져들게 하는 표현이 술술 읽히면서도 무언가 스펀지처럼 내 가슴에 스며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낯선사람에게 말 걸기.'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혹은 뒷산 산행을 자주 가는 난,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아파트 안에서는 자주 인사를 한다. 가끔 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산에서는 인사가 입안에,아니 혀끝에 맺혀 있는데 괜한 오해를 살까봐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나면 혼자서 베시시 웃고는 만다. 하지만 그것이 말이 되어 나왔더라면 산행은 더 즐거워지리라. 내가 즐거우면 상대도 즐겁고 모두가 오가면서 인사정도는 하고 지나치는 이웃이 될 수 있을텐데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며 지나친다. 그런 벽을 깨는 이야기를 처음에 풀어 놓으니 '남이 먼저'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렇다면 감동은 누가 많이 받게 될까. 사랑은 받는 것보다 줄때가 더 행복하다. 감동 또한 그럴 것이다. 상대의 인사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생각하지 보다 그저 간단하게 날씨이야기라도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세상은 좀더 환해 지겠지.

'그립다는 말은,/내 안에 네가 가득 차 있다는 말입니다. /그때가 혹 이별한 후일지라도, /내 속에 그대로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고,/그 슬픔조차 나를 설레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그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인생은 그리움 때문에 살아간다고 할 수도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조근조근 풀어낸 말들이 그리워 하지 않아도 곧바로 누군가를 그리워 하고 있었던 것처럼 빠져 들게 한다. 감동을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까지 충전하게 해 준다. 시적이면서 공격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풀어 낸 것이 꼭 우리내 한지에 먹물을 묻혀 그려낸 '동양화' 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번 읽기 보다는 몇 번 읽어도 좋을 말들이 지나고 나면 여운이 깊게 남는다. 난 아직 읽어보지 않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소설 <제비역>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리뷰를 쓸 때 이렇게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게 만든다. '모든 고비는 정류장일 뿐' 얼마나 좋은 말인가. '머무는 곳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역이야.치카도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힘내자.' 정말 좋은 글귀를 얻었다. 그 소설을 찾아서 한 번 읽어봐야 할 듯 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그렇다' 잔잔한 감동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갑자기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지,아이를 낳고 부대끼며 살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행복이었음을,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며 한 해 한 해 다르게 성장해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모두가 감동이고 행복이었음을, 하지만 그때는 부대끼느라 행복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빠듯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조금 여유를 찾고 보니 순간 순간이 모두 행복이고 감동이었다는 것이 보인다. 지금 내가 살고 이 순간도 지나고 나면 먼 미래에는 감동의 시간이 되겠지만 지금은 잘, 아니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자신을 살짝 꼬집어 그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깊은 묘미가 있는 책이다. 큰 것을 누리고 찾으려는 '인생역전 한방' 이 아니라 '인생 여전히' 라는 말도 참 좋았다.인생역전 한방을 누리려고 하다가 역전패를 당하지 말고 '여전히' 가 될 수 있도록 작은 것들을 '여전히' 로 해 놓으면 행복해질 수 있고 인생이 감동이 될 수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가듯이 작은 것을 받아 들이며 감동으로 느끼는 것 또한 습관처럼 일상에서 느낀다면 주머니가 든든한 부자가 아닌 마음이 여유로운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거창한 저녁을 꿈꾸는 이들이여,오늘도 마주하고픈 사람들과 한 끼 식사를 나누고 하루 일을 마친 후 무사히 귀가했으면 당신은 백 년 동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음에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읽는 것만으로 상처투성이 마음이 치유된 듯한 가뿐함을 느끼게 해 주는 감동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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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들의 언덕
채영주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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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채영주, 낯선 이름이다. 작품도 접해보지 못했다. 그럴만도 한것이 그는 2002년에 지병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한다. 그래서 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일까,문학동네 때문에 접하고 알게 된 작가이다. 이 작품은 영광의 고아원을 배경으로 '동우' 라는 소년이 화자가 되어 써 나간 작품이다. '천사보육원' 태어나면서 아니 태어나고 자라던 어느 순간에 부모에게 버림 받거나 버려진 아이들이 모인 곳인데 이름은 '천사보육원' 이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그들이 탄생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타의에 의해 세상을 선택하게 된 것인데 세상 빛을 구경하자마자 '천사' 가 되어 버려졌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서러운 이야기인가. 그런데 이곳은 거친 남자애들이 모여 있어 늘 싸움과 사건이 그치지 않는 곳이다.소설은 천사보육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단편으로 끝나는듯 하면서 함께 연결되는 '연작소설' 이다.소설을 읽는 동안은 마음이 조금 껄끄럽기도 했는데 마지막 책을 덮고 내려 놓는 순간에는 내 몸에 멍에가 벗겨지듯이 가볍게, 그들의 미래가 희망적이라 생각하며 놓을 수 있었다.

