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택기행 - 전통의 멋과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다 한국의 고택기행 1
이진경 지음 / 이가서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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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것이 좋은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고택'과 '종택' 에 관심이 가 이런 여행을 해 봐야되겠다 생각을 하며 주변에서 갈 수 있는 곳들을 하나 하나 찾아 가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찰에 가도 우리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서일까 하나라도 더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을 한다. 우리것이란 질리지 않고 오래 보아도 아니 그곳에 잠깐 가 있어도 오래도록 살아왔던 것처럼 느껴진다. 고택에 대한 관심을 갖다가 한번 이런 테마로 책이 나왔으려나 하고 찾다가 발견하게 된 책이다. 이런 책은 좀더 많이 나와야 하는데 아쉽기도 하다. 아직은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고택과 종택이 많이 남아 있다고,사람의 손을 기다리는 건물들이 많지만 그래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그런면에서 이 책은 고택에 대한 빗장을 풀게 하는 책이되었다.

 

대술의 수당 이남규 고택의 사랑채인 평원정 

시월에는 우연하게 고택을 몇 군데 가게 되었다. 친정 가까이 있는 대술에 있는 '수당 이남규 고택' 과 홍성 오서산 산행을 하고 '청라은행마을의 신경섭가옥'을 다녀오게 되었고 아산 외암마을 가까이 있는 '맹사성고택'에도 갔지만 그곳은 올해 말까지 보수공사를 해서 완전한 모습을 보진 못했다. '수당 이남규 고택'은 우연하게 '한국고택'에 관한 프로를 보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꼭 가봐야 할것만 같은 무슨 숙제와도 같은 느낌이 들어 시골에 갔다가 가보게 되었는데 마침 관장님과 그외 분이 고택에 대한 역사와 그외 앞으로 어떻게 고택을 지켜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니 정말 값진 보물을 얻은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수당 이남규 고택' 은 우연하게 인연을 맺어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또 다시 찾아 가고픈 곳에 되었다. 그곳은 특이하게 사랑채가 독립된 구조물로 '평원정' 이라는 곳인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안채는 사랑채 옆에 독립된 공간으로 'ㄷ'자 형으로 되어 있는데 아늑함이 느껴지면서도 정갈한 아녀자의 손때가 느껴지는 그런 집이었다. '청라은행마을의 신경섭가옥'은 조선후기의 가옥이라고 하는데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다.고택이라는 것이 '수당 이남규 고택' 에서 관장님도 말씀하셨지만 '관리'가 문제다. 현대인들이 고택에서 산다는 것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만큼 관리면에서 어렵다는 것이다. 신경섭가옥도 은행축제도 하고 이제 만인의 눈 앞에 드러내 놓았는데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보령의 청라은행마을 신경섭 가옥

 

몇 해 전 옆지기와 결혼기념일여행을 지리산봄꽃여행으로 하고는 그곳을 한바퀴 돌자고 했다.그러다 봄꽃에 취하다 꼭 가고 싶은 곳이 생겨 가던 길을 뒤돌아 다시 돌아간 곳이 '운조루' 였다. 섬진강변에 벚꽃이 만발했으니 차량정체야 말할것도 없었다. 꽉 막혀도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태에서 차를 움직여 그냥 뒤돌아 '운조루'를 구경하고 가는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약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운조루를 찾아 들어갔는데 마침 그댁에서는 혼인이 있었던지 그댁도 나름 무척 바쁘셨다. 처음 발길이라 운조루에 취해 오래도록 머물다보니 옆지기가 출출하다고 하는데 마침 종부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과일과 떡을 접시에 담아 대청에 놓으시며 맛보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눈치없이 맛있게 먹었다. 운조루의 '타인능해' 처럼 넉넉한 정을 더 담아와서일까 운조루는 늘 기억속에 머무는 고택이 되었고 불편한 삶을 감수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가끔 티비에서 종부의 수줍어하는 얼굴을 보게 되면 그때의 그 살짝 건네던 떡접시의 넉넉함이 생각나 더 가깝게 느껴진다.이 책에서도 만나니 더 반갑고 관심을 가지며 읽게 되었다. 별당이나 박물관등이 더 많은 이들이 고택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운조루의 반쯤 비워진 듯한 느낌이 들던 것이 어느 정도 채워지려나.

 

이곳에 머문 지난 5년간 방문객을 맞으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얘기해주는 선생, 이곳 안동 하회마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몇 가옥 더 있지만 대부분 사는 분들이 연로하여 관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란다. 찾아오는 손님과 체험객을 맞이하다 보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이고, 옛날에는 하인을 비롯해 대가족이 살던 집에 지금은 달랑 노부부 두사람이 지키면서 집을 관리하기에는 아주 많이 힘에 부친다고 한다. 옛날처럼 장작으로 군불을 지켜 온돌방을 데워야 하지만, 화재의 위험과 일손 부족으로 전기 패널로 교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나 규제할 수도 없는 일이니 어떻게 하여 우리의 전통문화를 간직한 고택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문화유산을 잘 지켜낼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말씀에 힘이 실린다.

