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백련지 ’향련원’ 에 가다
아산 백련지 ’향련원’ 과의 인연도 벌써 칠년, 2003년 부터 가기 시작하여 올해에 이르렀으니
이곳과의 인연과 ’연꽃’ 과의 인연도 남달라졌다. 여름과 칠월만 되면
백련지에 가서 연꽃향기를 맡아야 여름을 보낸듯 한데
작년에는 사고로 병원생활을 하느라고 여름을 병원에 갇혀 지냈으니
올 여름이 더 기다려지기도 했다. 지난번에 아산 신정호에 가서 잠깐 연꽃 향기에 취했지만
아직 만개한 연꽃을 본것은 아니기에 연꽃향기에 취할 날이 기다려졌는데
주말, 옆지기와 둘만의 시간이 왔다. 그가 이달에 볼 시험이 있어 공부를 해야하지만
나이들어 공부가 쉽지 않아 힘들어 하기도 하고 주말에 아이들 없이 둘이서 보내다보면
지루하기도 하여 전날엔 <나잇 앤 데이> 영화도 한 편 보긴 했지만
일요일이고 비가 오락가락 하니 더욱 연지에 가고 싶어졌다. 2008년 여름, 오전에 갑자기 비가 내리고
우린 마침 연지로 향하고 있었다. 연지에 도착하니 비는 언제 왔느냐 하며 파란 하늘이 우릴 기다리고
방금 내린 비에 연꽃은 더욱 싱그러움을 선사해 주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언제봐도 정말 좋다.
그래서일까 여름이고 비가 오기만하면 연지에 가고픈 생각이 불현듯 난다.
오전에 비가 잠깐 내리고 날이 흐리니 연지에 갈까 말을 꺼냈지만
그도 나도 갈까말까로 한참을 보내고나서 점심시간이 지나고나서야 부랴부랴 길을 떠났다.
이십여분 가까운 거리이지만 마음이 멀먼 참 먼 거리이기도 하다.
집에서는 흐려 있어 내심 비를 기대했는데 우리가 길을 나서고부터
해가 나오기 시작이다. 난 햇빛알레르기가 있어 여름엔 해를 무척이나 꺼려 하는데
무섭기도 한 해가 파란 하늘에서 반짝반짝이고 있으니...
그래서 구름을 믿고 밖으로 나오니 비 온 후라 바람이 정말 좋다.
신선한 초록빛 바람을 손으로 만지듯 향련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리운 님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설레인다.
오래간만에 들어서는 곳 ’향련원’ 아저씨가 반기신다. 아줌마는 버선발로 나오시듯
오래간만이라며 시원하게 ’백련차’ 한 잔 하라고 하시며 마루에 둘이 앉아
그간 밀린 이야기를 하듯 옆지기는 멀리 떨어져 관심밖으로 몰아내고 둘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꼬마숙녀로 이곳을 찾아 연잎차를 정말 좋아했던 울집 막내,
이젠 고딩,기숙사에 들어가 열공하고 있다는 말에 아줌마는 좋아하신다.
딸들이 공부를 잘한다며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시는 아줌마와 친구와 이야기하듯 긴시간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옆지기는 연지 원두막으로 가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손님들이 밀려 들어 아줌마와의 행복한 수다를 마무리 하고 우리도 늦은 점심으로
연잎냉면을 시키고 옆지기는 마루에 앉아 신문을 보고 난 냉면이 나오기전 사진을 찍었다.
오래간만에 이곳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연향기에 취하니 정말 좋다.
나의 여름을 이제 이겨낼 에너지를 보충 받은 느낌이다.
한참을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가 전화를 했다.냉면이 나왔다고...
우리가 들어서고 연지는 언제 사람들이 밀려 들었는지 주차장이 가득찼다.
아줌마도 분주하시고 사람들 이야기로 연지도 시끌벅적하고
우리는 시원한 연잎냉면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연지의 연꽃들을 만나러 갔다.
아직 연꽃이 이른듯 백련을 그래도 많이 핀 듯 한데
황련과 홍련은 꽃봉오리가 많다.
그래도 활짝 핀 연꽃들 사이로 바지에 흙이 묻는지도 모르고 향기를 맡으며 사진을 찍는데
옆지기가 내가 ’자야~~’ 했더니만 ’오빠~~’ 한다.
난 자야라고 부리지 말고 오빠라고 부르라 한줄 알았더니 ’옷봐~~’ 라고 했다고 가리킨다.
바지에 흙이 묻었다며..ㅋㅋ
시원한 바람과 개구리들이 가끔 맨발에 올라타기도 하여 깜짝 놀라기도 하고
바람에 묻어나는 연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니 정말 좋다.
얼마 구경하지 않은듯 한데 시간은 바람과 함께 흘러 간듯 그가 가자고 서두른다.
다음에 더 만개하면 오자며... 하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 곳 연지이다.
아줌마께 인사를 드리고 오려고 아줌마를 찾으니 ’추어탕예약손님’ 과
많은 손님들로 인하여 무척이나 바쁘신듯 보이지 않는다.
그냥 아저씨게 간다며 인사를 드리고 연지를 한바퀴 더 둘러 보고는
아쉬움을 담고 돌아서 연지를 나왔다.
연지 입구엔 ’자귀나무’에 꽃이 활짝이고
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분이나 연꽃 향기를 즐기러 오시는 분이나
그외 많은 손님들이 찾는 연지가 된 아산 백련지 ’향련원’,
난 넉넉한 인심과 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2010.7.11
현충사은행나무길
연잎냉면과 연잎장아찌... 거진 다 먹은 다음에 찍은 사진이라 좀 그렇다.
이곳은 먹거리로 <연잎냉면>외 <연잎국수> <연밥> <연잎부침개> <연잎동동주>
그리고 연지에서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 을 먹을 수 있는데
<추어탕>은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한다.
우린 가끔 <동동주에 연잎부침개>도 먹고 옆지기가 좋아하는 <연잎콩국수> 도 먹기도 하는데
여름엔 시원한 <연잎냉면> 이 좋은 듯 하다.
한그릇 시원하게 먹고 연지를 구경하면 더욱 좋다.
아름다운 연꽃도 한알의 씨앗에서 시작되었다. 그 씨앗을 품었던 연밥
연(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미당 서정주 (<冬天>,1968)