우린 태어나는 순간에 부모가 있든 없든 간에 '고아 있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는 그런 명제를 깔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부모가 있어도 고아나 마찬가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비친다.소설의 화자인 동우와 그의 형제들은 어떻게 하여 보육원에 오게 되었는지 부모가 생존해 있는지 없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애매하게 처리해 놓았다. 그들이 과연 '고아' 일까.고아만 이곳 보육원에 오는 것이 아니다. 가정환경이 너무 않좋아서, 혹은 편부나 편모슬하에 극빈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버려지듯 오게 된 아이들도 있다. 천사보육원에서 처음 시작되는 이야기는 화자의 동생인 '성우' 가 가출을 시도한다. 일명 '천사가출' 이다. 천사가 보육원을 나가면 천사가 될 수 있을까. 그는 단정한 외모새를 위해 옷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약간의 여비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고단수의 작전까지 짜서는 보육원을 탈출하고는 광주대공원으로 향한다. 멋진 계획까지, 그는 지금 있는 곳보다 잘 먹고 잘 입고 할 수 있는 고아원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하여 시도하려고 탈출을 계획했는데 시도단계에서 붙잡혔다.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가 결국 오게 된 곳은 '천사보육원', '비비람 치는 들판이 싫어서 번개는 자꾸만 아픙로 달리지. 아버지 어머니도 보고 싶고 따듯한 집도 그립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하지만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 뿐이야. 번개는 단단한 쇠파이프에 등이 찔린 회전목가거든..... 그래서 내 말은...... 우리도 번개처럼 어디로도 달아날 수 없는 목마라는 거야.' 그래다, 그들의 등에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쇠파이프가 하나씩 등에 박혀 있는 목마라 이곳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회전목마의 목마들처럼 그저 이곳에서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것이 그들이 인생인 것이다. 사실일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씩 <상처> 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너무 많은 씨를 퍼뜨리고 다녀서 버려지게 되기도 하고 5.18에 부모를 잃어서 혹은 그 상처로 인해 이곳에 온 이들도 있다. 그중에 형국은 부모가 모두 죽은 곳에서 발견된 아이다. 부모의 썩은 시체와 함께 살아 있던 아이는 얼마나 큰 상처를 가지고 있을까.그는 지능도 떨어지지만 먹는 것에 집착을 한다. 그런 아이를 감싸던 이모가 있었다. 그에게 되지도 않는 공부도 가르치고 먹을 것도 챙겨주고 그가 아프면 다리가 되기도 했던 이모, 그런 녀석이 미워서 아이들은 그를 계단에서 밀어 다리를 다치게 하기도 하고 그를 골려 먹기도 한다. 그러다 드러나게 된 이모의 상처, 이모는 형국의 상처와 비슷하여 그로 하여금 상처를 씻으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디 그만 상처를 가지고 이곳에 왔을까, 그들은 모두 가슴에 하나씩 보이지 않는 '각인' 처럼 새겨진 상처가 있는 것을.