 

책을 읽다보니 한 곳 한 곳 모두 체험을 해 보고 눈으로 확인하며 보고 싶어졌고 빨리 이 책 한 권 들고 '고택기행'을 떠나봐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택이나 종택이나 한옥은 어찌 그렇게 똑같은듯 보이면서도 하나같이 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집인지 정말 모든 집들이 다 멋있고 운치있고 곳곳에 조상들의 지혜와 숨결이 느껴지면 꼭 오래도록 보존되고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물론 현대시대에서 고택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어느면에서나 힘든 일이란 것을 알지만 그럴수록 더 지켜나가고 제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느낀다.그것이 개인적인 일이기 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보는데 아직은 멀고 먼 길인가보다.하지만 많은 이들이 고택과 종택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힘을 합하여 움직이기도 한다. 하나는 지키기 어렵지만 그 힘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열이 되면 그 힘은 대단해지는 것이다. 수당 이남규고택을 찾았을 때에도 관리하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앞으로는 고택체험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나부터 내가 살던 곳 가까이 그런 고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지금까지. 그런 고택이 수몰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켜내셨다. 집이란 처음에 있던 그 위치에 있어야 모든 것들이 제대로 보인다. 다른 곳으로 옮겨져서 아무리 똑같이 복원시켜 놓는다고 처음 그 값어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것이 많은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허물어지지 않게 하나라도 더 지켜내야 한다.

 

다른 집들도 모두 맘에 들고 좋았는데 눈에 들어오는 이쁜 한옥집,개화기에 지어진 보은 선병국 가옥은 그야말로 한옥이 꽃으로 피어난 것 같다. ' 경복궁 보수를 담당한 일급 목수들이 불려오고, 아름드리 춘양목이 우렁우렁 실려오고,명동성당을 짓는 데 쓰인 것과 같은 벽돌이 찍혀 쌓였다.' 그렇게 지어진 집은 밑에 흙벽이 아닌 붉은 벽돌을 넣어 색감을 주었고 창은 저마다 들려서 창으로 보이는 세상을 보고 싶게 만든다. 안주인의 정갈함을 대변하듯 줄지어 늘어선 배흘림의 커다란 장독들이 한옥의 위용을 더욱 드높게 해주는 듯 했다.언제 속리산에 가면 꼭 '보은 선병국 가옥'을 찾아가 보아야 할 듯 하다.선병국 가옥 뿐만이 아니라 가보고 싶은 고택이 책을 펼치기 전보다 더 많아졌다.이젠 고택만 눈에 들어오게 생겼다. 그러지 않아도 이런 것을 보면 시간을 많이 빼앗기며 보내는데 앞으로 더 찾아보고 체험도 해봐야할 듯 하다.어린시절 초가집에서 군불을 지피며 살아서일까 낯설지가 않고 온기가 가득한 아랫목에서 도란도란 나누던 그 시간이며 툇마루에 모두가 모여 앉아 먹던 시간이며 지나는 이웃도 밥시간에 들러 한숟갈 얻어먹던 인심이 그립기도 하다.

 

