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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습관 - 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비밀
송정림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겉표지부터 무언가 상큼함이 묻어나서 한참을 보고 또 보고 했다. 작가는 아직 내겐 낯설다.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프롤로그를 읽으며 느낌이 참 좋은 작가라는 생각을 가져봤다. '타인의 행복을 내 것인 듯 흉내 내며 좇던 날들에는 보이지 않던 나의 행복이, 지나간 시간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행복' 이란 내가 이미 숱하게 겪어본 감정이었습니다. 아직 맛보지 못한,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더 큰 행복을 좇느라 잠시 나의 마음을 잃었을 뿐이었습니다.' 머리글을 읽어 나가다 보니 한 줄 한 줄 모두가 가슴에 와 닿는다. ' 생각해보면 행복의 날들, 감동의 순간들은 내 마음이 가난할 때 더 자주 찾아왔습니다. 내 안에 더 많은 것들의 가치를 놓치지 않고 있을 때, 세상과 나는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분명 지나온 시간 속에는 '감동' 이나 '행복' 의 시간이나 순간들이 무척이나 많이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앞에서' 만 찾으려고 한다. 우린 늘 '행운' 을 꿈꾼다.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는 무슨 부적처럼 여기기도 하는데 세잎클로버인 행복은 무수히 많은데 늘 그 속에 딱 하나 '행운' 인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그렇기에 무수한 행복을 지나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네잎이 아닌 세잎의 행복을 찾고 느껴보자,지난 일상 속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그런 글들이 많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 온 정말 찰나와 같은 '감동' 을 아날로그 방식처럼 잘 잡아내어 표현해 놓았다. 어느 감동적인 책에서 혹은 영화에서 그리고 詩를 적절하게 맞추어 놓아 감동은 배가 된다. 어찌보면 감동을 찾거나 느끼거나 표현하는데 좀더 남다른 감각을 가진 듯 하다. 잔잔하면서 여유롭고 빠르지 않으면서도 깊이 빠져들게 하는 표현이 술술 읽히면서도 무언가 스펀지처럼 내 가슴에 스며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낯선사람에게 말 걸기.'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혹은 뒷산 산행을 자주 가는 난,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아파트 안에서는 자주 인사를 한다. 가끔 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산에서는 인사가 입안에,아니 혀끝에 맺혀 있는데 괜한 오해를 살까봐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나면 혼자서 베시시 웃고는 만다. 하지만 그것이 말이 되어 나왔더라면 산행은 더 즐거워지리라. 내가 즐거우면 상대도 즐겁고 모두가 오가면서 인사정도는 하고 지나치는 이웃이 될 수 있을텐데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며 지나친다. 그런 벽을 깨는 이야기를 처음에 풀어 놓으니 '남이 먼저'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렇다면 감동은 누가 많이 받게 될까. 사랑은 받는 것보다 줄때가 더 행복하다. 감동 또한 그럴 것이다. 상대의 인사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생각하지 보다 그저 간단하게 날씨이야기라도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세상은 좀더 환해 지겠지.
'그립다는 말은,/내 안에 네가 가득 차 있다는 말입니다. /그때가 혹 이별한 후일지라도, /내 속에 그대로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고,/그 슬픔조차 나를 설레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그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인생은 그리움 때문에 살아간다고 할 수도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조근조근 풀어낸 말들이 그리워 하지 않아도 곧바로 누군가를 그리워 하고 있었던 것처럼 빠져 들게 한다. 감동을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까지 충전하게 해 준다. 시적이면서 공격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풀어 낸 것이 꼭 우리내 한지에 먹물을 묻혀 그려낸 '동양화' 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번 읽기 보다는 몇 번 읽어도 좋을 말들이 지나고 나면 여운이 깊게 남는다. 난 아직 읽어보지 않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소설 <제비역>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리뷰를 쓸 때 이렇게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게 만든다. '모든 고비는 정류장일 뿐' 얼마나 좋은 말인가. '머무는 곳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역이야.치카도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힘내자.' 정말 좋은 글귀를 얻었다. 그 소설을 찾아서 한 번 읽어봐야 할 듯 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그렇다' 잔잔한 감동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갑자기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지,아이를 낳고 부대끼며 살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행복이었음을,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며 한 해 한 해 다르게 성장해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모두가 감동이고 행복이었음을, 하지만 그때는 부대끼느라 행복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빠듯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조금 여유를 찾고 보니 순간 순간이 모두 행복이고 감동이었다는 것이 보인다. 지금 내가 살고 이 순간도 지나고 나면 먼 미래에는 감동의 시간이 되겠지만 지금은 잘, 아니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자신을 살짝 꼬집어 그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깊은 묘미가 있는 책이다. 큰 것을 누리고 찾으려는 '인생역전 한방' 이 아니라 '인생 여전히' 라는 말도 참 좋았다.인생역전 한방을 누리려고 하다가 역전패를 당하지 말고 '여전히' 가 될 수 있도록 작은 것들을 '여전히' 로 해 놓으면 행복해질 수 있고 인생이 감동이 될 수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가듯이 작은 것을 받아 들이며 감동으로 느끼는 것 또한 습관처럼 일상에서 느낀다면 주머니가 든든한 부자가 아닌 마음이 여유로운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거창한 저녁을 꿈꾸는 이들이여,오늘도 마주하고픈 사람들과 한 끼 식사를 나누고 하루 일을 마친 후 무사히 귀가했으면 당신은 백 년 동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음에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읽는 것만으로 상처투성이 마음이 치유된 듯한 가뿐함을 느끼게 해 주는 감동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