천사보육원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총무님은 '열쇠'를 무척이나 중요시 여기고 이곳 식당에서 나오는 밥찌끼를 가져다 염소를 키워 자식을 키우고 염소젓 배달을 하여 지금까지 살아 왔다. 그의 인생에서 염소가 없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의 고물자전거에 염소젓을 담아 배달도 하고 염소들을 한번씩 둘러 보기도 하는 것이 그의 낙이고 보육원의 모든 물자관리 자물쇠를 그가 담당하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의 삶에 큰 갈림길이 생겼다. 원장이 '새끼돼지' 를 한마리 사 놓으라 한 것, 이유인즉슨 식당에서 나오는 밥찌끼로 돼지를 먹인다는 것인데 총무가 제일 반대를 하였지만 원장의 힘으로 돼지가 한마리 들어오게 되었다. 그날부터 총무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새끼돼지하고도 정이 들었지만 그 돼지를 없애기로 한다. 총무님에게 다시 힘을 넣어 주기 위하여... 아이들의 작전에 의해 돼지는 감쪽같이 없어지고 총무는 다시 보육원에서 열쇠꾸러미를 들고 큰소리를 치며 다닌다. 밥찌끼로 다시 염소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보육원에서의 한사람 한사람에 대하여 보육원의 역사와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묘사를 세세하게 해 나간다. 그들이 비록 고아이지만 한데 뭉치면 남들보다 형도 많고 동생도 많고 이모들도 많고 총무님도 있고 집사님도 있고 원장님도 있고 그들에게 울타리가 될 수 있는 선배들도 있고 부모가 있는 '고아가 아닌 사람' 들 보다 더 많은 울타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개인이 모였지만 그들은 누구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정말 커다란 목마들의 언덕' 이었던 것이다. 집사님을 좋아하는 숙희이모를 위해 갖은 애를 쓰며 둘이 결혼하게도 만들고 늘 수필집을 읽는 식당일을 하는 영진이 엄마를 위해 그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그들이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게도 해 준다. 뭉칠 수 없는 모래알인듯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하나가 되어 있다. 그래서 광주로 성가대회에 나가서도 일등을 하게 된다. 뭉치면 큰 힘이 되는 목마들, 드디어 '동우' 에게도 이 곳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넓은 세상에서 공부 할 수 있도록 먼저 보육원을 나가 자리를 잡고 있는 형들이 그를 거두기로 한 것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어려움을 감내하며 그를 보살피는 광준이 형과 연미 누나 덕에 그는 어려움 없이 공부를 하여 서울에 대학을 들어간다. 보육원에서도 꿈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공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부는 도시애들이나 하는 거야' 라고 늘 말하던 아저씨들의 말처럼 도시애들의 소유물로 여겨졌던 공부를 도시애들을 전부 제치고 동우가 일등을 하게 되면서 광준과 연미가 연결이 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딸은 고아원의 '고' 자도 모르게 키우겠다고 하던 행복할 것만 같던 원희 누나가 제과점을 하던 남편이 남의 모략에 빠져 감옥에 가게 되고 누나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딸인 '경은' 이가 걸려서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곳에 남겨 두고 떠나게 되었을때 그들은 '경은' 이를 키워주겠다고 한다. '천사보육원' 은 원생들에게는 '친정' 이나 '집' 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진,등에 쇠파이프가 하나씩 박힌 목마였지만 그곳에서 힘을 키우고 서로 의지하면서 스스로 '야생마' 로 거듭나 회전목마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힘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발휘할 수도 있고 원하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꼭 '고아' 여서 못할것은 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동우' 와 함께 한 소년들의 성장기라 할 수도 있고 그의 성장기라 할 수도 있지만 넓게는 '고아냐 고아가 아니냐'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있건 없건 간에 세상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 결말이 해피해서인지 마지막 순간에 가슴이 따듯해지면서 비로소 안심하며 책을 덮었다. 그들의 미래가 밟지 않았다면,영원히 목마로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자연이란 건 참 이상하지. 저 산은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저 모습으로 서 있을 것 같은데 봄이 오면 눈은 사라지고 파릇파릇한 신록이 우거진단 말이야...... 마치 우리한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거든. 철새들은 날씨를 따라 날아다녀야 하고, 사람들은 꿈을 좇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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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반양장)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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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이 있는 도로는 왠지 마음이 놓이잖아. 도로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니까.'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되어 주는 건널목, 하지만 우리는'정지선' 도 지키지 않고 남보다 먼저 가려는 '1초의 기다림' 도 지키지 못하고 남보다 인생을 먼저 종결짓기도 한다. 무수한 사고들이 '건널목'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나 또한 몇 해 전에 건널목이 없는 T자형 삼차로에서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난 보행자였고 4.5톤 트럭 운전자는 내가 지나는 길은 보지 않고 자신이 차를 돌려야 하는 부분만 쳐다보고 그냥 차를 돌렸던 것이다. 난 차들이 정지 해 있으니 천천히 길을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화물차의 급한 질주,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커다란 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난 젓 먹던 힘까지 빌어 큰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 앞을 바라보는 청년, 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다. 난 그 차에 치여 나가 떨어진 것, 그렇게 하여 일년여를 고생했다. 처음엔 죽은 줄 알았는데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지만 너무도 힘든 상황,그도 젊은 청년이었고 당황했다.사람을 죽인 줄 알고. 그렇게 하여 응급실로 갔지만 달리 나타나지 않는데 죽을 것만 같다. 않아픈 곳이 없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늑골및 허리뼈 골절등 큰 부상으로 인해 정말 정신적 육체적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후유증인지 않좋은 부분이 있고 수술이 남아 있다. 그 상황에서 그곳에 건널목이 있었다면 운전자도 보행자도 조금더 '안전' 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건널목이 없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사고가 많다. 특히나 아이들은 급하고 조심을 하지 않기에 더욱 사고가 잦다.