고택 아니 한옥이란 몇 백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결을 보여주는 나무의 그 단단함과 냄새가 좋기도 하지만 반듯한 나무보다 휘어지고 모양없다고 낙오가 되었던 것들이 한옥에서는 멋지게 운치를 자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들을 많이 봤다.안성 청룡사의 대웅전을 보더라도 기둥은 휘어진 자연목이다. 개심사의 종루에도 휘어진 자연목이 부엌인 심검당인가 그곳의 문이 또한 휘어진 나무를 사용하여 얼마나 운치 있는지.지난번 다녀온 수당 이남규 고택의 대문은 위 아래로 휘어져 월방대문이라 아름답다. 그것을 보면 그곳이 아녀자들의 공간이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사랑채는 반듯한 나무를 많이 썼다면 부엌에는 휘어진 나무를 많이 썼다.물론 물동이를 이고 다니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게 또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적감각이 아니었나 한다. 그것이 '정읍 김동수 씨 가옥'에서도 나타난다. 상인방을 무지개모양으로 만들어 이채롭게 해 놓았다.한옥은 자연과 어울리는 자연스런 멋을 지니고 있으며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고 그곳에서 살아 온 이들의 삶의 세월을 더께가 고스란히 내려앉아 반들반들 윤이나며 길들여져 있다. 세월의 더께란 손이 가면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윤이난다.하지만 그곳에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면 집도 삶을 금방 잃고 만다. 우리가 그 온기를 살려야 한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숨을 쉬고 함께 하게 만들어야 한다. 강릉 선교장을 찾았을 때 한옥의 그 위용에 놀랐다. 자연과 멋스럽게 어우러져 주인노릇을 하는 집이야 말로 오래도록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느꼈다.고택을 찾으면 나무의 숨결을 느끼듯 손으로 살면시 쓰다듬어 보는데 나무의 결에 따라 느껴지는 그 세월이란 정말 무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좀더 우리의 관심 범위 안에서 함께 숨쉬는 집이 되길 바라면서 더 많은 고택기행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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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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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위로 오빠 둘이 있어 겨울에는 늘 들에서 노느라 집에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시골에서 겨울에 논이나 들판은 그야말로 놀이터,집 앞 논부터 해서 크고 맘에 드는 논에 개울 물을 끌여 들여 얼음판을 만들어 놓고 그 논에서 종일 썰매도 타고 팽이도 돌리고 연도 날리고 하루종일 밖에서 놀며 발이 시렵고 동상에 걸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이 밖으며 다시 밖으로 나가곤 했다. 그때 오빠들은 나무를 깎아서 밑에는 쇠구슬을 박고 위에는 색연필로 여러가지 색을 칠해 멋진 팽이를 만들어 주었다. 팽이채로 팽이를 돌리다면 색칠을 해 놓은 것이 돌아가면서 얼마나 멋진 무늬를 보여주는지 그 맛에 얼음판에서 팽이싸움도 하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 팽이를 돌려보고 성장하면서 팽이를 만났던 기억은 아이들이 어릴 때 내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팽이 볼리는 법을 알려주었지만 아이들은 재미를 몰랐다. 잘 돌려 놓으면 한자리에서 팽이는 오래도록 팽팽 팽팽 잘 돌아간다. 거기에 그만큼의 힘을 가해줘야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팽이다.

 

저자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받아 놓고 얼마동안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읽게 되었다. 고민하기 보다는 다른 책들에 밀려 있었다. 읽고 싶었지만 먼저 읽어줘야 하는 책들이 있어 읽다가 잡게 되었는데 이 책은 저자의 단편집이다. 십여편의 단편은 결핍과 고통에 시달리는 서민이나 여성 청소년등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세심하게 그녀만의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깨지지 않게 알맞은 힘을 가하며 멈추지 않고 잘 돌아가게 조절하면서 어린시절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놀던 놀이판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지 않은 그 속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돈가방> 형 동수가 어머니 산소에 가자는 아야기에 두수네는 고물 아반떼를 간식히 끓고 산소가 있는 곳에 도착을 한다. 끌고 오는 것도 힘겨웠지만 가는 것도 걱정인데 돈이 없다고 늘 어렵다는 말을 달고 사는 형은 아우디를 끌고 나타난다. 빚을 져가면서 집을 장만하고 애들 가르치고 차를 바꾼다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은 묘지에서 현금 3억이 든 '돈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현금이다. 누가 본 사람도 없이 두수네와 동수네가 발견한 돈가방인데 그들은 돈가방앞에 서로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며 돈가방을 가져야 한다고 상대에게 주입시킨다. 동수보다는 두수가 더 양심이 있어 형에게 양보를 하면서도 동생이 걸린다. 형은 각서를 써 놓고 돈가방을 가져가 버리고는 나중에서야 돈가장을 잃어 버렸다고 한다. 공짜로 주운 돈에 형제애도 없고 양심도 없는 형,정말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형이 맞는가? 두수는 그런 형을 신고하기에 이르른다. 돈 앞에서는 정말 부모도 형제도 없다는 말이 요즘 세간을 떠들썩 하게 하는 사건들이 말해준다. 돈 때문에 부모나 형제의 목숨을 파리목숨여기듯 하는 사건들,정말 안타깝다. 만약에 정말 이런 상황이라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정말 힘든 상황이라면 남의 돈을 내돈처럼 여길까? 99개를 가진이는 1개를 더 가져 100개를 채우우려고 한다더니 그래도 모자라게 사는 두수가 더 양심적인 듯 하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참 힘들게 사는 부부가 있다. <남편>,그들은 아직은 돈이 없어 아이도 포기하고 산다. 아니 아이를 가졌었지만 아내는 월세도 올려줘야 하는데 아직은 남의 이야기인듯 하여 아이를 지운다. 그리곤 남편한테 얼마나 혼이 났는지.아내는 마트에서 일하고 남편은 직장에 다니지만 그들에게 여유란 하나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찾아 오고 회사와 집 밖에 몰랐던,아니 요즘 남편은 늦게 오기도 했고 소주를 마셨다.그런데 그가 미성년자 성폭행 후 살인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아니 그가 살인범으로 완전히 지목이 되고 말았다. 주변에서 그들에게 쏟아지는 심한 비난에 그녀마져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정말 내 편이라고 믿었던 남편이 '살인범'일까? 그는 살인을 저지를만한 인물이 아니다. 적어도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그런데 그가 왜 그가 만져보지도 않는 수표와 아내에겐 전화도 안하는데 살해된 소녀에게 전화통화를 했을까? 자신은 그동안 뭘 믿고 살아 온 것일까? 내가 믿고 있는 믿음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절대 아니야' 라고 부인하는 남편의 말을 둘째치고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져버린 믿음 때문에 더이상 그는 남편이 아닌 남의 편이 되고 말았다.

