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가는 길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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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작가 황석영.


장편뿐만이 아니라 단편에서도 그의 힘은 놀랍다. 맛깔스런 그의 단편의 맛을 볼 수 있는 '삼포 가는 길'에는 11편의 단편들이 있다. 그중 TV 문학관으로 널려 알려진 '삼포 가는 길' 은 오래전 드라마였지만 세사람이 거친 눈밭을 걸으며 황량한 겨울속을 걸어 삼포로 향하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삼포 가는 길' 도 서민들의 삶을 노래했지만 처음에 있는 작품인 '한씨연대기' 는 정말 안타깝고 불쌍하여 눈물이 난다. 

장의사에서 허드레일처럼 미천한 일을 하던 노인 한씨가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중 넘어져 그의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만다. 같은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세를 살던 사람들은 그가 살던 방을 탐낼뿐 한씨의 삶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그가 어떤 노인네인지 모르기에 일터인 장의사로 그와 함께 일하던 노인네를 찾아가지만 그도 딱히 한씨에 대하여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청진기와 낡은 수첩에 적힌 세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보고 연락을 취하여 달려온 사람들에 의해 그의 한많은 삶은 들어나게 된다. 전쟁이 발발하기전 북에서 산부인과 의사이던 그가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져 남으로 혼자 오게 된 사연이며 꼿꼿한 성격때문에 남의 눈에 나서 불행의 길을 걷게 된 질곡의 삶. 자신이 의사라는 것도 발히지 못하고 장의사 일을 했던 그가 소중히 간직한 청진기, 때론 인생이란 둥글 둥글 굴러가기도 해야하는데 너무 반듯한 선으로 일관하여 자신을 비루하게 만든것은 아닌지 하는 안타까움을 주었던 작품이다.

'낙타누깔' 월남전에 참전한 소대장은 남들처럼 번듯하게 돈을 마련하여 돌아온것도 아니고 마지막 군생활도 병원에서 있다가 바로 왔기에 두둑한 주머니를 차고 오지 않았지만 우연히 '낙타누깔' 이란 것을 거리에 나갔다가 사들고 오게 되었다. 몸이 좋지 않았던 그가 병장과 잠깐 나갔던 외출에서 구토증을 느끼며 간신히 참아 가다가 많은 돈을 마련하여 돌아왔다는 자를 만나 하룻밤 즐기려 들어갔던 곳에서 상대에게 주었던 낙타누깔을 그가 그이 입에 넣어주자마자 그동안 참아왔던 구토증과 함께 모두 게워내고 만다. 토사물들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낙타누깔, 자신의 모습을 닮은 낙타누깔 또한 우리의 아픈 한시대를 대변해 주고 있다. 

밀살, 얼마나 배가 고프고 없으면 남의 것을 탐할까? 서리도 이만저만한 서리가 아니다. 세명이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닭 서리라면 괜찮겠지만 그들은 남의집 암소를 밀살하기로 한다. 미리 봐둔 암소를 산으로 끌고 와 밀살하려 하지만 양심은 있었는지 자꾸만 빗겨 맞는 도끼자루, 하지만 그런 도끼자루에 암소의 운명은 끝이나고 그들은 피를 뒤집어 쓰고 암소를 죽이고 만다. 달빛에 허옇게 들어나는 흰살과 함게 뱃속에서 나온 죽은 새끼소, 자신의 아내가 곧 해산이 다가왔으면서도 내일을 위한 밑천을 마련하기 위하여 농가의 소를 탐한 그들에게 내일은 어떤 태양이 뜰까? 아이를 잉태했던 아내는 아무일없이 해산을 한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이며 죽음을 느낀 소가 그토록 절박하게 온 산이 울리도록 울었는데도 주인이나 동네사람들은 그 소시를 정말 못들은 것인지. 배고픔 앞에서는 그 무엇도 용서를 해야 하는 것인지.