이야기는 작가이지만 별다른 히트작도 없이 그리고 별다르게 쓰는 글이 없다는 이유로 식구들에게 눈치밥을 먹고 있는 '오명랑작가' 가 식구들의 눈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아니 밥벌이의 지겨움에 빠져 드는 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자신이 정말 잘하고 적성에 맞는 '이야기 교실' 을 운영한다는 광고를 붙이고 가족들에게 대대적으로 큰소리르 치지만 늘 이상한 전화만 오다가 드디어 '수강생' 이라 할 수 있는 한달간 무료기간에 다른 학원에 가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이 '이야기 교실' 을 택한 세 명의 아이들이 온다. 그들을 데리고 오명랑 작가가 이야기 할 것은 '건널목씨' 이야기로 수강생 아이들은 듣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글쓰기의 기본은 '경청' 경청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글에서 작가는 그 또한 한부분을 보여준다. 남의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고 잘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종원이와 소원이와는 다르게 나경이는 꼼꼼하게 받아 적어가며 언젠가 동화작가가 되겠다며 '건널목씨' 이야기를 정말 기자처럼 묻고 적고 세세하게 기억해 나간다.

그렇다면 오명랑 작가가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건널목씨' 는 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자신이 만든 '카펫 건널목과 신호등 모자' 를 쓰고 건널목이 되어야 했을까. 그는 정신 이상자일까.아님 천사일까. 그의 그런 모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당연하다. 건널목이 없는 곳에 건널목이 그려진 횡단보도 카펫을 펴고 신호등이 붙은 노란 모자를 쓰고 직접 교통정리를 하는 아저씨, 그에게 과연 무슨 깊은 사연이 있길래 그는 날마다 아파트 앞에서 건널목이 되어야 했을까.이상한 차림새의 건널목씨 아저씨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아이들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차츰 차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에 빠져 든다. 건널목에 쌍둥이 아이를 잃은 슬픈 건널목씨 아저씨의 사연이 드러나고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손수 자선 건널목이 되는 아저씨,도로에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되어주는 고마운 아저씨 였지만 그의 생활은 너무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가 행해주는 고마움에 점점 아파트 사람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고물상 한 켠에서 숙식을 했던 아저씨가 아파트의 빈 경비실로 옮겨 옮으로 하여 아파트에는 질서도 잡히고 깨끗해진다. 그런데 이 아저씨, 아파트에서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그런 착한 일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자신도 가진것이 없는데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었던 것이다. 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아빠를 잃고 집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지하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두 남매 태희와 태석을 도우며 그 아저씨는 남모르게 천사처럼 살고 계셨던 것, 같은 아파트 단지내의 15층에 사는 도희라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워 그가 있는 경비실에 숨어 들게 되고 그는 도희를 데리고 태희 남매에게 가게 되면서 도희 또한 좀더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던 것, 그렇다면 건널목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건널목' 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인지, 하지만 자신의 삶에 진정한 건널목을 가지지 못했던 사람.