 

<어디쯤>,우린 지금 어지쯤 가고 있는 것일까? 목적지가 보이지도 않고 현위치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면... 아버지가 약도를 그려주고 퇴근후에 그곳에 가보라고 한다. 좌회전 우회전 직진등 금방 찾아갈 수 있는 길인듯 했지만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서 한참 걸은 듯 하기도 하고 길 가는 이들에게 물어도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아버지는 왜 그곳을 찾아가라고 했을까? 자신이 왜 가야하는지 그곳이 어디인지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찾아가려 한다.가다보니 지갑도 없어지고 연인은 자신에게 오라고 하고 아버지는 갔느냐고 물어보고 엄마는 왜 돌아오지 않느냐고 묻는다. 왜 가고 있는 것이지. 자신의 의지가 아닌데도 억지로 가고 있으면서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꼭 가야할것만 같은데 누군가는 그곳에 가지 말라고 한다.왜? 삶은 그렇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나 그리움이 있지만 그 길로 향하면 일부는 가지 말라고 말린다. 자신이 노를 저어 가면서도 잘 가고 있는지 늘 의문이 든다.그게 삶이다.

 

<주단>,주와 단은 쌍둥이다 그런데 엄마 뱃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명은 건강한데 한 명은 선천적인 병을 가지고 있다. 단 때문에 주는 자신이 엄마의 관심 밖을 벗어난 것을 받아 들이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죽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가 없었다면? 그렇다면 단은 또 어떨까? 자신이 주처럼 건강하게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서로 바뀌었더라면...한번뿐인 인생에 연습과 만약이 존재할 수 없지만 우린 그런 순간과 생각을 몇 번을 해 본다. 서로 가져 보지 못했거나 해보지 못한 것을 부러워 하면서도 다 가지려고 하지만 모든 것이 내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은 학교를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 친구들은 그가 쌍둥이라는 것을 알고는 놀란다. 그런 단이 건강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하지만 응급실을 가는 날도 많고 점점 그의 건강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듯 보인다.그래도 자신에게 그런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그는 그가 누려보지 못한 것을 해보라는 식으로 자신의 흙묻은 운동화와 공을 그의 발에 데코레이션을 해주고는 그가 공을 차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들에게 건강하고 강인함은 돌아오지 않을지라고 마음은 주단이다.

 

<엘리>,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살아야 할 코끼리가 부족하다가 사회에서 외면당했다고 느끼는 젊은이와 살고 있다. 그의 꿈은 영화를 만드는 것,그 영화속 주인공은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코끼리 '엘리'다. 그는 자신이 코끼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살아간다. 현실적일수가 없다.코끼를 키운다는 것, 하지만 '엘리'는 그의 꿈이라고 본다. 꿈이 없다고 사회나 가족에서 그를 바보취급 하는데 그에게도 분명 꿈이 있다. 이루어질지 모르는 허황된 꿈이라고 해도 분명 꿈을 가지고 있다. 아직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많은 인생이기에 지켜봐야 한다. 우린 그 기다림을 해주지 못하고 당장의 결과에만 사람을 평가하려고 한다. <월드빌 401호> 엄마가 돌아 가시고 보상금이며 그외 모든 것은 남들이 채가고 나서 그에게 남겨진 것은 다 낡아빠진 월드빌 401호 뿐이다.그곳에서 온기라도 느끼고 살려고 개 한마리 데려다 죽지 않을 정도의 인스턴트만 먹이는데 바깥세상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그,이젠 이 생활에서 벗어나 바깥세상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팽이>,엄마는 남매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났다.자신의 삶을 찾아서.오빠 또한 성장하여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지만 난 이곳에서 팽이처럼 뱅뱅 돌고 있다. 돈가방에 나온 가난이란 것도 '남편' 의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린 가난도 자신의 꿈을 찾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도 월드빌 401호에 갇혀 사는 아이도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는 팽이같다. 그 자리를 벗어나서 어딘가로 가야하는데 아직 그들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날 힘을 얻겠지만 현재는 '제자리걸음' 이다. 제자리에서 맴 돌고 있는 팽이처럼 제자리걸음이다. 그런 그들이 희망을 향해 나아가길 부디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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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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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짐도 많고 여러모로 짐스럽고 부담이 된다. 짧은 기간이라도 어린 자녀와 여행할 때에는 정말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마음의 부담이 더 큰 듯 하다.그것이 국내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이라면 더군다나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이라면 어떨까? 남편 없이 엄마 혼자서 아이와 한달간 터키 여행을 한다면 과연 용기 있게 나설이가 얼마나 될까? 나 혼자서 그렇게 여행을 하라고 하면 글쎄? 여행을 가는 대신 그 여행비를 달라고 해서 다른 곳에 쓰던가 아님 아이가 더 큰 다음에 한번 생각해 본다고 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친정에 가는 것도 서로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아플까봐 오랜기간 머물 수도 없었지만 하룻밤이라도 편하게 자고 온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커서는 그것이 또 가능했냐면 그렇지가 않다.크고 나서는 컸다는 이유로 또 잠을 자고 오지 않게 되었고 함께 여행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커서인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3박4일이고 2박3일이고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것도 처음엔 무척이나 망설이다 떠나게 되었던 것 같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가족이 함께 여행하고 나니 오류 투성이라고 해도 모두 추억이 되고나니 틈만 나면 아이들이 가족여행을 가족 하였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금방 큰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란 아이들이 성장을 하면 움직일 수가 없다. 학교에 매이고 학원에 매이고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춘기라는 것이 또한 발목을 잡는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갔던 것은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초입이었고 그 이후로는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 정말 하늘에 별따기였다. 사춘기 때에는 부모와 함께 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대입 때문에 서로 불편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여행을 계획해 보았지만 그것이 정말 서로 시간을 맞춘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란 것을 경험했고 겨우 제주여행을 다녀왔을 뿐이지만 그 또한 얼마나 좋은 시간이었는지.