나이가 어려서는 고향을 떠나고 싶지만 철이 들고부터는 고향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마음, 여기 그런 두명의 남자와 여자가 있다. 떠돌이로 막일을 하는 영달과 정씨 그리고 술집 작부일을 하다가 몰래 도망가는 백화, 그들은 누구의 고향인지 그곳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며 길을 떠난다. 삼포, 먼 기억속의 삼포는 열집도 안되는 가구가 모여사는 정말 그림같은 고향이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서 전해 들은 그곳은 관광호텔이 들어서고 여기저기 벌어지는 공사판으로 예전의 그곳이 아니다. 영달과 정씨와 헤어져 기차를 타던 백화가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자신의 존재를 처음 밝히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내 이름도 고향도 알지 못하며 무언가에 쫒기듯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고향' 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든든한 언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곳까지 가는 길이 눈밭이거나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지만 그마져도 없다는 것은 삶의 희망이 사라진것처럼 절망적이다. 

그의 단편들을 읽고 있다보면 맛깔스럽고 정갈한 우리네 토속음식을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느 티비 프로에 나와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던 그가 한동안 이슈가 된것처럼 그의 입담처럼 맛깔스런 작품들은 장편이건 단편이건 '읽는 맛' 을 느끼게 해준다. 너무 오래된 작품들이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쓸어버리기라도 하듯 그의 언어들은 그의 입담만큼이나 찬물에 헹구어낸 것들처럼 반들반들 윤이 난다. 우리네 삶에서 사각지대에 있어 관심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의 삶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은 연말이라서 그런가 자신의 피를 팔아 하루하루를 살던 '이웃 사람' 이란 작품처럼 어느 티비광고문구처럼 한방울의 피가 생명을 살릴 수도 있지만 한방울의 피로 삶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 단편외에 다양한 이야기꾼 황석영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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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맛>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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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노래한 시인 백석.

작가의 특이한 이력,외교학과를 나와서 문학에 뜻을 두어 다시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국어국문학부 교수로 있는 그가 백석의 시에 주목한 것은 그의 시에 나타난 ’음식’ , 시에서 다루기 힘든 음식들이 백석 그의 시에는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국어시간에 배운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귀’ 와는 너무도 다른 음식들이 등장하는 시들은 그동안 그를 너무 잊고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영화 ’모던보이’ 에서 박해일의 헤어스타일이 그를 모델로 했다는데 그런 모던보이가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을 시어로 택했다는 것은 먹는 즐거움을 진정으로 알았던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메밀국수,청배,가재미식해,수박씨와 호박씨,무이징게국,달대 생선,떡국등 그의 시와 시에 등장하는 음식들에 대한 작가 나름의 생각과 음식을 다룬 영화인 <식객> 이나 그외 신문이나 글들을 함께 소개하여 읽는 맛을 더해 주었지만 그가 논문으로 쓴 글이라 그런가 조금은 딱딱한 면도 있다. 백석의 시 그 자체를 놓고 읽는 시집으로 만나는 맛과는 다르다.