태희 남매를 보러 가면서 도희 또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되고  어느 날 태희 남매 앞에 이년 전 집을 나갔떤 엄마가 돌아 오고 건널목씨와 만나게 되지만 태희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부정하게 된다. 그 후로 건널목씨는 그곳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들은 엄마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들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그렇다 오명랑이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교실을 열때마다 늘 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숨죽여 듣고 있던 엄마, 그 건널목씨 이야기는 태희가 자신이 받아 들이지 못했던, 자신이 벗어나야 했던 엄마와의 그 이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건널목 하나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고 풀지 못했던 '엄마와 태희의 과거' 를 풀어 버러야 비로소 태희가 '오명랑 작가' 로 우뚝 설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냈던 것이라 엄나는 늘 조마조마하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태희는 작가로 오빠는 직장일을 마치면 건널목씨가 했던 것처럼 그 또한 건널목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장치역할' 을 해 주고 있고 엄마는 지난 과거에 대한 미안함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숙제처럼 남겨졌던 부분이 딸이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교실을 운영함으로 하여 '엄마와 딸' 숙제가 스르르 플리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널목씨' 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도 어디에선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안전장치가 되어 '건널목' 이 되고 있을까. '아이들한테 건널목 씨라는 얼느은 전혀 무섭지 않은 존재였지. 어디 아이들뿐일까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 왜 말없이 웃어 주면 속도 없는 줄 아는 걸까? 왜 그런 사람 앞에서는 우쭐한 척을 못 해서 안달일까? 왜 그런 사람한테는 자기가 늘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 ' 건널목씨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웃으며 하고 있을때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해도 '좋은 향기' 가 나게 마련이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볼 품 없다 해도 말이다. ' 참 이상하지? 근사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가진 게 많아서 듬뿍듬뿍 퍼 주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은 건널목 씨를 좋아했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건널목 씨 한 사람 더 와서 사는 건데 아리랑아파트 분위기가 다랄졌다니까. 이웃끼리 인사도 더 자연스럽게 했고 더 상냥해졌지.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 내가 이걸 해 주면 저 사람도 그럴 해 주겠지? 하는 계산된 친절이나, 나 이 정도로 잘해 주는 사람이야,하는 과시용 친절도 아닌 그냥 당연하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건널목 씨야. 그런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건널목씨 한 사람이 아리랑아파트에 왔다고 하여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임시 건널목이 하나 생겼다고 하여 우리들의 삶이 더 많이 별할 수 있을까?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나면 파문이 오래도록 멀리 퍼져 나가듯 이 이야기는 잔잔하게 시작하여 모두의 가슴을 울려 주고는 그렇게 멀리까지 퍼져 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댓가 없이 남을 배려하고 내 자신을 다 내어 놓 듯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요즘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건널목씨는. 겉모습은 정말 보잘것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지난 '좋은 향기' 는 모두를 변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야 했던 엄마가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돌보고 했고 내가 사는 곳이지만 남의 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서로에게 벽이 없이 다가가고 건널 수 있는 '건널목' 을 만들어 주고 떠난 건널목 아저씨, 비단 어린이 동화라고 하여 가볍게 읽으려 했던 마음에 '풍덩' 커다란 바윗돌 하나가 떨어져 내린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내 건널목 교통사고도 생각나게 하고 앞으로는 건널목씨의 좋은 향기를 닮아가며 살아야 할 것만 같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다. 자신의 목소리를 키워도 살아 남을까 말까 하는데 '경청' 그리고 '배려' 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부모로서 자식을 돌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임을 살짝 꼬집듯 이야기 한다. 자식과 부모의 인연으로 맺어졌지만 무책임하게 생각하여 얼마나 많은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는가,적어도 기본적인 책임은 져야 한다. 모든 것은 기본은 '가정' 에서 비롯된다. 가정이 무너지고 부모와 자식간의 무너짐으로 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서로에게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건널목' 과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함을,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보게도 만드는 소설, 가볍고 얇은 소설이지만 그 깊이만큼은 결코 얇지 않고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더불어 부모와 자식간에도 생긴 벽,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안전한 거리만큼 다가가야 가정이 바로 설 수 있다. 두꺼운 자기계발서 한 권보다 큰 값어치를 하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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