 

얼마나 바랐느냐고? 꼭 그만큼 바랐다. 그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나를 터키로 밀어낼 만큼.그래,나는 조금 힘을 내기로 했다. 남편의 말이 옳다. 여행의 패턴이 정해지고 그 용량을 알아내면, 그 용량만큼만 담으면 된다. 아이의 느긋한 베이비 스텝과 나의 조급한 스텝 가운데 어딘가 서로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만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속으로 무척 부럽고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부러웠고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였다. 시간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인데 왜 없다고만 생각하며 살았던 것인지 후회가 됐다. 충분히 어린 나이에게도 함께 긴시간동안 해외여행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실행에 옮기지도 않고 미리 포기를 하거나 시도조차 해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36개월, 세 살인 중빈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용기도 필요하고 아이와 타협을 하는 것을 읽으며 엄마가 얼마나 강단진지 알게 되었다. 아이를 여행지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혹은 할아버지나 동물과 혹은 혼자 놀게 놔두고 주변을 돌아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인듯 한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아이와 약속을 하고 서로가 너무도 잘 지킨다는 것이다.아이는 어른보다 더 말을 잘 듣거나 아이들과 동물과 너무도 잘 어울려 지낸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였던 JB는 성장하여 스스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아이가 아닌 여행 동반자가 되어 가는 이야기가 책에 빠져 들어 읽게 만든다.

 

저자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이 책을 선책하게 된 이유가 첫번째로 내가 여행가고 싶은 나라인 '터키' 였다는 것이며 두번째로는 '36개월된 아이와의 여행'이라고 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장기간의 해외여행은 어떨까 해서 읽게 되었다.아마도 속마음으로는 정말 아이와 장기간 해외여행일까? 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정말 그녀는 아이를 대하기 보다는 여행 동반자로 때로는 중빈 때문에 더 이득을 보면서 아이와 너무도 멋진 여행을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는 곳마다 아이 때문에 어쩌면 더 대접을 받으며 아이로 인해서 손해 보기 보다는 어쩌면 플러스 여행을 하고 있는가 하면 든든한 엄마지킴이가 옆에 있어 더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여행이란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보이는 것만 스쳐 지나듯 보고 담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 새로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사람' 과의 만남과 어울림이 더 오래가고 여운이 남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 JB로 인해 더 많은 인연과 더 많은 일을 겪지 않았을까.

 

정말이었다. 아침에만 해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조그만 흰 들꽃들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고 있다. 그것은 아이에게도 큰 발견이었지만 내게도 큰 발견이었다. 아이는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내가 그림을 볼 때 개미를 보고, 해협의 별장을 볼 때 그 옆을 지나가는 기차를 본다. 때로는 같은 것을 보고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아이는 나와 다른 것을 '선택' 한다.나는 그 사실을 여행 초반부에 알게 되어 기뻤다. 그것은 곧 '엄마,나는 나름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어요.'  하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는 마치 선물처럼,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알게 해주었다.