’음식은 삶이다’ 인류학자 캐롤 코니한의 말처럼 백석, 그는 음식을 노래했으니 삶을 노래한 것일까? 그가 좋아하는 가재미며 메밀국수 달재 생선(달강어 방언) 그리고 무이징게국(새우에 무를 썰어 놓고 끓인 국) 등 그가 즐겨 먹고 좋아하던 음식을 시로 표현해 낸 백석은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노래한듯 하다. 그렇다면 그가 식도락가인가 아님 미식가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볼 수 있는데 어쩌면 그가 표현해 낸 음식들은 ’고향’을 말해주는 음식들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한 음식인 달재 생선이니 무이징게국이니 하는 것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아는 음식들이었다. 시에서 주로 거론되는 사랑이나 이별을 노래하지 않고 자신이 즐겨 먹던 음식들을 소재로 다루며 그 음식들을 그리며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서민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모던보이였던 겉모습 만큼이나 먹는 것을 중요시했던,내실을 기했던 그가 아니었나 하는 그의 꼿꼿함을 볼 수 있기도 했는데 시보다는 그의 <맛>에 치중한 논문이라 시가 가려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찌보면 딱딱한 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잠자던 '백석의 시' 들이 다시 잠에서 깨어난것 같아 기쁘다. 시를 노래하고 낭만을 노래하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우린 어쩌면 낭만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시와 좀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에 쓰여진 시나 시인들을 보면 그 시대에는 시에 ’감각’ 을 이용한 표현을 많이 쓴 듯 하다. 후각이나 미각 또는 시각 청각등을 표현하여 시의 맛을 더 살려주지 않았나 싶은데 그의 대표적인 시 외에는 그리 많은 시를 접해보지 않았고 많은 시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해방이후 그가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의 삶을 선택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맛을 알았던 시인이며 멋을 알았던 시인> 이었던 그를 오래간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던 책이며 잊고 있던 ’백석’ 이란 시인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게 해 준 책이다. 이참에 그의 시집을 구매를 해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이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젋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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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박재은 지음 / 낭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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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내 손안에 쥐는 것만이 ’소유’는 아닌 것 같다. 내 마음에 담아 두는 것도 다른 의미의 ’소유’ 다.


제목부터 낭만적인 요리칼럼니스트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작가는 20대에 머물렀던 추억속의 파리와 지금의 파리, 그리고 요리전문가로 파리의 역사와 박물관및 볼거리 외에도 보르도, 부르고뉴, 샴페인 등 프랑스 3대 와인산지를 다녀온 생생한 여행기와 함께 비 오는날 갑자기 들어간 뒷골목의 비 내리는 풍경의 파리의 낭만이나 오래된 책방에서 만나는 추억어린 엽서나 편지 그외 낡은 책들을 소개하며 낭만적인 파리의 거리를 걷고 싶게 만든다. 

파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에펠탑’의 사진들은 에펠이나 어느 작가는 에펠탑이 보기 싫어 늘 에펠탑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지만 파리에서 에펠탑이 없다면 앙코없는 진빵이나 마찬가지일것이다. 저녁무렵 에펠탑에 노란 불빛이 들어오고 다른 부분은 푸른바탕이 되는 사진을 보고는 얼른 그 사진이 있는 여행서를 집어 들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도 있다. 그만큼 낭만이나 여행하면 유혹적인 에펠탑이 그녀의 감성에 더 유혹적으로 자극하는 파리여행서에는 그동안 파리가 등장한 영화인 ’퐁네프의 연인들’ 이나 ’도쿄타워’ 등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나열해 놓아도 낭만적이다. 