 

어린 자식을 키울 때 엄마들은 아이가 자는 시간이 엄마의 활동시간이나 마찬가지인데 저자 또한 아이가 자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여행을 하였기에 아이가 여행에 걸림돌이 되기 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가져다 주었고 아이는 엄마로 인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면 저자는 아이와의 여행으로 인해 그동안 혼자서 보던 세상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고 경험하게 된 듯 하다. 여자는 엄마가 되고 나면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고 경험하게 되고 모성이야 말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강인함이라 생각하는데 엄마이기에 어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혼자서 여행을 갔다면 어른의 눈으로 보았을 세상도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아이의 눈으로 어른의 눈으로 보게 되었고 더 넓은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었으니 아이는 얼마나 선택받았는지.그것을 모든 부모가 해줄 수는 없는 것이기에 그녀의 책을 읽었다면 다른 책에도 빠져 들어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 여행은 저자에게는 '시험'이나 마찬가지였다.어른 아들을 데리고 장기간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고 서로 여행 동반자가 되어 정말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시작이었다는 것을 너무도 재밌고 다양하게 보여준다. 물론 안되면 되게 하라는 한국엄마의 가능성을 실현시키기도 하면서 (자전거를 빌려 아이를 태우고 호수를 여행하는 것이 너무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자유가 느껴지는 여행이라는...) 그런 여행을 해본다는 것이 지금이야 여행이라는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포기하거나 생각지도 못할 듯한 것들을 아이로 인해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한 여행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그녀의 여행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여행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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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형제 교육법 - 엘리트 삼형제를 키워 낸 자녀교육 리얼 스토리
에제키엘 이매뉴얼 지음, 김정희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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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교육에 관한 책이라면 어느 부모들이든지 모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더구나 의학,정치.엔터테인먼트 분양에서 핫 아이콘인 삼형제,한 집안에서 한 명도 아니고 형제 세 명 모두가 다 핫한 인물들로 키워낸 유대인의 교육법은 뭔가 특별한 것이 숨어 있을까? 인터뷰어의 말처럼 '어머니는 시리얼에 무얼 넣었을까?' 무엇을 넣어서 그들을 먹였기에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핫한 인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양육법'이 궁금하다고 했다. 물론 양육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가 하는 것이지만 바깥 일에 더 충실한 아버지보다는 자녀의 양육은 대부분 어머니의 손에서 결정되고 행해진다.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옆지기에게는 통보만 할 일들도 다반사다. 모든 일들을 먼저 결정하거나 해결해 놓은 후에 옆지기에 그저 일의 과정과 결만만 이야기 해 주기도 하는데 그렇게라도 이야기를 해 주어도 뒤돌아서면 남편들이란 잊어버리거나 아이들 일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어쩌면 안에서 모두 잘 하리라는 믿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패기 넘치고,거침없고,무섭도록 경쟁심 강한 이매뉴얼 삼형제에게 주목한다.첫째 에제키엘은 오바마 행정부 특별자문위원을 지낸 생명윤리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둘째 람은 첫 유대인 출신 시카고 시장으로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거물 정치인이다. 막내 아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나 드림웍스 영화사와 연결된 할리우드 특급 에이전시 대표다.

 

이매뉴얼가도 아버지는 소아과 의사로 밖의 일에 더 치중을 한 듯 하다. 그만큼 아버지가 든든하게 밑바탕을 이루어 주었기 때문에 안에서 엄마 마샤 이매뉴얼은 삼형제를 이끌고 시위현장으로 혹은 사회적 활동현장에서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어린이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나중에 성장을 하면 사회의 주역이 되리란,꿈나무를 튼튼하게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 베냐민은 유대인이다.그의 어머니는 미국인 며느리에게 아들을 빼았겼다고 생각을 하며 며느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며느리 때문에 아들이 이스라엘로 돌아오지 않거나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게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너무도 자기 주장이 강한 분이지만 그렇다고 손주들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베냐민은 자신의 꿈을 위해 이스라엘을 떠나 공부를 하다가 미국인 아내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이스라엘에 들어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도 했지만 그곳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칠 무대가 좁다는 것을,한계를 느끼고는 자신의 꿈이 나래를 펼 수 있는 미국을 선택한다.

 

아버지는 부모들에게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하며, 자녀를 세심하게 보살피고, 아이들은 순식간에 커버리니 아이가 아직 어릴 때 즐기라고 조언하곤 했다. 어떤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아버지가 분만실에서 그녀에게 아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많이 안아 주고,사랑해 주고, 자주 꽉 쥐어 즈세요."첫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던 그녀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게 다예요?"

 

뿌리부터 튼튼한 유대인인 베냐민에게 아내 마샤는 그야말로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며 모험적이고 호기심이 강한 아내였던 것 같다. 자신들의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누군가 그들에게 아이들을 부탁하면 스스럼없이 아이들을 맡아서 키워 주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가족으로 어울리면서 삼형제는 보다 더 사회성을 키우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그들의 손을 이끌고 거리로 나가 맘껏 그들이 보고 느끼고 감당하고 판단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 듯 하다. 어린시절 체험학습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거기에 그 가족만의 토론학습과 같은 시간인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괄괄한 가족토론시간은 다른 누구도 낄 수 없는 욕이 난무해도 그들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어른과 아이의 벽이 아니라 그 경계를 허물면서 삼형제에게 판단력과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 준 듯 하다.

 

그날 우리가 직접 행진하면서 받은 느낌과 우리가 떠난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들은 사실들은 우리 삼형제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만인 앞에서 용기를 보인 무리에 속했던 경험은 세상에 수많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게 만들었다. 우리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로부터 힘을 끌어내는 법과 심리적으로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자기 확신을 굳건히 지키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교육하면 유대인의 교육을 많이 들먹이지만 실제로 그들처럼 유대인 교육법을 실생활에서 끊임없이 적용하기란 힘들다. 어머니의 '자녀 중심'교육이 그들을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맏이인 에제키엘은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유대인의 튼튼한 신체적 체력과 열정도 들고 있다.어떻게 한가지만으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들이 모두 작용을 하여 그들을 키워냈다고 보여지지만 선천적인 것도 중요하고 밑바탕을 이루겠지만 무엇보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자녀 중심의 교육,양육이 삼형제를 훌륭하게 키워낸 듯 하다. 근면한 아버지에게서 성실성을 물려 받았다면 시위 운동가 어머니에게서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참여의식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만들어 준 듯 하다. 그들의 지난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집안에 화려하고 비싼 가구를 들여놓기 보다는 평범하고 삼형제에 의해 흠집이 날 가구지만 그런 것에 투자하는 돈을 아껴 그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에 더 많은 기회를 안겨 주었다.어머니가 시위 현장에도 아이들을 이끌고 나갔듯이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는 것은 자신안에 갇히기 보다는 더 넓고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지를 뻗어나가게 해 준 듯 하다.요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여행을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지만 그들이 성장하던 시기는 힘들었고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폭넓게 깨임이 삼형제에게 큰 발판이 된 양육법인 듯 하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이 잘되기를 부모의 기대치만큼 성장해주길 원한다.하지만 현실은 그럴까? 가정이 아닌 교육기관이나 외부적으로 받는 교육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삼형제의 교육은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교육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다. 가정에서 그리고 가족 구성원간의 원할한 유대감이 삼형제를 더욱 큰 힘으로 성장하게 만들었으며 사회에 나가서도 그들의 힘이 잘 발휘될 수 있지 않았나.마샤의 시리얼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해도 그녀가 자식들의 손을 이끌고 나가 직접 보여준 사회는 약자를 돕게 하기도 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일깨우고 여행을 통해 세상에 도전하게 만들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게 만들어 준 듯 하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자식들 앞에서 먼저 길을 닦아 놓고 자식들이 따라오게 만든다. 부모가 깔아 놓은 탄탄대로를 그냥 달리기만 바라는데 마샤와 베냐민은 삼형제가 스스로 길을 찾고 닦아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싶다.거기에 한몫을 한것은 어려서 그리고 성장하고 난 후인 현재까지도 그들의 형제애가 변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형제애는 무엇보다 큰 힘으로 그들을 결속시켜 주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만들어 준 시너지효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그런면에서 부모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자식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지 지금 이순간부터 한마디라도 더 거울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칭찬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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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로망 지중해에 빠져들다 - 김지희의 문명 여행 2
김지희 지음 / 즐거운상상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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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지만 많이 하기 보다는 요즘은 '여행서'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이 곳 저 곳 여행서를 읽다보면 다녀 온 것처럼 생생한 곳도 있고 그리움으로 남는 곳도 있고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도 있다.지중해는 그 이름만으로도 설렌다. 올 여름에 양산을 구매하며 양산 그림으로 '산토리니'를 할까 그냥 명화그림을 할까 망설이다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는 명화로 했는데 '산토리니' 사진은 내가 들고 다니면 가고 싶은 로망으로 자리할까봐 결국에는 포기를 하고 말았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이 지중해를 다른 이도 아니고 여행전문가도 아닌 현직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이 다녀 오시고 책을 냈다. 그냥 여행가인줄 알았는데 약력을 읽어보다 깜짝 놀랬다. <세상은 넓다> 그 프로도 예전에는 잘 보았는데 가끔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곳에 단골패널로 활동하고 있었다니 더 반갑다.

 

'어느 날 문득 딱딱한 교과서 위주의 수업에 한계를 느낀 그녀는 비디오 카메라와 사진 카메라를 메고 문명 여행을 떠났다.남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의 오지까지 인류 문명의 흔적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닌지 15년이 되었다.' 정말 멋진 선생님이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학습 자료를 장만해서 가르치니 학생들은 복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이런 선생님이 흔할까? 물론 모두가 열심히 가르치겠지만 직접 자신의 발로 문명 여행을 해서 실감나는 학습 자료와 경험담으로 가르치는 국사나 세계사는 더 생생한 공부가 될 듯 하다.  오래던 내 학창시절을 되새김질해 보면 국사나 세계사 시간은 그저 외우느라 '주입식' 교육에 따르기만 했지 풍부한 자료를 보고 찾고 했던 기억은 없다. 인지나 국지도 그렇고 모두가 주입식 이었지만 이런 부분을 좋아해서 난 교과서만으로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다.멀티세대다 교육도 그만큼 바뀌어야 한다. 여행도 나라안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해외여행도 많이 가기 때문에 해외를 나가 세계 역사와 접한 아이들도 많겠지만 우리집 딸들을 보더라도 잘 기억하질 못한다. 더구나 대입에 역사가 없으면 또 관심을 두지 않는다.그게 현실이다.