우연히 골목을 걷다가 만난 고서점에서 오래된 엽서나 낡은 책을 만나 저렴한 가격에 종이에 배인 추억을 건져 올릴 수도 있고 오래전에 건설된 낭만이 흐르는 운하가장자리에 앉아 책 한권 펼쳐 들어도 그곳이 파리여서 좋은 추억이 묻은 ’파리에서 온 편지’ 들은 그녀의 20대 감성과 외로움이 묻어 있어 더값진 여행지가 되지 않았나싶다. 작년에 한참 가슴을 졸이며 보던 드라마 ’떼루아’ 라는 와인에 관한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사랑과 이별의 감정으로 찾았던 포도밭과 와인창고가 그녀의 책을 읽는 동안 영상으로 떠 오르면 내가 꼭 그 포도밭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내가 파리를 언제쯤 여행할 수 있을까. 그녀처럼 지난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여행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그곳에 간다면 그곳에서 낡은 고서점이나 벼룩시장에서 건져 올린 엽서나 편지지로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긴 이야기가 없어도 에펠탑이 그려진 엽서 한 장에 간단하게 안부 몇 줄 적어도 낭만적인 엽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이 책은 <낭만제주>와 <도쿄산책>의 저자 임우석씨가 사진을 함께 해서인지 낭만적인 사진들이 눈을 자극한다. 난 여행서라도 글이 많은 여행서를 특히나 좋아한다. 작가가 땀 줄줄 흘리며 먼지 폴폴 나는 길을 걸으며 건져 올린 정말 인간미 넘치는 여행서를 읽고나면 나 또한 그 길을 함께 걷고 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사진들이 유혹을 한다. 낭만의 도시답게 멋진 사진과 낭만이 곁들여진 오래된 건물들의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눈요기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다. 요리칼럼니스트라 요리사진을 많이 기대했는데 요리사진보다는 파리를 소개하는 책에 더 기울어진것 같다. 여행가고 싶은데 당장 시간과 경제력이 모자란다면 크리스마스에 펼쳐 들고 파리에 온 기분을 내며 읽으면 좋을것 같은 책이다. 비 오는 날에 국립도서관에 2천만권이 책이 내뿜는 지적인 냄새에 묻혀보는 상상과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은 ’릑상부르 공원’ 에 있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성탄절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것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올 성탄절에는 오래된 와인한병 꺼내 놓고 낭만적인 분위기 한번 자아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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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엘레나 - 2010년 제4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김인숙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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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겹핍으로 빚어진 아픔과의 만남..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낯설음의 방황처럼 그녀의 깊이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처럼 소설속으로 깊게 파고 들지를 못하며 읽어 나갔다. 하지만 한두편의 단편을 읽다보니 '아하..' 하고 그녀를 만나는 것처럼 그녀의 소설에 좀더 깊게 잠수해 들어갈 수 있었다.멋진 표지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난간에 홀로 앉아 있는 여인의 외로움처럼 그녀의 소설속에서 상실과 아픔을 읽어야만 했다. 

안녕,엘레나... 젊은시절 원양어선을 탔던 아버지는 자신이 뱃일을 나간동안 자신이 보낸 돈을 모두 날린 어머니에게 구타를 일삼다 둘은 이혼을 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소망은 직업도 없이 삶을 살아가던 어느날 해외여행을 간다는 친구에게 마침 그곳에 젊은 시절 아버지가 말씀하시던 이복동생을 찾아 달라고 한다. 동생의 이름은 엘레나. 친구는 사진이 설명도 없이 엘레나라는 이름의 사람이나 동물이 사진을 계속 보내오지만 확실하게 동생이라고 할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 모든 사진들을 아버지의 영정사진 옆에 붙여 놓고 보게 된다. 비로소 아버지를 아빠라 부르며 진실된 아버지와 자신으로 만나는 그녀, 어느날 아버지가 정한 통금인 시간에 오분 늦었다며 나무라던 그 '오분'을 헤아려 보는 소망.

숨-악몽...아버지는 어린시절에 엄마를 만나 뜻하지 않게 쌍둥이 아들을 갖게 되지만 형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보낸다. 하지만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고 결혼도 안한 그들은 쌍둥이를 형님의 호적에 올린다. 그 후로도 그들은 계속되게 아이들을 낳고 아버지는 늦은 군생활을 하게 되며 군생활 동안 익힌 솜씨로 배전을 하는 직업을 얻게 된다. 그런 어느날 우연한 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사고보상금 보다는 근무를 계속 하는 것을 원해 내근직으로 배정받아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는 자신이 물고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낚시에 집착을 하다가 아내와 함께 낚시를 갔다가 축대에서 떨어진 아내는 중상을 입어 급기야 죽고 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집을 팔려고 내놔도 오랜시간 팔리지 않고 무료한 삶을 사는 아버지를 주인공은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숨을 끊고 만다. 