 

낙타꾼의 이름은 영어의 카멜과 같았는데,내가 탄 낙타는 그가 끄는 대로 천천히 사막으로 나아갔다. 사막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문명의 손길이라고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고요함 그 자체였다.낙타의 느릿한 움직임에 몸을 맡긴 채 MP3를 통해 들려나오는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사막을 바라보았다. 이전의 황량한 사막과는 다르게 너무도 평온하고 안온한 느낌,아름다운 자연의 조화, 그런 것이 느껴졌다.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게 사막은 느림의 미학을 알려 주는 듯했다. 사막을 여행하는 중에는 걱정이나 근심 모두 내려 놓고 홀가분하게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교사가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생생한 경험과 역사 이야기는 학생들에게는 물론이고 여행서를 읽는 독자에게도 풍부한 역사 이야기를 전해준다. 순수 여행 목적보다는 학습이라고 해서일까 책을 읽는 선입견이 생겨 처음엔 좀 딱딱하다 싶었는데 선명한 사진과 함께 전해주는 역사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는 다른 여행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못지 않게 생생하고 풍부해서 좋다. 요즘은 매체로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매체로 본 곳이 겹쳐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말 좋다. 지중해의 '블루'가 잘 담겨 있고 열정이 담겨 있고 땀이 담겨 있다. 다른 곳들은 많이 접했는데 지중해에 관한 책을 덜 읽은 듯 하여 골라 잡은 책인데 좋다. 저자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다른 여행서도 눈여겨 봐야할 듯 하다.

 

'떠나야 하는 마음과 돌아와야 하는 마음 사이에......여행이 있다.'

여행은 떠나고 싶은 마음도 또 떠나고 나면 집이 그리운,돌아가야 하는 그 마음이 있다.그 사이에 여행이 있다는 말이 마음 깊숙히 자리잡는다. 저자가 여행 한 곳은 '튀니지,모르코, 스페인,포르투갈' 이다. 첫 페이지에 다양한 문 사진은 정말 아름답다. 어쩜 이렇게 '문'만 모아 놓아도 그림이 되는지,역시 지중해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나름 각자 의미가 다른 문들이 한번 열어 보고 그 세계에 빠져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지중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블루 로망'이 살아 숨 쉬 듯 다가올 듯 하다. 스페인에 관한 책은 몇 권을 읽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 다르다. 다른 여행서와 같은 '여행의 팁'을 한 곳 움직일 때마다 정리를 해 놓아서 지도와 함께 보면 좋을 듯 하다. 그녀가 소개해주는 역사,먹거리,여행이 에피소드 모두가 좋은데 그 중에서도 '사람'과의 이야기가 제일 좋다. 여행지에서 벽과 같은 일과 마주했을 때 난감한 그 순간에 흑기사처럼 나타나 여행의 또 다른 문을 열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따뜻하면서도 여행의 재미로 정감있어 좋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소개해 놓아 여행이란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어우러진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혼자서 여행하며 사진 찍고 비디오를 찍고 그런가하면 현지에서 또 맘에 드는 것은 꼭 하나씩 장만하여 그곳을 기억하는 물건으로 남겨 두기도 하고 그런 일련의 일들을 하려면 힘이 들 듯 하다. 그런가하면 혼자 여행하며 그나라의 특색처럼 치근덕대는 남자들의 대쉬를 받을 때 모면하는 법까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며 읽다보니 어느 한 곳이라도 가야할 것만 같다. 가서 블루 로망에 빠져 봐야 할 것만 같은데 과연 내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질까? 꿈을 포기하기 보다는 꿈을 꾸고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읽은 것으로도 만족한다.가을이라 그런가 더욱 여행을 가고 싶어지고 하기 휴가를 아직 가지 못해 가야할지 또 미루어야 할지 난감한 상태에서 여행서를 읽다보니 훌쩍 배낭하나 메고 떠나야할 것만 같다. 현재를 떠날 용기만 가진 것만으로도 여행의 설렘을 몸으로 느낄 듯 한데 현실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눈요기 실컷 했으니 눈이라도 호강을 했으니 마음은 온통 블루일 듯 하다. 튀니스일지 스페인일지 모르코일지 포르투갈일지 모르겠으니 어느 한 곳 꿈 속에서라도 만나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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