어느 찬란한 오후...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날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 병숙과 승욱, 병숙은 제법 살림도 늘려가고 부유하게 살지만 승욱은 치킨집을 어렵게 꾸려가고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병희라는 여동생이 있지만 쌍둥이인 병숙과 승욱보다는 승욱과 병희가 더 닮았다. 병희는 대학을 나와 직업은 있으나 결혼을 하지 않고 승욱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은 보며 병희와 승욱이 쌍둥이이고 자신은 완전한 한 몸으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배달을 나갔다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삶이 더 힘들어진 승욱을 보며 자신의 지난 삶과 그들의 삶을 되집어 보던 그녀는 그날이 자신들의 생일이라는 것을 문득 떠올리고는 승욱에게 '생일 축하해.' 하며 자신에게 말하듯 그에게 전화를 한다. 그 말을 내뱉고 나서야 심하게 통증이 오던 발바닥의 아픔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는 그녀, 이 작품은 왠지 '운수 좋은 날' 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었다.

그외 '조동옥,파비안느.' '그날' '현기증' '산너머 남촌에는' 이라는 작품들도 비슷하게 상실이나 겹필 또는 부재의 아픔이 베어있다.주인공들은 상실이나 결핍된 그 순간에서 더이상 헤어나오려 하지 않는 것처럼 머물러 있다. 벗어나려 노력했다면 아픔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듯한 아픔에서 벗어나 좀더 밝은 햇살속으로 나오려 노력했다면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은 결코 쉬운 작품들이 아닌듯 하다. 작품들을 읽으며 몇 번이고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봤다. 그녀의 어디에서 이런 무거운 작품들이 나왔을까. 그녀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괜찮은 작품을 만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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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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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려 애쓸수록, 마주하고 끝장을 보려 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느껴지며 삶을 짓누르는 것들이 있지.
그런 것들은 그냥 편안하게 놓아주어야 해. 인생은 때로 있는 그대로,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거야.
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거 아니겠니?'

그녀의 말을 빌리지만 무너진 사랑의 아픔의 산고끝에 탄생한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는 그녀의 마법같은 주문을 통해 그녀가 전해주는 열정을 훔칠 수 있는 책이다. 제목에 새겨진 주문의 빗장을 열고 처음부터 마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녀의 '열정'과 '사랑의 아픔' 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스페인 여행기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와 그녀가 번역한 <엄마에게 가는 길>을 읽고는 그녀에게 푹 빠졌다. 그녀 자신이 스페인 유학시절에 만난 <마르틴 카파로스>를 보고는 그를 삶의 멘토로 삼은 것이 오늘날 그녀를 여행가와 작가로 만들어 놓았듯이 그녀의 삶은 내겐 로망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녀가 찾은 것은 '열정'과 '비움'인듯 하다. 아픔이 있었기에 더 뜨거운 열정과 만났을 수도 있겠지만 아르헨티나 역사와 그녀가 만난 사람들 그 자체에서도 열정은 쉼없이 쏟아져나와 독자들에게도 전달되는 듯 하다. 여행이란 새로운 사람,풍경,먹거리..모두가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낯선것의 연습인데 그중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제일인듯 하다. 그녀가가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며 그들로부터 열정과 순수를 받아 그녀의 사랑의 아픔도 치유가 된 듯 하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중에 기억에 남는 이로 탱고를 가르치는 '노라' 의 삶이다. 그녀의 삶은 정말 군더더기 하나없이 <열정> 그 자체로 표현하고 싶다. 육십여세가 넘은 나이에도 탱고로 다져진 몸매와 반듯한 몸가짐 그리고 아직 녹슬지 않은 열정적인 춤,그녀를 티비 어느 프로에서 만난듯 한데 가물거린다. 그녀의 삶은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은 지탱하게 해준것은 <탱고>였다. 탱고의 뜻은 '만지다' '가까이 다가서다' '마음을 움직이다' 이며 그녀가 풀어 놓는 인생과 사랑과 탱고의 의미는 너무도 완벽하리만치 일치하는 면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아버지와 마지막 탱고를 추었다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탱고를 배우고 아버지와 마지막 탱고를 추었다는 그녀 노라, 그녀로 인해 탱고는 더 가까운 춤이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골든벨 사이버 공주 수영씨' 그녀를 티비에서 나도 보았는데 언제 그렇게 성장을 하고 눈부신 자신만의 삶을 찾았던 것인지. 그녀의 당찬 인생도전이 기대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젊다는 것은 어쩌면 고갈이 안되는 빵빵한 밧데리인지도 모를것처럼 그녀에겐 모든 것들이 도전이고 과제이다. 젊은 친구에게 '노력과 도전'이라는 에너지를 얻어 볼 수 있었고 그녀가 만난 진정한 예술가인 '비아치' . 그는 폐품을 활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들은 너무 매혹적이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림과 작품들은 그곳으로 날아가고는 '유혹' 이었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당당함이 가득한 영화배우 '훌리오' 아저씨. 대가족을 이끈 그는 자신이 동경하던 일을 하기 위해 영화감독을 찾아가 직접 영화배우가 된 아저씨로 가난하지만 그가 진솔하게 풀어내는 인생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스페인에서 만났던 그녀의 멘토 '마르틴 카파로스' 그의 저서로 <나는 모나리자를 훔쳤다>가 번역이 되어 있다는데 그곳 아르헨티나 축구장에서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만나 신문에도 나오고 티비에도 나오고 그들은 어쩜 지구 반대 편이지만 언젠가는 꼭 만날 사람들이었나보다. 그런 우여같은 필연이 이 책에는 아니 그녀의 아르헨티나 여행에는 너무도 많다. 아마도 그녀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겠지만 그런 이유로 더욱 아르헨티나 여행이 더 가깝게 다가온듯 하다. 그녀가 소개한 커피 <라그리마>는 95%의 커피에 우유를 눈물처럼 한 방울을 넣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게 그녀라는 존재는 '라그리마'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인디오 유학생청년 '인티' 그녀에게 '차랑고' 를 가르쳐주던 순박한 청년은 '차랑고' 라는 인디언 기타때문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박범신의 <촐라체>에 나오는 차랑고는 사랑의 연결고리이며 아픔의 결정체이며 동생과의 화해를 하게 해준 물건이다. 그래서일까 낯익은 단어 '차랑고' 때문에 이 여행기가 더 재밌어졌다.

그녀의 열정은 다섯명의 가우초 청년들의 만남에서도 모두 녹아나 있고 월세를 낼 돈이 없던 크리스와 산티아고의 샌드위치를 파는 일에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느껴진다. 작은 계기로 시작된 샌드위치 판매가 생각보다 잘 되어 마트에 자리를 얻게 되고 그 일로 해서 호텔 주방장이 되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그들이 찾았던 자신감에 읽는이마져 행복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아픔도 있었지만 남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함께 하려 한 그녀의 여행은 멘도사에서 여행가방을 잃어버림으로 해서 더 값진 여행이 되지 않았나싶다. 귀중한 것을 잃고 나서의 새로운 것으로 채움은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내 그릇이 보이듯 새로운 그녀로 재탄생되지 않았나한다. 

'꿈은 분명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정으로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길은 열린다.'
여행서를 읽는 다는 것은 내가 그곳을 가지 못하기에 글과 사진으로 잠시 그곳을 먼저 여행하고 온 사람의 기분을 훔치듯 할 수 있어 좋은점이 있다. 여행에 대한 모든것을 책에 담기에는 역부족이겠지만 읽다보면 얼마나 진실되게 전해주려 노력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점에서 작가는 '잃어버린 파일과 메모' 에도 불구하고 값진 책을 한 권 탄생시켰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글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훌훌 바람에 날리듯 자신을 비울 수 있어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또 다른 행보가 기대된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세상을 품는 일은 분명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얻게 해주는 값진 일이라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라는 것 말이죠.'


 

 

손미나 사인과 책 속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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